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사고 금수저전형 '비난 무색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신뢰도높은 자료로 공교육 대표로 꼽혀온 서울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이 일반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은 학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언론과 정치권, 사교육기관 등이 학종을 두고 자사고/특목고를 위한 ‘금수저 전형’이라며 무분별한 비난에 나섰지만, 정작 일반고 현장에서는 학종에 대한 옹호론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시한 비난임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학종의 장점으로는 ‘다양한 학생 선발’, ‘학생의 수업참여도 증가’, ‘학생의 특기/흥미가 중시되는 진로진학 기회 확대’, ‘고교교육과정의 다양화 유도’, ‘학생 중심의 수업방법 개선 유도’, ‘일반고 학생의 상위권대 진학기회 확대’ 등이 꼽혀 학종이 학교/학생/교사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최초의 대입 전형임을 여실히 증명하기도 했다. 교사들이 학종의 부정적인 점으로 꼽은 학종평가의 공정성 문제는 정량평가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사회가 정성평가의 대의를 이해하고 정성평가의 요소들을 받아들이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지만, 사교육 유발 가능성, 교사의 업무과중 등은 대입에 본격 등장한지 3년밖에 되지 않아 단점을 지닐 수밖에 없는 학종의 향후 개선점과 나아갈 방향을 시사했다는 데서 의미가 깊다.

또한, 교육부가 최근 배포한 ‘2016 학생부 기재요령’이 여전히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교육 유발성격을 지닌 자격증 취득/인증사항에 대한 개선도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한국경제신문사의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 테샛)’,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경영이해력인증시험 매경TEST’, (사)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의 ‘한국실용글쓰기검정’, (재)한국언어문화연구원의 ‘국어능력인증시험’, KBS한국방송공사의 ‘KBS한국어능력시험’ 등 기술자격으로 보기 어려운 자격증/인증은 학생부 평가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밖에 교사들이 요구한 ‘학생부 작성 부담에 대한 경감방안 모색’과 어려움을 표출한 ‘좋은 학생부 기재에 대한 부담감’ 등을 두고 교육부가 과연 ‘응답’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 진학지도에 잔뼈가 굵은 일반고(자공고 포함)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은 학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부 언론 정치권 사교육기관 등의 학종 비난은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시한 비난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진은 공립 일반고 가운데 최상위 실적을 내고 있는 서울고./사진=베리타스알파DB

<진학지도에 잔뼈굵은 교사들..  10명 중 7명이 학종에 대한 긍정적 시각 견지>
대입 관련 공교육기관으로 사교육기관보다 뛰어난 공력을 자랑해온 서울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이 관내 일반고/자공고 소속 학년부장, 기획/진로부장 등 419명을 대상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종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한 교사가 73%에 달했다.

설문대상이 된 교사들은 남교사 64.2%, 여교사 35.8%의 분포였으며, 국/공립 고교 소속이 37.7%, 사립 고교 소속이 62.3%였다. 교직경력을 보면 5년 미만이 5.7%로 가장 적었으며, 5~10년 미만이 7.2%, 10~20년 미만이 37.7%, 20년 이상이 49.4%였다. 10년 이상의 교직경력을 지닌 교사가 87.1%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진학지도에 대해 잔뼈가 굵은 교사 10명 중 7명 이상이 학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셈이다. 최근 일부 언론과 정치권, 사교육기관 등이 학종을 두고 자사고/특목고를 위한 ‘금수저 전형’이라며 무분별한 비난에 나섰지만, 정작 일반고 현장에서는 학종에 대한 옹호론이 뚜렷하게 나타나 대비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도외시한 비판이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교사들은 2018 대입이 ‘학종시대’로 불릴만큼 학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학종의 긍정적인 점으로 ‘다양한 학생 선발’을 첫 손에 꼽았다. 61.3%의 교사들이 학종이 다양한 학생들의 선발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문제풀이 수능위주의 정시에서는 기계적인 점수 순 선발에 매몰돼 다양한 학생선발이 불가능하지만, 학종은 학생의 학업능력부터 발전가능성 등 잠재력, 인성, 적성, 학습방식, 학습결과 등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평가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선발의 결과 역시 다양성을 지니게 된다. 정시가 수능이라는 단일요소로 치러지기 때문에 대입에 실패한 학생들과 소위 ‘늦게 철 든’학생들을 대상으로 패자부활전으로 기능한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나, 그간의 정시 선발결과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길러내는데 적합한 전형인지에 대한 의문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으며, 이미 선발된 학생들의 추수지도/종단연구 등을 통해 정시 선발학생이 상대적으로 타 전형에 비해 우수성을 지녔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난 상태다. 학종이 고교 현장 뿐만 아니라 선발주체인 대학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다.

