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33호 餘滴 - 기자 방담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야근을 마치고 새벽녘 퇴근길에 가끔 마장동 뒷골목으로 들어섭니다. 힘을 얻기 위해서요. 아침동이 트기 직전, 그곳에선 정말 건강한 에너지가 넘치거든요. 차 한 대 지나갈 수 있는 그 길 그 시각엔 트럭들이 언제나 길을 막아서 있습니다. 빨리 비키라고 클랙슨을 울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앳된 청년들이 자신보다 덩치가 큰 돼지를 등에 엎고 가게 안으로 옮기느라 분주합니다. 그 얼굴 그 표정엔 건강함이 넘칩니다. 청년들이 일을 다 마칠 때까지 전조등을 끄고 시동을 끄고 멍 때리곤 합니다. 비 갠 어느 맑은 날, 테헤란로 고층빌딩에 청년 세 명이 매달려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그 높은 곳에서 유리 닦는 데 분주합니다. 청소가 아닌 마치 암벽등반을 하듯 건강한 에너지가 솟구칩니다. 어찌나 멋지던지요.

그들 또래엔 대학생이 있을 수도 있고 대학에 가겠다고 재수 삼수 중일 수도 있고 좀더 편하고 우아한 일을 찾아보겠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 모습은 흔합니다. 이 청년들은 다릅니다. 현실에, 험한 일 힘든 일도 마다 않는 모습, 건강합니다. 속사정을 모르니 밖에서 보는 저야 그저 현실을 미화해 저만의 꿈을 꾸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상위권 대학에 가야 하고, 누구나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그게 안 되어도 공무원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눈높이만 높은 아이어른들이 많아진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끔 고개 들어 꿈을 떠올리면 그뿐, 꿈만으론 살 순 없는 일입니다.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게 어쩌면 더욱 빨리 꿈에 도달하거나 내게 맞는 또 다른 꿈을 찾는 길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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