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원장님, 쏜살같이 좋아지네요.” 치질 때문에 치료를 받던 환자분이 오늘 아침에 와서 한 말입니다. 왜 그렇게 빨리 좋아지냐고요. 다른 게 아니라 천천히 좋아지던 중에 반신욕을 했더니 증상이 아주 빨리 좋아졌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반신욕의 효과에 대해 자랑을 하시더군요.

여름이 다가오는데 듣기만 해도 더운 반신욕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반신욕은 여름에도 좋은 건강유지 방법입니다. 몸이 따뜻해지면 혈액순환도 빨라지는 것이고 당연히 더위를 견디는 힘도 커집니다.

반신욕이나 족욕을 설명하는 글들을 보면 두한족열(頭寒足熱)이란 말이 꼭 등장합니다. 머리는 차고 하복이나 다리는 따뜻한 게 좋다는 설명이죠. 다름아닌 한의학에서 보는 이상적인 건강상태입니다.

반대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상태를 상열하한(上熱下寒)이라고 합니다. 머리 쪽은 뜨겁고 다리 쪽은 찬 상태죠. 찬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고 뜨거운 기운은 위로 올라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물리학의 설명을 도입해 뜨거워지면 물질들이 팽창해 상대적으로 가벼워지고, 차가워지면 무거워진다고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개념일 겁니다.

▲ 한뜸한의원 황치혁 원장
그런데 상열하한의 상태가 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느냐고요. 기운의 흐름이 단절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게 자연스런 찬 기운이 인체 하부에 몰리고, 상승하는 것이 자연스런 열기가 상체에 집중된다면 기운의 순환에 문제가 발생됩니다. 기의 흐름이 혈액의 순환을 유도한다고 설명하는 한의학의 이론을 고려하면 상열하한의 상태는 혈액순환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죠.

상열하한과 두한족열 등의 말들이 성행하게 된 이유는 현대인들의 생활이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자가용, 거미줄처럼 잘 짜인 대중교통은 우리가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줄였습니다. 하체의 근육을 쓸 기회가 줄고 이에 따라 다리 쪽의 혈액순환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반대로 두뇌 사용은 늘어만 갑니다. 기운을 머리 쪽으로 집중시키는 스트레스도 상체를 달아오르게 하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음식물도 그렇습니다. 맵고 뜨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특성에 인스턴트 음식까지 기운을 두면 부위로 몰리게 합니다.

상체로 기운이 몰리면 두통을 자주 겪기도 하고, 짜증도 많아집니다. 혈액순환에도 문제가 발생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요. 그래서 반신욕이나 족욕과 같이 하부를 따뜻하게 만드는 목욕법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겁니다.

반신욕의 장점은 어느 체질에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겁니다. 전신욕의 경우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땀을 많이 흘리면 좋지 않은 소음인들에겐 부담이 됩니다. 하지만 반신욕은 몸으로 들어오는 열이 전신욕보단 적어서 소음인, 소양인들에게도 크게 무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음인은 이마에 땀이 조금 맺힐 정도만 하는 것이 좋고, 소양인은 10분 전후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면 기운이 빠지고 소양인의 경우 체내로 열이 많이 들어오면 가슴이 갑갑해지고 두통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땀을 흘려 체내의 노폐물을 많이 빼내는 게 좋은 태음인들에겐 반신욕도 좋겠지만 전신욕을 하는 게 더 좋을 겁니다.

집에서 반신욕을 매일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온수를 받는 데 시간도 걸리고, 경제적으로 보면 온수의 비용도 적지 않을 겁니다. 장소가 욕조가 있는 화장실로 제한이 되는 것도 불편할 수도 있겠지요. 이런 불편 때문에 반신욕을 포기하는 분이라면 족욕을 하시면 됩니다.

족욕을 하기 위해서 꼭 전기로 작동되는 족욕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1만원짜리 플라스틱 족욕통도 인터넷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사기 싫으시면 집에서 찾아보셔도 됩니다. 발목 위 10~15cm까지 물이 담길 수 있는 용기를 찾아보면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양동이를 사용해도 됩니다. 저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굴박스를 이용했습니다. 봄에는 구하기 어려워도 김장철엔 아주 구하기 쉽습니다. 동네 생선가게에 가서 부탁하면 아마 그냥 줄 겁니다. 이렇게 집에서 구한 용기에 40도가 넘지 않는 따끈한 물을 붓고 편하게 발을 담그고 있으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건강법입니다. 물이 식으면 커피포트를 이용해 뜨거운 물을 더 넣어 주면 됩니다.

족욕을 하면서 좋다고 생각되면 시중에서 팔고 있는 족욕기를 하나 구입해도 좋을 겁니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데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반신욕보다는 족욕을 더 좋아합니다. 반신욕처럼 옷을 벗고 준비하는 번거로움도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반신욕은 피부를 통해 몸으로 열기가 들어오지만 족욕은 발까지 내려온 혈액을 따뜻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온몸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즉 몸의 깊숙한 곳부터 체온을 올려줍니다. 뱃속이 찬 저에겐 반신욕보다는 내장기부터 따뜻하게 만드는 족욕이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체온을 올리면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거의 정설이 되었습니다. 암환자에게 온열치료를 병행하는 병원도 많아지는 이유입니다. 몸을 그것도 하체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면 건강이 좋아집니다. 날씨가 더워도 효과는 같습니다. 책을 보며 10여 분 간 족욕을 한 후 가볍게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면 무더운 여름도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한뜸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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