뒤를 이어 57.1%의 교사들이 ‘학생의 수업 참여도 증가’를 학종의 긍정적인 면모로 제시했다. 학종에 대한 부당한 비난을 두고, 일반고 교사들이 주축이 돼 7일 열린 학종 관련 포럼에서 나온 일반고 현장을 학종이 바꿨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다. 학종은 학생부를 평가의 바탕으로 두며, 동일한 교과목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진행됐는지, 학생이 어떻게 수업에 임했는지까지 전부 평가의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교육을 중심으로 한 수업이 자연스레 바로 세워지는 순기능을 지닌다. 학종이 본격적으로 대입에 등장한 2015학년부터 따져보면, 불과 3년의 기간 동안 기출문제 풀이 방법을 전수하기에 급급하고,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들은 뒷전으로 밀려나며, 학교 교육은 대입에 아무런 필요가 없다며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이유로 자퇴하는 학생들이 나오는 등 무너져 가던 학교의 모습은 사라져 가고 있는 셈이다. 7일 열린 학종관련포럼에서는 학종이 학교현장을 ‘혁신’한다고 표현하며, 학종이 바꿔놓은 학교현장의 변화에 대한 증언들이 줄지어 나오기도 했다. 국영수 중심의 ‘수능만능 시대’에는 뒷전으로 밀려나 사장되다시피 했던 예체능수업을 필두로 동아리활동 진로탐색 등 교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들이 정상적으로 살아 움직이며 학교를 활기찬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는 증언들이다.

또다른 학종의 장점으로 꼽힌 부분은 ‘학생의 특기/흥미가 중시되는 진로진학 기회의 확대’다. 절반에 달하는 48.9%의 일반고/자공고 교사들이 학종의 장점으로 꼽은 항목이다. 학종관련포럼에서도 장점으로 언급된 부분이다. 송선용 광성고(인천) 교사는 “2학기부터 1,2학년 대상 6자 상담을 한다. 교감, 진로진학상담부장, 학년부장, 학력관리부장, 담임교사, 교과교사 까지 6명이 한 자리에 모여 한 학생을 두고 관찰한 결과를 나눈다. 학생의 진로를 같이 고민하고, 장단점을 파악해 최적의 학생 로드맵을 만들어 간다”며, “(학종이) 학생의 학교생활과 진로를 진지하게 관찰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했다. 반강제적 장판지(배치표) 상담에서 서로 찾아오고 찾아가는 상담으로 바뀌었다”고 학종이 가져다 준 진로탐색 관련 변화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한번 정해놓은 진로를 변경하는 것이 곧 학종의 불합격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의 대표적인 오해로 이미 수립한 진로 변경은 학종에서 불이익이 될 것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이 스스로의 특기/흥미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일관된 진로/진학 계획을 수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자아가 성립돼가는 고교 생활 동안 또다른 특기/흥미를 찾아내 진로를 변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학종에서도 포섭 가능한 사항임을 이해해야 한다. 학종 관련 선도적인 대학으로 평가받는 서울대의 경우 “독서 항목 등 자소서의 내용이 진로와 꼭 연관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으며, 입학사정관전형 시절까지 존재했던 자소서의 ‘지원동기’ 항목도 이미 모습을 감춘 지 오래다. 학종이 최우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학업능력이며, 다른 평가내용들은 학생 개인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부가사항으로 자리한다. 예를 들어 고교1학년때 세운 이공계에 대한 꿈이 2~3학년을 거치며 인문계로 변경됐다 하더라도 교사가 관찰/기록한 내용을 학생부/추천서 등에 기재해 드러내고, 학생은 자소서를 통해 자신이 진로를 바꾸게 된 계기, 개인적인 경험 등을 입학사정관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면 진로변경 자체가 학종 평가에서 불이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구조다.

