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자유전공(인문) 노장원 (동진초-진주동명중-진주동명고, 2016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인문계열 노장원(20)군은 법조인이라는 뚜렷한 목표로 자유전공을 겨냥한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서울대 자유전공은 의과/수의과/간호/약학/사범대학을 제외한 81개의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열린 전공. 원하는 전공이 없으면 스스로 전공을 만들어 선택하는 학생설계전공도 가능하다. 자유전공 지원자들 상당수가 전공적합성이 중요하다고 알려진 학생부종합전형 자기소개서를 고민하는 이유다. 노군은 생각의 전환을 통해 딜레마를 극복했다. 로스쿨 신설 이후 서울대는 법대가 없어졌지만 법조인의 목표를 향해 가는 데 다양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자유전공이 가장 적합한 길이라는 논리를 세운 것이다. 고교 인문계반이지만 과고 지원 경험이 있을 만큼 수학에 강하고, 다양한 철학서를 탐독한 융합적 특성은 노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고1 1학기 1.32등급에서 3학년1학기 1.00으로 상승곡선을 그린 내신도 사정관의 관심을 끌만했다. 교과 공부에서 발생한 호기심을 동아리활동과 학술제 등으로 심화 발전시켜나가는 학생부의 연계전략도 서울대 학종이 원하는 인재상에 부합했다.

<법조인이 되고 싶어 자유전공 선택>
노장원군은 서울대 자유전공에 지원하면서 법조인에 대한 일관된 관심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자소서 1번 항목은 법에 대한 평소 생각을 밝히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법학은 역사, 문화, 인간에 관한 종합 학문이라는 생각을 평소 갖고 있었다. 생각을 실제 경험해보고 싶어 1학년 때 교내 자치법정에서 ‘과벌점자의 일탈행위’란 사안으로 판사를 맡았다. 벌점 부여만으로는 과벌점자가 일탈행위가 멈추지 않는다는 문제의식과 법 조항만으로 판결해야 한다는데 한계를 느꼈다.”

노군은 그러면서 교내 학술제에 참가한 사례를 소개했다. “법적 판결의 한계점을 고민하던 중 교내 점보(漸步)학술제에 참가하며 ‘재판 이후 당사자 간의 악감정으로 일어난 보복살인 사건’을 소재로 그 원인과 대안을 탐구했다. 관계회복을 중시하는 전통분쟁해결법을 소개한 책인 ‘어제까지의 세계’를 통해 원고와 피고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판결을 통한 처벌에만 초점을 두는 현행 법체계가 사건의 원인임을 깨달았다. 관계회복을 위한 회복적사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관계회복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했다.”

노군의 관심은 더 깊이 파고들었다. “관련분야를 더 연구해보고 싶었고 3차 학술제에선 윤리교과서에 나온 ‘착한사마리아인의 법’을 주제로 삼았다.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시점에서 우리도 착한사마리아인 법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도덕적 요소가 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성문법의 도덕적 해석’이라는 논문을 작성해 법과 인간성의 관계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소서는 법조인을 꿈꾸면서 자유전공을 선택한 필연적인 이유로 이어졌다. “자치법정과 학술제를 통해 법학자로 향한 진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었지만, 법 지식에만 몰두했던 과정이 아쉬웠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인문, 사회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폭넓게 공부해야겠다는 필요성과 그런 실천적인 인재가 되기 위한 길이 자유전공학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법학에 대한 유연한 사고와 판단력, 그것이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파악하기 위해선 더 깊은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노군은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 설립으로 남는 법학과 정원으로 출발한 역사를 가졌다는 점을 학과선택 시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자소서의 설득력은 부차적인 지원 배경을 덮을 만큼 충분했다.

