[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서울대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이하 지균)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기균Ⅰ), 정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기균Ⅱ)에 대해 인성면접, 일반전형에 대해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한다.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에서 실시하는 구술면접은 정답을 내는지 못 내는지를 보는 게 아니라, 정답을 내기 위한 사고과정을 면접관이 끌고 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화’라 표현한 데는 서울대만의 특별한 면접환경이 배경으로 자리한다. 교수와 학생의 책상이 분리되어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일반적인 면접환경과 다르다. 책상 하나에 교수와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대화’를 한다.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을 교수가 학생과 머리를 맞대고 같이하는 느낌이다. 풀이과정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막히는 부분에 힌트를 주며 사고의 확장을 돕는다. 풀이과정을 설명하는 학생의 논리를 살핀다.

<구술의 본질, 정답 찾기 아니다.. ‘대화’로 사고의 깊이 학업능력 파악>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 4호에 소개된 일반고 출신 14명의 2016 수시 일반전형 합격생들은 서울대 구술면접에 대해 “정답 여부가 아닌 사고과정에 주목”하는 성격을 강조하며 후배들에게 “사교육은 필요 없다. 학교 안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방법으로 “인문학 사회과학의 경우 특히 독서와 토론이 큰 도움이 되고, 수학은 풀이과정에 과학은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E학생(자유전공, 광주)은 “시사이슈에 대한 내용을 잘 아는지보다는 얼마나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내는지를 보시는 것 같았다. 이슈엔 정답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상황을 던져놓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를 물으시는 것 같았다. 물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고과정을 거치는지, 사회과학이나 수학이나 모두 사고의 흐름을 보고 싶어하는 문제라고 느꼈다”고 밝혔다. D학생(경제, 충남)은 “사회과학 문제를 풀 때 일관된 논리로 설명해보려 노력했지만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간과한 부분에 대해 뒤늦게 생각하게 됐고, 앞서 진술했던 내용을 일부 수정했지만 전혀 감점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은 듯하다. 수학 문제는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했지만 풀어낸 곳까지 교수님께 설명을 드린 후 이후로는 어떻게 풀 계획인지 말씀 드렸다”며 “서울대 면접에서는 교수님과의 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학생의 사고방식을 평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대 구술면접은 일방적으로 문제를 어떻게 풀었다고 설명하는 자리가 아닌, ‘교수와의 대화’라 느낄 정도로 소통 측면이 강했다. 특히 D학생이 전한 면접실 상황이 인상 깊다. “서울대 면접의 특징은 면접할 때 교수님과 학생 사이의 거리가 가깝다는 점이다. 다른 대학의 경우 보통 교수님과 학생이 사용하는 책상이 분리되어 있고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반면, 서울대는 하나의 책상에 교수님과 학생이 마주 앉아 면접을 진행한다. 서울대가 일방적인 면접이 아닌 소통을 중시하는 면접을 추구함으로써 생긴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 특히 내가 핵심개념이라 생각되는 단어들과 수식을 말씀드릴 때 교수님께서 고개를 끄덕여 주셨는데, 스스로 문제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교수님과의 대화 속에서 문제의 핵심을 찾아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깊은 사고, 교육과정에서 가능 ‘손도 못댈 정도는 아니야’>
서울대 구술고사는 분명 수능과는 다른 깊이를 요구했지만, '손도 못댈 수준'은 아니었다. E학생(자유전공, 광주)은 “수능보다는 확실히 생각의 폭이 넓은 것 같았다. 이렇게도 접근해볼 수도, 저렇게도 접근해볼 수도 있는 문제로 패턴화된 수능과 다르다”며 차별성을 언급했다. G학생(물리천문, 서울)은 “면접 때 크게 당황스럽진 않았다. 너무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질문도 있었고, 생각할만한 질문도 있었다. 어느 수준에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던 질문이었다”며 “손도 못댈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하면 해결방법이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고 전한다.

