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34호 餘滴 - 기자 방담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쓰레기가 산더미인 그곳엔 배고픈 아이들 수백 명이 몰려있습니다. 쓰레기더미에서 찾아낸 음식물찌꺼기를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툽니다. 다섯 살이나 됐을까 한 아이가 찌그러진 음료수 캔을 입에 대 봅니다. 도저히 눈뜨고 볼 수가 없어 채널을 돌립니다. 낮에도 방영됐던 그 방송을 보신 어머니께서도 저와 같았다 하십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일을 하다 말고 엉엉 울더랍니다. 힘들다고. 무릎이 아프다고. 아이의 발은 코끼리 발 같다 합니다. 신발이 없어 이리저리 째지고 굳은 맨발로 다섯 살짜리가 막노동을 한다 합니다. 차마 볼 수 없는 그 처참한 광경에 채널은 이리저리 맴돌았다고요.

아프리카 빈국들의 처참한 상황. 하루이틀 얘기도 아니고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 하지만, 도대체 저 나라 관리들은 뭘 어떻게 했기에 국민들이 저리도 비참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까 화가 납니다. 우리집 다섯 살짜리 조카는 저리도 통통하고 저리도 철 없이 행복한데, 저 나라 다섯 살짜리는 굶주린 채로, 굳고 갈라진 맨발로, 살기 위해 울면서 일을 합니다. 우리나라 많은 아이들은 자기 잘 먹고 잘 살겠다고 공부하거나 부모가 해달라니 공부를 해주는데 저 나라 많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글을 배울 수 없기 때문에 글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어하고 자신들이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최근 교육관련 보도를 보면, 화가 치밀 때가 많습니다. ‘흙수저’이기 때문에 어차피 안 된다고 아이들을 체념하게 만드는 보도에 순간 무기력해집니다. 아이들을 흙수저로 규정하는 건 도대체 누구일까요. 지난 봄, 한성손재한장학회의 장학증서 수여자리에서 “최근 ‘헬조선’ ‘흙수저’라는 표현에 마음 아프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선대들이 흘린 피와 기울인 노력이 많다는 걸 되새기길 바란다. 비아냥대기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데 자긍심을 가지길 바란다”던 95세 손재한 이사장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빈국의 얘기, 우리도 한국전쟁을 거치며 ‘기브 미 쪼꼬렛’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미군이 먹다 버린 소시지로 만들어먹던 부대찌개는 고유메뉴로 자리잡았습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지금, 너무 빨리 우리의 비참했던 과거를 잊고 배부른 논쟁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닌지 뒤돌아보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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