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글자수제한 여전.. ‘예시대로 했다간 불이익 자초’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교육부가 올해도 입시와 현장을 무시한 ‘학생부기재요령’을 배포하면서, 현장 실망감이 크다.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2018 학종 확대가 예고된 가운데, 학종논란과 관계 없이 고교의 교육과정은 이미 다양한 학교활동을 강조하는 ‘학종체제’로 돌아서고 있는 상태. 오히려 현장에서 학종을 포괄하는 동시에 교육현장을 바꿀 실질적 학생부기재에 관련한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서울대 입학본부가 지난 겨울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학생부 기재와 관련, ‘샤 교육 포럼’을 통해 3천여 명의 교사와 머리를 맞대고 개선에 대해 뜨겁게 논의한 뒤끝인데다 통상 배포시기가 신학기인 3월인 점을 감안하면 두 달이나 늦은 5월 배포라는 점에서 관심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여전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기재요령이다. 제한 일변도로, 학교현장에선 교사가 참고하기보다는 행정요원이 참고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수업을 진행하고 확대된 창체활동에도 투입되며 학생 한 명 한 명의 경쟁력과 개성을 담아내는 데도 힘들 교사들을 행정 차원의 수준으로 업무범위를 국한, 불필요한 행정력을 강조해 유발하는 데 대한 실망이다. 2015 대비 바뀐 부분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못 쓰게 한 정도다. 현장에서 가장 곤혹스러워 하는 과도한 자수제한은 여전하다. 교외 경시대회 실적의 학생부기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교육부가 정작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된 대회인 한국경제의 TESAT과 매일경제의 매경TEST를 기재가능하도록 ‘기술관련 자격증’으로 허용한 데는 또 다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장에선 무성의한 교육부의 기재요령보다는 2012학년부터 전체 모집인원이 75% 이상 수시전원을 학종으로 선발하며 학종운영을 선도해온 서울대가 고민해 내놓은 ‘2017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책자’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에 탑재한 전형방식, 자기소개서 추천서 작성 관련 조언이 학생부기재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제한한 글자수로 인해 ‘교사간 협업’은 필수다. 학부모와 학생은 기재요령의 말미에 첨부된 공인자격증 리스트와 도서관 리스트에 주목하기보다는 학교 내 학습활동으로 시야를 돌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고교는 이미 학교 밖 활동을 학교 안으로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부 입장에선 현장요구를 즉각 반영하는 데 따른 시간적 제약, 2014년 대폭 손질 이후 2년 만에 또 다시 바꾸는 데 따른 부담, 기술자격 공인의 공인시점에 따른 불가피함 등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다만 현장보다 언제나 한 박자 늦은 업무처리 방식은 개선해야 한다. 당장은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에 업데이트된 ‘입학본부 연구보고서-학교생활기록부 정보의 재구조화’를 참고하고 고교현장의 목소리에 최대한 귀를 열면서 현장흐름과 요구에 따라 내년에 제공될 ‘2017 학생부 기재요령’만큼은 현장에 맞게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기재요령이 교육과 입시를 아우르는 내실을 갖추도록 고교현장 업무환경 개선의 노력은 불문가지다.

 
<내용보다 형식과 제한에 치중.. 학종시대 역행>
교육부가 11일 전국 초중고에 배포한 ‘2016 학생부 기재요령’은 내용보다 형식에 치중, ‘공무원’ 발상이 여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5학년 대입부터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서 학생부기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 2018 수능영어 절대평가와 맞물려 수능 변별력 약화가 예견되자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종확대를 예고하면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 학생부에 대한 평가와 관련, 공정성 시비가 이는 가운데서도 고교 현장에선 학생들의 경쟁력을 입증할 학생부기재와 관련 자체 ‘기재경쟁력’ 강화가 화두가 될 정도다. 고교교육정상화기여대학사업을 통해 학생부 중심의 전형으로 입시현장을 다듬고 있는 주체인 교육부가 내놓는 학생부기재요령, 특히 지난해의 경우 3월 배포했던 기재요령을 올해는 두 달이나 미뤄진 5월 배포된 시기 등 2018 학종시대를 앞두고 현장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현실은 실망 그 자체다.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기재요령은 100%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 할만하다. 어떤 내용을 쓰라는 안내보다는 어떤 ‘형식’을 갖춰 쓰라는 내용이 지배적이다. 형식적 요소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현장 흐름과 요구가 묵살된 제한위주의 결과라 실망이 크다. 교육계가 학종확대에 논란을 일으키며 개선의 방법에 대해 스스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재요령을 통해 드러낸 교육부의 인식수준은 여전히 과거형 그대로인 셈이다. 바뀐 게 있다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 기재 금지’의 추가로, 최근 로스쿨 입시에 논란이 된 사항을 끼워 넣은 수준 정도다.