학술제 참가 이후 다양한 사회 이슈를 정리해 보지 못한 점이 아쉬워 내친 김에 동아리를 만들었다. “사회에 대한 관심을 한시적인 학술제로만 풀기에는 부족했다. 사회현상에 관한 의견을 친구들과 나누며 다양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싶어 직접 사회다큐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를 통해 노군은 “주관이란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일 뿐 반드시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과정이 힘들더라도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며 경청하는 자세가 해결책임을 체득했다. 타협의 미덕을 배워야 할 사회에 살고 있음을 동아리활동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모든 활동은 지적호기심에서 출발>
노군의 다양한 학내활동은 모두 지적호기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독서를 위한 독서, 스펙을 위한 동아리참가 등이 아닌 온전히 배움을 위한 활동이었음을 노군은 일관되게 강조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알고 싶어 가입한 고전 동아리 활동은 동서양 철학서 탐독으로 이어졌다. 노군은 “1년간 배우면서 논어란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이라는 생각을 했다. 고전이란 삶의 지혜를 제공하는 근원적인 학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논어에 대한 관심이 다양한 동서양 고전 독서로 이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교과서에 나오진 않는 내용은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는 식으로 동양 고전에 관심을 가졌다. 고전에서 나오는 주옥 같은 문장은 플래너 여백에 적어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동아리 활동은 늘 교과의 연장이었다. 경남과고에 지원했다가 아깝게 탈락했던 만큼 수학에 재능을 가진 노군은 재능을 나누기 위해 ‘수학공부두레’에 참여했다. 수학공부법이나 자체 출제 문제로 친구들을 가르쳐주는 교학상장 동아리다. 한국사/동아시아사에 대한 관심은 동아리 ‘녀던길’ 가입으로 이어졌다. 경남 하동의 이순신장군 백의종군로를 걸어보면서 유적을 답사하고 역사적 사실을 공부하는 활동이다. 노군은 “교과서로만 읽는 것과 직접 비석이나 유적으로 통해 장군이 걸으면서 했던 생각이나 흔적을 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적 심화를 위한 독서라야 즐거워>
노군은 독서활동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플라톤, 홍신문화사)’ ‘철학정원(김용석, 한겨레출판)’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장대익, 바다출판사)’을 적었다. 모두 교과공부에서 단편적인 내용을 접하고 호기심이 발동, 스스로 찾아 읽은 책들이라는 점에서 특별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대표적이다. 노군은 “윤리와 사상 수업시간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등 서양 사상가들을 배웠는데, 교과서 한 구석에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소개돼 있었다.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직접 그 책을 들고 와서 ‘교과서에는 간단히 나와있는데 읽어보면 소크라테스의 생각에 대해 더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해주셨다. 제일 먼저 선생님 책을 빌려 읽었다”고 소개했다.

자소서에도 “윤리 시간에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생애에 대해 배운 후, ‘소크라테스는 정말 법질서를 지키기 위해 죽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었고,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법과 정치를 반성하게 한 것이 아니라, 진리 앞에서 사람과 세상을 반성하게 했다’고 말해 그에게는 ‘사람과 세상을 바꾸는 것’이 중요했음을 피력했다. 법과 인간을 함께 연구하는 법학자의 역할을 재고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적었다.

‘철학정원’도 마찬가지다. 지적 호기심에서 집어 들게 된 책은 다시 한번 법학자로 가는 길에 자유전공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노군은 “평소에 자주들은 ‘철학은 모든 학문의 바탕’이라는 말을 확인해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됐다”고 자소서에 밝히며 “저자는 동화 문학 영화 철학 정치 과학 등 여러 고전을 심도 있게 재해석했다.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역설적으로 상보(相補)적인 관계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전의 뒷면이 있어야 앞면이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완전히 반대되는 학문도 서로의 약점을 보충하는 데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과학을 인문학적으로 사고해보거나 수학과목에서 법과의 공통점을 찾으려 노력했고, 사회나 윤리, 역사도 과목끼리 연관 지어 학습해 볼 수 있었다. 지식의 무한대를 알아보라고 권유한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노군의 왕성한 지적 욕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군은 독서는 지식의 확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책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읽으면 흥미가 떨어진다. 얕은 지식이라도 조금 아는 상태에서 책을 찾아 읽을 때 독서에 빠져들 수 있다.” 서울대 입학본부가 웹진 ‘아로리’를 통해 밝힌 “책은 필요해서 읽는다. 알고 싶어서, 느끼고 싶어서, 생각하고 싶어서. 앎에 대한 만족감을 얻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생각의 강물이 바다가 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책을 좋아하게 되고 다시 책을 읽게 된다”는 독서철학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구술면접, 정답 아닌 과정을 본다>
노군은 서울대 자유전공 구술면접에서 보인 적극성이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스스로 구술면접을 겪고 느낀 점은 정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도전의식과 열정 등을 높이 평가한다는 점이다. 스스로 “수학 5문제와 인문/사회 2문제 총 7개 가운데 ‘풀었던’ 문제는 수학 1개, 인문/사회 2문제뿐이었다”고 밝혔다. 대신 여러 가지 풀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총 7문제를 받았는데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다. 30분 안에 높은 사고력을 요하는 수학 5문제와 인문/사회 2문제를 모두 푸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아는 만큼만 말하고 아는 만큼만 푼다면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한 도전의식이나 지원한 과에 대한 열정이 없어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풀지는 못했더라도 힌트를 달라는 요청도 했고 교수님의 연속적인 질문에 당황해 생각이 나지 않을 경우 시간을 조금 달라고 시간을 끌면서 차분하게 풀어보려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생각은 주효했다. 정답보다는 방향제시가 중요했다. “정답까지 도출한 문제는 수학은 1문제뿐이었지만, 나머지 문제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수학 4문제 중 2문제는 접근방향을 제시하며 조금 시간만 있었더라면 답을 구했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교수님께서 시간을 줄 테니 풀어보라고 하셨고, 1분 정도 풀이를 해 나갔다. 중간에 막혀 힌트를 달라고 요청 드리기도 했다. 인문/사회 문제를 풀 때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요구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간단히 생각을 밝히고 나왔다.” 노군은 “구술면접에서 보는 것은 답을 알고 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라고 느꼈다. 당황하지 않고 시간을 더 달라거나 힌트를 구하는 것도 의외로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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