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경제학부 손세호(송파초-배명중-서울고, 2016 수시 일반전형)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손세호(20)군은 전략적 사고방식으로 열정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결집해 서울대 일반전형을 뚫어냈다. 전략적 사고방식은 여건을 최적화하려는 경제적 가치관과 맞닿아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모교인 서울고의 수시체제는 손군의 전략적 사고를 떠받쳐준 훌륭한 그릇이었다.

손군의 전략적 사고의 출발점은 경제학에 대한 열정이다. 무의식적으로 경제학 용어와 개념, 단어를 대화에 사용할 정도로 경제학에 깊이 빠져 있다. 전략적 사고방식은 서울대 구술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수리적으로도 풀기 어려운 구술 수학문항을 직관을 활용해 결론을 도출, 교수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평소 사회현상은 물론 대입까지 항상 경제적/전략적으로 사고한 덕분이다. 수시로 서울대 입시에 관한 기사를 찾아 읽으며 행간에 숨은 의미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어도 읽고 치우는 것이 아니라 “읽은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까지를 독서로 규정했다. 자기소개서 작성은 고3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에 대한 고민은 고3 내내 멈추지 않았다.

<전략적 선택.. 구술면접 수리문항의 직관적 접근>
손세호군은 2015년 서울대 경제학부 류근관 교수가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 기사를 읽고 서울대 구술면접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특히 지금도 풀기 어려운 경제학부 수학문항이 더 어려워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결론은 ‘수학적 풀이를 포기한다’였다.

“내심 수식적 접근을 포기했던 게, 인터뷰가 2015학년 입시 직후 서울대 입시의 출제방향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경제학부 교수는 사교육을 억제하려면 구술이 더 어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미 서울대 경제학부 수학문항은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고, 뛰어난 학생들이 수식적으로 덤벼도 거의 시간 내 풀기가 어려웠다.”

과감한 전략이 필요했다. 손군은 “경제학부 수학문제에서 수식적인 계산 방법으로 풀려는 시도를 아예 접었다. 대신 직관을 활용해 풀자고 마음먹었다”며 “과감한 전략이었지만 성공적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학적 계산을 하다가 시간을 허비한 반면, 직관과 논리, 그래프를 활용해 결론을 도출했고 (교수들의 반응을 봤을 때) 정답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전략적 아이디어는 자기소개서 도서목록에서도 언급한 ‘경제추격론의 재창조(이근, 오래)’에서 얻었다. “책에 따르면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선두주자가 하는 방법을 똑같이 따라 해서는 절대로 격차를 좁힐 수 없다. 후발주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선발주자 역시 전진하기 때문에 어쨌든 격차는 줄어들지 않는다.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선 차별화된 과감한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미 후발주자다. (과고/영재학교 등) 선발주자들의 수식적인 접근을 따라가기에는 도저히 늦었다고 생각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구술면접 학원 전혀 도움 안 돼>
서울대 일반전형 수리문항은 교과서 안에서 출제되지만 문제에 변형을 가하기 때문에 풀이가 만만치 않다. 더 복잡한 풀이를 거쳐야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군은 스스로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교수를 놀라게 하는 독창적인 대답을 할 수 있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강조했다. “구술면접을 준비하며 학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솔직히 많이 고민했다. 서울대 구술면접만큼은 학원에 안가는 게 낫다고 본다. 서울대 경제학부 친구들 중 학원에서 구술면접을 준비했다는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도 만약 학원에서 준비했다면, 수학적 문제풀이에 집착해 독창적인 대답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손군이 추천하는 최고의 구술면접 대비법은 생각하는 습관이다.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같은 경우 정답이 없기 때문에 평소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중요하다. 실제 2학년 때부터 준비는 아니지만 면접에 관해 자주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는 경제학이란 과연 무슨 학문인가. 그런 것들이다. 기출문제를 보면서 나는 어떻게 대답 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자주 던졌다.”
 
<어릴 적부터 시작된 경제학의 꿈>
손군의 경제학자에 대한 관심은 어릴 때부터 시작됐다. “어머니께서 ‘희소성의 원칙’ 등 경제학적 개념들을 실생활에 적용해서 여러 이야기를 해 주셨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해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 중1 때 그레고리 맨큐가 쓴 ‘경제학원론’을 처음 접했고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그래프로 그려지는 수식적 논리를 말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낀 것 같다. 이후 경제성장 빈부격차 부국강병 등 사회적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경제학에 대해 일종의 사명감마저 느끼게 됐다.”