그밖에 교사들이 꼽은 학종의 장점은 ▲학생 중심의 수업방법 개선 유도(44.7%) ▲고교교육과정의 다양화 유도(43.6%) ▲일반고 학생의 상위권대 진학기회 확대(41%) ▲교사의 역할 중시(32.3%) ▲학생/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 증가(28.6%) ▲사교육비 절감(12%) 등이다. 학종으로 인해 학생의 수업 참여도가 증가하고, 학생의 특기/흥미에 맞는 맞춤형 진로진학의 기회가 확대되며, 학생/학부모의 학교육에 대한 관심 증가가 뒤따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평가된다. 학생 중심의 수업방법으로 개선할 것이 유도되면서, 고교교육과정의 다양화도 유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학종을 두고 ‘금수저 전형’, ‘흙수저 배제’, ‘음서제’ 등의 비아냥 섞인 비난을 가한 것과 달리 일반고에서는 학종이 상위권 대학으로의 진학기회를 확대했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이 특목/자사고의 확대라는 결과만으로 학종이 잘못됐다는 논리는 잘못됐다며, “기존 특기자전형 등이 유지됐다면 특목/ 자사고와 교육특구 일반고가 싹쓸이했을 상황을 학종 운영이 막았고, 선발권 없는 일반고 비중을 오히려 늘렸다고 보는 게 현장의 인식”이라고 지적한 부분과 정확히 부합한다. 실제 총선을 앞두고 H신문이 기획 시리즈를 통해  2013학년과 2016학년 서울대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특목/자사고 출신 비중이 42%에서 49.1%로 늘어났다는 점을 근거로 특목자사고가 확대됐고 결국 학종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으나, 비교 기준부터 의아하는 평가가 이어진 이유기도 하다. 당시 한 고교 교사는 “근거가 되는 통계자료의 비교대상부터 의아했다. 2013학년은 서울대 특기자전형이 일반전형으로 바뀐 첫해여서 일반고에서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2016학년은 물수능이었던 2015학년과 달리 기본과목의 변별력으로 일반고가 지균 수능최저 충족이 어려웠던 예외적 케이스라고봐야한다. 게다가 학종이 시작된 게 2015학년인데 기사의 흐름이 사정관제와 학종의 차이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했으며, 한 자사고 교사는 “기사의 근거였던 특목/자사고 출신 비중 확대는 자세히 살펴보면 2010년대 초반 급변한 고교 체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사고는 일반고에서 전환된 사례가 많았다. 일반고 숫자가 준데다 특목/자사고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인원이 줄어드는 구조다. 자사고의 경우 2010년 전환이라면 2013학년 대입에서 원년을 맞았겠지만  2011년 전환된 경우라면 2014학년부터 자사고 졸업생을 배출한다. 졸업생 기준으로 2013학년 대입실적에서 특목/자사고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2016학년 특목/자사고 체제가 된 경우는 무려 31개교에 달한다”고 고교체제변화에 대한 인식부재를 지적한 바 있다.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 학종의 개선점 시사>
학종은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현 교육부)가 2010년 7월 훈령 제187호를 통해 “학생부를 제출하는 경우 교외상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등을 제외해 출력/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시작을 알렸다. 해당 훈령이 적용된 학생들이 치른 2014입시부터 비교과/교외활동 중심의 입학사정관전형과 궤를 달리하는 학생부 교과와 교내활동을 평가의 중심축으로 하는 학종이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다만, 대학들의 협의체로서 대입 전반을 관장하는 대교협조차 최초 학종 도입시 학종과 입학사정관전형을 동일하게 취급했으며, 주관부서인 교육부가 학종에 대한 설명/홍보에 나서지 않고 뒷짐만 진 채 손을 놓고 있는 탓에 입시에서 학종이 현 모습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2015학년부터로 여겨진다. 올해 치러질 2017 입시에서야 학종은 겨우 3년차를 맞이하는 셈이다.

