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선행 사교육 부추기는 모양새'..'주최 철회해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고교교육정상화 사업으로 지원을 받는 상위대학이 사교육업체와 손잡고 선행을 부추기는 경시대회를 진행하는 몰상식한 행태를 고수하면서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논란의 대상은 사교육유발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성대경시대회. 성균관대 주최 종로학원하늘교육 주관의 성대 경시대회는 최근 하반기 대회진행을 공고하면서 대회 고수방침을 대내외에 알렸다. 성균관대 주최로 실시돼 통상 ‘성대경시’로 불리는 ‘전국 초/중/고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는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고 있는 경시대회다. 사교육업체의 영리행위인만큼 사교육 유발과 선행학습 유발 요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실제 경시대회 운영에도 사교육/선행학습 유발 요인이 포함돼 있다. 공교육정상화법 등을 통해 선행학습이 규제되고 있는 배경 때문에 교육계는 성대경시에 대한 일관된비판견해를 보이지만, 성대는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경시대회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대경시의 가장 큰 문제는 사교육 유발요인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성대 경시는 교과에 대한 교외 수상실적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에선 활용될 수 없으나 특기자전형에서는 활용 가능하다는 맹점이 있다. 결국, 성대경시는 사교육기관 주관 경시대회에 성대의 대학 브랜드와 영향력을 제공함으로써 학부모들에게 사교육을 유발/조장하는 효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온 셈이다. 교육당국과 대학, 학교현장까지 교육계가 뜻을 모아 쏟고있는 사교육 시장 축소 노력에 정면으로 맞선 모습이다. 상위 대학으로 마땅히 가져야 할 윤리의식과 도의적 책임, 책무 등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어서 교육계의 질타가 쏟아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성대가 그동안 ‘꼼수전형'의 비난의 표적이 된 특기자전형을 운영하면서 마치 경시대회가 대입과 연계되는 듯한 인상을 준 부분도 비판의 대상이다. 대학별 고사에 관해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대학들이 매년 초 발표하도록 강제될 만큼 선행학습 규제가 교육계의 관심 대상이지만, 성대는 경시대회 개최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상위학년 응시가 가능해 선행학습을 크게 유발하는 경시대회를 운영함으로써 정부의 방침에도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성대는 올해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대학인데다 지난해 기준 연 300억원에 달하는 국가재정을 지원받는 상위대학임을 감안하면 성대 경시의 고수가 간단히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게 전반적 의견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상위대학인 성대가 지속적으로 사교육기관과 결탁한 경시대회를 고집하는 건 문제다. 사교육업체가 실질적인 운영을 도맡아 수익을 내고 있는 경시대회에 성대의 브랜드를 빌려주고, 총장상까지 수여해가며 선행학습 확대를 조장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책무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성대경시를 검색만 해보면 실상을 알 수 있다. 숱한 성대경시 관련 사교육광고글을 보면, 성대경시가 사교육 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대회라는 것은 자명하다. 내부적으로도 계약기간만 채우고 주최를 내려놓겠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이라도 성대가 이성을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대학과 사교육업체가 결탁해 선행학습 규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성대경시'가 올해도 실시된다.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시행하는 경시대회에 성대는 주최기관으로 이름을 빌려주는 데다 총장상까지 수여하며 선행학습 유발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사진=성대경시대회 홈페이지 캡처

<사교육업체와 상위대학의 '결탁'>
성균관대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최근 ‘2016년 후기 제32회 성대경시’를 시행한다고 안내사항을 공지했다. 성균관대가 주최하고,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종로하늘)이 주관하는 ‘전국 초/중/고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는 주최 대학의 이름을 따 ‘성대경시’로 통칭된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뉘어 1년에 2번 치러지는 성대경시는 성적 발표일이면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관심대상이다.

특히, 성대경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지난해 3월 치러진 2015년 상반기 경시대회의 경우 신청자가 많아 마감일을 이틀 연장할 정도였으며, 성적 발표일이 되면 대형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일도 빈번하다.