그렇다고 지식을 편식할 이유는 없었다. 손군은 “전공적합성과 융합/통섭은 모두 소중히 여기는 학문적 태도”라며 “우선 전공적합성에 충실히 집중하면서도 자연과학과 인문학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때, 많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현상계에서는 여러 분야에 대해 알아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물리부 동아리 활동은 학문적 관심을 크게 확장시켰다고 평가한다. 주변사람들은 물리부 활동이 서울대 경제학부 입시에서 ‘매력 포인트’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전략적 사고>
평소 경제학적 시각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인 사고방식은 남다른 강점이었다. 손군은 독서량에 대해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부에 기록한 내용’도 중요하다. 독서를 실제로 하고,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하기까지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량은 1학년 때 가장 많았고, 학년이 올라가면서는 양보다는 내용의 깊이를 더했다. 1학년 때는 책을 41권 읽었고, 한 권당 학생부에 6~7줄 정도 썼다. 고1때까진 학생부에 글자수 제한이 없었던 덕분이다. 글자수 제한이 처음으로 적용된 2학년 때는 11권을 기록했다. 3학년 때는 단 3권이 기록돼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많아지는 교과 학습량을 생각했을 때, 독서보다 공부에 더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고학년이 될수록 독서의 양은 줄이되 깊이는 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독서 기록 권수는 준 대신, 더 수준 높은 책을 읽고 더 깊은 고민을 했다. 깨달은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부에도 좀더 ‘세련된’ 사유의 흔적을 남겼다. 독서활동을 통해 성장해 가고 있다는 것을 학생부에 기록한 셈이다. 결국 ‘얼마나 독서를 많이 했느냐’가 아니라, ‘책을 읽고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으며, 나의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성장의 흔적을 학생부에 남기는 것이 독서활동의 중요한 포인트다. 자기소개서에는 학생부에 기록한 책을 학년별 한 권씩 선정해서 썼다.”

자소서 도서목록은 ‘장미의 이름(움베리토 에코, 열린책들)’ ‘경제추격론의 재창조(이근, 오래)’ ‘청소년을 위한 케인스의 일반이론(존 메이너드 케인스, 두리미디어)’다.

<“서울고라서 행복했다”>
서울고는 일반고의 수시체제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지 보여주는 롤모델로 부상했다. 단적인 사례가 무려 45쪽에 달하는 손세호(서울대 경제학부 2016 일반전형)군의 학교생활기록부. 손군이 학생부에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 있었다고 말하는 이유다. “내신 성적은 서울고 기준으로 할 때 서울대 합격권이었고, 무엇보다도 마지막 3학년1학기 때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았다. 교과와 연결된 비교과 활동은 45페이지에 달해 자신 있었다.” 물론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학생부의 양과 내용은 달라질 수 있고, 손군의 학생부는 평균보다 분량이 많은 편. 그럼에도 서울고의 학생부 작성 시스템은 공립 일반고 가운데 발군이라 할만하다.

손군은 “학생부 항목 중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보통 분량이 한 장을 넘어갈 정도로 선생님들이 구체적으로 써주신다. 내용은 ‘◆’표시를 붙여 ◆인성 ◆교과성적 ◆배려 ◆적극성 등으로 항목을 나눠 일목요연하게 작성해 주신다”고 설명했다.

서울고 자소서 시스템의 도움도 컸다. 손군은 서울고의 자소서 첨삭지도 시스템을 클라우드에 비유했다. “학생들은 담임/학년부장선생님께 언제든지 자소서를 맡기면서 첨삭을 부탁 드린다. 선생님들께서 읽어보고 방향과 단어선택, 내용배열 등 고칠 점을 알려주신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수시로 자소서 첨삭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서울고에는 방과후학교에도 자소서 작성 강좌가 개설돼 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하고 체계적인 자소서 작성법을 읽히고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자소서는 고3 1학기가 끝나서야 작성했지만, 내용과 방향에 관한 고민은 훨씬 오래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손군은 “쓰기는 고3 여름방학 때 썼지만, 자소서를 그때서야 구상한 것은 아니다. 고교 입학 후 생활하면서 12번의 정기고사를 치를 때나, 다양한 학교 활동에 참여할 때나 항상 생각했던 점은 ‘이것이 나의 학문과 성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비교과활동에 대해선 인문영재학급과 토론대회를 꼽았다. 서울고 인문영재학급은 인문사회계열 학생 20명을 선발, 토요일마다 역사 철학 경제학 사회학 등에 대해 심도 있는 수업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기말에는 1인당 논문을 한 편씩 쓰고, 논문발표회를 연다. 손군은 “수업을 들으면서 항상 경제학과 다른 학문들이 어떻게 학문적으로 연결돼 있는가를 생각했다. 1,2학년 모두 논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서울고 토론대회는 매년 두 번 개최된다. 손군은 1,2학년 총 4번 참여했고,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진출에는 글쓰기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토론대회를 통해 말하기와 발표 능력, 전달 능력과 순발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고, 나중에 구술면접에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서울고는 2016학년 서울대 등록자수 16명을 기록해 전국 31위에 올랐다. 고교평준화 지역 일반고 가운데 단대부고(21명) 숙명여고(19명)가 서울고에 앞섰지만 수시 실적에서는 서울고가 11명, 단대부고 5명, 숙명여고 5명으로 압도적인 수시체제의 우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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