십여 년 또는 기십년간 이어져온 수능 논술 특기자 등의 전형에 비해 역사가 짧다는 것은 그만큼 전형의 완성도 면에서는 부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학종의 단점들이 지적되는 것은 당연한 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교육계에서는 학종이 학교현장을 바로 세우는 최초의 대입 전형이며, 학생/교사 등 공교육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일부 언론/정치권 등의 침소봉대와 달리 학종의 폐지/축소 논의는 적절치 않으며 개선/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학생, 재수생, 자사/특목고생, 일반고생 거기에 각 유형에 따른 학생들의 학부모/교사들까지 모든 집단을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대입전형은 존재할 수 없음도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설문조사에서 나온 학종의 단점들은 일반고에서 지적한 학종의 부정적 측면이라는 점에서 향후 학종이 개선돼야 할 방향을 제시, 평가주체인 대학을 비롯한 교육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목소리에 대해 교육부/대교협/대학은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가장 많은 교사들이 학종의 부정적인 면으로 지적한 것은 81%가 선택한 ‘평가에 대한 공정성 의문’이다. 50.8%가 선택한 ‘평가결과 예측의 어려움’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정성평가인 학종은 수시체제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 고교의 경우 평가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수시체제를 갖춘 고교에서도 평가결과를 100%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은 국내 정서상 공정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입학사정관전형 시절부터 간혹 터져나온 입학사정관들의 윤리 문제 등도 학종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을 표시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교사들이 학종 관련 대학에 요구하고 싶은 사항으로 첫 손에 꼽은 ‘전형운영 신뢰도 확보를 위한 노력’도 평가에 대한 공정성 의문으로부터 나온 결과물로 풀이된다.

