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과 사정관제의 혼동.. 1% 통계치도 신뢰떨어뜨려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점이 최하위권이라는 보도로 대학은 물론 고교현장까지 파문이 커졌다. ‘‘학생부 종합 전형’ 대학 입학생, 학업 성취도 최하위’라는 제목으로 보도된 JTBC의 뉴스는 서울시립대 졸업생들의 7년간 졸업성적을 분석한 결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입학생들이 외국인전형 학생들 다음으로 학점이 낮다고 주장했다. 학종이 교과를 중심축으로 한다는 점과 고교에서 좋은 학업성취도를 보인 학생들의 성적이 대학에서 낮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간의 인식과 상반된 결과여서 현장에선 보도배경에 대한 의구심만 커진 상태였다. 

베리타스알파가 문제의 근간인 통계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가장 큰 문제는 통계학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소수인원을 두고 실시된 통계분석을 인용했다는 점이다. 근거로 제시된 학종 졸업인원은 23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체 졸업인원인 2227명과 비교해도 1%에 그친 비율이다. 통계학적 의미를 찾기 힘든 소수인원의 학점이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는 상식을 도외시한 채 해당 전형 입학생의 졸업성적이 낮다고 단언한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전형에 대한 이해부족이었다. 사정관제로 출발했지만 현재 학생부종합과 사정관제는 운영상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는 상태인데다 학종출신의 졸업학점을 운운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게 일반적 관점이다. 학종의 시작은 2014학년 입시부터다. 2014 대입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은 올해 겨우 대학 3학년에 불과한 상황. 간혹 조기졸업으로 6학기만에 졸업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군입대 문제가 걸려있는 남학생들은 불가능한 이야기며 여학생들 가운데서도 극히 드문 사례다. 만약 조기졸업을 한다 해도 2014입학생이 졸업하는 것도 아직 불가능하다. 결국 문제의 보도는 사정관전형을 학종으로 자의적으로 바꿔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JTBC의 보도 내용을 보면 수시/정시 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내신/논술이 수시라고 하면서 학종과 특기자는 수시/정시에서 분리해 표기한다. 학종과 특기자가 수시인지 정시인지조차 모르는 셈이다. 결국 대입전형을 정시 수시 특기자 학생부 외국인의 5개로 구분하는 우를 저질렀다. 기본적인 대입의 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입학사정관전형과 학종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 오히려 당연하다"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보도 이후 교육 현장은 최초 들끓는 분위기를 보였으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의아함을 표하고 있다. 학종이 3~4년차를 맞는 전형임을 감안하면 졸업생이 나올 수 없다는 점부터 시작해 서울시립대 관계자조차 어디서 나온 자료인지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일만큼 불분명한 출처까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보도였기 때문이다. 다만, 대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학부모 등은 SNS/커뮤니티 등을 통해 뉴스캡처 화면을 두고 학종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파장이 커져가고 있다. 잘못된 보도로 인한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된 셈이다. 

 

 

▲ 학종을 입학사정관전형과 혼동 오보를 저지른 JTBC는 수시/정시에 대한 구분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내신/논술은 수시로 분류하면서, 수시에 해당하는 학종과 특기자는 수시/정시에서 분리해 표기하기까지 했다./사진=JTBC 뉴스 캡처

 

 

<현장을 뒤흔든 문제의 보도내용>
JTBC는 24일 ‘‘학생부 종합 전형’ 대학 입학생, 학업 성취도 최하위’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통해 JTBC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 서울시립대 졸업생들의 졸업성적을 분석한 결과 학생부 종합전형 입학생들이 외국인전형 학생들 다음으로 학점이 낮다”고 주장했다. 내신으로만 선발된 학생들의 평점이 3.68로 가장 높으며, 논술, 정시 일반전형 순인 반면 학생부종합전형 출신의 학점은 최하위권이라는 게 보도 내용의 요지다.

JTBC는 “입학사정관제 이름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시작된 게 2009년”이라며, “시행 10년도 안돼 또다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게 옥석을 제대로 가려내는 입시 전형이겠냐”고 학종을 비판했으며, 김정욱 기회평등학부모연대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학종이) 제대로 학생을 선발하지 못한다는 말과 일치한다. 7~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같은 게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총체적 난국의 JTBC 보도.. 잘못된 학종분류부터 1% 통계까지>
JTBC의 보도 이후 교육현장에서는 의아함을 표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베리타스알파가 JTBC보도의 근거가 된 ‘서울시립대, 학점과 입시유형에 대한 다각적 통계분석 2009~2016’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곳곳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1%에 불과한 통계치를 기반으로해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다 학종과 사정관전형을 혼동했고, 통계자료의 기간도 명확하지 못했다.

