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명실상부한 국내최초, 최고의 이공계특성화대학인 KAIST(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는 ‘정상의 혁신’으로 정리된다. 국내최초 무학년/무학과제도, 국내최초 무시험 입학전형, 국내최초 현장실습 학점제도 등 혁신적인 학사제도를 운영하면서 이공계영재들이 탁월한 실적으로 낼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세계대학평가에서도 국내최고 수준의 역량을 인정 받는 것은 물론이다. 이공계영재라면 KAIST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위상과 역량을 두루 갖춘 KAIST는 올해 SW특기자전형을 신설하면서 수학 과학에 집중된 국내 영재교육을 ‘특기’를 기반으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강화한다. 내년 2018학년엔 모집인원의 73% 가량을 모집하는 수시 일반전형에 영어면접을 도입하면서 ‘과고교육 정상화’를 준비중이다. 사교육영향의 폐해라는 반발이 격렬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KAIST가 꿈꾸는 ‘잘하는 학생보다 잘할 학생’ ‘엘리트보다는 리더’를 키워내는 데 국내 교육구도를 선도하는 느낌이다. 잘 알려진 KAIST의 위상과 교육제도보다는 수험생에 관심 높은 영어면접 도입의 배경과 내용, 신입생 추수지도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 전한다.

<수학과학 영재들이 신나는 KAIST 프로그램>
KAIST엔 일반고 출신도 많다. 국내 최정상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서 과학영재학교와 과고 출신들이 대다수인 건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고교유형 출신들이 입학하고 있다. 과고 조기졸업제한이 걸리기 직전인 2015학년의 경우, 2명 이상의 KAIST 진학자를 배출한 74개교만 해도 총 722명의 진학자 중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 85%, 이외 출신이 15%다. 영재학교 과고 자사고 일반고에 외고 출신까지, 다양한 고교유형 출신이 입학한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건 KAIST가 원하는 수준의 기본 학습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다. 입시 과정에서 물론 검증한 내용이지만, 고교 교육과정 상에서의 유형별 차이가 KAIST 신입생 입장에선 한계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이공계특성화대학으로서 교수들의 눈높이와 학교 교육수준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으로 영재학교 과고 출신이 아닌 신입생들은 보통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는 낭패감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영재학교 과고 출신들의 한계도 있다. 수학 과학에 특화된 교육에 몰입되어온 배경으로,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국내 이공계특성화대는 물론 일반대의 이과 학과들이 고민으로 삼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무학과제도 영어강의 심화/자유융합/복수/부전공 외에 튜터링 프로그램(재학생끼리 기초실력 강화교육 실시, 시간당 2만5000원 비용 소요, 새내기는 1인당 1과목 비용을 예산 범위에서 지원, 사회적 배려대상은 우선적으로 지원, 2015년 기준 튜터 358명 튜티 649명 참여) URP Program(학사과정 학생들이 원하는 과제를 주도적으로 제안, 지도교수 조교와 함께 실질적 연구경험 제공) 등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무엇보다 KAIST의 입학 전 교육제도와 새내기 교육제도가 이목을 끄는 배경이다.

입학 전 교육제도로는 Bridge Program과 English Camp가 대표적이다. ▲Bridge Program은 입학 전에 기초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온라인 학점인정 강좌를 운영, 입학 전에 대학강의를 수강함으로써 대학교육과정에 대한 적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대학물리 대학수학 대학화학 등을 개설하며, 학생 희망시 입학 후 자유선택과목으로 학점을 인정한다. ▲English Camp는 보충 영어교육 프로그램이다. 전체 교과목의 80% 가량을 영어로 시행하는 KAIST의 강의에 대한 준비를 입학 전에 할 수 있도록 4주간 무료로 운영한다. 수시 신입생 중 영어능력평가 시험 후 일정점수 미달자에 대해 실시한다. 엽정길 입학사정관은 “매년 수시 입학생의 30~40% 정도가 수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내기 교육제도의 기본은 ▲무학과제도에서 시작한다. KAIST는 학과구분 없이 입학, 학생들이 입학 후 1학년 말에 학과를 선택할 수 있게 한 특징이다. 16개 학과를 개설, 학과의 정원제한이 없어 학과선택뿐 아니라 전과 역시 자유롭다. 김지훈 입학팀장은 “입학생의 약 50%가 입학 전 희망전공과 다른 학과를 선택하고 있으며, 무학과제도에 대한 재학생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새내기들은 1학년2학기에 수강하는 새내기 세미나를 통해 학과를 선택하기 전 본인의 전공에 대해 예비탐방의 기회를 제공 받는다.

