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인증 의무화.. 평가기준 재정비 시급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교육부가 의대/치대/한의대/간호대 등 의학계열 운영 대학들에 의무적인 평가/인증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의학계열 입시에서 인성이 중요 요소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의대 인증을 주도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인성을 평가하는 학생선발 방안’을 평가기준으로 활용하는 등 인성을 도외시한 학생선발 구조를 유지할 경우 국가고시 응시 자격박탈은 물론, 신입생 모집정지부터 학과 폐지라는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평원이 우수기준으로 제시한 1시간 이상의 심층면접은 다중미니면접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의대입시 전반으로 다중미니면접 확대 여부도 관심대상으로 떠오른다. 고대의대/성대의대 사태 등 대학가에 만연해있는 점수 위주 줄세우기 의대생 선발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셈이다. 다만, 현재 의대들 대다수가 평가/인증을 받아 유효기간이 남은 상태로 당장은 별도의 평가/인증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다중미니면접의 확대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제대로 된 평가/인증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의평원을 비롯한 평가/인증 기관들의 평가기준 재정비가 선결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의평원 평가방법 기준 97개 문항 가운데 ‘교수들의 장/단기 외국연수와 국내외 학회 참석을 위한 재정적 지원체제’, ‘교수업적평가 기준에 봉사에 관한 내용 포함 여부’, ‘교수의 학회활동 등 사회봉사활동 보장 등’ 교수들의 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는 문항들이 많기 때문이다. 의학교육의 주체가 교수들이긴 하나 교육과 연계된 학생선발 등의 비중을 늘리고, 교수 관련 지표들의 비중은 낮춰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의대 평가/인증 인정기관이 내세운 기치는 ‘의료계의 자발적인 의학교육 공신력 확보’지만, 속내는 90년대 말 신설의과대학들의 견제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기존 의대들의 연합체로 ‘그들만의 리그’다 보니 교수들의 학회 참석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학생선발 지표가 동등한 점수를 1개 문항으로 처리되는 등 의학교육의 본질과 거리가 먼 평가/인증이 실시되고 있다. 교육부가 평가/인증 기준 등을 면밀히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들의 의무적인 평가/인증을 도입하며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상황에서 평가기준의 재정비도 필히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교육부가 의대/치대/한의대/간호대 등 의학계열 운영 대학들에 의무적인 평가/인증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의학계열 입시에서 인성이 중요 요소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인성을 도외시한 학생선발 구조를 유지할 시 국가고시 응시 자격박탈은 물론, 신입생 모집정지부터 학과 폐지라는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사진=건국대 제공

 

 

<의학계열 평가/인증 의무화.. 국시 응시자격 미부여, 모집정지/폐지까지 강력 제재>
교육부는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과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후속조치로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23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대/치대/한의대/간호대 등 의료과정(의학계열) 운영 대학들은 그간 자율로 맡겨졌단 평가/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규정 시행일인 23일부터 3개월 내 교육부가 지정한 인정기관으로부터 평가/인증을 받지 않는 경우 의료법과 고등교육법에 따른 제재가 내려질 예정이다. 교육부가 지정한 인정기관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비롯해 한국간호교육평가원, 한국치의학교육평가원,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다.

지난해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평가/인증을 받지 않은 의학계열 학과/학부 대학원(이하 학과)을 졸업한 학생들은 국가시험 응시자격 부여대상에서 배제된다. 의학계열 학과를 나왔음에도 의사/한의사/치과의사/간호사가 될 방법이 사라지는 셈이다. 다만, 개정 의료법의 시행 시기는 내년 2월2일이기 때문에 올해 치러질 2017 입시가 아닌 내년 치러질 2018 입시부터 평가/인증에 따른 국가시험 응시자격 미부여 제재가 적용된다.

더하여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평가/인증을 받지 않는 의학계열 학과들에게는 향후 신입생 모집정지, 학과 폐지 등의 강력한 제재도 내려질 예정이다. 평가/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 뿐만 아니라 평가/인증을 신청하지 않은 대학까지도 1차제재로 입학정원 100% 범위에서 신입생 모집이 정지되며, 2차 위반 시에는 학과를 전면 폐지한다.

