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접수 이후 일정공개 대학.. '수요자 배려 부족'

[베리타스알파=김민철 기자] 2017수시요강이 공개됨에 따라 수험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수시 6장 카드를 확정해야 한다. 수시 6장 카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전형을 따져서 최적의 조합을 골라내는 과정을 선행한 후 전형일정 중복 여부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통상 준비해온 전형을 중심으로 6장의 카드를 선택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현실에선 별도의 선호도가 작용하면서 다양한 전형 조합의 지원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고교교육정상화사업이 진전되면서 대입의 전형간 문턱이 낮아졌다. 상위권 대학의 경우 학생부종합(학종)을 중심으로 논술, 교과, 특기자를 다양하게 믹싱한 전략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학생부 관리가 잘돼있고 구술면접까지 준비해왔다면 서울대 수시(학종)에 당연히 지원하겠지만 의대진학 등 선호도에 따라 논술이나 특기자 전형까지 지원전략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학종 교과 논술 특기자 네 가지로 대별되는 수시 전형에서 최적의 조합을 산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바로 대학별고사 일정이다. 아무리 본인과 맞는 전형이라고 해도 전형일정이 중복되면 일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시를 구성하는 4개 전형유형 가운데 논술전형은 논술고사가 동반되며, 학종/교과/특기자 전형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면접을 실시하고 있어 면접일간 또는 면접과 논술고사 일정이 겹친다면 카드를 버려야 한다. 특히 수능이후 대학별고사는 일정이 촘촘할 수밖에 없어 전형일은 물론 오전오후까지 가늠하는 세심함까지 요구된다.

대학별고사 일정을 고려해 지원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은 대학들의 전형일정/시각 공개 방침이 다르다는 점이다. 모집요강을 통해 고사일정/시각을 미리 공개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모집요강 발표 이후부터 원서접수 시작 이전까지 전형일정/시각을 확정/발표하는 대학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원서접수를 마감한 이후 전형일정/시각을 발표하는 경우도 나온다. 원서접수 마감 이후 일정공개대학의 경우 일정을 공개한 상황에서 고사시각만 지원자 규모에 따라 조정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지원한 대학간 고사시각이 겹칠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된다.

전형별로 일정과 시점공개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통상 논술은 원서접수 전 고사일과 시각까지 공개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학종/교과/특기자는 1단계 서류를 거쳐 2단계로 면접이 시행된다는 점에서 대부분 시각공개가 추후로 미뤄진다는 점이 다르다.

요강 공개를 통해 대부분 대학은 논술 일자와 시간대를 공개했지만 일부 대학은 시간대를 추후공지라고 밝힌 상태. 요강상 시간대 추후공지인 대학들은 원서모집 시기에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같은 날 시험을 치르는 중앙대와 이대는 원서접수를 앞두고 시간대를 공지할 계획이지만, 한국외대만 시간대를 확정 지었다. 결국 세 대학간 시간대가 겹치는 사태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장에서는 논술뿐 아니라 면접 일정과 시각이 조금 더 일찍 공개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대학끼리 시간대가 겹칠 우려가 있어 수시요강에 넣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수시요강에는 시간대를 전형시행일을 며칠 앞두고 공지한다고 했지만, 통상 대학간의 협의를 거쳐 수시원서 접수 전에 시간이 확정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학사일정 등을 고려해 주말에 시험을 치르는 특성상 시간대까지 겹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원서접수 전까지 대학간 협의를 통해 시간을 확정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수요자의 입장은 다르다. 진학교사나 학부모 입장들은 좀더 효율적인 지원전략 수립을 위해 원서접수 즈음이 아니라 수시요강을 통해 전형일과 시각까지 공고가 되는 게 수요자 배려 조치가 아니냐는 입장이다.

대학 입학관계자들은 “원서접수가 끝나봐야 지원자 규모를 알 수 있어 뒤늦게 전형일정을 발표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모집요강 발표 시점, 늦더라도 원서접수 이전에는 전형일정과 시각은 확정할 수 있는 구조다. 전형일정을 미처 확정/공개하지 않은 학종/학생부교과/특기자전형은 1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1단계 합격 발표시점에 전형일정을 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미 1단계 선발 배수가 정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리 면접 등 대학별고사를 치를 규모를 추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논술전형의 경우 수능최저가 없으면, 지원자 대부분이 논술고사를 치른다는 점에서 원서접수 이후 시각을 정할 수도 있는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상위대학들과 이공계특성화대 등의 전형일정을 분석해보면 논술은 비교적 전형일정/시각을 확정한 경우가 많았던 반면, 학종/학생부교과/특기자전형은 전형일정이 미확정된 경우가 많아 반대모습을 보였다. 향후 수요자 배려 차원에서 대학들의 빠른 전형일정/시각 확정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

본래 대학들은 원서접수이전까지 일정을 공개하는 것이 관례다. 경쟁학교와 일정이 겹칠 경우 지원자가 줄어들 수 있고 추후 원서비 환불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서접수 이후 공개한 일정이 만약 다른 대학의 일정과 겹친다면, 수시지원이 6회로 제한된 상황에서 허무하게 지원기회를 날리게 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형일정을 뒤늦게 공개하는 대학들이 종종 있으므로 원서접수 이전 중복지원으로 인한 6회뿐인 수시 지원기회를 헛되이 소모하지 않도록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수시 지원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대학별 전형일정 중복여부를 필히 확인해야 하지만, 대학별로 전형일정/시각 공개 방침이 달라 확인하기 쉽지 않다. /사진=건국대 제공

<전형일정 중복.. 최대격전지 11월19일과 20일>
2017 수시 기준 대학별고사의 일정이 가장 많이 충돌하는 일정은 수능직후인 11월19일과 20일이다. 통상 대학들은 수능일을 낀 주말과 그 다음주 주말까지 대학별고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수시의 경우 인문계는 19일, 자연계는 20일에 겹치는 사례가 많았으며, 특히, 두 계열 모두 논술전형에서 대학별 고사일정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인문계 논술고사에서는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가 19일 논술고사를 치르는데다 시간대까지 겹쳐 중복지원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수능이전 논술일정 가운데 10월8일로 예정된 연세대, 동국대는 시각을 공고했지만, 서울시립대는 시각을 공고하지 않아 겹칠 가능성이 남아있다.