KAIST 새내기교육의 하이라이트는 ▲즐거운 대학생활, 신나는 대학생활(이하 즐대생신대생)이다. 다양한 학교유형과 출신지역으로 구성한 1개 반에 지도교수 조교 지도선배 생활어드바이저를 배정, 새내기의 학업과 학교생활 진로 등 종합적인 지도를 한다. 신입생부터 필수 교과목으로 봄학기엔 즐거운 대학생활을, 가을학기엔 신나는 대학생활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신입생들은 명사특강 문화공연 반별활동 등 정기 프로그램과 반별로 진행되는 MT 역사탐방 콘서트 스포츠경기관람 등 비정기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프로그램 기획엔 2학년 재학생이 참여, 신입생의 눈높이에 맞춰 수립한다. 즐대생신대생을 기획해 성장시키고 있는 이승섭 입학처장은 “아직까진 부족하고, 계속 보완해가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한다. “대부분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건 1학년 때다. 과목을 공통으로 수강하기 때문이다. 2학년 때부턴 전공을 선택해 가니까 문제 없다. 1학년 때 힘든 건 단지 선행을 했냐 안 했냐 차이다. KAIST 눈높이가 과고 수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조정 과정이 필요했다. 입학 후 과고생과 비과고생으로 분위기가 분리되고 비과고생들의 적응이 힘든 측면이 있었다. KAIST의 전교생 기숙사체제와 무학과제도 장점을 살려 신입생 추수지도 프로그램으로 만든 게 즐대생신대생이다. 엘리트를 키우지 말고 리더를 키우자는 KAIST의 모토에 맞춰 팀워크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 반을 만들 댄 학교유형 출신지역 다 섞는다. 같은 반 아이들은 기숙사에서도 같은 층에 산다. 옆방엔 선배들이 산다. 하버드대에서 갖고 온 모델이다. 초기엔 ‘애들이 모여 놀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반대도 많았지만, 목적은 ‘놀고 쓸데없는 짓 하라’는 데 있다. ‘놀고 쓸데없는 짓’ 하는 기획안이 좋으면 상주고, 가서 사진촬영 잘해오면 상준다. 공부만 잘하는 게 학생들에게 좋은 게 아니다. KAIST 들어오려 공부만 했던 학생들이 KAIST 들어와서는 공부뿐 아니라 생활 자체를 함께 즐기면서 출신고교 출신지역을 떠나 유대감을 쌓는 데 목적이 있다. 반마다 지도교수가 있고 반을 담당하는 어드바이저가 있다. 어드바이저는 신입생을 직접 선발한 입학사정관들이 맡는다. 타 대학과 달리 입학처 안에 새내기팀을 만들어 입학처가 1학년을 맡고 있는 큰 차이가 있다. 옛날에 과고 4개교 체제였던 게 이젠 20개교 체제다. 과고 중 일부는 영재학교로 전환했다. 다양한 고교유형이 나오면서 출신도 다양해졌다. 올해 숙제는 우리 눈높이를 과고로 유지할 것이냐 유연성 있게 갈 것이냐 중 의견을 맞추는 것이다.”

▲ ‘정상의 혁신’ KAIST가 2018학년에 영어면접을 도입, 수학 과학에 매몰된 과고의 교육정상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진=KAIST 제공

<2017 특기자전형 신설, 타 전형과 중복지원 가능>
KAIST는 올해 치르는 2017 입시에서 수시 690명 내외, 정시 20명 내외 등 710명 내외를 선발한다. 기타 외국고전형 40명 내외까지 합하면 총 750명 내외 모집이다. 대다수 인원을 선발하는 수시는 일반전형(550명 내외) 학교장추천전형(80명 내외) 고른기회전형(40명)의 3개 학생부종합전형과 신설되는 특기자전형(20명 내외, SW분야, 수학과학면접 없음)까지 총 4개다. 3개 학생부종합전형은 전형간 중복지원이 안 되지만, 특기자전형은 타 전형과 중복지원이 가능한 특징이다. 수험생은 3개 학생부종합전형 중 1개와 특기자전형, 정시 수능우수자전형까지 최대 3회의 지원이 가능하다. KAIST의 수시 전형은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전면 미적용하는 특징이다.

