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컴공 통계 급부상..톱5 경영 경제 컴공 통계 생명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서울대 자유전공(자전)학부의 전공선택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자전학부는 2009년 설립된 독립학부로 2학년 진학 이후 의학계열과 사범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전공의 선택권을 부여한다. 미술과 음악 등 예술계열 전공까지도 선택할 수 있고 심지어 원하는 전공이 없으면 만들어도 된다. 스스로 만든 ‘학생설계전공’ 선택자만도 2015학년 입학생까지 총 89명이나 된다. 서울대 자전학부 재학생의 전공선택은 서울대 진학 이후 스스로 충분한 전공탐색을 거쳤고 교수와 전문위원 등 전문가들의 충고는 물론 부모 등 주변인들의 현실적 조언까지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 서울대생의 전공 선호도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는 바로미터라고 볼 수 있다. 고교생들의 전공선택에서 가장 믿을만한 트렌드인 셈이다.

자유전공학부 출범 이래 6년간 가장 꾸준했던 상경계열 선호는 올해 들어 완화하는 추세다. 출범 초기에는 상경계열 선택이 절반을 넘었지만, 2015학년 신입생들의 올해 전공선택에선 3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학과 경제학의 선호도도 역전됐다. 6년간 누계에선 정통 관료 진출의 엘리트코스였던 경제학에 대한 선호가 높았지만 올해는 일반기업 취업이 일반적인 경영이 더 인기였다. 상경계열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급부상하는 전공은 컴퓨터공학과 통계학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정보보안 등 최근 산업계 수요이슈로 급등한 전공들이다.

자전학부 설립의 원년은 2009년이다. 로스쿨 설립으로 남는 법대 정원의 활용으로 시작된 자유전공은 대부분 예비 로스쿨 내지 국가고시 대비반 성격에 머물기도 했지만, 서울대는 말 그대로 자율적 전공운영이라는 독자적 프레임을 고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과대학과 동등한 개념의 독립학부인데다, 전공 선택 후에도 학적이 자전학부에 남는다. ‘학점제한 없는 전과를 위한 발판’ 쯤으로 여겨지는 다른 자율전공학부와 차별점이다. 서울대 자전학부는 매년 학생들의 전공선택 현황을 공개한다. 2015학년 신입생들이 올해 2학년 들어 선택한 ‘2016선택전공’과, 2009년 학부 설립 이후 2014학년 입학생들까지의 전공선택을 집계한 ‘6년 누계’ 통계를 대조해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봤다.

▲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전공선택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올해 전공선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컴퓨터공학과 통계학의 인기 급등이다. 경영/경제 선호는 약화하고 있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2016 전공선택.. 컴공/통계 급부상>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의 올해 전공선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컴퓨터공학과 통계학의 인기 급등. 경영/경제에 대한 선호도 약화다. 올해 전공을 선택한 서울대 자전학부 학생은 1학기 319명, 2학기 116명으로 319명(중복 선택 포함). 선택전공 톱10은 경영이 45명(14.1%)으로 1위를 차지, 경제를 처음으로 앞섰다. 6년 누계 1위인 경제학이 올해 선택에선 41명(12.9%)으로 경영학에 밀렸다. 3~10위는 컴공 35명(11.0%), 통계 24명(7.5%), 생명과학 19명(6.0%), 심리 18명(5.6%), 전기정보 10명(3.1%), 언론정보/수리 이상 9명(2.8%), 외교/정치 이상 8명(2.5%) 순이었다.

톱10에서 가장 큰 폭으로 비율이 오른 전공은 컴공으로, 2009~2014학번 기준 6년 누계에서 3.7%만 선택해 7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11.0%가 선택해 3위로 뛰어 올랐다. 소프트웨어와 정보보안 등 컴퓨터 관련 전공자에 수요가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한 교수는 “대형게임회사 수요가 늘었다. 졸업 전부터 대기업들이 채용을 타진하지만 삼성 같은 대기업이 아니면 구경조차 힘들다. 정원을 늘리고 싶어도 국립대학 법인이라 쉽지 않다”고 밝혔다. 7.5%가 선택한 통계학과도 누계 3.4%에 비해 크게 인기가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학과는 최근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는 빅데이터 관련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기업 연구소는 물론 일반 기업에서도 경영에 통계분석을 적극 활용하면서 수요가 높다. 입시에서도 수시에서만 모집하는 통계학과는 서울대 지원자들 사이에서 의대 다음으로 우수 인재들이 몰리는 학과로 통한다.

