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에너지공학부 김성준(불암초-불암중-대진고, 2016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서울대 에너지공학부 김성준(21)군은 과학영재학교 탈락의 아픔을 딛고 과학중점학교를 통해 서울대 일반전형에 합격하는 반전드라마를 썼다. 김군이 선택한 일반고는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과학중점학교인 대진고. 평준화 일반고지만 1지망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 대진고 과중반에는 최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학생이 10명이 넘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방과후학교에는 고급수학반이 개설돼 있고, 교내 수학경시대회는 치열하다. 축구를 좋아해 교내 축구대회에서는 진통제를 맞고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투지와 열정도 보였다. 자기소개서와 독서는 전공적합성을 염두에 두고 일관성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슬럼프에 빠진 김군을 격려하고 서울대 일반전형의 길을 제시한 1학년 담임선생님의 반전의 출발점이었다.

<반전의 계기 담임선생님>
김성준군의 반전드라마는 아픈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울과고 경기과고 등 전국단위로 선발하는 과학영재학교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것. 실력발휘를 해볼 기회도 얻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더 컸다. “중학교 내신이 상위 44%였지만 전국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할 만큼 수학에선 자신 있었는데 1차에서 탈락해 필기는 응시해보지도 못했다.” 과고에는 지원하지 않았다. 과고는 영재학교에 비해 내신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후기 일반고에서 과학중점학교인 대진고에 1지망했다. 과고/영재학교를 준비하다 함께 과학중점학교에 지망한 친구 4명 중 혼자만 배정됐다. 행운이었다. 과학중점학교는 일반고 중에서 일부를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지정하는 일종의 자율학교. 과고에 탈락한 학생들은 물론 서울 전역에서 우수 학생이 1지망으로 선택해 배정받는 경우가 많다.

대진고는 그리 녹록한 학교가 아니었다. 막상 내신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고 전략과목인 수학마저 2등급이 나오면서 김군은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슬럼프에서 김군을 구원한 건 담임선생님이었다. “넌 서울대다. 일반전형에 길이 있다.” 담임선생님의 선명한 방향 제시가 식었던 가슴에 불을 댕겼다. “네가 서울대를 가려면 학생부종합전형을 노려야 한다. 지역균형전형은 수학 외 다른 과목이 약하다. 일반전형은 구술면접 문제의 수준이 높아 수학/과학을 잘하는 네가 유리하다. 내신을 끌어올리고 비교과만 신경 쓰면 반드시 서울대 갈 수 있다.” 흔들릴 때마다 “과고 떨어졌을 때 초심을 잊었느냐”고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군은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면 꼭 감사 드리고 싶은 분이 1학년 담임 변숙희 선생님”이라며 “선생님의 한 마디가 나를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학교 내신 기출문제를 풀어본 후, 김군은 영어의 경우 재능보다는 노력을 하면 1등급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자신감이 생겼다. 기본은 수업시간 집중이었다. 시험범위였던 EBS수능특강은 책을 통째로 외워버렸다. 김군은 “책에 나온 어떤 지문 어디라도 빈칸을 만들면 즉시 채워 넣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3등급을 오가던 영어도 결국 1등급을 찍었다. 마침내 3학년1학기에는 9개 과목에서 1등급을 확보하는 성과로 고교 진학 후 첫 전교1등을 차지했다. 내신 대비는 시험 6주전부터 시작했고 우선 자신 있는 과목을 마치고, 시험 3주 전부터는 취약과목에 집중하는 전략을 썼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꾸준한 내신상승 전교1등까지>
서울대가 역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는 인재를 좋아한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면서 마침내 3학년1학기 전교1등을 찍은 김군의 내신상승 곡선이 주목되는 이유다. 대부분 1등급이었지만 1학년 때는 국어 2등급, 영어 2~3등급, 한국사 3등급 등 부진한 과목도 많았던 걸 감안하면 괄목할 성장이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일반적인 학생들이 그렇듯 김군도 한국사와 영어가 약했다. 1학년 담임선생님이 한국사 선생님이었다. 독하게 마음먹고 한국사 수업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필기했다. 그렇게 필기한 노트의 양은 아예 별도의 교과서를 한 권 만들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트필기는 사소한 내용까지 모조리 암기했다. 물론 교과서 암기는 기본이다. 매번 3등급이 나오던 한국사는 드디어 2학년 때 1등급을 찍었다.

<실사구시형 자소서>
자기소개서는 공대 에너지공학부의 전공적합성에 맞춰 철저히 실사구시형 내용으로 채웠다. 공학에 필수적인 수학적 지식을 강조하면서도, 연구와 실험에만 멈추지 않고 뭔가를 만들고 발명해내려는 공학도의 모습을 담았다.