서울대가 샤 포럼 이후 교사들의 현장 목소리를 모은 끝에 내놓은 ‘학생부 개선에 대한 전면개편 방안’ 보고서의 연구진은 “정부의 학생부기재요령은 학교 구성원을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 학생부기록을 점점 획일화하고 있다”며 제한일변도의 기재요령에 대해 근본적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교육과 대입은 같은 축에서 움직이는 두 바퀴와 같다. 학생부를 학생지도에 활용한다는 측면과 학생선발에 활용한다는 측면은 강조점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활용주체가 다를 뿐이며 이 역시도 동일한 정보를 기초로 한다. 교육부의 2015년 학교생활기록부기재요령도 학교생활을 통한 학생의 성장과정을 학생부에 기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과 규정에 따라 학생의 성장과정에 대한 정보가 담긴 학생부가 대학에 제공된다면 적어도 고교교육과 대학입시가 하나로 연결되어 창의적인 학생을 교육하고 선발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법의 취지대로 학생부가 만들어진다면 전형자료로서의 학생부는 이상적인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법과 규칙과 지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법의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학생부종합전형은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놓여있다.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부재 혹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한 정책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글자수 제한규정, 교육 망치고 입시 못 따라간다>
학생부기재와 관련, 고교현장의 가장 큰 불만은 제한규정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불만의 배경은 ‘귀찮다’가 아니라 ‘교과수업에 창체활동에 공문처리에 매우 바쁘지만 제자를 합격시키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헌신하겠다’는 강한 의욕 때문이다. 지난 겨울 서울대의 ‘샤 포럼’에서 교사들은 사교육유발요소를 없애고 교사들의 업무를 줄인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기재요령이 오히려 공교육 파행을 불러왔다고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사교육유발요소를 없애기 위한 ‘기재금지’에 집중, 금지사항을 남발하면서 학종의 변화 속도에 맞춰 학생부의 세부적 요소들에 변화를 주는 걸 교육부가 놓쳤다는 지적이다.

샤 포럼 당시 가장 눈길을 끈 건 교육부의 행정편의주의와 달리 고교현장은 학생부를 학생부답게 만들자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안성환 교사(서울 대진고)는 “학생부가 학종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 대학관계자들의 그간 불만은 학교생활에 대한 충실도를 지금의 학생부에서는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고, 이에 학교들은 기재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양적인 기재에서 질적인 기재로의 전환을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이 불공정한 경쟁요소를 배제하기 위해서라며 ‘기재금지’를 남발하고 있는데다 변화의 속도에 맞춰 학생부의 세부적인 요소들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문제가 확대되는 학종의 걸림돌로 자리한다. 학생부에 대해 대학은 불충분한 평가도구로서의 고민을, 고교는 안 된다는 것이 너무 많아서 피해가기 위해 애쓰는 불평을, 교육당국은 대입에 있어서 심판으로서의 기능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이유는 학생부를 평가도구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 지적하며 “학종의 취지가 충실한 학교생활인 만큼 학교생활을 기록한다는 교육적인 활용을 위해 학생부를 어떻게 기록하게 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면 어떤가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송선용 교사(인천 광성고) 역시 교육과정을 외면한 지나친 학생부기재제한을 거론했다. “학종은 학교생활을 기본으로 학생의 지금까지의 삶의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반면 학생부엔 학생의 삶과 과정을 외면하도록 하는 요소가 많다. 교육당국의 규제 탓이다. 외부수상을 학생부에 적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교육규제라는 측면에서 조금은 이해가 되나, 교내상까지 포함한 수상경력의 내용기술의 규제는 이해되지 않는다. 학생부 자수제한인 장수제한도 교육의 본질에 어긋난다. 학종을 절름발이로 만든다”고 비난했다.