경영/경제에 대한 선호도 하락은 뚜렷하다. 1위 경영과 2위 경제를 합쳐 전공선택 비율은 27%에 불과했다. 39.4%를 기록한 누계보다 12.4%p 대폭 하락했다. 2009년 입학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이 처음 전공을 선택할 당시 55.4%에 비하면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출범 초기 절반이 넘던 비율이 누계에서 40% 이하로 떨어진 것은, 경영/경제 인기 하락이 최소한 2~3년 전부터 꾸준히 발생했다는 얘기다.

경영이 경제를 앞지른 인기 역전은 경제분야 정통 관료의 코스인 경제학의 인기가 일반 대기업 취업이 일반적인 경영에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공대 전기정보공학이 톱10에 든 반면 정치와 외교 전공은 인기가 하락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누계와 올해 전공선택 모두에서 인기를 보인 전공은 생명과학, 심리학, 수리과학, 언론정보를 들 수 있다. 취업보다는 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 비율이 타 대학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과 일반기업 취업보다는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언론사 취직 등에 관심이 높은 점 등을 나타낸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 6년(2009~2014 학번)간 전공선택 학생은 모두 1424명. 실제 재적학생보다 훨씬 많다. 80% 가량의 학생들이 2개 이상의 전공을 중복선택하기 때문이다. 역대 가장 많이 선택한 전공은 경영/경제. 40%(39.4%/561명)에 육박할 만큼 압도적이다. 의전원 진학을 염두에 둔 생명과학도 3위로 높은 선택을 받았고, 외교와 심리도 각 5% 이상이 선택했다. 현재도 인지도가 높은 수리 컴공 통계 정치가 눈에 띈다.

<서울대 자전 전공선택 메커니즘>
서울대 자전학부 학생들은 입학 후 정규 2개학기 이상 이수하고 총 24학점을 취득하면 전공선택 요건을 갖춘다. 교양 필수과목 중 학문의 기초 영역에서 12학점 이상 취득해야 한다. 국내외에서 정기학기 이외 계절수업을 통한 학점은 이수학점 수에는 포함하되, 이수학기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주전공선택 시기는 졸업예정 4학기 이전이다.

한 해 130~170명인 자전학부 학생들이 갖는 기본 선택지는 무려 81개. 서울대에는 현재 16개 단과대학 84개 학과/부가 있다. 여기에 6개 연합전공(계산과학 글로벌환경경영 기술경영 양상매체예술 정보문화 벤처경영)이 개설돼 있다. 학과/부 중에는 9개(정치외교2 물리천문2 기계항공2 건축2 소비자아동2 작곡2 기악3 디자인3 아시아문명4)가 2학년 때 2~4개 전공으로 분화돼, 자전학부의 선택지는 ‘9개 학과/부’ 아닌 ‘22개 전공’이 된다. 기본학과/부 + 연합전공 + 세분화 전공까지 감안하면 총 103개가 된다. 여기서 의과/수의과/간호/약학/사범대학 소속학과 22개를 제외하면 선택지는 81개가 남게 된다. 여기에 학생설계전공이라는 무한대의 선택지가 추가된다.

학생설계전공은 2개 이상의 학과(학문) 융합을 토대로 한 교과과정을 학생 스스로 구성하는 전공이다. 정식 전공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우선 지도교수의 검사를 통과한 학생설계전공을 절차에 따라 신청, 학생설계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공은 부전공 연계전공 등의 제도를 통해 2개 이상 선택 가능하다. 서울대 자전학부는 2개 전공 이상 이수할 것을 권장한다. 2개 이상 전공을 선택하는 비율은 최근 80% 수준에 달한다. 다만, 제1전공과 연계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경우에는 제2전공 대신 심화전공을 신청할 수 있다.