- 1% 통계는 과연 의미 있는가? 2227명 중 학종은 23명 뿐.
가장 큰 문제는 통계학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소수 인원을 두고 실시된 통계분석을 진실인 것처럼 보도했다는 점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의 입학생 가운데 2016년(2016년 2월 졸업생까지로 추정)까지 졸업한 학생은 2227명이다. 그 중 학종으로 입학해 졸업한 학생은 연도별로 2010학년 입학생 6명, 2011학년 입학생 12명, 2012학년 입학생 4명, 2013학년 입학생 1명 등 총 23명에 불과하다. 2227명과 대비해 보면 1.0%에 그치는 수치다. 통계자료를 분석/작성한 기회평등학부모연대가 내신전형으로 표현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추정되는 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이 407명(전체 졸업생 대비 18.3%), 논술전형 296명(13.3%), 정시 일반전형 1223명(54.9%), 정시 특별전형 122명(5.5%), 특기자전형 51명(2.3%) 등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물론 JTBC는 현상을 그대로 보도했을 뿐 특정 수치를 숨기는 등의 조작을 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저 정도 인원을 기반으로 학점을 비교하는 것은 합당하지 못한 처사다. 몇 명의 졸업생 인원만 추가되더라도 크게 수치가 뒤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

결국 보다 자체는 상식을 도외시한 몰상식한 ‘무리수’에 가깝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통계의 함정을 이용한 모양새를 보이기보다는 모수를 정확히 공지함으로써 교육수요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동반됐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 23명의 졸업생이 학종으로 입학하기는 했는가? 사정관과 학종의 혼동
아직 시행 3년차밖에 되지 않은 학종의 졸업생이 발생할 수 없다는 점도 통계자료는 간과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표출된 의아함도 대부분 해당 부분을 지적했다.

학종은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현 교육부)가 2010년 7월 훈령 제187호를 통해 “학생부를 제출하는 경우 교외상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등을 제외해 출력/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훈령이 적용된 학생들이 치른 2014입시가 학종의 원년이지만, 교육부가 학종에 대한 정의와 설명에 나서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탓에 아직까지도 학종에 대한 오해는 종식되지 않고 있다. 학종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학종시행 1년 후인 2015입시로 보는 것이 통상적이다. 기존 사정관전형이 교외활동과 비교과 를 평가의 중심축으로 삼았다면, 학종은 대외 활동을 배제한 학생부를 통해 교내활동과 교과를 평가의 중심으로 둔다는 차이가 있다. 

최초 사정관전형이 대입에 등장한 것은 2008학년이며, 서울시립대가 사정관전형을 도입한 것은 2010학년 32명을 모집한 포텐셜마니아전형부터다. JTBC가 보도의 근거로 삼은 통계자료에서도 2010~2013까지의 입학생들이 졸업하는 동안 2009학년 졸업생은 없었다. 통계자료조차 2010학년부터를 사정관전형의 시작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포텐셜마니아는 1단계 학생부교과성적 50%+서류평가 50%, 2단계는 8~10시간 진행되는 심화다면평가로 치러져 현재의 학종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서울시립대가 2014입시부터 학종을 실시했는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지만, 2014입시를 학종의 시작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해당 학년 입학생들은 현재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간혹 8학기 과정을 6학기만에 마쳐 조기졸업하는 경우도 존재하긴 하나, 극히 드문 사례이다. 여학생의 경우 4년, 남학생의 경우 군입대 문제 때문에 6년을 통상의 수업연한으로 봐야하며, 취업난으로 인해 4년/6년이라는 시간만 들여 대학을 졸업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때문에 학종 졸업생은 현 시점에서 나올 수가 없는 형국이다. 

-  왜 학종과 입학사정관전형을 혼동했나
물론 사정관전형과 학종을 제대로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들의 협의체로서 대입 전반을 관장하는 대교협조차 최초 학종 도입시 학종과 사정관전형을 동일하게 취급하기도 했다. 대교협은 ‘2015학년 학생부종합전형 안내’책자를 통해 사정관 전형은 평가의 주체를 강조한 것이며, 학종은 전형요소를 강조한 것이라고 잘못된 설명을 제공한 바 있다.