자연계 논술고사는 인문계와 마찬가지로 한양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3개 대학이 시간대가 겹쳐 중복지원이 불가능하다. 수능이전 논술일정 가운데 10월1일로 고사일정이 예정된 성균관대는 시각을 공고했지만, 건국대는 시각을 공고하지 않아 겹칠 가능성이 있다.

의대의 경우 수능 시행 다음주인 11월26일 고려대 부산대 경북대 아주대 중앙대 등 5개 의대의 논술고사를 포함해 12개나 되는 대학별고사가 몰려있어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아직 전형시각을 발표하지 않은 중앙대가 변수가 될 예정이다. 경남권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부산대-경북대 조합을 고려해 볼만하다.

다만, 이미 고사 일정과 시각이 확정/발표돼 중복지원 시 1개 카드를 허무하게 소모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경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적다. 실수로 중복지원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고의적으로 동일한 고사일정에 지원하는 경우는 상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서 마감 이후 전형일정 발표대학 주의.. 10월23일 이화여대>
문제는 원서접수가 끝난 후 전형일정을 확정하는 대학들이다. 지원 시에는 중복지원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나, 일정 발표 이후에야 전형이 중복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수시원서 제한 횟수가 없어 얼마든지 원서를 쓸 수 있던 시절에는 중복일정을 내놓은 대학이 원서비를 환불하면 문제가 없었으나, 현재는 수시 지원횟수가 6회로 제한돼있으므로 결국 대입에서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는다. 통상 군외대학 격인 이공계특성화대 등을 제외하면, 수시에서 6회, 정시에서 3회 등 총 9회의 지원횟수가 전부이기 때문에 1장의 카드도 헛되이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일부 대학들은 간과하고 있다.

비교되는 대표적인 사례는 수능 이전인 10월23일 치러질 고려대와 이화여대의 면접일정이다. 고려대는 학교장추천전형(학생부교과)의 시각을 전부 공개한 상황. 이과대학과 공대는 오전8시45분, 의대/생명과학대/사범대/간호대/정보대/보건과학대는 오후1시45분에 면접을 실시한다. 반면 이화여대는 고교추천전형과 수학과학특기자전형 모두 10월18일이 돼서야 시각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물론 대학선호도 측면에서 고려대와 이화여대에 동시 지원하는 경우는 많지 않겠지만, 혹시 학교장 추천을 받은 여학생의 경우 한 곳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이화여대는 뒤늦은 전형일정 공개로 중앙대와 면접일정이 겹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중앙대는 일정이 겹친 전형이 서류기반 면접을 실시하는 다빈치형인재(학종)라는 점에 착안해 수험생들의 면접 시간을 일일이 조정했다. 중앙대 다빈치형인재 면접은 공통 제시문/질문 없이 서류확인 차원의 면접만 진행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공통 제시문/질문이 있는 경우 먼저 면접을 본 학생들로 인해 면접문항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서류기반 면접은 대학이 의지만 있다면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고려대가 이미 면접시간을 공지한 상황이며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화여대 고교추천/수학과학특기자전형에 지원하고자 하는 수험생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자연계열 수험생 이공계특성화대 주목.. 수시6회 제한 예외>
자연계열 수험생들이라면 수시 지원횟수 제한의 적용이 없는 이공계특성화대를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대학,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포스텍 등을 통칭하는 개념인 이공계특성화대 가운데 포스텍을 제외한 과기원들은 미래부 소속으로 수시6회제한에서 자유롭다. 본래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지난해 이전인 2015 입시까지 울산과기원이 아닌 울산과기대로 수시6회제한의 적용을 받았으나, 지난해 2016 입시부터 과기원 체제로 탈바꿈해 군외대학으로 바뀌었다. 포스텍은 설립 의도부터 이공계 인재양성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지닌 대학이지만, 정부의 주도로 특별법에 설립근거가 있는 과기원과 달리 포스코재단의 사립대로 구분되면서 수시 지원횟수의 제한을 받는다. 4개 과기원은 가/나/다 3개 군별로 하나의 원서만 지원하는 것이 통상의 예인 정시에서도 군외대학으로서 군별지원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때문에 과기원은 혹여 지원한 후 전형일정이 중복되더라도 별다른 피해가 없다. 미리 전형일정이 공지된 경우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지원했을 때 원서비 환불이 이뤄지지 않는 정도가 입을 수 있는 피해의 전부다. 게다가 과기원들은 일반대와 달리 대학별고사를 주말이 아닌 평일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일정이 겹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계열 수험생이라면 과기원 지원을 여분의 카드로 적극 고려해봐야 하는 이유다.

다만, 올해 GIST대학과 UNIST의 일정이 일부 겹치는 부분은 주의해야 한다. GIST대학은 일반/학교장추천/고른기회/특기자 등의 면접을 11월1일부터 4일까지 실시할 계획이며, UNIST는 11월4일부터 5일까지 일반/창업인재/기회균등의 면접을 진행한다. 최근 과고/영재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최상위 이공계 수험생들조차 UNIST를 기피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소위 ‘펑크’라 부르는 합격선 추락 또는 미달사태 등을 노린 지원자 폭등이 UNIST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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