경시대회의 인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전국단위 평가가 전무하다는 데 기반한다. 고교의 경우 모평 학평 등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방법이 있지만, 초/중학교의 경우 학습부담 경감 등을 이유로 일제고사가 폐지돼 전국단위에서 실력을 가늠해볼 방법이 없다. 일제고사의 후신 격으로 매년 6월 중3, 고2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초학력 수준 테스트에 지나지 않다 보니 학부모들은 성대경시를 일종의 실력체크 무대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는 성대경시가 대학의 브랜드를 내세워 공공성과 권위를 포장하고 사교육업체가 실익을 얻는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주요 대학 가운데 경시대회를 실시하는 대학은 성대 외에도 있지만, 사교육업체와 손잡고 경시대회 주최기관으로 참여하는 대학은 성균관대가 유일하다. 연세대는 초/중 대상 창의수학 경진대회, 한국외대는 초/중/고 외국어경시대회, 고려대는 전국 영어/수학 인증시험 등 명칭은 제각기 달라도 실질적인 경시대회들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은 즐비하지만, 연대 경시대회는 연대 주최, 연대 미래교육원 주관, 외대 경시대회는 외대 주최/주관, 고대 경시대회는 KU네트웍스, 고려대산학협력단 기술지주 주최/주관으로 최소한 대학이 직접 운영하며 사교육업체와의 연결고리가 거의 없다. 실질적인 사교육기관의 경시대회에 이름을 얹는 모양새인 성대 경시와는 궤를 달리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성대경시대회를 대학이 주관하는 경시대회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실질은 사교육업체의 경시대회에 대학이 이름을 내준 모습으로 봐야 한다. 성대와 손잡고 경시대회를 운영하는 사교육업체인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실질적인 경시대회의 운영을 도맡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대경시는 주최기관이 성균관대로 돼있고, 정식 명칭은 ‘성균관대학교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지만, 실상은 종로하늘 경시대회나 마찬가지다. 경시대회 홈페이지부터 관련 문의사항 접수, 원서접수 등 제반절차 일체를 전부 종로하늘이 주관/실시하고 있다. 경시대회 홈페이지 URL은 skku.edusky.co.kr로 하늘교육의 도메인이 활용되고 있으며, 경시대회 고사진행본부와 종로하늘 본사의 주소는 ‘서울시 중구 청파로 456’으로 같다. 홈페이지에 안내된 전화번호를 통해 관련 문의를 받는 곳도 종로하늘이며, 원서접수도 종로하늘을 통해 이뤄진다.

성대 경시를 통해 이뤄지는 수익구조도 종로하늘이 실질적인 수익을 얻도록 짜여져 있다. 성대경시 홈페이지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기출문제집과 동영상 강의 등 사교육 컨텐츠를 종로하늘을 통해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기출문제집의 경우 링크를 누르면 (주)하늘교육 인터넷 교육방송 EDUSKY로 접속되며, 동영상 강의는 링크를 누르면 ‘에듀원(edu1)’이라는 동영상 강의를 판매하는 홈페이지에 접속된다. 종로하늘과 관계없는 사이트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에듀원의 대표는 임성호종로하늘 대표인데다, 주소도 서울 중구 청파로 456 (주)하늘교육이다. 회사소개 등도 종로학원하늘교육 홈페이지로 이어지도록 돼있다. 기출문제집을 판매하는 EDUSKY의 대표역시 임성호대표이며, 주소도 서울 중구 청파로 456 (주)하늘교육으로 사실상 동일하다. 종로하늘이 성대 기출문제 판매를 주관하고 동영상 강의 역시 주관하는 등 영리활동을 전부 도맡아 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성대경시는 사교육업체의 영리사업에 대학이 적극 나서 브랜드와 영향력을 제공해가며 사교육 유발행위를 돕는 격이다. 성균관대 총장 명의의 개인 수상이 진행되는 등 성대는 사교육업체 경시대회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교육업체가 수익을 추구하고 영리행위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공기관에 속하는 대학인 성대의 행보는 비판받을 지점이 즐비하다. 사립대라고는 하나 국/공립대와 동일한 고등교육을 담당, 공적 책무가 있는 공공기관의 성격이며, 사립학교법/고등교육법 등의 통제를 받는 기관으로써 사교육업체보다 강화된 윤리의식/도의적 책무를 지녀야 함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성대가 국가가 실시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 참가해 재정지원과 보조금 등을 받는다는 점도 고려해보면 성대의 사립이라는 설립유형보다는 공공기관이라는 공적 특질에 무게가 실린다.

