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특정작품 다수 출제'주장 ..'평가원, 2일전 수사의뢰'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2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문항 중 일부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문제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강사 이모씨의 자택과 차량, 강의한 학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도 집행했다. 앞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월모평 국어영역 문제가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원가에 따르면 6월모평 국어영역 지문 중 모 학원의 강사 A씨가 강의 도중 말한 내용이 여럿 그대로 출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처음으로 치러진 통합국어에서 변별력을 가른 문항으로 평가받는 11, 12번이 유출의혹에 포함됐다.

<경찰 압수수색>
서울 강남 목동 노량진 등에 소재한 대형학원에서 강의한 국어강사 이모(48)씨는 최근 학생들에게 6월모평에서 국어영역 현대시와 고전시가, 현대소설 등에서 특정 작품이 출제된다고 말했다. 실제 시험결과 해당 작품이 지문으로 출제돼 문제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씨는 또한 중세국어에서 비(非)문학 지문이 나온다고 말했으며, 실제 중세국어에서는 문법 영역 지문이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은 서울 지역 학원가에서 학생/학부모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평가원은 시험 시행 전 관련 제보를 받고 즉각 지난달 31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평가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가원의 제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3일 이모씨의 집과 차량을 압수수색했다. 이씨가 주로 출강한 서울의 모 학원에도 인력을 투입해 증거자료를 확보 중이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피의자라고 밝혔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면 이씨를 불러 유출 의혹에 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통합국어 변별력 문항 유출논란>
학원가에 따르면 이씨는 “6월모평에서 중세국어 문제는 비문학지문이 나온다”며 “지문은 길고 복합유형이며, 사회지문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학에서는 현대시 ‘우리가 물이되어(강은교)’와 고전시가 ‘가시리’, 현대소설 ‘삼대’, 고전소설 ‘최척전’ 등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6월모평 국어영역의 11, 12번 문항은 중세국어 문법영역 지문을 담고 있었고 현대국어와 중세국어를 비교하는 내용으로 출제됐다. 사회 관련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물이 되어’는 36번, ‘가시리’는 25~27번 문항의 (가)지문, ‘삼대’는 39~42번 문항 지문, ‘최척전’은 43~45번 문항 지문으로 나왔다.

▲ 통합국어 문항 다수가 문제 유출 의혹에 휩싸였다. 경찰은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대형학원 강사 이모씨의 자택과 차량, 강의한 학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변별력을 갖춘 문제로 평가받는 11,12번 문항 지문./출처=2017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문제지 캡처

<유출 가능성은>
평가원은 모의평가 문제지가 학교와 학원에 시험 당일 아침에 배송되기 때문에 문제지를 사전에 뜯어서 확인하는 형태로 유출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의혹 내용도 문제지를 직접 봤다고 하기엔 구체성이 떨어진다.

다만, 모의평가의 문항출제/검토는 수능에 비해 보안 수준이 낮은 편이다. 실제 수능 때처럼 시험 당일까지 통제된 상황에서 합숙을 하지는 않는다. 평가원은 모의평가의 경우 약 1달 전 교수들과 교사들에게 출제위원 여부를 통보하고 2주 전부터 합숙하며 문항을 만든다.

반면, 지난해 수능의 경우 출제/검토위원과 행정직원, 관리요원 등 모두 700여명이 시험 시행 34일 전부터 외부통신이 차단된 곳에서 합숙에 들어갔다. 매년 합숙장소는 보안상 공개되지 않는다. 최근 수년 새 문항오류 의혹이 연달아 제기됨에 따라 검토기간이 늘고 인원도 증가했다. 외부와의 통신은 완전히 차단됐다.

업계에선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교사가 관심분야와 출제방향을 미리 뀌띔하는 형태로의 유사문항은 유출이 가능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제위원으로 차출돼 장기 출장을 가게되는 교사가 누구인지 소문이 날 수 있고, 해당 교사의 강의 노트나 내신 출제 문제가 학원가로 흘러들 수 있다는 것이다. 출제위원이 미리 합숙에 들어가기 전 예제를 해당 강사에게 알려줬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출제위원으로 선발된 교사가 친분이 있는 강사에게 미리 만들어 둔 예제를 알려주고 합숙에 들어가 그대로 출제하면 적중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제유출 사건이 학원가의 마케팅에 활용될 우려도 나타냈다. 이씨가 무죄로 판명될 경우는 물론 유죄로 판명되더라고 학원 입장에서는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각종 시험에서 문제유출 사건이 불거지면 유출 당사자는 엄벌을 받더라도 내용를 공개하고 퍼뜨린 사교육 업체는 ‘족집게’로 유명세를 타는 일이 반복됐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유출 진위 여부는 가려져야 알겠지만 이번 논란은 수능 사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보여준다”며 “유출 정보가 서울 교육특구 학원가의 학교/학부모 사이에서 돌았다는 점, 수능체제에서는 편법과 반칙을 통해 사교육이 주도하는 정보력을 공교육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점 등을 다시한번 보여준다”고 말했다.

<6월 모평은>
6월모평은 수능출제기관인 평가원이 수험생들의 수준을 가늠해 11월17일 실시되는 수능의 난이도를 목표대로 출제하기 위해 두 차례 시행하는 모의평가 중 첫 번째다. 평가원은 6월과 9월 모평에서 시험의 성격, 출제영역, 문항 수 등을 실제 수능과 동일한 틀로 진행한다. 수험생에게는 수능 시험체제와 문제 유형에 적응할 기회를 주고 평가원은 실제 수능에서 개선점을 찾기 위한 방안이다. 이번 시험에는 전국 2049개 고교와 413개 학원에서 60만1863명의 수험생이 응시했다. 재학생은 52만5621명, 졸업생은 7만6242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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