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한형록(광주용주초-고려중-고려고, 2016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한형록(20)군은 2학년2학기에 진로변경을 하고도 서울대 KAIST 고려대 연세대 학생부종합전형에 모두 합격하는 학종 4관왕을 이뤘다. 늦깎이 진로변경이 학종에서 불리하다는 세간의 편견을 통쾌하게 극복한 사례다. 한군은 막연히 의예과를 준비하다 서울대 공대 캠프 참가를 계기로 의공학자라는 확실한 진로를 갖게 됐다. 궤도수정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 공부의 즐거움이 배가됐다. 의문이 생길 때마다 책을 찾아 읽고 동아리를 만들어 지적 호기심을 하나하나 채워갔다. 진로에 필요하다고 판단되자, 학교수업 없이 자기주도학습만으로 물리Ⅱ를 공부, 경시대회에 출전할 실력까지 파고들었다. 뒤늦은 진로변경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한군은 “진로 변경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울대에 합격해서도 전공을 고민하는 동기들이 보인다. 고3 수시를 기준으로 고2 2학기 진로변경은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하고 싶은 공부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짧은 시간이라도 서류에 담을 내용은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서류가 우수한 수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입학홍보멘토단 선정 사실 역시 한군의 증언을 뒷받침한다.

<공대 캠프로 뒤바뀐 진로>
한형록군은 서울대 공대가 매년 고2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청소년 공학프런티어 캠프’에 참가한 이후 공학도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혔다. 당시 상황과 경험은 자기소개서에 고스란히 담았다. 한군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연구에 몰두하는 대학원생들의 모습. 하고 싶은 걸 찾아 그들처럼 무서우리만치 몰두하고 싶다고 느꼈다.

“공학프런티어 캠프는 만약 다녀오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열심히 살고 있지 않았을 것 같다. 인생에서 소중한 경험이었다. 공학에 대한 흥미를 일깨워주었을 뿐 아니라 대학교에 가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얼마나 져야 하는지 인생공부도 할 수 있었다. 밤낮 없이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대학원생들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공부할 수도 있구나. 경외감을 느꼈다. 나도 하고 싶은 공부, 연구를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해보고 싶었다.”

캠프를 계기로 진로 고민도 결론이 났다. 한군은 “인생의 가치관을 전환시켜준 캠프”라며 “공학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처음으로 알았다. 사실 이전까지 의대냐 공대냐 고민을 많이 했다. 의예과를 지망하면서 준비해온 과정들 역시 도움이 됐다. 의공학이는 접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캠프 참가 이후로는 ‘의공학’에 완전히 미쳐 있었다”고 말했다.

터닝포인트.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군은 “의문이 생겼다. 그냥 열심히 수업을 듣고 받아적고 외우며 내신을 관리했다면, 의공학자를 목표로 설정한 다음 자꾸 의문이 생겼다. 관련 학문인 생명과학을 배우면서 처음으로 학문의 즐거움을 느꼈다. 끊임없는 의문으로 선생님을 괴롭혔다. 선생님은 분자생물학 서적까지 뒤져가며 의문을 풀어주셨다”고 소개했다.

일반 과학을 배우면서도 발생한 의문을 풀기 위해 심화학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자소서에 소개했다. “학습 중 의문이 생기면 인터넷 검색, 독서, 질문 나아가 선생님께 전공서적을 빌려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일례로, 초전도체가 MRI의 강한 자기장 형성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초전도체를 사용할 만큼 강한 자기장이 인체에 과연 무해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물리 선생님께 여쭤보니 ‘MRI는 직류로 자기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교류와 달리 인체에 무해하며, 물Ⅱ를 배웠다면 내게 물어보러 오지 않아도 이해했을 것’이라고 하셨다. 물Ⅱ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물Ⅱ 자기주도학습은 과학경시대회 참가로까지 이어졌다. 혼자서 공부했지만 누구보다 깊이 공부했다는 증거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물리Ⅱ 자기주도학습>
진로변경에 따라 필요해진 과목은 자기주도학습으로 해결했다. 한군은 캠프가 끝난 이후에도 캠프의 조 리더였던 형 누나들과 SNS나 메신저 등을 통해 연락하면서 공대와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 덕분에 의공학자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공학을 공부하려면 물리가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 기초를 잘 숙지해 놓아야 응용도 가능할 뿐 아니라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었다. 의대 진학을 염두에 두고 이미 선택한 생Ⅱ를 병행하면서, 물Ⅱ를 자기주도학습하는 계기가 됐다. 수능 선택과목으로는 생명과학을 생각했기 때문에, 물리는 수능에 대한 부담 없이 자유롭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문제풀이에 급급한 학습이 아닌 개념과 원리에 치중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심화과목을 혼자서 공부하는 열정과 긍정적 시각이 인상적이다.