다만, 해당 문제는 해결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학력고사-수능 체제를 거치면서 정량평가에 익숙해져있는 사회분위기가 자로 잰 듯 계량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는 정성평가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때문이다. 물론 입학사정관들의 신분불안정으로 인해 뒤따르는 윤리문제, 일부 교수사정관들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 등은 대학이 적극 나서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몇 년 전 미국 컬럼비아대 입학사정관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사정관이 한국의 입학사정관제도 설명을 듣고 가장 의문을 표한 부분은 ‘왜 대학의 입학과정에서 ’공정성‘이 이렇게 중시돼야 하는가’였다. 대학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있고, 그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고 선발하면 되는 것이란 얘기다. 선발과정에서 대학이 느끼기에 B학생이 우수하다고 해서 뽑았으면 끝나는 일이지, A학생이 B학생보다 더 나은데 왜 B학생을 뽑았는가와 같은 시비는 발생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미국의 사례는 이미 100여 년 가까이 입학사정관제도를 운영해 사회적 공감대가 완전히 형성돼 있는 상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간 학력평가-수능 제도를 기십년간 거쳐온데다 우골탑이란 말이 나올만큼 교육에 목을 매온 우리 사회분위기에서는 정성평가인 입학사정관-학종에 대한 공정성 의문이 계속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차이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사회에 녹아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시간만 흐르기를 기다려서는 안된다. 몇 년 전 SNS에서 지인에게 집사람이 연대 입학사정관인데 덕 좀 보라고 얘기해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 계약직이 대다수를 차지해 신분이 안정되지 않았으며, 자질검증 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입학사정관, 사정관 주변의 잘못된 인식 등이 아직 잔존한다. 대학은 전임 입학사정관의 신분안정 및 제대로 된 육성에 힘을 기울여야 하며, 학종확대와 더불어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 밖에 없는 교수사정관들의 관리에도 노력을 쏟음으로써 공정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종에 대한 부정적인 요소로 지적된 또 다른 부분은 ‘학생의 피로도 과중(66.7% 선택)’이다. ‘교사의 업무과중(38.6%)’,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부담(29.6%)’도 부정적 측면으로 지적됐다. 문제풀이 방법, 지식전달에만 중점을 두고, 문제풀이 위주의 자습 중심으로 진행되는 여타전형 준비와 달리 학종은 학교수업부터 비교과활동까지 다양한 교육과정이 운영돼야 해 피로도를 높이는 측면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7일 포럼에서 일반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하며,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의 도입에도 힘써야 하기 때문에 짜증이 날 정도”, “교사들이 Burn out(에너지 소진)의 비명을 지른다”라면서 학교교육의 변화를 두고 “최고의 보람과 만족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사들이 학생의 피로도 과중을 지적한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수능위주 정시가 대입의 중심으로 존재하던 시절에도 “4시간 자면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4당5락’이란 말이 있을 만큼 학생들의 피로도는 극심했다. 학종으로 인해 피로도가 더 커졌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보는 이유다. 하루 20시간씩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에 비해 피로도가 덜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대입의 근간은 경쟁이다. 남보다 더 노력한 학생이 그만큼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그 과정에서 피로도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경쟁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서야 피로도를 느끼지 않도록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학을 전부 국가에서 인수해 배정제도로 한다면 학생들의 피로도 가중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인생은 대입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취업/진학 등에 있어서는 또다시 경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자원이 풍족하지 않은 국가로 인적 자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경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사교육을 통한 서류작성/면접준비’도 학종의 부정적인 면으로 제시됐다. 학종이 학생부를 기반으로 학업능력에 대한 평가를 중심축으로 삼아 평가를 진행하지만, 학생/학부모의 불안심리를 틈타 사교육은 슬슬 태동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소서 첨삭’이라는 기형적인 모습부터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노리고 등장한 ‘학종 강좌’, 학생을 관찰하지도 못한 사교육업자가 행하는 컨설팅까지 천태만상이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학종에 대한 폐지/축소 의견이 고개를 드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문제점을 개선하려 드는 것이 아닌 작은 문제점을 빌미로 ‘이제 막 기둥만 세워진 초가삼간을 태워 없애자는’ 식의 침소봉대하는 주장들이 난립한 때문이다.

정작 대학들은 사교육을 통한 서류작성/면접준비가 효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대는 최근 발간한 ‘2017 학생부종합전형 안내’를 통해 “타인의 자소서를 참고하다보면 지원자의 생각이나 독창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경고하며, “교사나 학부모의 조언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지원자만의 생각/어투로 개성을 나타내길 바란다. 좋은 문장을 위해 여러 사람이 첨삭한 자소서는 학생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결국 사교육의 힘을 빌어 첨삭에 첨삭을 거듭한 자소서는 정형적인 문체를 띈 탓에 학생의 개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게 되므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교수와 마주앉아 주어진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의 구술면접 같은 경우 사교육을 통한 면접준비가 효용이 없음은 말할 것도 없다.

교사들이 학종을 대비하는 과정에서 ‘소논문 등 정규교육과정 외 비교과 활동이 증가’한 지점을 짚은 것도 이채로운 부분이다. 최근 소논문을 두고 모 고교에서 비용부담을 학생들에게 전가해 서울교육청이 학생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하는 등 소논문에 대한 현장의 오해는 극에 달한 상황이다. 정작, 최근 문제로 떠오른 소논문을 두고 한 서울대 입학사정관의 해명은 반전에 가깝다. “소논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일갈이다. 올해 2월까지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냈으며, 이전에는 30년간 서울잠실 소재 영동일고에서 교사로 근무, 현재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를 맡고 있는 진동섭 이사는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소논문을 썼다고 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 말을 믿어야 한다. 제목도 보지 않으며, 원서접수 때 같이 낸 증빙자료도 보지 않는다. 학교가 보내온 보고서와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에 담겨있어도 무시한다.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라고 권한다. 소논문이 무엇을 증빙할 수 있단 말인가? 교수가 지도하면 지도받는 학생이 대학생 수준이라도 된다고 주장하려 하는가?”라고 설명했다.

