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제시 없는 악의적 언론 플레이 ' 대학들 반발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의 주장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학들의 논술고사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따진 자체 분석자료를 토대로 교육부와 합동검증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무리한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학가에서는 논술고사 교육과정 준수여부를 따진 분석 자료 개별 문제에 대한 구체적 적시없이 검증이 불가능한 몇%가 교육과정 밖이라는 숫자로만 내놓은 점도 구설수에 올랐다. 문제하나를 놓고 교과과정 준수를 어떻게 분석했다는 구체적 제시가 없다는 점에서 논술죽이기를 위한 악의적 여론몰이라는 의심인 셈이다.  

이미 교육과정 이탈 여부는 이달 말까지 교육부가 발표하겠다고 한 상황이라는 점도 사교육걱정의 합동 검증위 신설이 억지스러운 근거중 하나다. 공교육정상화법이 2014년 발효돼 처음으로 대학별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 보고서가 발간된 2015 대입에서 교육부가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고 현재 교육과정 이탈여부 판정기관인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빌미일수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7월말 2015학년과 2016학년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혀 놓은 상황이다. 대학의 한 관계자는 "심의위원회의 철저한 검증 과정을 촉구하는 선에 그쳤어야 한다고 본다. 당국과 합동으로 판정주체로 나서겠다는 주장은 시민단체가 대학들 우위에 서서 후원금을 알아서 내라는 식의 갑질이나 또다른 잇속을 챙기려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2014년 발효된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2015학년 대입 대학별고사에 대한 교육과정 이탈여부를 판단해야 했음에도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가 개최되지 않았고,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연계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판에 열을 올렸지만, 현장을 도외시한 비난일 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2014년 법 발효 이후 지난해 3월 2015학년 대학별 고사를 대상으로 발표된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는 양식이 통일되지 않은데다 작성방법에 대한 안내가 미비해 대학별로 상이한 작성노력을 보여 부실한 보고서가 상당했다.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의 판단을 돕기 위해 교육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대학별 기출문제를 다시금 제출받는 등 노력을 기울인 끝에서야 2015학년 대학별 고사에 대한 판단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첫 해 시행인만큼 온갖 미비점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후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의 노력에 힘입어 올해 대학들의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는 부쩍 충실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온갖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7월 중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를 개최하고, 2015학년과 2016학년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교육걱정의 주장과 달리 2015학년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이탈여부 판단은 발표가 한 해 미뤄진 것에 불과하다. 한 관계자는 “2015학년 대학별고사에 대한 교육과정 이탈 여부는 이미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을 통해 검증이 된 상태다.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의 최종 판단만 내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2015학년은 대학별로 상이한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보고서 작성, 법안 발표 이후 첫 시행이란 이유 등으로 시범운영 형태가 됐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다만, 시범운영이라 해 평가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2015학년 평가결과와 2016학년 평가결과를 합산해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하는 등 정상적인 감시체제가 작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걱정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 상위대학들 가운데 자연계열 논술을 실시한 13개 대학의 자연계 논술문항을 분석한 결과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하지 않은 문제는 14.7%였다. 사교육걱정이 추가 조사한 내용에 의하면, 대학 교육과정에서 출제된 문항은 13%였으며, 통상적인 고교수업을 통해 대비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경우는 13.7%다. 문제 형식 측면에서는 90.3%가 사고력 측정보다 문제의 답을 요구하는 본고사형 문항으로 분석됐다. 물론 대학 교육과정 출제여부, 고교수업 통한 대비 여부, 본고사형 문제 여부 등은 공교육정상화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내용이 아니어서 판단할 이유가 없거나 주관적인 판단개입의 여지가 커 신뢰도는 극히 낮은 상황이다. 대학들은 올해 3월말 자체 발간한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를 통해 교육과정을 벗어난 선행출제가 없었다고 밝힌 상황. 시민단체와 대학 간 평가결과가 완전히 엇갈리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문제는 사교육걱정이 대학별로 교육과정 이탈비율만 공개했을 뿐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교육과정이 이탈된 것인지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사자인 대학이나 제3자인 언론기관이 주장의 신빙성 검증할 수 없는 숫자로만 비난 여론을 조장한 셈이다. 비난을 받은 대학들이 해명하려 해도 어느 문항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공개되지 않아 반론도 할수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근거없는 비난에만 열을 올리는 시민단체의 모습에 질타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도 “시민단체의 건전한 비판은 필요하다. 사회 문제에 대한 감시 측면에서 스스로 평가단을 조직해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따졌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대학에 검증기회를 주지 않아 반론이 오가지 못하도록 한 것은 건전한 비판이라고 볼 수 없다. 일부언론을 업은 갑질이라고 볼수밖에 없다. 도를 지나쳤다"고 비판했다. 