특히 과도한 자수제한이 오히려 족쇄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생의 경쟁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종확대로 인해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로 자리하는 학생부는 기록하는 교사나 평가하는 사정관이나 모두 불만족한 결과를 낳는 데 ‘제한’에만 몰두한 기재요령으로 올해도 여전히 위축될 우려다. 2014년부터 바뀐 글자수 제한 규정에 따르면 학년당 자율활동 1000자, 동아리활동 500자, 봉사활동 500자, 진로활동 1000자, 교과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과목별 500자, 독서활동상황(공통 1000자, 과목별 500자),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1000자 등을 기록할 수 있다. 이는 전년에 비해 50~60% 이상 대폭 줄어든 수치다. 500자 기록을 교사 3명이 나눠 써야 하는 정도다.

2014년부터 유지된 과도한 제한은 학생부기재가 질적 함량을 높여야 한다는 현장요구와 달리 실적위주의 나열이 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학생부의 동질화를 이끌어, 평가요소로서의 의미 역시 상실한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글자수를 부여함으로써 일부 학생들에겐 자신의 활동내용이 온전히 기재되지 못하는 불공정한 룰에 묶이게 된다. 안성환 교사는 “교과학습발달사항(1만자→2000자)과 동아리활동특기사항(2000자→500자)의 경우 글자수 제한이 가장 두드러진다. 초기에 교과학습발달사항이 학습내용을 나열하거나,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이 주를 이루는 부작용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줄일 정도의 심각함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이 두 항목의 경우 학급담임교사보다는 교과담임교사와 동아리담당교사 모두가 작성하는 항목이어서 학생활동에 대한 내용을 충실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부의 개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점은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로서 매우 아쉬운 점이다. 특히 성취평가제와 관련해 교과학습발달사항이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만큼 과목별로 기술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피력했다.

과도한 글자수 제한은 학생부의 질적 수준을 하락시키는 결과도 낳고 있다. 안 교사는 “글자수를 제한할수록 대학과 고교 모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장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동아리활동의 경우 누가기록은 학생이 배워온 과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수시간을 합산하기 위한 도구로밖에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학생부에 반영되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교육계획에 의한 자율동아리활동과 청소년단체활동은 누가기록을 할 수 없다. 유일하게 학생의 내실 있는 학교생활을 평가해낼 수 있는 공간은 특기사항인데, 자수제한은 500자다. 평균적으로 자신의 진로와 관련 있는 활동을 위해 동아리를 기본 1개, 자율동아리를 1~2개 정도 가입한 경우가 많다. 담당교사는 모두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학년말이 되면 의욕 앞선 선생님의 독점으로 다른 활동에 대한 기록을 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규제기준 모호.. ‘사교육유발’ 학교 밖 대회 일부 허용>
‘기술 관련 민간자격 국가공인’ 리스트는 기준이 일관적이지 못한 한계를 여전히 보여주고 있다. 사교육유발요소를 없애고자 교내 대회로만 기재를 허용하면서도 몇 가지 사교육유발성격이 있는 외부 자격인증에 대해 기재를 허용한 데 대해 현장은 여전히 의아해한다. 현재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기술자격 인증으로 13개 부처청의 59개 종목이 있다. IT활용능력 자동차진단평가사 수목보호기술자격 등의 대부분 리스트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취지는 특정분야 기술을 주요 교육과정으로 삼는 고교유형들에 해당하는, 고교 교육과정과 자체와 연계되는 기술자격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기술자격이라 보기 어려운, 외부수상과 구별되지 않는 몇 가지 인증에는 기재를 허용하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다는 데 있다. 문제시되는 자격은 한국경제신문사의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 테샛)’,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경영이해력인증시험 매경TEST’, (사)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의 ‘한국실용글쓰기검정’, (재)한국언어문화연구원의 ‘국어능력인증시험’, KBS한국방송공사의 ‘KBS한국어능력시험’이다. 특히 한경TESAT과 매경TEST는 사교육시장에서 경제학 관련 모집단위의 필수요소인 것처럼 왜곡돼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 보고서 역시 이 문제를 맹렬하게 지적하고 있다. 연구진은 “한국경제신문사의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경영이해력인증시험(매경TEST) 등이 기술관련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실용글쓰기검정 국어능력인증시험 KBS한국어능력시험도 마찬가지다. 교과목으로 구분하면 국어와 경제 교과는 교외 인증이 허용되고, 수학과 과학과 역사 등 다른 과목은 허용되지 않는다. 국제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는 기록할 수 없고 위의 인증은 기록된다면, 이 인증이 국제적 수준의 올림피아드보다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라며 “일관적인 논리가 없다. 공교육정상화나 창의적 인재 육성, 그리고 학생의 꿈과 끼보다 사교육비가 더 중요한 문제라면 인증 및 자격도 모두 인정하지 않아야 일관적”이라 비난한다.

