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최근 의학계열 모집단위의 평가/인증이 의무화됐습니다.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후속조치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일부 개정안이 실시됐기 때문입니다. 평가/인증을 받지 않으면, 졸업생들의 국가시험 응시자격이 박탈돼 의학계열 학과를 나왔음에도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 등이 될 방법이 사라지게 되며,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평가/인증을 받지 않는 의학계열 학과에는 향후 신입생 모집정지, 학과 폐지 등의 강력한 제재도 내려질 예정입니다. 평가/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뿐만 아니라 평가/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대학까지도 제재 대상입니다. 1차 제재로 입학정원 100% 범위에서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며, 2차 위반 시에는 학과를 전면 폐지합니다.

의학계열 평가/인증의 의무화를 촉발시킨 것은 최근 폐교의사를 밝혀 화제로 떠올랐던 서남대 의대입니다. 서남대 의대는 2011년 의평원의 평가인증을 거부하고, 의대 중 이례적으로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대학에도 선정됐습니다. 2013년에는 임상실습시간 부족 등 부실운영으로 졸업생의 의사면허 취소 위기까지 초래한 끝에 교육부가 폐과를 추진했으나 폐과결정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과 교육부 감사결과 취소소송 등을 거쳐 폐과를 면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교육부가 다시금 서남대 의대에 대한 현장평가를 실시해 19개 평가지표 중 전임교원 부족, 실습교육 예산편성 미흡, 실습교육체계 미흡 등 15개 지표에 대한 미충족을 이유로 2015학년 수시모집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온 것이 서남대 의대입니다. 평가/인증을 대학의 자율에 맡긴 결과 교육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학이 살아남게 된 셈입니다. 때문에 평가/인증을 의무화함으로써 부실의대 퇴출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의학계열/평가인증이 의무화됨으로써 더 이상 부실의대들은 살아남기 힘들게 됐습니다.

의무적인 평가/인증 제도가 도입되면서 의대입시에서는 인성이 중요요소로 급부상할 전망입니다. 의대 평가/인증을 주관하는 의평원이 평가지표에 ‘인성을 평가하는 학생선발방안’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성을 도외시한 학생선발 구조를 유지할 경우 국가고시 응시 자격박탈은 물론, 신입생 모집정지부터 학과 폐지라는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최근 성추행 고대의대생이 정시를 통해 성대의대에 입학한 사건이 알려지며, 의대입시를 개선해야 한다는 반응 일색이었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독자들은 인성 중심의 전형요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모습입니다. 다중미니면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60%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다중미니면접이 현 의대입시에서 가장 효율적인 인성 측정 도구임을 고려하면,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들의 인성 문제가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 모습입니다. 한 독자분은 “인성 가치관 등을 판단해 윤리의식이 강한 의사를 선발해야 한다”고 의견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만, 정시 중심 선발구조의 폐해가 낱낱이 드러난 고대의대/성대의대 사태를 목도했음에도 정시가 확대돼야 한다는 반응이 32%나 나오면서 기형적인 자연계 수험생들의 의대선호 현상을 방증한 것은 안타까움을 자아낸 지점입니다. 사교육의 영향력이 짙은 정시를 통해 ‘인생역전’을 이뤄보겠다는 이기심의 발로로까지 비춰집니다. 인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점수 중심으로만 선발된 의료인들이 가득한 세상은 분명 바람직한 모습은 아닐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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