성대의 공공성은 그간 정부로부터 받아온 재정지원사업의 규모를 따져보면 명백하다. 지난해 성대는 정부재정지원사업 수주액 기준 전국 3위의 규모를 자랑했다. 교육부 관계자 등을 통해 밝혀진 사실로는 과다한 논술전형 운영, 특기자전형의 실질을 띈 논술전형 등이 문제가 돼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사업만 서류평가에서 일찌감치 탈락했을 뿐 ACE사업 16억2700만원, LINC사업 59억3300만원, CK사업 39억9400만원, BK21+사업 183억500만원 등 타 사업을 통해 3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챙겼다. 공교육(고교교육)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 탓에 전년도 14억원 규모였던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는 탈락했으나, 여전히 국가로부터 1년간 300억원을 지원받는 대학이 사교육 유발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올해 실시된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성대가 4억7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 점도 비판받을만한 행보다. 물론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선행교육 여부 등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사업이 아니지만, 공교육정상화법이 교육관련기관의 선행교육/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사실상 공교육정상화의 취지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선행학습 유발 성대경시.. 공교육정상화, 대학의 책무/윤리 무시>
현 대입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은 제1조(목적)에서 ‘초/중/고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해 교육관련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한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대학별 고사에 대한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매년 발표하도록 하고 있으며, 학원 등의 선행학습 유발 광고/선전도 금지된다. 대학별 고사가 교육과정을 위배했을 시에는 정원의 10%까지 감축 제재를 내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제재도 내려진다.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선행학습 규제에 대한 정부와 교육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대경시는 선행학습을 적극 권장하는 모양새다. 하반기 성대경시대회 출제범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황. 종로하늘 관계자는 "요강은 추후 원서접수를 시작하면서 공개할 예정이다. 상반기 대회에 비해 2달 가량 진도가 진행된 만큼 그에 맞춰 출제범위를 조정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요강에 비춰보면, 성대 경시대회는 출제범위만 봤을 때 선행학습에 대한 판단이 쉽사리 내려지지 않는다. 영어는 초3부터 고3, 수학은 초1부터 고1까지를 대상으로 학년별로 교육과정 진행에 맞춰 출제범위를 정해 마치 선행학습과는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출제범위가 아닌 실상을 들여다보면 성대경시의 선행학습 유발 요인이 분명히 드러난다. 대회 요강과 안내를 통해 시험 참가대상과 학년별 출제범위는 선행학습 요인이 없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으나, 상위학년 응시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위학년 응시는 불가능하지만, 상위학년 응시가 허용되므로, 더 이상 상위학년이 없는 고3을 제외하면 나머지 초1~고2는 상위학년 대상 경시대회에 응시할 수 있다. 성대가 경시대회에 이름을 빌려주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학이 실질적인 선행학습 유발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종로하늘 측은 상위학년 응시 방침을 지속하고 있다. 종로하늘 관계자는 “하위학년으로의 응시는 허용되지 않지만, 상의학년 응시는 가능하다. 하위학년으로 학년을 낮춰서 경시대회에 응시하면 성적이 무효 처리되지만, 학년을 올려서 상위학년으로 응시하는 것은 제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상위학년 응시 가능으로 인한 선행하습 유발에 더해 성대경시는 고입과 대입에서 수험생/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사교육을 유발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입/대입 자소서에 한 줄이라도 추가가능한 경시대회를 눈에 불을 켜고 찾을 수 밖에 없는 교육 수요자들의 절박함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외고/국제고/과고 등 특목고와 일부 자사고 등 자기소개서를 받는 전기고 입학전형을 살펴보면 ▲올림피아드 입상실적 ▲교내/외 각종 경시대회 입상실적 ▲영재교육원 교육 및 수료 여부▲각종 어학인증시험(TOEFL/TOEIC/TEPS/TESL/TOSEL/PELT/HSK/JLPT) 점수 ▲한국어/한자 등 능력시험 점수를 자소서나 추천서에 기재할 수 없다. 기재할 시 0점 처리되거나 일정 점수가 감점된다. 그럼에도 기재 금지사항을 해석하면 성대 경시의 입상실적은 기재 불가능하지만, 성대 경시 입상을 위한 노력은 기재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요강들이 입상실적만을 금지할 뿐 여타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기재 금지여부를 적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대경시에서 은상을 받았다”라는 형태로는 자소서에 기재할 수 없으나, “성대 경시에 입상을 하기 위해 이러이러한 노력을 했다”는 방식으로는 풀어낼 수 있는 셈이다. 특목고/자사고 입시전형을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파고드는 요소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해 고3으로 성대경시 출제범위가 확대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다. 대입에서는 특기자전형을 통해 외부 수상실적을 기재한 자소서 제출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자소서 공통양식에 따르면, 자소서에 ▲수학/과학 올림피아드를 비롯한 수학/과학/외국어 등 교과에 대한 교외수상실적 ▲공인어학성적을 기재할 시 0점 처리되지만, 학종에 한정된 제한사항으로 특기자전형은 제한사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입 특기자전형에서는 학종과 달리 외부수상실적 일체를 대입의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자소서에 성대경시 응시사실 뿐만 아니라 수상실적까지도 기재 가능하다. 성대가 논술전형으로 요강에 분류하지만, 전국에서 논술을 실시하는 30개 대학 중 유일하게 자소서를 받으며, 학생부종합전형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부수상경력 기재가 가능한 실질적 특기자전형인 ‘과학인재전형’을 운영하는 점을 고려하면, 수험생/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마치 성대경시가 대입과 연계되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성대가 2018학년부터 학종확대로 입시기조를 바꾸긴 하지만 올해 치러질 2017 대입까지는 특기자전형을 여전히 유지한다. 성대는 대표적 ‘꼼수전형’인 과학인재전형의 선발인원을 2015학년 193명에서 2016학년 135명으로 줄였으나, 2017학년 들어 다시금 193명으로 정원을 늘리는 등 특기자전형 축소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2018학년 들어서야 학종을 중심으로 하는 대입구조를 선보일 예정이다.

