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위원 정보, 학원강사에 전달 정황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6월 모의평가 문제유출 사건과 관련 경기도 지역 현직교사가 경찰에 체포됐다. 6월모평 국어영역 문제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문제 사전유출 혐의를 받는 학원강사 이모(48)씨가 한 현직 교사로부터 출제 내용을 미리 입수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씨에게 모의평가 출제 내용을 사전에 알려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경기도에서 근무하는 현직교사 A(53)씨를 긴급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서면이 아닌 구두로 문제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6월 모의평가 검토위원을 맡았던 경기지역 교사 B(41)씨를 올해 5월 만나 출제 내용을 구두로 전해 들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이 들은 내용을 학원강사 이씨에게 다시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자백을 받은 뒤 A씨를 추궁했지만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태다. A씨와 B씨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등 절친한 관계였고, 학원강사 이씨는 A씨와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학원강사 이씨는 말로 전해듣고서 모의평가 문제를 시험일 전 자신이 강의하는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미리 알려준 것으로 의심된다.

경찰은 앞서 A씨와 B씨의 학교 사무실과 자택, 휴대전화 등도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수사 초반 이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분석한 결과 이씨가 그간 A씨와 연락이 잦았던 것으로 확인되자 A씨를 문제 유출의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해 왔다. 경찰은 문제유출 과정에서 금품이 오가는 등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도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 경찰이 6월 모의고사 유출 사건과 관련해 현직교사를 체포해 수사중이다. 사진은 사전유출 문항으로 거론되는 '최척전' 지문의 한 부분./사진=문제지 캡쳐

<모의평가 문제유출 사건>
서울 강남 목동 노량진 등에 소재한 대형학원에서 강의한 국어강사 이씨는 시험직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6월모평에서 국어영역 현대시와 고전시가, 현대소설 등에서 특정 작품이 출제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험결과 해당 작품이 지문으로 출제돼 문제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또한 중세국어에서 비(非)문학 지문이 나온다고 말했으며, 실제 중세국어에서는 문법 영역 지문이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은 서울 지역 학원가에서 학생/학부모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이씨는 “6월모평에서 중세국어 문제는 비문학지문이 나온다”며 “지문은 길고 복합유형이며, 사회지문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학에서는 현대시 ‘우리가 물이되어(강은교)’와 고전시가 ‘가시리’, 현대소설 ‘삼대’, 고전소설 ‘최척전’ 등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모평 국어영역의 11, 12번 문항은 중세국어 문법영역 지문을 담고 있었고 현대국어와 중세국어를 비교하는 내용으로 출제됐다. 사회 관련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물이 되어’는 36번, ‘가시리’는 25~27번 문항의 (가)지문, ‘삼대’는 39~42번 문항 지문, ‘최척전’은 43~45번 문항 지문으로 나왔다.

평가원은 시험 시행 전 관련 제보를 받고 지난달 31일 이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평가원은 시험 시행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모평 유출 가능성>
업계에선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교사가 관심분야와 출제방향을 미리 뀌띔하는 형태로의 유사문항은 유출이 가능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제위원으로 차출돼 장기 출장을 가게되는 교사가 누구인지 소문이 날 수 있고, 해당 교사의 강의 노트나 내신 출제 문제가 학원가로 흘러들 수 있다는 것이다. 출제위원이 미리 합숙에 들어가기 전 예제를 해당 강사에게 알려줬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교사가 친분이 있는 강사에게 미리 만들어 둔 예제를 알려주고 합숙에 들어가 그대로 출제하면 적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제유출 사건이 학원가의 마케팅에 활용될 우려도 나타냈다. 이씨가 무죄로 판명될 경우는 물론 유죄로 판명되더라고 학원 입장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각종 시험에서 문제유출 사건이 불거지면 유출 당사자는 엄벌을 받더라도 내용를 공개하고 퍼뜨린 사교육 업체는 ‘족집게’로 유명세를 타는 일이 반복됐다.

다만, 모의평가의 문항출제/검토는 수능에 비해 보안 수준이 낮은 편이다. 실제 수능 때처럼 시험 당일까지 통제된 상황에서 합숙을 하지는 않는다. 평가원은 모의평가의 경우 약 1달 전 교수들과 교사들에게 출제위원 여부를 통보하고 2주 전부터 합숙하며 문항을 만든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출제/검토위원과 행정직원, 관리요원 등 모두 700여명이 시험 시행 34일 전부터 외부통신이 차단된 곳에서 합숙에 들어갔다. 매년 합숙장소는 보안상 공개되지 않는다. 최근 수년 새 문항오류 의혹이 연달아 제기됨에 따라 검토기간이 늘고 인원도 증가했다. 외부와의 통신은 완전히 차단됐다.

<6월 모평은>
6월모평은 수능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수험생들의 수준을 가늠해 11월17일 실시되는 수능의 난이도를 목표대로 출제하기 위해 두 차례 시행하는 모의평가 중 첫 번째다. 평가원은 6월과 9월 모평에서 시험의 성격, 출제영역, 문항 수 등을 실제 수능과 동일한 틀로 진행한다. 수험생에게는 수능 시험체제와 문제 유형에 적응할 기회를 주고 평가원은 실제 수능에서 개선점을 찾기 위한 방안이다. 이번 시험에는 전국 2049개 고교와 413개 학원에서 60만1863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재학생은 52만5621명, 졸업생은 7만624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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