정상적인 교육과정 진행보다 앞서 미리 공부하는 선행학습은 그간 사교육 위주로 진행돼왔다. 선행학습을 금지함으로써 사교육을 억제하겠다는 목적으로 제정된 공교육정상화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은 논술에서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대입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선행출제를 금지함으로써 선행학습, 나아가 사교육 수요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의 논술 분석자료는 구체적 문항별 적시를 통해 신뢰도를 가질 가능성도 있었다. 구술면접은 서울대 일반전형 구술면접(면접 및 구술고사)의 경우처럼 지원자와 면접관이 마주 앉아 단서를 계속해서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 제시문/문항을 통해 교육과정 이탈여부를 판단할 수 없지만, 논술은 답을 구해야 하는 시험유형인 때문에 제시문/문항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면 선행출제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항별 교육과정 해석에 대한 충실한 근거 제공을 배제한 채 사실관계를 애써 부풀려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점이다. 실제 교육과정 이탈 문제는 전체의 14.7%에 불과하나, 13개 대학 중 10개대학이 위반한 사실만을 두고 77%가 위반했다는 표현을 보도자료 제목으로 제시하면서 실제 사실관계보다 상대적으로 커보이는 수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사실관계를 다소 부풀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사교육걱정의 주장은 궁극적인 목표를 의심케 한다. 대학의 선행출제 비판인지, 합동검증위원회 구성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주장의 결론이 결국 교육부와 시민단체 합동 검증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방향으로 흐른 때문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과 고교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최종 판정하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당국과 합동 검증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의 의도를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까.  

현재 교육과정정상화 심의위원회는 이미 학부모/학부모단체 소속회원 등이 교육부 장관의 임명을 받아 위촉될 수 있는 구조다. 굳이 별도의 검증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없는 셈이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논술전형을 실시한 대학에는 입학정원의 10%까지 축소하는 강력 제재가 내려질 수 있는 등 심의위의 권한이 막강한 상황에서 별도의 검증위를 만들어야 할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위원회의 구성이 투명하게 공개돼있지는 않지만, 올해 초만 하더라도 관계자에 따르면 사교육걱정에서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사교육걱정의 주장이 오히려 결과론적으로 ‘사교육의 안위를 걱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대학가의 공통적인 의견은 교육과정을 좁게 해석할 시 문제가 정형화되고, 함정파기 식의 문제출제가 성행하면서 사교육을 오히려 성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데 모아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과정 이탈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 논술 제시문만 놓고 보면 고교 교육과정을 이탈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교육과정에서 이탈했다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해당 개념에 대한 설명은 제시문에 전부 부연설명돼있다. 제대로 공부한 고교생이라면 풀 수 있는 난이도라고 봐야 한다. 무턱대고 교육과정을 가장 좁게 해석하라는 것은 사교육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문제가 정형화되는데다가 변별력을 위해 문제를 어렵게 꼬아서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들이야말로 사교육을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에 따라 합/불이 갈릴 수 있는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논술은 면접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행출제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만, 선행출제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민단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고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이 풀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는 갈리기 마련이다. 사교육걱정은 48명의 현직 교사들이 분석에 참여했다며 신뢰성을 담보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명단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그간 출신학교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경쟁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여온 시민단체가 구성한 교사들의 면면을 100% 신뢰할 수는 없다. 별도의 검증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의 저의도 미심쩍은 상태다. 결국, 편향된 주장이 나올 수 없도록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선행교육예방연구실과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사교육걱정의 행태처럼 단순히 대학별로 위반 비율만 공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대학별로 문제가 있다고 지목된 문항의 경우 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판단주체는 누구인지 등이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도 어떤 견지에서 교육과정을 준수했다고 본 것인지 더불어 공개해야 이견을 잠재울 수 있다. 7월 중 열릴 심의위에서 명쾌한 결론이 내려져 정상적인 수순에 따라 7월말에는 정상적으로 공개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의 주장이 도를 넘어선 ‘갑질’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자체적으로 대학들의 논술고사를 대상으로 교육과정 준수 여부를 따진 후 시민단체와 교육부의 합동검증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단체의 잇속 챙기기로 보여지기 때문이다./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교육걱정의 분석틀.. 불필요 평가항목 포함, 교육과정 해석기준 좁아>
사교육걱정은 분석방법론 설명을 통해 4월25일부터 6월23일까지 2개월간, 48명의 현직 교사들이 참여해 교육과정 미준수 여부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수학은 13개대학을 6개 그룹으로 나눠 그룹당 5명의 교사가 평가에 임했으며, 물리/화학/생물은 과목당 5명, 지구과학은 3명이 각각 분석을 진행했다.

