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세 차례 바뀌는 격변에도 꾸준한 대통령 교육자문 경력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올 3월 취임한 정진곤(67) 민사고 교장은 대표적인 교육 전문가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교육철학을 전공하고 한양대에서 30여 년간 교수를 역임하는 동안 정권이 수 차례 바뀌는 격변에도 대통령 교육자문기구에서 전문위원, 상임위원 및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지냈다. 한국의 중등교육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국가의 앞날을 위한 영재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학자의 시각과 국가적 미래를 꿰뚫는 시각이 결합된 성찰이 돋보인다.

- 민사고 부임 계기는
“민사고는 국내교육역사에 큰 의미를 지닌 학교임에도, 재정적이나 행정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국가적으로 조선 철강 해운 자동차 등 기간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도 쉽게 극복하지 못할 전망이다. 민사고는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의 모든 분야, 그리고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온 국내 유일한 학교로, 우리사회와 국가의 생존 번영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수 있는 각 분야 뛰어난 영재를 양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학교다. 이 중요하고 훌륭한 학교가 교육적 의미를 실현시키는 데 행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면,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다. 교육은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다. 인력과 시설, 교육인프라를 구축해 교육의 질을 담보하는 데 재정적 여유와 행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 정진곤 민사고 교장. /사진=베리타스알파DB
- 민사고가 영재를 양성하는 데 국내최고라 여기는 이유는
“최명재 설립자께서 20년 전 학교를 세우고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이어오신 ‘민사고스러운’ 교육방향은 20년 전보다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맞는 교육방향이다. 융합교육의 시대다. 가장 쉬운 예로, 페이스북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저커버그는 심리학 전공자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심리학이라는 사회과학과 IT라는 과학기술을 접목해 만들어낸 게 페이스북이다. 현대를 이끌어가는 산업은 대부분 융합적 사고를 통한 창조적 사업이다. 보편적 교육도 중요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선 영재교육도 대단히 중요하다. 세계 어느 나라나 영재들을 키워내기 위한 학교들이 존재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영재는 인문사회와 예술 수학과학이 융합된 융합형 영재다.

국가를 이끌어갈 인재양성을 위해 융합교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고교가 민사고라고 본다. 교육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입시를 위한 암기교육을 지양하고 공부다운 공부를 한다. 교육학자의 시각에서, 수능 식의 공부는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지식의 속성에도 맞지 않고 시대에 뒤떨어진다. 인공지능의 시대가 예견되는 현재, 암기는 컴퓨터에 맡기는 게 훨씬 낫다. 암기하고 만점 받기를 거듭할수록 창의적 사고와 능력은 뒤처진다. 반면 민사고 학생들은 공부다운 공부를 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사고하고 글이나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팀을 이뤄 토론하는 문화가 일반적인데, 기숙사 12층은 토론의 장소로 연일 시끄럽다. 팀을 이뤄 정보를 교환하는 게, 공부다운 공부다.

어떤 분야의 학문이든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정답이 없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체계적으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민사고는 입시환경이 바뀌고 고교유형이 다양해지는 변화에도 20년간 고수해왔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출세하려 하지 말고 소질과 적성에 맞춰 공부해 민족과 세계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이 되어라’는 민사고의 설립이념이 지금도 민사고를 받치고 있다. 배금주의가 최고조에 달한 현대사회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할 영재를 키워가는 데 민사고의 교육은 흉내는 낼 수 있어도 따라갈 수는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 민사고는 올해 개교 20주년이다. 향후 어떻게 운영하실지
“민사고는 그간 다른 학교와 한국교육에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학교라 생각한다. 개교이래 많은 난관을 뚫고 꿋꿋하게 우리민족과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주력해왔다. 대학도 중요하지만, 고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입시결과에 흔들리기보다 지금까지의 역사와 방향을 올곧게 이어나가야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민사고는 애당초 입시결과엔 관심 없었다. 입시결과는 부수적인 것일 뿐 국가와 세계를 위해 봉사 헌신할 인재를 키우는 게 설립 취지와 이념이었고 지금도 그대로 지켜나가려 하고 있다.

앞으로도 민사고는 우리민족과 우리사회를 위해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 시대가 원하는 융합형 인재, 개인의 뛰어난 역량보다는 여럿이 함께 힘을 합쳐 팀워크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인재를 키울 것이다. 개교 20주년을 맞이해 오히려 개교당시의 교육철학을 굳건히 하겠다.

국경이 무의미해지고 세계 각국간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세계적으로 일류가 거의 모든 세계를 지배하는 국제화 시대다. 국제적 인재를 양성해낼 시대적 필요성이 절박하다. 금융 법률 의료 IT 산업 등 21세기 주류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에서 세계적 인재들과 함께 협력하고 경쟁할 수 있는 뛰어난 인재양성이 국가적으로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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