2016학년 대비 인원변화가 눈에 띈다. 수시 특기자전형 20명을 신설하면서 고른기회전형은 지난해 30명에서 올해 40명으로 늘리고, 정시 수능우수자전형은 지난해 30명에서 올해 20명으로 줄인 것이다. 특기자전형 20명 신설은 일반전형을 지난해 570명에서 550명으로 20명 줄이면서 만들어졌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수능점수보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둔 KAIST 입시철학이 드러나는 변화다. 고교 2학년 수료예정자 중 과학영재선발위원회 규칙에 따라 지원자격을 인정받은 경우에 한해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과학영재선발제도 수험생이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은 대폭 확대된 변화도 있다. 올해부터는 일반전형 외에 고른기회전형 특기자전형까지 지원 가능하다.

일반전형 학교장추천전형 고른기회전형 등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 적용되는 사고력/문제해결력(수학/과학)+사회적역량 측정 면접은 지난해 대비 과학 1과목이 줄었다. 수학은 동일하게 출제되나, 과학이 선택1과목, 지정 1과목 등 2과목에서 선택 1과목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특기자전형의 면접은 특기역량+사회적역량 측정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서류70%+면접30%로 반영하는 반면 특기자전형은 서류60%+면접40%를 반영, 상대적으로 서류에 무게가 더 실린 모습으로, 사회적역량의 면접은 수학과학이 아닌 인성 중심으로 평가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정시에서는 올해 영역별 가중치가 전면 폐지되는 변화가 있다. 가중치가 없어지면서 지난해와 달리 과탐Ⅰ, 과탐Ⅱ 선택에 따른 유/불리는 발생하지 않게 됐다. 올해 수능 필수응시영역이 된 한국사는 등급별로 점수가 부여될 예정이다. 1~2등급 5점, 3~4등급 4점, 5~6등급 3점, 7~8등급 2점, 9등급 1점이 적용된다.

지원단계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수시 전형 가운데 일반전형/학교장추천전형/고른기회전형 등 학생부종합전형과 특기자전형의 원서및서류 접수일정이 다르다. 특기자전형은 9월1일부터 5일까지 접수를 진행하고, 이후 학생부종합전형이 8일부터 12일까지 접수를 진행한다. 교사추천서는 특기자전형의 경우 9월1일부터 6일까지, 학생부종합전형은 8일부터 13일까지 입력을 마치는 일정이다. 수시 모든 전형의 1단계 합격자 발표는 11월18일에 실시한다. 면접은 일반전형이 11월23일로 가장 빠르다. 이어 학교장추천전형과 고른기회전형 특기자전형의 면접이 24일에 실시된다. 수시 최종합격자는 12월16일에 발표한다. 정시 수능우수자전형 원서접수기간은 12월30일부터 내년 1월4일까지다. 수능100% 전형으로, 기타 전형요소 없이 2월2일 최종합격자를 발표한다.

KAIST는 한국과학기술원법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학교로 수시 지원시 6회 지원 제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정시에서도 가/나/다군 모집군 제한 적용을 받지 않는다. 타 대학의 수시에 합격해 등록까지 마쳤다 하더라도 수능우수자전형에 지원이 가능하다. 때문에 수능 이전 논술시험을 진행하는 대학 등에 ‘수시납치’를 당한 케이스인 경우 구제책으로 KAIST를 선택할 수 있다. KAIST뿐만 아니라 GIST대학, DGIST, UNIST 등 기타 과학기술원 체제 이공계특성화대도 ‘수시납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단, 이공계특성화대 중 유일한 사립대인 포스텍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대학이 아니기 때문에 수시6회제한 및 모집군 제한 등이 전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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