서울대 자전학부는 초기 경영경제 일변도에서 전공선택이 다양화하고 있다. 올해 컴공과 통계에 대한 선택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자전학부의 한경구 학장은 “공대 정원이 경영대보다 많은데 학생들이 이전보다 많이 공대 전공을 선택하는 건 정상을 찾아가는 일이다. ‘경영대가 공대에 밀렸다’는 식의 표현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 학장은 충분한 전공탐색/상담의 영향도 강조했다. “막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희망전공을 물어보면 경영/경제 선택비율이 거의 3분의 2를 넘어선다. 1년 뒤 실제 선택에서는 30% 수준으로 줄어든다. 남들이 좋다는 것을 따르다가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실제 자전학부는 교수와의 친밀감이 여느 학과보다 높다. 상담시간이 전공필수에 포함된다. 학부 전공인 전공설계2 과목은 상담 2시간이 학점을 받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담당교수와 최소 두 번 이상 면담을 갖는다. 담당교수 1인당 20명 안팎의 학생을 담당하는 전공설계1도 신입생 필수과목이다. 주제탐구세미나1은 수강인원 50여 명에 교수와 조교가 각 3명으로, 교수 1인당 17~18명을 담당한다.

<전공선택 최대 장애 ‘성공한 부모’>
스스로 원하는 전공을 탐색하기 위해 자전학부를 선택한 학생들도 주변의 기대와 통념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부모의 입김이 인기전공 쏠림현상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성공한 부모일수록 자식의 전공선택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학장은 “지켜보면, 부모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지위에 있거나 성공한 경우 학생들이 더 원하는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 학생들이 부모가 교육이나 진로에 크게 간여한 일이 없으니, 학생이 무엇을 하겠다고 하면 크게 반대하지 않는 편이다. 문제는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부모들이다. 성공한 부모의 경험에서 나오는 요구를 뿌리치기 힘든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까지 더해져 결국 부모의 의견대로 가는 경향이 있다. 학부에서 자꾸만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도록 권한다고 항의하는 부모도 있다”고 털어놨다.

<자전학부의 실험, 조용한 혁명>
올해도 자전학부 학생 14명은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스스로 설계해 선택했다. 전공명은 ‘시각예술 트렌드 분석학’과 ‘데이터 과학’ ‘공존의 윤리와 우주적 규범학’ ‘지속가능성학’ ‘지식네트워크 역학’ 등 창의적인 작명이 돋보인다. 기존 설계전공 명으로는 ‘행복학’ ‘커네틱조형’ ‘가상현실학’ ‘문화서사학’ ‘놀이문화학’ 등도 있었다. 2014학번까2014학번까지 학생설계전공을 선택한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은 75명(5.3%)에 달한다. 학생설계전공은 스스로 여러 학과의 수업들을 조합한 후 학교의 허가를 받아 독창적인 전공을 만드는 과정으로 두 개 이상의 전공을 융합해 새로운 교과과정을 만드는 ‘나만의 전공’이다. 서울대는 학생설계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17 서울대 자전학부 입시>
서울대 자전학부는 수시모집만 실시한다. 2017수시에서는 정원내 기준 123명을 일반전형 90명, 지역균형 33명으로 선발한다. 정원외로는 농어촌과 저소득층에서 3명씩 6명 선발이다. 수능최저기준이 적용되는 지균 지원자도 교차지원이 가능하다. 수학(가)/(나)형, 과탐/사탐 모두 허용된다. 일반전형에서는 1단계에서 서류100%로 모집정원의 2배수를 선발, 2단계에서 1단계서류평가+면접및구술평가를 종합해 결정한다. 2단계에서 자전학부는 여타 전공과는 달리 서류와 면접에 별도 배점 없이 종합평가로 선발한다.
구술면접은 계열을 넘나든다. 1~2개 제시문 활용에 그치는 여타 모집단위와 달리 인문학, 사회과학, 수학1, 수학2 중 3개 유형 제시문을 선택해야 하며, 영어/한자 활용도 가능하다. 면접은 답변준비 45분 내외, 면접 15분 내외로 1시간 가량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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