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어떠한 경우에도 학종은 유지되고 발전되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를 바꾸고, 교실 수업을 혁신하며. 학생들의 참여 태도와 의욕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학종이 대세가 되자 학생들은 일찍부터 진로를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학교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능동적 독서활동이 확연하게 늘고 있다. 학종의 모순과 폐단이 다양하게 지적되지만 분명히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입시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무엇보다도 학종으로 가장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와 학교가 변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학종을 무턱대고 반기기는 힘들다는 의견 역시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논쟁은 일부 진보신문이 문을 열었다. 학종에 대한 논의를 크게 사람으로 나누어보면 교사나 사정관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반면 학부모들은 지지와 의심이 나뉜 가운데 대체로 반대 목소리를 낸다. 재미있는 것은 주변 사교육 관계자들의 의견 상당수가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일부 교사들이 비판하듯이 이를 수능이라는 선다형시험, 점수로 줄세우기에 익숙한 이들의 조직적 반대로만 보기에는 좀 주저되는 면이 있다.

필자 역시 사교육 관계자로 마음이 무겁다. 학종은 입시의 성패가 학생 스스로의 능력에 온전히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역할을 학교(교사)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주체에 관계없이 내가 열심히 하면 되는 정시(수능 위주)와 수시 논술과 달리 학종은 내가 열심히 하고 학교가 그 터전을 만들어 주고 정리(기록)를 잘 해주어야 한다. 즉, 어느 학교를 다니고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가 학종 합격의 중요한 관건이 되는 것이다. 단순히 특목고나 자사고가 유리하고 일반고가 불리하다는 차원이 아니다. 일반고도 일반고 나름이며 자사고도 자사고 나름이다. 세간에는 학생부가 형편없다고 평가 받는 자사고도 있고 훌륭하다고 평가 받는 일반고도 있기 때문이다.

 

 

▲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

직업상 다양한 고교의 학생부를 보게 된다. 너무도 천차만별인 학생부 기록 실태에 때로는 한탄을, 때로는 감탄을 하고 있다.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다. 주변 학교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교내수상, 독서활동란이 텅 비어 있는 학생부, 빈약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복사해 붙여 넣은 자율활동과 진로활동, 글자수가 전혀 협의되지 않은 동아리활동. 좋은 말인데 특징이 없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등… 더불어 학부모를 상대하니 그들의 불평도 들을 기회가 많다. 학생이 낸 독서기록을 누락한 교사, 교사가 없다며 동아리 결성을 막은 학교, 몇 개 없는 경시대회, 학생부 기재요령도 모르는 교사, 몇 명의 우수아들에게만 교내상을 몰아주는 학교, ctrl+c(복사하기)와 ctrl+v(붙여넣기)에만 능숙한 교사... 한마디로 교사에 따라 달라지는 학생부의 양상들이다.

보고 듣는 실태는 실로 다양하다. 학생 스스로 학생부의 초안을 잡는 ‘셀프 학생부’의 이야기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거기에는 ‘카더라’ 통신만이 아니라 학생부를 잘 설계한 실제 컨설턴트의 무용담들도 존재하고 학종 합격생들의 자기고백도 존재한다. 학부형의 요구로 학생부 초안을 잡아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는 컨설턴트도 있고, 자소서를 여러 군데 의뢰해 종합해주는 학원, 학종 컨설팅을 하며 학생부를 기획하는 학원이나 연구소들이 성업 중이며 보습학원에도 비교과센터가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생겨나고 있다. 학종 시장에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을 것이다. 그 입시판을 향해 그게 아니라고 외치는 입학처장들의 충고는 바람결에 날리고, 사교육이나 공교육에 소위 학종 전문가들도 넘친다. 이쯤 되면 ‘학생부는 진실되다’라는 학종의 대전제가 의심 받을 수도 있다.

현재의 학종은 내가 봐도 아쉬움이 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대학의 수용인원을 초과할만한 많은 선발인원, 학종은 정성평가라는 근간을 흔들 만큼 많은 인원을 뽑고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대학별로 능력이 다르겠지만 학종 선발인원은 정원의 20% 안팎이 적당하다고 본다. 더불어 대학의 혜안(慧眼)도 필요하다. 현재의 학종은 부족함이 다소 있다. 그렇다고 올바른 길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쏟아지는 비판의 목소리를 자양분 삼아 학종을 더욱 무럭무럭 자라게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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