<동아리활동은 지적 호기심의 연장>
의공학에 대한 열정은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졌다. 한군은 한 주 동안 흥미 있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교내 자율동아리인 ‘매쓰홀릭’과 ‘GPS’에 가입했다. 늦었지만 열성만큼은 늦은 만큼 가열찼다. “의공학과 관련 과학동아에서 본 후생유전학에 관심을 가져 리포트를 작성했다. 후생유전학은 지금까지 생명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DNA발현 조절을 다루는 학문이었다. miRNA가 발현조절에 관여 하는 것을 이용해 암, 근육노화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학문으로 느꼈다. 동아리활동은 독서로까지 이어져 ‘쉽게 쓴 후성유전학’을 읽게 됐다. 책을 읽은 후, 생명과학의 DNA발현 조절을 공부할 때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힘이 길러졌으며, 비판적인 생각으로 대장균의 오페론 발현조절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관련 분야 독서는 계속 확장됐다. “‘공학에 빠지면 세상을 얻는다’를 읽고 MEMS 기술을 주제로 과학동아리 리포트를 작성했는데, 이때 ‘생명과학Ⅱ 시간 때 배운 단일클론항체에 항암제가 아닌 MEMS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품었다. 스스로 단일클론항체에 대한 자료를 찾아 깊게 공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의료공학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갖고 자료조사에 임하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공부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자소서를 통해 진로에 대한 열정이 교과학습에서 동아리가입, 독서활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친구들과의 자발적인 소그룹 공부와 심화학습, 토론도 펼쳤다. “관심 있는 친구들끼리 ‘진화론vs창조론’ ‘타임머신은 이론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 등 흥미있는 주제를 선정해 토론을 했다. 윤리의식이나 종교적 신념이 과학자의 가치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 등 폭넓은 시야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됐다. 대학에서도 소그룹끼리 모여 공부하다 더 알고 싶은 내용을 주제로 삼아 심화학습으로 이어가는 동아리를 만들어 ‘공부하는 재미’를 이어가고 싶다.”

<도서목록 물리/생물/인문서 각 1권>
다독하는 편은 아니지만 지적 호기심에서 선택해 읽은 책들은 배움에 대한 열의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한군은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최무영, 책갈피)’ ‘융복합시대 리더들을 위한 생각하는 생물학 강의(유영제, 오래)’ ‘슬픈열대(레비 스트로스, 한길사)’를 자소서 도서목록으로 적었다.

‘최무영 교수의…’에 대해 한군은 “이 책은 저의 학습태도를 이끄는 이정표 같은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지적호기심이 발동해 의문에 대한 정답을 채워나가는 방식의 학습태도를 견지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도서관에서 과학도서들을 살펴보다가 ‘물리학강의’라는 제목에 반해서 읽었다. ‘기존 지식을 의식적으로 반성하라’는 말에 영감을 얻어 이를 실천해보려고 항상 노력했다. 그 예로 대장균의 젖당오페론 발현 조절을 배우던 중 ‘포도당과 젖당이 같이 있는 배지에서 왜 오페론이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와 ‘효소는 재사용이 가능한데 왜 젖당분해효소는 필요할 때마다 생성을 해주어야 할까? 맞게 배운 것이 맞나’라고 의문을 품었다. 캠벨에서 나온 생명과학, 분자생물학 등 여러 전공서적을 뒤져 CAP와 cAMP도 발현조절에 관여한다는 것, 대장균의 세포질에는 시간이 지나면 젖당분해효소를 없앤다는 것을 알았다. 깨우친 내용을 주제발표 시간에 발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느냐 대단하다’는 말을 듣고 매우 뿌듯했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 배려하는 인성도>
내신은 물론 교내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내신 등급은 1학년 1.09, 2학년 1.3, 3학년 1.2 수준이었다. 석차로는 전교 4등 정도로 서울대 지역균형을 넘볼 내신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진로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서류를 바탕으로 서울대 일반전형 전기정보, KAIST일반전형 (무학과 선발), 고려대 융합인재전형 바이오공학,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 전기전자 등 학종 4관왕을 달성했다.

스포츠와 멘토활동 등 교내 활동에 적극적인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한군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15~30분 정도는 빼먹지 않고 농구를 했을 정도로 스포츠를 좋아한다. 방과후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한 뒤 자리에 앉으면 맑은 정신으로 집중할 수 있다는 게 한군의 지론이다. 자소서에는 체육대회 반대표로 출전해 우승한 이야기를 썼다. “최강반인 6반을 결승전에서 만났다. 모두가 6반이 이긴 게임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우승했다. 비결은 체육시간마다 호흡을 맞춰보며 스크린, 빠른 백코트 연습해 익힌 전략 덕분이다. 상대팀이 발군의 2명에게 공격권을 몰아주는 사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자주 패스를 하며 차분히 득점을 하는 경기를 전개했다. 한 골 차로 우승했을 뿐 아니라, 명경기였다는 찬사를 받으며 다시금 협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심화과목을 두려워하는 친구들에게 학습조언을 하며 배려한 경험도 소개했다. “과학Ⅱ에 겁을 먹고 내신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직접 나서서 ‘생명과학Ⅱ 2등급 맞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험 3주 전부터 커리큘럼을 짜서 석식시간에 개념을 설명해주고 스스로 만든 변형 문제도 함께 풀었다. 나만의 암기 비법을 가르쳐 주면서 서로 열심히 공부했다. 친구들을 도와주면서 스스로 더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게 됐고 1등급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고마워하는 친구들을 보며 뿌듯함도 느꼈다.” 자기공부에만 신경쓰기보다 주변을 돌아보며 부족한 친구들을 이끌고 도와주려 하는 자세는 서울대가 추구하는 ‘선한 인재’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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