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영향 최소화’.. ‘선행 아닌 심화 융합’ 접근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올해도 민사고를 시작으로 전국단위 자사고 입시가 개막한다. 민사고는 전국단위 자사고 가운데 가장 빠른 9월1일 접수를 개시, 8일까지 접수마감, 10월4일 1단계 합격자 발표, 10월14일 2단계 합격자 발표, 10월20일부터 23일까지 3단계 면접 및 체력검사 이후 11월7일 최종합격자 발표의 가장 빠른 일정이다.

올해 민사고 입시는 면접에 변화가 있다. 면접대상자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정원의 2배수에서 올해 2.5배수로 확대, 더 많은 학생들에 면접기회를 부여했다. 면접시간은 줄었다. 지난해의 경우 4개 면접실 각 20분 총 80분 동안 실시했지만 올해는 5개 면접실 각 15분 총 75분 동안 실시한다. 면접영역은 조정했다. 지난해의 경우 선택영역 중 하나였던 인성을 올해 국수영과 함께 필수영역으로 옮겨 필수영역은 4개가 됐다. 선택영역에는 탐구(사회/과학)을 남기고 총 6개 영역으로 세분화, 이 중 1개를 고르게 했다.

민사고는 2017학년에도 165명 이내의 남녀학생을 전국단위로 모집한다. 1단계 교과성적, 2단계 교과점수와 서류심사, 3단계 면접과 체력검사 이후 최종 종합심사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교과성적은 1학년1학기부터 전 교과, 자기소개서는 총 5200자 이내의 분량, 면접은 국수영과 인성에 사회 및 과학으로 구성된 선택영역까지 총 5개영역에서 1인당 약 75분 동안 진행이라는 높은 강도다. 현 자사고의 전신인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의 운영을 통해 법적으로 보장된 입시의 자율권을 활용하면서도 사교육유발요소를 배제하는 등 사회적 요구에 최대한 협조하는 특징이다. 김성우 민사고 입학관리실장은 “교육부가 추천서와 자소서에 제한한 배제사항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며 “작성 시 불이익을 받으니 주의할 것”을 조언했다. 민사고가 원서접수 일주일 전에야 자소서와 추천서 양식을 공개하는 것 역시 사교육유발 방지의 차원이다.

▲ '사교육영향' 오해를 받는 민사고 면접에 대해 김성우 민사고 입학관리실장은 "세부적 암기식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비판적 분석의 '소양'을 측정한다"며 "특정영역에 편협한 공부보다는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평가내용"이라고도 설명했다. 사진은 민사고 교문. 다산 정약용 선생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세워 설립자 최명재 이사장의 "전국의 영재들을 선발, 점차 퇴색되어 가는 민족혼을 살리고, 미래의 조국을 이끌어 갈 '대한국인'을 양성하겠다"는 설립의지를 담았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과, 1학년1학기부터 전 과목.. ‘작년 합격자 98점대’>
교과는 중학교 1학년1학기부터 3학년1학기까지 전 과목을 반영하며, 3학년1학기와 국수영과에 가장 높은 비중이다.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 이후 ‘합격권 올A’ 여부에 대해 김성우 입학관리실장은 “과목과 학기에 따라 반영비중이 맞아 어느 과목 몇 개까지 B는 가능하다 식의 답변은 불가능하다”는 전제 아래 지난해 최종합격자 기준 민사고 교과성적 산출기준 공식을 적용한 결과를 전했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을 때 지원자 대부분이 98점 이상이었다. 합격자 중 가장 낮은 학생은 98.5점 정도였다. 그 전년도엔 98.1점 정도였다. 다만 이 점수를 ‘컷’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내신성적이 이보다 낮아도 서류와 면접, 체력검사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합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3단계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며 지난해의 사례를 설명했다. “지난해 내신환산 100점인 학생 중 123명이 3단계에 올랐고, 이중 67명이 최종합격했다. 절반은 불합격한 셈이다. 내신환산 99~99.99점 사이에 있었던 학생 중에서는 176명이 3단계에 올라왔는데, 이중 82명이 최종합격했다. 내신100점인 학생을 제치고 합격했다는 것이다. 결국 내신성적이 어느 수준 이상(2016학년 2015학년 기준 99점 이상)이라면, 면접단계에서 내신성적의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98점대에 있는 학생들 가운데도 최종합격한 학생이 있다는 것은 3단계 면접에서 내신100점을 받은 학생을 뛰어넘었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98점대에서 최종합격한 학생 수는 99점 이상인 합격생수보다 크게 적었다.”

교과공부는 3단계 면접에서 그 심도가 드러난다. 김 실장은 “학교수업으로 공부의 뼈대를 충실히 세우고, 관련 책도 찾아 읽으며 관심을 확장해 생각을 깊이 해 온 학생이라면 내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해도 합격 가능하다. 문제풀이만 하면서 내신성적만 잘 받은 학생들은 면접에서 고전할 수 있다. 면접에서 평가하는 게 이런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자소서, ‘힘을 빼야 경기가 잘 풀린다’>
제출서류는 입학원서 자소서 추천서와 학생부Ⅱ다. 학생부는 타 선발체제의 고교와 마찬가지로 교과의 경우 성취도로 반영하고 수상경력과 영재기록사항을 제외한다. 자소서는 접수 일주일 전 경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해와 큰 틀에선 바뀌지 않는다. 지난해의 경우 ▲민사고가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띄어쓰기 포함 500자 이내) ▲중학교 재학 기간 중 학업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1000자)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세 권을 골라 느낀 점(각 500자) ▲중학교 재학 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활동했던 교과 외 활동 두 가지를 선택해 배우고 느낀 점(각 500자) ▲성장과정에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이나 문제 상황, 갈등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밝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수행한 노력(700자) ▲민사고 졸업 후 진학 및 진로 계획(500자)였다. 총 6문항 5200자다.