교내 수학에세이 대회에서 ‘학생들을 위한 복권’을 만들어 대상을 받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복권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통해 책 속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변수를 감안하고 난관을 극복한 경험을 그대로 녹여냈다. “우리나라의 복권은 숫자 1부터 45까지의 범위 안에서 6개의 숫자를 선택하는 방식인데, 새로운 복권은 숫자 1부터 45까지의 범위를 늘리기도 줄이기도 하고 6개의 숫자도 4, 5, 6, 7 등으로 바꿔가면서 만들었다. 또 대상이 학생이므로 복권 당첨금을 정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10만원이 적당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당첨금을 몰아주기 보다는 당첨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필요함도 느꼈다. 당첨자 수를 늘리려면 당첨비율을 높여야 했고, 당첨비율에 따라 숫자 범위와 선택 숫자의 수를 조절해야 했다. 처음 복권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매우 많고 복잡함을 깨달았다. 이유는 수학문제를 풀 때는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었지만, 복권 제작은 정해진 확률이 나오도록 숫자를 조작하는 것이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각각의 경우의 수에 따라 복권을 만든 끝에 수학에세이 대상을 받을 수 있었다.”

소논문도 실생활의 의문에서 출발했음을 강조했다. 한강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기는데 프레임에 녹이 슬어 안장 높이 조절이 힘들다는 관찰에서 탐구가 시작됐다. 철의 부식에 관심을 가진 김군은 교과서와 책 ‘진정일 교수의 교실 밖 화학이야기’ 등을 통해 철은 알루미늄과 달리 부착성 부식 막을 만들지 못해 부식이 계속 진행된다는 점을 알았다. 소논문 주제로 ‘철의 부식 억제에 대한 화학적 반응활용’을 선택한 이유다. 김군은 “화학과 일상생활을 연결 지어 소논문을 쓰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화학 선생님께 많은 질문을 드리고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도 탐구 정신을 가지고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과학중점학교의 선생님들>
공교육의 틀 안에서 서울대 일반전형에 합격한 김군은 선생님들에게 굳은 신뢰를 표했다. “수학 박성진 선생님은 어떤 문제를 갖고 가도 명쾌하게 해결해 주셨다. 일반고는 물론 전국 고교에서는 알아주는 실력자라고 들었고 무조건 믿고 따랐다. 소논문을 지도해주신 화학 곽정희 선생님도 실력자로 학생들이 신뢰했다.”

대진고는 사립 일반고로서 2009년 과학중점학교로 지정, 우수한 교원과 수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준수한 대입실적을 내왔다. 2016학년 서울대 등록자수 7명(수시2/정시5)으로 전국 89위를 기록했고, 2014학년에는 합격자수 기준 10명(수시6/정시4)으로 전국 54위에 오르기도 했다. 강남 서초 송파 양천과 함께 서울 5개 교육특구로 분류되는 노원구에 자리해 수시는 물론 정시도 강한 것이 특징이다. 김군은 “대진고 과중반은 수업분위기가 좋았다. 서울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 학생이 일반고에는 반마다 1~2명이 있다면 과중반에는 10명 이상이었다. 서로 잘하는 과목이 달랐기 때문에 함께 공부하면서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진고가 방과후학교에 개설한 고급수학반도 수학을 향한 김군의 갈증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고급수학반 수강자는 2학년1학기 때 희망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치러 선발한다. 보통 100여 명이 시험을 치러 10여 명을 선발한다. 수업은 주로 토론과 발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군은 자소서에도 고급수학반에서 ‘극좌표’를 발표 주제로 맡아 공부했던 경험을 적었다. 고급수학반을 통해 실력을 키운 김군은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2학년 때 은상, 3학년 때 금상을 차지했다. 보통 절반도 풀기 어려운 서울대 구술면접 수학문항은 6개 가운데 5개를 풀었다.

<축구선수 박지성을 택한 축구광>
김군의 독서량은 최근 사교육기관의 ‘학종 스펙’ 주장이 수험생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상승곡선을 그린 내신과 막강한 수학 실력을 갖췄지만, 김군은 독서량에 있어선 사교육기관의 스펙 ‘35권’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목록도 ‘합격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김군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같은 수학 관련 책이 절반 이상”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소서에는 전공적합성을 고려해 ‘기후불황(김지석, 센추리원)’ ‘최신에너지학개론(박종웅 외, 동화기술)’ 2권을 적었고 마지막엔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다(박지성, 중앙북스)’를 적었다.

박지성의 책을 적은 이유는 가장 존경하는 선수이자 스스로 ‘축구광’이기 때문이다. “공부 빼곤 축구에 미쳤다. 어린 시절 꿈은 단연 축구선수였고, 축구 캠프도 많이 다녔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꼭 축구를 했다. 축구를 하면 공부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다. 보통 과학중점반은 운동에는 관심이 없는 친구들이 많아 일반 문과반에 비해 축구를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과중반 대표로 교내 축구대회 ‘대진컵’ 출전, 우승을 차지했다. 토너먼트 중간에 발목 부상을 당했지만 진통제를 맞아가면서 모든 경기에 풀타임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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