현재 전공/학과/학부/대학원 등 체제는 다소 다르지만, 의학 41개교, 치의학 11개교, 한의학 12개교, 간호학 204개교 등에서 의학계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의대를 기준으로 보면, 2012년부터 실시된 Post 2주기 평가인증을 받은 대학은 38개교로 가톨릭관동대와 동국대가 인증유예, 2018 폐과를 자구책으로 내놓은 서남대가 불인증을 받은 상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은 아직 입법예고 중이지만, 추후 관련 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의학계열 학과들은 교육과정 운영 시작일로부터 3개월 내 인정기관으로부터 평가/인증을 받아야 한다. 아직 인증유예/불인증 상태인 대학이나 평가/인증의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대학들은 평가/인증을 받지 않을 시 곧장 제재를 받게 된다. 평가/인증 내용은 모집요강을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인성 중심 다중미니면접 확대되나? 의평원 평가기준>
의학계열 학과들의 평가/인증이 의무화됨에 따라 다중미니면접 확대가 예상된다. 의대 인증/평가를 담당하는 의평원의 평가기준 등을 고려하면, 다중미니면접의 도입이 필수적인 상황 때문이다. 의평원은 평가인증기준을 통해 ‘의사가 되는데 필요한 인성을 평가하는 학생선발 방안이 있는 경우’를 기본기준으로 두고, ‘의사가 되는데 필요한 인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면접을 실시하는 경우’를 우수기준으로 제시했다. 의평원이 내린 심층면접의 정의는 “전체 면접시간이 1인당 1시간 이상 소요되는 면접”이다. 현행 입시에서 의평원이 규정한 심층면접을 실시함으로써 우수기준을 만족하는 경우는 서울대 의/치/수의대에서 실시되고 있는 다중미니면접 뿐이다. 우수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다중미니면접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다중미니면접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 선발에 신중함을 기해야 하는 의대 특성 상 최선의 방법으로 꼽힌다. 다수의 면접실을 두고 면접 대상자가 각 면접실을 순차적으로 돌며, 다양한 상황과 제시문을 통해 진행되는 다중미니면접은 지식보다 인성에 중점이 맞춰진 면접으로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의사 직업의 특수성과 관련 가장 효과적인 평가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다중미니면접은 최근 축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 대학들이 의전원으로 대거 체제를 바꾸던 시절에는 전반적인 확대 양상을 보였으나, 대학들이 학부체제로 회귀하며 인성검증을 위한 상황면접 외에 빅데이터 분석, 제시문 분석 후 발표, 면접관과의 토론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기 때문에 학생의 사고력, 순발력 등 의사가 갖춰야 할 여러 덕목과 의학을 전공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적성까지 동시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음에도 축소 추세로 돌아섰다. 대학가에 만연해 있는 점수 위주 선발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 의대는 기형적인 자연계열 수험생들의 의대선호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때문에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2018학년이 학종시대로 불릴만큼 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맹위를 떨치고 있으며, 수시 역시 계속해서 확대돼 올해 전체 4년제 대학 수시/정시 선발인원 가운데 69.9%를 수시로 선발하고 있는 상태지만, 의대 입시는 여전히 정시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역 인재 배려성격인 통칭 지역인재전형을 배제하고 일반전형만을 기준으로 보면 수시 50.3%, 정시 49.7%로 절반 가까이 정시 선발이다. EBS 연계에 따른 문제풀이가 고득점을 가르는 등 최초의 취지를 잃은 수능 점수를 중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입이 진화해 나가고 있지만, 의대에서는 유독 정시 중심의 선발구조가 남아있는 모습이다.

정시 중심 선발구조의 폐해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은 최근의 고대의대/성대의대 사태다. 고려대 의대 본과 4학년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해 물의를 빚었던 ‘2011년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중 1명은 최근 성대 의대 본과1학년에 진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고려대가 당시 가해자들에게 대학이 내릴 수 있는 최대 제재인 출교조치를 내림으로써 고대 의대에서 완전 퇴출 시켰지만, 실형을 살고 나온 가해자 중 1명인 박씨는 정시를 통해 성균관대 의대에 입학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시가 치러졌거나, 면접이 포함된 정시였다면 입학취소 처분까지도 고려할 수 있으나, 수능중심의 정시 입학생에게는 성추행 사실에 따른 제재를 내릴 방법이 없다. 지원자가 과거 이력을 숨긴 경우 입학취소 처분이 가능한 학종이거나 면접에서 인성을 미리 검증할 수 있었던 경우라면 제재가 가능하겠지만 정시 입학생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

때문에 교육계에서 다중미니면접의 도입/확대 전망을 두고 환영의 목소리를 나타낸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다중미니면접 도입/확대야말로 의학계열 학과들이 필히 이뤄내야 할 변화로 제시돼왔기 때문이다. 올해 논란으로 떠올랐던 고대의대/성대의대 사태 등에 비춰볼 때 사전검증 장치가 없는 정시 축소와, 다중미니면접을 곁들인 학종을 중심으로 한 수시 확대만이 최소한의 ‘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선발구조로의 긍정적 변화 행보로 꼽힌다. 대학가에서도 적극 다중미니면접 확대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의대와 협의해야 하는 사항이며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즉각적인 도입이 미뤄지고 있을 뿐이다.