구술문제는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됐다. H학생(화학, 대전)은 “자연대는 영재학교 과고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편이라 고교 밖 범위에서 어렵게 나올 줄 알았는데, 일반고 출신인 내가 공부했던 고교 화학Ⅰ 화학Ⅱ 범위 내에서 출제됐다”며 “나중에 들었더니 과고 출신인데도 불합격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면접은 단순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보다는 그것을 얼마나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본 사람이 잘 풀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교과서 개념으로 현장을 해결한 사례도 나왔다. L학생(산림과학, 서울)은 “생명과학 제시문에서 ‘어떤 점을 알아내기 위해 실험 방법을 고안하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문제에 대해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교과서에서 봤던 내용이 퍼뜩 떠올라 답변할 수 있었다”며 “교과서 개념이 이런 식으로 쓰일 줄은 몰랐는데, 교과서로 준비했던 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 서울대는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이하 지균)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기균Ⅰ), 정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기균Ⅱ)에 대해 인성면접, 일반전형에 대해 면접 및 구술고사를 실시한다. /사진=서울대 제공

<어떤 준비가 도움 됐나.. ‘기본에 충실하고 말로 풀어보라’>
합격생들은 학원보다는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이 합격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풀이 위주의 패턴화된 학습에 익숙해지기보다는 개념 위주로 학습하고 관련 사례를 떠올리고 책도 읽어보면서 친구들과 토론하거나 서로 가르쳐본 경험이 실질적 서울대 구술준비였다는 얘기들이다.

문과의 경우 독서토론의 경험이 힘을 발휘했다. A학생(고고미술, 경기)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경험은 첫째로 다양한 독서”라고 강조한다. “폭넓게 독서를 했다. 문학 역사 철학 과학 식으로 분야를 나눈 다음 분야별로 책을 몇 권씩 골라서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고 독서퀴즈대회에도 나가면서 내 생각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했던 것이 면접에서 문제를 보고 답을 유추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C학생(경영, 서울)은 토론 위주의 교내 프로그램을 충분히 활용했다. “고등학교 때 인문사회심화과정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좀 더 심화된 인문적, 사회적인 이슈들, 그리고 책의 내용, 철학 분야 등에 대한 발표하는 수업을 했었다. 과목별로 수행평가과제로 PPT 발표를 종종 했다. 이를 토대로 면접을 준비할 것이란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구술면접에 대해서는 크게 두려움이 없었다.”

이과의 경우 암기로 치우칠 게 아니라 개념 원리에 대한 이해와 예시를 떠올려보는 공부가 도움이 됐다. H학생(화학, 대전)은 “수능은 ‘빨리 풀기’라는 느낌이어서 서울대 면접과는 굉장한 거리가 있다고 본다”며 “화학공부를 할 때는 원리를 갖고 예시를 다양하게 생각해보는 공부가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이해가 부족한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이해를 쉽게 시킬 수 있을지 가정하고 생각해보면, 다양한 예시가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 방법을 조언했다. I학생(생명과학, 인천)은 “아무래도 생명과학 특성상 보고 암기만 하는 경향들이 있는데 면접에서는 암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 같다”며 “공부할 때 어떤 원리가 나오면 이게 왜 이렇게 나왔는지 과정을 평소에 생각해 보는 노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내 경우 생명과학 공부를 할 때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에 대해서 그 과정 대해 의문을 갖고 관련 책을 읽고, 친구들과 의견을 서로 교환해 보고, 선생님께서 조언을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설명이 잘 안 되는 부분이라도 최대한 과정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조언들이다. 특히 L학생(산림과학, 서울)은 “아는 개념 몇 문제는 잘 설명했지만, 설명이 어렵던 부분은 ‘일단은 여기까지는 생각을 했다’고 말씀 드렸다. 잘은 모르지만 가능한 당당히 대답을 하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J학생(지구환경, 서울) 역시 “고등학교 때 거의 수능 수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해 구술이 두려웠지만 경험하고 보니 현장에서 별로 긴장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자기생각을 자신감 있게 말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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