사교육걱정은 분석의 기준으로 4가지 항목을 제시했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준수했는지(교육과정 미준수) ▲문제가 대학과정에 포함돼 있는지(대학 교육과정 출제) ▲학교 수업으로 대비 가능한지(학교수업 대비 불가) ▲문항 형태가 정답을 요구하는 기존 본고사 형태인지(본고사형) 등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은 교육과정을 준수했는지 여부만 따지기 때문에 교육과정 미준수 여부만 판단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실제 대학들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교육과정 미준수 여부다. 여타 항목들은 시민단체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평가지표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평가항목이며 신뢰도도 낮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걱정은 “대학과정 출제 관행이 남아있는지와 고교에서 대비 가능한지에 대한 평가항목을 둬 논술전형에서 고교-대학 간 연계가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주관적 평가를 낳을 가능성이 큰 학교수업 대비 불가 등의 항목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분석의 기반이 되는 교육과정 판정 기준은 범위가 좁은 협의의 개념으로 보인다. 수학의 경우 2007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교육과정 내용체계를 판정 기준으로 삼았으며,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등 2009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받는 경우 교육과정 성취기준이 근거가 됐다. 개정 교육과정은 수학의 경우 복소수와 극좌표, 미적분의 활용, 편미분 등 세부 영역별로 내용을 제시하고, 영역별 성취기준(예 : 복소수의 극형식과 극좌표를 이해하고, 극방정식으로 주어진 곡선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다), 학습내용 성취기준(예 : 복소평면의 뜻을 안다. 복소수의 극형식의 뜻을 알고 이를 이용해 여러 가지 문제를 풀 수 있다. 드 무아브르의 정리를 이해한다 등)을 제시한다. 때문에 주체에 따라 해석이 다소 달라질 여지가 있는 상태다. 사교육걱정이 초중등교육법의 법문에 따라 교육부 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의 범위가 곧 학교 교육과정의 범위라는 입장이지만, 교과서/EBS연계교재/수능기출 등의 소재로 사용된 이유만으로 교육과정에 포함됐다고 보지 않는다는 등 다소 좁은 교육과정 해석을 견지해왔다. 논술고사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대학과 교육현장의 거센 반대를 받았던 지난해의 선례를 기억하면 올해도 협의의 교육과정 판정기준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고 반발을 고려해 구체적 문항과 근거를 아예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분석의 대상이 된 13개 대학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한양대 중앙대 성균관대 경희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동국대 등 서울 상위 12개 대학으로 꼽히는 대학 중 11개교와 홍익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기타 서울권대학/여대 등 3개교다. 수시 전형 전체를 학종으로 운영하는 서울대는 논술전형 미실시, 인문계열에 한해 논술전형을 실시한 한국외대는 자연계열 논술 미실시 이유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학별 평가 대상인 자연계 논술문항의 수는 총 300문항으로, 수학 129문항, 화학 60문항, 생명과학 52문항, 물리 50문항, 지구과학 9문항 등이다. 수학은 13개 대학이 모두 논술고사 출제 범위로 택했으나, 과학 과목들은 대학별로 출제 여부가 갈렸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물/화/생/지 4개 과목을 모두 출제범위로 택했으나, 중앙대와 성균관대, 경희대, 건국대는 지구과학을 출제범위에서 제외해 물/화/생만 과학 출제범위로 삼았다. 동국대는 생명과학과 지구과학을 제외하고 물/화만 출제했으며, 숙명여대는 물리,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제외해 화학만 과학 논술범위였다. 나머지 서강대 한양대 서울시립대 홍익대 이화여대는 과학논술 없이 수학논술만 실시했다.

가장 논술고사 유형을 세세히 구분한 대학은 성균관대로 총 87개 문항이나 됐다. 성균관대는 논술우수전형에서 자연계1과 2를 구분한데다 실질적 특기자전형으로 분류되는 과학인재전형까지 3개 유형으로 구분하면서 문항 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로 풀이된다. 뒤를 이어 고려대 28개, 연세대 25개, 중앙대 22개, 한양대/이화여대 각 18개, 서강대 16개, 홍익대 12개, 건국대 11개, 서울시립대 7개, 동국대/숙명여대 각 3개 등이었다.

