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최근 학종논란과 관련해 R&E에 대한 오해가 깊다. 애초 교육목적이 훼손되고, 왜곡된 입시정보로 인해 입시병폐로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비 400만원’이라는 지적이 일자 R&E는 마치 고교현장에서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인식된다. 서울대 전 입학사정관의 ‘R&E, 쳐다보지도 않는다’라는 말이 퍼지자 R&E가 마치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사실은 다르다. R&E는 고교체제 내에서 교육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이라는 데서 여전히 의미 깊다.

R&E(Research and Education)는 과학영재교육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이 각자의 연구활동을 통해 논문 또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교육이다. 최초의 과학영재학교인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가 2003년 기존 부산과고에서 영재학교로 전환하면서 영재교육의 방법으로 도입했다. KAIST 교수들과 학생들이 함께 연구하고 보고서를 내는 심화교육의 도입이다. 2003년은 고교체제의 큰 변화가 있던 때였다. 국내고교의 경쟁력을 높여 해외로의 인재유출을 막고자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가 지정됐다. 2002학년 고입부터 민사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가 자립형으로 지정됐고 2003학년에 상산고 현대청운고 해운대고가 합류했다. 고교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학교 내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할 수 있었다. 당시 포철고의 경우 R&E에 일찍 눈을 뜬 대표적 학교다. 전국단위 선발을 통해 우수자원을 확보한 포철고가 학생 니즈에 맞춰 기존 구성원, 즉 교사들의 역량 내에서 해결할 수 없는 심화교육과정을 인근 포스텍의 연구인력을 빌려 학교 내 교육과정으로 R&E를 들인 것이다. 포스텍이라는 인프라를 갖춘 포철고가 활발한 R&E활동을 이어가며 대입에서 실적을 내자 학교내 탁월한 교육방법이라는 인식에 전국적으로 뻗어나갔다. R&E의 태동은 수능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교내에서 소화할 수 없으면 인근 대학교수와 연계해 심도 깊은 학습활동을 해나갈 수 있다는 데서 각 고교차원의 노력이 결부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입시에만 초점을 맞춰 내실 없이 겉모습만 따라가는 일부 부작용에서 비롯한다. 한국영재와 포철고의 경우 KAIST와 포스텍이라는, 한가족 아래서 교육적 필요에 의해 R&E를 성공적으로 이어왔지만 여건이 안 되는 고교 위주로 입시만을 바라보며 일부 대학교수에 큰 돈을 들여야 한다는 오해로 고가의 수익자부담을 학부모에 요구하는 등 외부스펙을 학교가 나서 마련하는 억지활동으로 지적을 받는 것이다. 학종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시장으로 눈 돌린 일부 사교육업체의 무리수도 병폐를 낳았다. R&E가 마치 학종합격의 필수조건인양 홍보하면서 질적 수준도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을 개설, 과다한 교육비를 받으며 또 다른 시장을 여는 식이다. ‘R&E 한 건에 400만원’ 논란은 학종확대와 맞물려 학종시비의 근거로 자리했고 급기야 서울대 전 입학사정관이 ‘R&E,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강수를 두며 의미없는 사교육과열을 진화하고자 나서기에 이르렀다.

간과하지 말 점은, R&E는 여전히 교육과정 중 하나로 유효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전 입학사정관의 강경발언은 R&E 자체를 외면한다는 얘기로 듣기보다는 해당 학생에 어울리지 않은 R&E는 무의미하다는 얘기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R&E 보고서 단 하나로 평가하는 게 학종이 아니다. 학생부를 중심으로 학생을 파악하고 자기소개서 추천서 학교소개자료를 참고해 학생의 모습을 그려나가며 서류평가를 다수의 입학사정관이 여러 단계에 걸쳐 실시한다. R&E는 수능 문제풀이위주로 경직된 고교에 변화를 추동해갈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학교교사 또는 동급생 선후배가 머리를 맞대고 고교교육과정에 연계된 어떤 주제를 스스로 도출해 학교에서 고민하고 책을 찾아보고 다른 연구결과를 조사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은 동기와 과정이 중요한 것이지 유명한 대학교수, 번듯한 실험실, 대학원생 논문 수준의 연구주제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학종을 선도해온 서울대 역시 최근 1~2년 간 포럼 자료 웹진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한 바 있다. 학교 안으로 들어온 학종운영은 고작 1~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교육으로 인한 결과물 정도는 금세 알아차리고 배제하는 현장 공력을 신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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