<다른 대학 경시대회도 문제는 있다>
성대경시는 공교육정상화법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경시대회지만 관련 법령의 미비로 인해 처벌 대상은 아니다. 대학별 고사에 대한 처벌규정 등은 존재하지만, 경시대회로 인한 실질적 선행학습 유발에 대한 제재규정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사교육금지가 위헌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영리행위란 이유만으로 법안 마련을 하긴 쉽지 않다. 성대경시가 상위학년에 대한 응시를 허용해 선행학습을 유발, 비판을 한몸에 받는 경시대회지만 처벌받지 않는 이유다.

결국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성대경시지만, 제재는 쉽지않다. 대학의 양심에 사교육업체와의 결탁 여부를 온전히 맡겨야 하는 구조다.  대입에 쏠린 관심 탓에 초/중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도 성대 경시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본래 경시대회는 일반적인 또래 학생들에 비해 유달리 해당 분야에 소질과 적성을 보이는 학생을 대상으로 일종의 성취감을 주기 위해 열리는 대회로 학업에 대한 욕구를 채워 준다는 순기능이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초등학교가 제외되는 등 전국적으로 따졌을 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도 순기능에 더해진 경시대회의 인기 배경이다. 

문제는 본래 취지와 달리 경시대회가 크게 변질된 상태라는 점이다. 대입과 맞물리면 어떻게든 사교육이 기를 쓰고 침범하려 드는 국내 교육의 현실과 맞물려 사교육업체가 대학과 결탁해 경시대회를 진행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경시대회는 특기라 불릴만한 실력을 가진 학생들에게 학습목표를 제시하는 등의 순기능도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열과 특기자전형이라는 대입제도와 맞물리면서 ‘내 아이가 우수한 아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데 쓰이는 모습으로 변질됐다. 더하여 성대경시처럼 대입과 연계될 것 같은 인상을 풍기면서 외부 스펙 한 줄을 위한 대회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비판은 성대경시뿐만 아니라 경시대회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다. 다른 대학들의 경시대회도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 교외 수상실적들을 배제해 나가는 상황에서 공공성을 띈 교육기관인 대학이 교과관련 교외활동을 권장하는 모양새에 부정적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비교과 중심의 전형이었던 입학사정관전형과 달리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 중심이지만, 금전적인 이득을 비롯해 대학별 속내가 각기 적용되면서 여전히 바뀌어가는 대입제도와 유리된 경시대회가 성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특기자 전형이 존재하는 대학에서 경시대회를 주최하면 결국 수요자들은 해당 대학에 진학하는 통로로 오해할 소지가 생긴다. 대학들이 일체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 경시대회 성적이 해당 대학 진학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는 현실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학부모들은 경시대회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무리하게 아이들을 들볶아 학습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는 경시대회를 대학이 운영해야 할 이유는 없다. 대학이 돈벌이에 혈안이 돼 어린 아이들까지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경시대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시점이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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