<사교육걱정의 주장.. 2016 자연계열 논술 14.7% 교육과정 미준수>
- 교육과정 미준수 연세대 52% 최고.. 이화여대 숙명여대 홍익대 순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5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6 수시 논술전형을 실시한 30개 대학 중 13개 대학의 자연계열 논술고사 300문항을 분석한 결과 14.7%에 해당하는 44문항이 교육과정을 미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른 기준점들을 대입하면, 대학 교육과정에서 출제된 문항은 13%였으며, 통상적인 고교수업을 통해 대비하기 어렵다고 판단된 경우는 13.7%였다. 문제 형식 측면에서는 90.3%가 사고력 측정보다 문제의 답을 요구하는 본고사형 문항이었다.

가장 교육과정을 준수하지 않은 대학은 연세대였다. 연세대는 25문항 가운데 13문항이 교육과정 미준수로 위반비율이 52%에 달했다. 특히, 수학은 8문항 전부가 교육과정을 지키지 않았으며, 물리도 4문항 모두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있었다. 지구과학은 4문항 중 1문항이 교육과정을 지키지 않았으며, 화학/생명과학만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이 없었다.

연세대 다음으로 위반 정도가 큰 대학은 이화여대였다. 이화여대는 18문항 중 7문항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38.9%의 위반비율을 보였다. 자연1과 자연2로 구분해 각각 9문항씩 출제해 논술고사를 진행한 이화여대는 자연1의 경우 4문항, 자연2의 경우 3문항이 교육과정 이탈로 판명됐다.

뒤를 이어 숙명여대와 홍익대가 각각 33.3%의 교육과정 위반비율을 보였다. 숙명여대는 전체 3문항 중 1문항, 홍익대는 전체 12문항 중 4문항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음으로 서강대 25%(4문항 위반/전체 16문항), 고려대 17.9%(5문항/28문항) 순이었다.

여타 대학들은 위반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위반사실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건국대와 중앙대는 각각 9.1%(건국대 1문항/11문항, 중앙대 2문항/22문항), 경희대는 8%(4문항/50문항), 성균관대는 3.4%(3문항/87문항)만 교육과정을 벗어난 모습이었으며, 한양대 서울시립대 동국대는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교육걱정은 “건국대 경희대 성균관대 중앙대는 교육과정 미준수 비율이 10% 미만으로 교육과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균관대는 지난해 29.3%에서 3.4%로 교육과정 미준수 비율이 줄어든 것을 볼 때 예년에 비해 교육과정을 준수하려는 노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물론, 교육과정 이탈여부에 대해 사교육걱정이 편협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장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곤란하다. 일각에서는 “사교육걱정이 위반이라고 판단했다”라는 것을 교육과정 이탈 여부의 근거로 삼기도 하나, 사교육걱정의 주장 자체가 근거가 명확하지 않으며, 근거가 제시된 경우에도 이견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이 지적한 2016학년 대학별 고사의 경우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 부득이하게 지난해까지로 범위를 확대하면 2015학년 고려대 수시 논술에서 출제됐던 쌍극자모멘트 관련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사교육걱정은 “쌍극자 모멘트의 값을 직접 구하는 것은 고교 교육과정이 아니다”라며,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크기 비교만 다루기 때문에 모멘트 값을 구하는 것은 대학 교육과정을 선행하지 않으면 풀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고려대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는 “쌍극자 모멘트 값을 비교할 때 사용할 숫자로 sin, cos 등을 제시한 것은 학생들에게 생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으므로, 체감 난이도는 다소 높을 수 있다”며, “쌍극자 모멘트의 정의를 실제 분자에 적용해 값을 구할 수 있는 지 묻는 문제다. 중학교 수준의 평면(마름모꼴) 공간도형(정사면체) 이해, 고등학교 수학의 기초적인 벡터의 합 개념을 이용해 쌍극자 모멘트를 구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고 설명해 교육과정에서 이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시민단체의 의견이 완전히 엇갈린 상황에서 문항에 대한 교사들의 해석도 엇갈리는 모습이었으나, 설득력은 교육과정 이탈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한 현직 화학교사는 “쌍극자 모멘트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이라고 평가했으나, 근거를 묻자 “사교육걱정이 그렇게 분석했다”며 에두른 대답을 내놓은 반면, 다른 화학교사는 “해당 내용을 화학에만 한정해서 보면 쌍극자 모멘트 값을 구하는 부분이 없으므로 교육과정 이탈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한 기초 수학지식만 있으면 풀수 있는 내용을 두고 교육과정 이탈로 판정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라고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 사교육업계 화학강사도 “쌍극자 모멘트 값을 구하는 것은 고교생 수준에서 어렵긴 하나, 공식 자체는 교과과정에서 제시된다. 문제에 나오는 상대적인 크기 비교, 물에 섞이는지 여부 등은 완전한 교과과정이다”라고 말해 사교육걱정의 해석이 편협한 기준에 근거했다는 데 힘을 보탰다.