대학들도 학종과 사정관전형을 면밀하게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교육부/대교협이 전형간소화에만 신경쓴 나머지 전형 표준화는 뒷전으로 미뤄뒀기 때문이다. 일부대학들은 아직도 학종에 비교과의 비중을 크게 두는 '무늬만 학종'을 운영하기도 한다. 전형을 오독한 일부 대학들의 잘못된 학종 운영까지 더해지며, 사정관전형과 학종의 혼동이 촉발되는 측면도 존재한다. 교육부가 대입의 큰 틀을 제시하고, 대교협이 세목을 정리해 나가는 것이 이상적인 그림이지만, 교육부/대교협은 정확한 포지셔닝 없이 업무범위가 겹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JTBC의 보도 내용을 보면 수시/정시 조차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내신/논술이 수시라고 하면서 학종과 특기자는 수시/정시에서 분리해 표기한다. 학종과 특기자가 수시인지 정시인지조차 모르는 셈이다. 기본적인 대입의 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사정관전형과 학종을 구분한다는 것은 유치원생에게 대학 수학문제를 풀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 7년간의 통계자료? 동일선상 비교는 3년치 뿐
JTBC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간의 통계자료임을 주장했지만, 실제 통계자료를 뜯어보면 2009학년부터 2013학년까지의 입학생 가운데 2016년까지 졸업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의문을 자아낸다. 어떤 방식을 택해 계산하더라도 7년간의 통계자료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입학년도를 기준으로 볼 시에는 2009학년부터 2013학년까지이므로 5년이며, 이조차도 제대로 실질을 따지면 3년치 자료로 밖에 볼 수 없다. 2009학년 사정관전형이 실시되지 않아 입학생의 졸업실적이 없는 점과 2013학년 입학생 가운데서는 학종 1명만이 졸업한 예외적인 상황임을 고려하면 2009, 2013학년 2년간은 동일선상의 통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 2013학년 입학생은 올해 대학교 4학년으로 예외 사례인 조기졸업을 제외하면 졸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당사자인 서울시립대의 반응은? '학종 우수'>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JTBC보도의 근간이 된 통계자료조차 보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출처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은 보도라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베리타스알파의 조사에 따르면 해당 자료는 서울시립대 입학본부가 아닌 서울시립대 측에서 제공한 자료며, 자료를 요구한 주체는 송재형 서울시의원이다. 서울시립대의 학적자료가 제공됐으며, 기회평등학부모연대라는 단체에서 가공해 JTBC에 제공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립대는 이미 사정관전형이 아닌 학종 선발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종단연구를 진행 중이다. 관계자는 해당 결과는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으나,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학종 입학생들의 성적이 더 우수하게 나타난다고 귀띔했다. 통계자료를 작성한 기회평등학부모연대는 “성적이 아닌 서류에 기초해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성적으로 뽑은 학생들과 대등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학종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대를 비롯 교육당국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으나, 서울 상위권대학들은 학종 실시 이후 종단연구를 대부분 진행하고 있다. 학종의 시작시점이 2014입시인 때문에 아직 졸업성적에 관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립대가 빠른 대응에 나서지 않는 것이 문제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종단연구 결과 가운데 졸업생 성적만이라도 공개해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립대는 현재 아무런 대응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시립대의 복지부동은 경직된 공무원사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 것으로 바라봤다. 교수 및 주요 직원들이 공무원으로 구성돼 책임질 일에는 나서지 않는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서울시립대에도 만연해있다고 평가돼왔기 때문이다. 상위권대학들이 정시를 축소하는 과정 중에 있으나, 여전히 비교적 높은 정시비율을 고수하는 것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공직사회의 모습이 투영됐다는 평가다.

<서울시립대 복지부동 속 커져가는 오해.. 책임은 누가지나?>
JTBC의 보도에 서울시립대의 복지부동이 이어지며, 잘못된 사실은 일파 만파 퍼지고 있다. 보도 이후 교육 현장은 최초 들끓는 분위기를 보였으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의아함을 표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학종이 3~4년차를 맞는 전형임을 감안하면 졸업생이 나올 수 없다는 점부터 시작해 서울시립대 관계자조차 어디서 나온 자료인지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일 만큼 불분명한 출처까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보도였기 때문이다. 진학관련 교사들을 비롯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교사들은 보도내용에 현혹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대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학부모/학생들을 중심으로 파장이 커져만 간다는 것이다. 학부모 등은 SNS/커뮤니티 등을 통해 뉴스캡처 화면을 두고 학종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잘못된 보도로 인한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할 수 있는지 여실히 증명하는 사태로까지 진화하는 모습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학종 논란을 틈타 통계적으로 의미를 가지기 힘든 극소수의 인원을 가지고 낸 보도자료를 면밀한 검증없이 받아쓴 언론사의 대응이 문제였다고 본다. 학종이 아닌 사정관전형을 대상으로 한 내용이었다는 점도 언론사는 간과했다. 잘못된 보도 후에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언론의 행태가 이어진다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해당 보도 내용의 잘못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JTBC가 보도한 내용의 근간이 된 '서울시립대, 학점과 입시유형에 대한 다각적 통계 분석 2009~2016'은 출처가 불분명해 의아함을 낳았다. 당사자인 서울시립대 입학본부도 어디서 나온 자료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사진=JTBC뉴스 캡처

 

 

 

'서울시립대, 학점과 입시유형에 대한 다각적 통계 분석 2009~2016'은 송재형 서울시의원이 요구해 서울시립대 측에서 학적자료를 제공한 것이며, 기회평등학부모연대라는 단체에서 가공해 JTBC에 제공하는 과정을 거쳤다./사진='서울시립대, 학점과 입시유형에 대한 다각적 통계 분석 2009~2016'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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