관심 높은 자소서 작성과 관련, 김 실장은 “자소서를 어떻게 쓸지보다 중학교생활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는 전제를 깔았다. 김 실장이 조언하는 자소서 작성법은 우선 진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에 의하면 ‘크게 성공한 경험’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성공했으면 성공한 대로, 실패했으면 실패한 대로, 갈등이 남았으면 남은 대로 자신의 솔직한 느낌과 생각을 담는 게 좋다. 사소한 것에서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주도한 경험 없이 외부조언만으로 자소서를 작성하다 보니 ‘완벽한 자소서’도 나온다. 김 실장이 “초등학생용 위인전을 보는 느낌”이라 혹평하는 자소서다. “본인이 정말로 치열하게 공부를 해봤고, 진심으로 봉사를 해봤고, 치열하게 진심으로 동아리나 학생회 활동을 해봤다면 그렇게 완벽한 모습을 그릴 수는 없을 것이다.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갈등이 있었는데, 그것을 한 순간에 해결했다 하는데 사람들 관계가 그렇게 쉽진 않다. 여러 주제에 대해 논문을 썼다고 자랑하는 학생도 있는데 아마 민사고에 가려면 논문 정도는 썼다고 해야 한다며 학원에서 조언을 해준 모양이다. 대학원생도 쓰기 힘든 논문을 중학생이 쓰다니, 믿기 어렵다. 그저 정말 본인이 느낀 것을 쓰기 바란다. 진심으로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끼는 것들이 있고, 감동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경험은 물론 중요하지만 ‘학생회장을 해야 한다’ ‘봉사활동은 몇 시간 해야 한다’ ‘동아리를 많이 해야 한다’의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입시를 위해 하기 싫은 활동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자신의 삶을 살길 바란다. 평가자를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담고 싶은 모습을 담는 게 오히려 평가자에 더 크게 어필할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몸에서 힘을 빼야 경기가 잘 풀린다. 자소서 작성을 자기생활을 중간점검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면접, 중학교과정 심화역량.. 반박 재반박 과정에서 학생별 진행 달라져>
올해 면접은 변화가 있다. 정원의 2.5배수로 확대, 더 많은 학생들이 면접을 치를 전망이다. 국수영과 인성을 필수영역으로, 사회와 과학을 선택영역으로 구분해 필수4영역 선택1영역, 총 5개 면접실에서 각 15분 정도 총 75분 가량 진행된다. 면접실당 2~3명의 면접관이 제출서류에 나타난 관심영역과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질문을 한다. 분야에 따라 개별 또는 집단면접이 실시될 수 있다. 실용영어를 제외한 모든 면접은 우리말로 진행한다.

필수4영역은 ▲우리말의 이해(국어문화에 대한 이해와 국어 사용 능력) ▲실용영어(영어로 진행되는 본교 수업 이수 가능성과 창의적 사고력 등) ▲수리적 사고(논리력 분석력 창의력 등) ▲행복한 학교생활(공동체 생활역량 및 인성, 본교 교육 목표 성취 적합성, 기숙학교 생활 적합성, 건강한 자아 적합성 등)이다. 선택은 총 6개 중 택일한다. ▲물질의 이해 ▲생명의 이해 ▲힘과 운동의 이해 ▲지구의 이해 ▲정보의 이해(생활에서 부딪히는 과학적 상황에 대한 이해력, 창의적 접근력, 문제해결력 등) ▲인간사회의 이해(중학교 역사, 사회 교과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사회 문제에 대한 비판적, 창의적, 합리적 분석 소양 측정) 중 선택한다.

김 실장은 “선택영역 중 ‘인간사회의 이해’는 중학교 사회교과와 역사교과에 대한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정치 경제 철학 지리 한국사 식으로 세부영역을 나눠 진행하는 게 아니라는 데서 지난해와 달라진 부분”이라 밝혔다. “세부적 암기식 지식을 묻는 게 아니라 비판적 분석의 ‘소양’을 측정한다. 특정영역에 편협한 공부보다는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평가내용”이라고도 설명했다.

‘인간사회의 이해’를 제외한 선택영역 5개는 생활과학 분야로 세부영역이 나뉘기 때문에 중학교 과학의 해당단원 내용과 관련된 깊이 있는 질의응답이 오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은 “중학교 교육과정을 깊이 이해했는지 묻는다. 속진이 아니라 심화역량을 평가한다”며 면접현장을 소개했다. “간혹 면접에서 고교내용을 얘기하려는 학생들도 있는데, 면접관이 중학교과정으로 유도한다. 면접에서 중학교 내용에 충실히 역량을 보여줬고 시간이 남는다면 그 이상 수준의 대화가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중학교 수준을 평가하는 게 기본이다. 중학교 수준에 대한 이해 없이 기계적으로 선행학습한 내용을 말하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면접에서 단순사실적인 질문을 묻는 경우, 다음 질문을 위한 화두를 던지는 것이지 그것에 답했다고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민사고 면접은 비구조화로, 진행과정에서 질문과 답이 반박과 재반박을 이어가며 진화한다. 같은 질문이라 하더라도 학생마다 진행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서울대의 수시 일반전형 구술면접 방식과 비슷한 체제인 셈이다.

체력검사는 30분 이내에 남학생 4km, 여학생 3.6km를 달리는 것으로 진행한다. 김 실장은 “중3 학생 수준의 90% 정도가 통과할 수준이기 때문에 최종선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볼 수 있지만, 그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 자기관리를 잘 못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어 다른 전형요소들과 함께 종합판단할 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민사고에 입학하더라도 잘 해내지 못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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