서울소재 B대학 입학사정관도 소논문이 효용이 없다는 데 동의했다. “고교에서 크게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가 소논문 활동이다. 소논문이 마치 다른 지원자와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학사정관들은 소논문 작성 여부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본래 R&E로 불리던 소논문은 영재학교에서 영재교육의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다. 영재들의 교육을 위해 교수가 수업에 참여 함께 연구하고 보고서를 낸 심화교육이 일반고에 퍼지게 된 것부터 잘못됐다. 물론, 학생의 학업능력 전반을 학생부를 중심으로 자소서/추천서 등을 부가해 평가하는 학종의 특성 상 소논문이 학생의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이뤄졌을 때의 일이다. 학교수업을 다면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소논문 활동이 아닌 사교육을 통한 소논문, 학교교육과 연계되지 않은 소논문, 학생의 수준과 맞지도 않는 소논문 따위는 평가의 대상조차 될 수 없으며, 면접을 통해 질문 몇 마디만 던져보더라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는지 여부 등을 전부 잡아낼 수 있다.” 결국 실제 평가에는 중시되지도 않는 소논문 등에 대한 오해가 학생지도의 어려움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대학과 고교의 대화만으로도 해결될 수 있는 지점에 지나지 않는다.

<‘사교육 유발’ 자격증 취득/인증사항 가장 먼저 평가에서 제외돼야>
교사들은 학종이 ‘스펙 경쟁’으로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평가에 반영되는 학생부 항목을 축소할 것(37.5%)’를 요구했다. 학종 평가에서 제외돼야 할 항목으로 첫 손에 꼽은 것은 ‘자격증 취득/인증사항(66.2%)’ 이다. 여타 평가제외 항목으로 제시된 수상기록(38.7%), 창체/특기사항(33.1%), 진로희망/특기사항(26.8%), 봉사활동 누가기록(28%) 독서활동(23.8%) 등이 일부의 의견 선에서 그친 것과 달리 자격증/인증에 대한 개선 요구는 거셌다. 사교육 유발요소를 없애고자 학생부에 교내 대회의 기재만 허용하면서도 여전히 외부 자격인증에 대해 기재를 허용하고 있는 부분은 개선돼야 할 지점으로 누차 지적돼왔다. 개선을 통해 ‘스펙경쟁 과열’, ‘학생부 기재에 대한 부담감’, ‘교사의 업무과중’ 등 다양한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하게 되는 효과까지 기대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교육부가 11일 전국 초/중/고에 배포한 ‘2016 학생부 기재요령’이 여전히 현장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요령에 따르면, 학생부에 기재 가능한 ‘기술 관련 민간자격 국가공인’에 해당하는 기술자격인증은 13개 부/처/청의 59개 종목에 달한다. IT활용능력 자동차진단평가사 수목보호기술자격 등 특정분야 기술을 주요 교육과정으로 삼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에 해당하는 기술자격이 있는 반면, 외부수상과 구별되지 않는 인증까지 기재영역에 포섭돼 있다. 특히 지적되는 것은 한국경제신문사의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 테샛)’,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경영이해력인증시험 매경TEST’, (사)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의 ‘한국실용글쓰기검정’, (재)한국언어문화연구원의 ‘국어능력인증시험’, KBS한국방송공사의 ‘KBS한국어능력시험’이다. 특히, 한경TESAT과 매경TEST는 사교육시장에서 경제학 관련 모집단위 지원을 위해서는 필히 치러야 할 인증인 것처럼 간주돼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울대가 올해 초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가진 ‘샤 포럼’이후 내놓은 ‘학생부 개선에 대한 전면개편 방안’ 보고서도 해당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한국경제신문사의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경영이해력인증시험(매경TEST) 등이 기술관련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실용글쓰기검정 국어능력인증시험 KBS한국어능력시험도 마찬가지다. 교과목으로 구분하면 국어와 경제 교과는 교외 인증이 허용되고, 수학과 과학과 역사 등 다른 과목은 허용되지 않는다. 국제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는 기록할 수 없고 위의 인증은 기록된다면, 이 인증이 국제적 수준의 올림피아드보다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표시하는 내용과, “일관적인 논리가 없다. 공교육정상화나 창의적 인재 육성, 그리고 학생의 꿈과 끼보다 사교육비가 더 중요한 문제라면 인증 및 자격도 모두 인정하지 않아야 일관적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문제시되는 자격공인의 유효기간 마감시점은 한경TESAT 2016년 11월9일, 매경TEST 2016년 12월21일, KBS한국어능력시험 2017년 1월22일, 한국실용글쓰기검정 국어능력인증시험 각 2017년 12월31일이다. 이미 공인자격을 부여했기 때문에 유효기간까지는 어쩔 수 없이 해당 내용들이 인정되겠으나, 이후 공인자격 부여를 철회하는 것이 교사들의 목소리에 대한 올바른 응답으로 보여진다.