다만, 인성평가의 범주를 의료과정에 국한하지 않고 여타 모집단위까지 확대해야 함에도 의학계열 학과들에 대한 논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의학계열 인재들이 직접적으로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인성평가의 중요성이 높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인성이 요구되는 것은 의대 뿐만이 아니다. 의사의 윤리부재는 직접적으로 손에 닿는 인원들로 피해가 국한되지만, 정부정책을 주도할 수 있는 공무원이나 큰 회사의 경영자에게서 발생하는 윤리의식 부재, 인성 부족은 직/간접적인 피해를 합산하면 더 큰 사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의학계열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인문/자연/예체능계열 학과들에도 인성평가를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인증 재정비 필요.. 교수복지와 학생선발 동등?>
의학계열 학과에 평가/인증이 의무화되며, 교육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비치지만, 우려의 목소리 역시 일각에서 제기된다. 의평원을 비롯한 평가/인증 기관들의 평가기준이 부적절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평가기준 자체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평가/인증을 받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의평원의 평가기준은 97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대학의 운영 체계 18문항, 기본의학 교육과정 30문항, 시설/설비 9문항 등 교육기관이라면 응당 갖춰야 할 기본적인 내용부터 학생 19문항, 교수 18문항, 졸업 후 교육 3문항 등 구성원들에 관한 내용 등이 평가기준으로 활용된다. 97개 문항은 각각 최소한 갖춰야 할 기본 기준을 내세우고 있으며, 그 중 44개 문항은 우수기준도 제시한다. 운영체계, 교육과정, 시설/설비 등은 대학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기본 사항들로 불인증 상태인 서남대 의대 등을 제외하면 크게 문제가 없는 대학들이 대다수인 때문에 변별력을 가지지 못하는 항목이다. 결국 학생/교수/졸업후 교육 등의 항목에서 평가/인증의 실효성이 확보될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교육기관이라면 가장 중시해야 할 입학(학생선발)에 대한 내용은 극히 일부분이거나 막연한 내용에 그치고 있는 반면, 교수 복지 차원으로 보이는 규정들은 구체적으로 상당 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의평원 평가기준에는 ‘교수들의 장/단기 외국연수와 국내외 학회 참석을 위한 재정적 지원체제’, ‘교수업적평가 기준에 봉사에 관한 내용 포함 여부’, ‘교수의 학회활동 등 사회봉사활동 보장 등’ 교수들의 직접적인 복지 차원을 따지는 문항들이 다수 포함된다.

‘교수들의 장/단기 외국연수와 국내외 학회 참석을 위한 재정적 지원체제’ 항목에서는 교수들의 장/단기 외국연수와 국내외 학회 참석을 장려하기 위한 등록비 항공료 체제비 등 재정적 지원체계를 갖췄는지를 최근 2년간의 지원실적까지 포함해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연구년 제도의 내용/실적도 보고서에 기술해야 한다.

‘연구 시설/설비’ 항목에 포함된 교수들의 개인 교수실과 연구공간/시설은 연구력 제고 차원에서 포함돼야 할 내용으로 보이긴 하나, 단순 개인 교수실의 충분한 확보를 넘어선 내용을 요구해 문제다. 의평원은 ‘전임강사 이상의 개인 교수실 확보현황’에 더해 ‘교수실의 크기’, ‘조명 냉난방 방음 환기 채광 LAN설치 등 실내 설비 상태’까지 보고서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다.

‘교수의 학회활동 등 사회봉사활동 보장’은 교수에게 학생교육 연구 진료 외 학회활동을 비롯한 사회봉사활동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최근 2년간 사회봉사활동 실적을 비롯해 출장기록을 평가에 반영한다.

교수복지와 관련있음직한 사항들을 보면, 단순히 문항 숫자를 넘어서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다. 마치 학생선발과 교수복지를 동등하게 바라보거나, 학생선발을 경한시 하려는 것으로 비춰질 정도다. 의학교육의 주체가 교수들이긴 하나 교육과 연계된 학생선발 등의 비중을 늘리고, 교수 관련 지표들의 비중은 낮춰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물론, 의평원의 평가기준이 전부 개선돼야 할 것들은 아니다. ‘교수들의 국내/외 연구실적’, ‘전임교원의 확보/구성’, ‘임상의학 이외 분야 진출을 위한 대학의 지원현황’, ‘학생들의 상담체계 구축 여부’, ‘학생들의 건강관리 담당 직원/체계’, ‘학생들의 주거현황과 기숙사 운영 실태’ 등 학생들의 교육에 실질적으로 유용하게 작용할 항목들도 많다. 다만, 강제적인 학생모집정지, 폐지(폐과), 국가시험 응시자격 부여정지 등 각종 제재사항을 기반으로 평가/인증이 의무화 된 이상 학생선발 관련 항목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요구될 뿐이다.

한 대학가 관계자는 “의대 평가/인증 인정기관이 내세운 기치는 ‘의료계의 자발적인 의학교육 공신력 확보’지만, 속내는 90년대 말 신설의과대학들의 견제라는 게 정설이다. 기존 의대들의 연합체로 ‘그들만의 리그’다 보니 교수들의 학회 참석을 위한 재정적 지원과 학생선발 지표가 동등한 점수를 1개 문항으로 처리되는 등 의학교육의 본질과 거리가 먼 평가/인증이 실시되고 있다. 평가/인증기관 인정 주체인 교육부가 평가기준 등을 면밀히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들의 의무적인 평가/인증을 도입하며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상황에서 평가기준의 재정비가 필히 동반돼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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