결국, 교육과정 이탈 여부에 대한 해석은 기준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사교육걱정은 마치 48명의 교사진을 동원했다며 신뢰도가 높은 것처럼 주장하지만, 교사 확보가 곧 신뢰성을 담보한다고 보긴 어렵다. 대학들의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 보고서에도 현직 교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시민단체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유는 없는 상황이다.

- 기타 평가항목.. 평가 불필요 및 주관개입으로 신뢰도 낮아
사교육걱정은 교육과정 미준수 항목 외 대학교육과정 출제, 학교수업 대비불가, 본고사형 등 3가지 항목에 대해 추가로 평가결과를 내놨다. 다만, 기타 평가항목의 경우 교육과정 미준수 항목에 비해 문제점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공교육정상화법에 의하면, 대학 교육과정 출제 여부는 교육과정 이탈의 판단기준이 될 수 없으며, 학교교육을 통한 논술대비 가능 여부는 평가 주체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어 신뢰도가 극히 낮은 항목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은 “방과후학교과정 까지 포함해도 논술문제를 학교에서 대비할 수 없는 경우를 학교 대비 불가능 문제로 판정했다”고 설명했으나, 학교에서 대비 가능한지는 교사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지구과학은 고작 3명의 교사가 판정에 참여했으며, 나머지 과목은 5명의 교사가 판정에 참여한 상태다. 전원 일치한 의견이 나왔는지, 의견이 갈렸는지조차도 공개하지 않은 ‘깜깜이’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학별 논술고사의 본고사형 출제 여부도 현재 교육과정 이탈여부의 판단근거로 삼을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교육부가 이전 ‘대학별 논술고사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풀이 과정/정답 등을 요구하는 논술을 금지시킨 적이 있긴 하나, 현재는 가이드라인이 폐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되며, 대학들에게 자율권을 일부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단답형/선다형 문제, 특정교과의 암기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과학 풀이과정/정답 요구 문제, 외국어 제시문 번역/해석을 요구하는 문제 등을 금지했던 논술 가이드라인은 폐지됐다. 현재의 통합교과형 논술이 도입되면서 대학마다 본고사형 문제를 지양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은 맞지만, 당장 법적으로 제재되는 사항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교육걱정에 따르면, 대학교육과정 출제문항은 전체 300문항 중 39문항으로 13%를 차지했다. 연세대가 48%(12문항/25문항), 이화여대가 38.9%(7문항/18문항)로 위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숙명여대 33.3%(1문항/3문항), 홍익대 33.3%(4문항/12문항), 서강대 25%(4문항/16문항), 고려대 10.7%(3문항/28문항) 순이었다. 건국대 9.1%(1문항/11문항) 경희대 6%(3문항/50문항) 중앙대 4.5%(1문항/22문항) 성균관대 3.4%(3문항/87문항)는 교육과정 미준수 항목과 마찬가지로 10% 미만의 상대적으로 낮은 위반비율을 보였다고 사교육걱정은 주장했으며, 동국대 서울시립대 한양대는 대학 교육과정에서 출제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나왔다.

그밖에 주관개입이 커 활용 불가능한 학교수업 대비 불가 문항 판단의 경우 전체 300문항 중 41문항이 해당해 13.7%, 본고사형 문항은 300문항 중 271문항으로 90.3% 비율이라는 것이 사교육걱정의 주장이다.