<교사들의 요구.. ‘응답하라 교육부와 교육청’>
교사들은 학종 관련 교육부/교육청에 요구하고 싶은 사항으로 ‘학생부 작성 부담을 경감할 방안을 모색하라(71.7%)’고 요구했다. ‘정규 교육과정 외 비교과 활동은 기록제한을 설정해야 한다(54.2%)’는 목소리도 높았다. ‘항목별 입력 글자 수 제한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학종이 대입에 연착한 이후 가장 크게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지적되는 것은 고교별 학종에 대한 이해도가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특히, 특목/자사고의 경우 선발을 진행하지만, 일반고는 평준화 지역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며 고입선발고사 폐지 지역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선택’이 아닌 ‘배정’을 통해 학교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란 지적이다. 고교별로 학종을 바라보는 온도차이가 존재하는 탓에 학생이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배정’으로 인한 ‘운’에 맡긴 입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바뀐 대입체제 아래에서도 여전히 변화하지 않는 교사들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지만, 교사만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몇십명의 교사 중 홀로 진학을 담당한다. 뭔가 해보려고 해도 주변에서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게 먼저”라는 한 자사고 교사의 하소연처럼 변화를 갈망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사정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교사들의 ‘열정 부족’으로만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다.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뒷짐진 채 사태를 바라보기만 해 ‘학종논란’의 원죄를 뒤집어쓴 교육부다. 학생부 작성 부담 경감 방안 모색에 대한 요구는 학생부 항목 중 평가반영 항목을 줄여나감으로써 일부 해소할 수 있으며, 학종이 비교과활동이 중심이 아닌 교과활동이 중심이란 점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비교과활동의 기록제한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과지도 개선사례의 발굴/보금, 과정중심의 수행평가 확대, 학부모/교사대상 연수 확대 등도 전부 교육부에서 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전형에 대한 이해도 없이 전형요소만을 빌미로 ‘가짜 학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을 배제하고 현장에서 분투해온 대학/고교들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과정은 필히 거쳐야 할 과정이다.

다만,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옴짝달싹 않는 ‘관료’의 모습을 보여온 교육부가 과연 ‘응답’에 나설 지는 회의적이다. 당장 올해 초 ‘샤교육 포럼’을 통해 현장에서 학생부 항목별 입력 글자 수 제한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온 바 있으며, 일반고 교사들도 설문조사를 통해 글자 수 제한에 대해 지적하는 등 현장 목소리는 새롭게 배포된 학생부 기재요령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2014년부터 바뀐 글자수 제한 규정에 따르면 현재 항목별 글자 수는 ▲학년당 자율활동 1000자 ▲동아리활동 500자 ▲봉사활동 500자 ▲진로활동 1000자 ▲교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과목별 500자 ▲독서활동상황(공통 1000자, 과목별 500자)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1000자 등이다. 예전에 비해 50~60% 이상 대폭 줄어든 수치로 500자 기록을 교사 3명이 나눠 써야 할 지경이다. 학생의 경쟁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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