<사교육걱정 주장의 문제.. 근거 제시 전무, 합동검증위 신설 요구까지>
- 근거 제시 없는 사교육걱정.. 건전한 반론 가능성 차단

사교육걱정의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아무런 근거가 제시돼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들의 자연계열 논술고사 문항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을 하려면 별첨 자료 등을 통해 어느 문항이, 어떤 관점에서, 어떤 성취기준을 넘어섰는지 등이 상세히 제시돼야 하나, 사교육걱정은 교육과정 이탈 문항 수만 제시했을 뿐 상세한 분석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학들이 반론을 펼치려 해도 반론을 펼칠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2016학년 이전 사교육걱정은 대학별 논술고사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지적하면서 상세한 근거를 내놨다. 어떤 문제가 어떤 기준에서 어떻게 교육과정에서 위배됐는지 나름의 논리를 공개해 주장이 합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올해 사교육걱정은 어떠한 근거도 내놓지 않아 건전한 반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교육과정 이탈 결과 발표 이전은 물론이거니와 이후에도 대학에는 어떠한 정보제공도 이뤄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사교육걱정의 비난을 두고 “비난은 있는데 실체가 없다”는 한마디 말로 표현했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갑질이 도를 넘어섰다고 본다. 우리 대학의 논술고사 문항 중 일부가 교육과정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어느 문항이 어떻게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있는지에 대해 어떠한 내용도 발표되지 않았다. 사전 연락이 온 적도 없으며, 발표 이후 사후연락이 온 적도 없다. 최소한 비난을 가하려면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기본 개념조차 결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교육걱정은 교사들이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판단했다며 마치 공신력을 확보한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 보고서 작성에도 현장 교사들은 참여한 상태다. 교사 간 이견으로 볼 수 있는 사안을 두고 절대적인 사실인 것처럼 발표하는 시민단체와 앵무새처럼 받아적는 언론 모두 문제다”라고 조목조목 비판의 날을 세웠다.

- 엇나간 결론.. 합동검증위 신설? 시민단체의 '잇속 챙기기'
사교육걱정이 대학들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에 대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 끝에 내놓은 결론은 교육부와 시민단체의 합동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준수 여부에 대한 판단은 대학 자체판단으로만 맡겨선 안되므로 검증위를 구성해 엄정한 법 준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교육과정 준수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구가 버젓이 존재한다. 공교육정상화법이 규정하고 있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다. 공교육정상화법은 제8조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유발행위를 금지를 규정하며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해 평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11조에서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교육과정위)를 교육부 장관 소속으로 둘 수 있게 해 대학 등의 선행학습 영향평가, 선행교육, 선행학습 유발행위 여부 등에 관한 사항을 심사/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위원회는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교육부/교육청 공무원, 교육과정 관련 전문지식 보유자, 학부모/학부모단체 소속회원 등이 위원으로 위촉될 수 있다.

15명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위원회에서 전체 대학고사를 분석하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시행령 제2조에서는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를 운영해 선행교육 예방을 위해 필요한 연구업무를 수행하도록 해 교육과정위원회를 뒷받침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법령에 따라 산하에 설치한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곧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다. 대학들이 내놓는 영향평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연구실의 심사를 토대로 대학별고사가 교육과정을 이탈했다고 교육과정위가 판단하면 시정/변경을 명령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모집정지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가 완비돼있는 셈이다.

사교육걱정은 7일 추가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부가 2014년 4월 공교육정상화법이 국회에서 통과, 9월부터 발효됐음에도 2015학년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분석을 시행했어야 하나, 시행 여부를 알 수 없다”며, “교육과정위는 단 한차례도 개최되지 않았으며, 시정명령도 취해지지 않았고,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도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합동검증위의 타당성을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관계가 다른 주장으로 보인다.

2014년 법 발효 이후 지난해 3월 2015학년 대학별 고사를 대상으로 처음 발표된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는 양식이 통일되지 않은데다 작성방법에 대한 안내가 미비해 대학별로 상이한 작성노력을 보여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교육과정위의 판단을 돕기 위해 마련된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이 대학별 기출문제를 다시금 제출받는 등 노력을 기울인 끝에서야 2015학년 대학별 고사에 대한 판단이 가까스로 가능해졌다. 첫 해 시행인만큼 온갖 미비점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이후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의 노력에 힘입어 올해 들어서야 대학들의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 보고서는 부쩍 충실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온갖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7월 중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를 개최하고, 2015학년과 2016학년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교육걱정의 주장과 달리 2015학년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이탈여부 판단은 발표가 한 해 미뤄진 것에 불과하다.

한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2015학년 대학별고사에 대한 교육과정 이탈 여부는 이미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을 통해 검증이 된 상태다.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의 최종 판단만 내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2015학년은 대학별로 상이한 선행학습영향평가 결과보고서 작성, 법안 발표 이후 첫 시행이란 이유 등으로 시범운영 형태가 됐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다만, 시범운영이라 해 평가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2015학년 평가결과와 2016학년 평가결과를 합산해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지원사업과 연계하는 등 정상적인 감시체제가 작동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사교육걱정의 주장과 달리 2015학년 대학별 고사는 이미 검증의 대상으로 포함돼있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은 자신들이 지적한 대학들이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지원금을 받았다며 마치 부당한 일이 벌어진 것처럼 주장하지만, 아직 평가가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과 교육과정 이탈여부의 연계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교육걱정이 편협한 기준을 적용해 교육과정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을 100% 신뢰해야 할 이유가 없음도 물론이다.

문제는 2015학년 대학별 고사 관련 발표가 미뤄진 내막에 대해 사교육걱정이 모를 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위의 구성이 공개돼있지 않은 상황이긴 하나, 올해 초만 하더라도 사교육걱정의 회원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증언이 있었으며, 여전히 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왜 교육과정위가 열리지 못했는지, 대학별 고사 교육과정 이탈여부 발표/제재, 정부재정지원사업 연계 등이 1년간 미뤄진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사교육걱정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시민단체가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합동검증위를 운운하는 것은 본인들의 잇속 챙기기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사교육걱정의 교육과정 이탈여부 판단 결과 발표 행태도 결국 잇속 챙기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지적은 세간의 평에 힘을 싣는다. 사교육걱정은 실제 교육과정 이탈 문제는 전체의 14.7%에 불과하나, 13개 대학 중 10개대학이 위반한 사실만을 두고 77%가 위반했다는 표현을 보도자료 제목으로 제시하는 등 실제 사실관계보다 상대적으로 커보이는 수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틀린 주장은 아니지만, 사실관계를 부풀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저의가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사교육걱정이 주장이 내포한 궁극적인 목적이 대학의 선행출제 비판인지, 합동검증위원회 구성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다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과 고교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최종 판정하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기구를 온갖 이유를 붙이며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행태 때문에 시민단체의 잇속 챙기기라는 평가가 우세할 뿐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논술은 면접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행출제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만, 선행출제 여부에 대한 판단은 시민단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고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생들이 풀수 있는 수준인지 아닌지는 갈리기 마련이다. 사교육걱정은 48명의 현직 교사들이 분석에 참여했다며 신뢰성을 담보한 것처럼 얘기하지만, 명단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그간 출신학교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경쟁을 지양하는 모습을 보여온 시민단체가 구성한 교사들의 면면을 100% 신뢰할 수는 없다. 별도의 검증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의 저의도 미심쩍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사교육 걱정하는 사교육걱정.. 사교육 안위 걱정하나>
공교육정상화법을 떠나 고교 교육과정을 이탈하는 대학별 고사가 엄격히 처벌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고교 재학생들을 비롯한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사 대비 관련 사교육을 키워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현행 10% 입학정원 감축 제재도 처벌 강도가 높다고만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사교육걱정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교육을 오히려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공신력 없는 조사결과에 불과하지만, 교육과정의 이탈 여부를 좁게 해석한 결과를 언론들이 앵무새처럼 받아쓰는 상황에서 영향력이 아예 없다고 볼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국내 교육계는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매우 취약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사교육걱정의 주장이 공신력 없는 주장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대학들은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근거조차 없는 부당한 비난에 불과하다는 데 의견이 모여지고 있긴 하나 괜한 구설수에 오르내려서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문제는 사교육걱정의 주장이 낳을 후속 결과다. 대학들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 오히려사교육이 확대돼 수험생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받 것이 전망되는 때문이다. 사교육걱정의 주장이 ‘사교육 확산을 걱정’하는 것이 아닌 ‘사교육의 안위를 걱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교육걱정의 주장대로라면 지엽적인 문제 출제가 일상화되고, 사교육을 통하지 않고서는 대학별 고사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리라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교육계의 의견은 교육과정을 좁게 해석할 시 문제가 정형화되고, 함정파기 식의 지엽적인 문제출제가 성행하면서 사교육을 오히려 돕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데 모아졌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교육과정 이탈에 대해 엄격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탈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정 자체가 잘못됐다. 논술 제시문만 놓고 보면 고교 교육과정을 이탈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교육과정에서 이탈했다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해당 개념에 대한 설명은 제시문에 전부 부연설명돼있다. 제대로 공부한 고교생이라면 풀 수 있는 난이도라고 봐야 한다”며, “무턱대고 교육과정을 가장 좁게 해석하라는 것은 사교육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문제가 정형화되는데다가 변별력을 위해 문제를 어렵게 꼬아서 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들이야말로 사교육을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에 따라 합/불이 갈릴 수 있는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이탈 시 대학들은 어떤 제재 받나>
교육과정을 이탈한 대학들은 위반 정도에 따라 입학정원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모집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사립대의 경우 정원이 곧 재정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10% 모집정지는 상대적으로 강한 제재에 속한다. 다만 무조건적인 10% 모집정지가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위반사안이 중대하고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의 심사/의결 결과에 따른 시정/변경명령을 대학이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기간 내 이행하지 않은 경우 모집정지를 부과한다.

선발권 제한을 의미하는 모집정지는 대학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조치다. 일정 규모라고는 하나 학생선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교수/교직원의 인건비 등 고정적인 지출이 있는 대학에 있어 신입생이 들어왔다면 얻을 수 있는 통상 4년간의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직접적인 타격이며,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의 궁극적 목표를 발현하는데 직접적 걸림돌인 때문이다. 교육부가 그만큼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수요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심사대상이 되는 대학별고사의 범위는 논술고사와 면접고사, 그 중에서도 교과관련 내용으로 한정된다. 교과관련 내용이 아닌 경우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머지 대학별 고사에 해당하는 신체검사/인성검사/실기고사 중 실기고사는 법령에서 제외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신체검사/인성검사 역시 교과관련 내용이 아니므로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따질 대상이 아니다.

만약, 올해 심사결과 모집정지 대상으로 결정되면 적용 대상은 2018학년 정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이 별표를 통해 “모집정지 조치를 하는 학년도는 행정처분일이 속하는 학년도가 아닌 그 다음 학년도 반영”이라고 규제하고 있긴 하나, “다만, 입학전형일정 등을 고려하여 그 다음다음 학년도에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을 부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올해 모집정지가 내려지는 경우 2017학년이 아닌 2018학년 반영이 기본사항이며, 전형일정을 고려해 2019학년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위원회는 법령에 의해 독립설치된 기관”이라며 “위원회에서 강력히 요구할 시에는 2017학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2018학년 정원을 대상으로 모집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대입 3년예고제와 상충된다는 점이다. 현행 대입은 고등교육법시행령에 근거한 3년 예고제를 실시한다. 정부의 대입정책, 대교협의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대학의 대입전형시행계획-모집요강의 발표시기를 정함으로써 고교 입학 시점 이전 대학 입학전형을 확정해 고교 기간 동안 진학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실시되는 제도다.

향후 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정부의 대입정책은 중3 11월말(3년3개월 전), 대교협의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은 고1 8월말(2년6개월 전)까지, 대학별 대입전형시행계획은 고2 4월말(1년10개월 전), 모집요강은 고3 4월말(10개월 전)까지 발표하도록 각각 규제한다. 대입 3년 예고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수험생은 고교 입학 이전 대입정책의 큰 틀을 알게되고, 고1 여름에는 대략적인 입시구도를 알게 되며, 고2 봄에는 대학별 전형에 대해 알게 되는 방식으로 고2~고3 시절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3년 예고제에 대한 개선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3년 예고제에 따라 발표된 내용 중 특히 대학별 전형이 공개되는 대입전형시행계획의 경우  수험생/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 한다는 취지를 지키기 위해 원칙적으로 수정 불가능하지만 예외적 단서조항이 있어 문제다.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폐지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학과개편 및 정원조정 ▲대교협이 발표하는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의 변경 ▲시정명령/변경명령을 받아 학생정원감축, 학과폐지, 학생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 ▲다른 법령에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한 경우 등이 발생하면 대교협의 심의/승인을 거쳐 수정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집요강이 발표된 이후로도 예외사항 발생 시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대입 구도가 변경되는 일이 종종 발생해 혼란을 주곤 한다. 올해 선정결과가 발표된 프라임사업으로 인해 일부 대학의 인문/자연계열 정원이 요동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과적으로 선행학습 출제 여부에 따른 정원 최대10% 모집정지는 대입 3년 예고제와 상충되는 요소지만,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폐지에 해당해 예외적인 수정가능 사안으로 분류된다. 예외사항이기 때문에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처럼 2017학년 모집정지 부과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9월 초중순부터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적 간극이 극히 좁은 탓에 2017학년 모집정지는 현실적으로 내려질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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