다만 자격인증 항목에 대해 이미 공인자격을 부여한 만큼, 현장요구에 따라 곧장 반영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인증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이 문제는 한층 가열찬 논란의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문제시하는 각 자격공인유효기간 마감시점은 한경TESAT 2016년11월9일, 매경TEST 2016년 12월21일, KBS한국어능력시험 2017년1월22일, 한국실용글쓰기검정 국어능력인증시험 각 2017년 12월31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쓰라’에 초점 둬야>
규제 자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기재요령의 유의사항에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핵심내용만 간략히 기재하라’고 명시돼 있다. 처리요령 해설에는 ‘학교 교육활동 결과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입력하되, 학생 개인의 특성이 잘 나타나도록 기술’하라 명시돼 있다. 논리적 모순으로 보일 만큼, 현장에선 기재에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학업능력을 입증할 가장 핵심인 교과학습발달상황에서의 모순은 학종운영 걸림돌 중 대표사례다. ‘특기사항’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구별해 기재해야 하는 교과학습발달상황은 기재요령에 의하면 ‘성취수준의 특성, 실기능력, 교과적성, 학습활동 참여도 및 태도, 직무능력 등을 ‘간략하게’ 문장으로 입력’해야 한다. 간략하게 써야 하는 탓에 성취수준의 특성을 기록하는 사례가 기록되기 어렵고 ‘우수’ ‘탁월’ ‘열심’ ‘성실’ 등으로 기록된다. ‘특기할만한 사항이 있는 과목 및 학생에 한해’ 기록하도록 했지만 ‘교육적인 차원에서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력’하도록 권장하는 통에 실질적으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이 아닌 교사의 교육내용이 기록된다. 평가자료로 무의미하다. 문구의 오류에 더해 자의적 기준 역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공인인증시험 관련 방과후학교 교육활동은 입력할 수 없지만,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방과후 교육활동은 입력 가능하다. 발명교실을 수료한 학생은 교육실적을 관련 교과의 ‘세특’에 쓸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발명특허를 받았다면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다. 고교-대학연계 심화과정(UP)도 입력 가능하지만, 그 과정이 고교교육과정 범위 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고, 범위 밖이라면 선행학습금지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학생부에도 기재할 수 없다. 연구진은 “자격증 및 인증과 더불어 입력사항에 대한 기준이 자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로, 입력 기준이 모호하니 교사들은 예시를 따라가는 것이 감사에 걸리지 않는 안전한 길이라고 여긴다”며 “세특에 무엇을 기록할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과 새로운 예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진은 또 “무엇을 기록하지 말라는 규제는 구체적이고 분명하지만, 무엇을 기록하라는 규정은 애매하고 포괄적”이라 지적하며 “기록의 책임과 권한의 측면에서도 창체의 각 영역은 동아리를 제외하곤 담임교사가 맡고 있으므로 학급 수 학생 수 등의 이유로 모든 학생을 관찰해 평가하기 어렵다. 창체에 기록할 학생의 특기사항을 무슨 활동을 통해 어떻게 관찰할 수 있는지 교육부 또는 교육청의 적극적인 연구와 홍보 연수가 필요하다. 영역별로 제한된 기록 분량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교사의 학생부기록 분량에 따라 학생부종합에서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지만, 무엇을 기록할지 분명히 한다면 분량은 큰 의미 없다”고 강조한다.

<내실있는 학생부기재 위해 여건 마련해야>
학종확대에 따라 고작 1~2년 사이에 고교현장이 교육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여건은 따라주지 못하는 측면도 문제다. 서울대 연구진은 특히 창의적 체험활동 부문을 예시로 든다. 창체엔 ‘대량 복사’가 많은데, 원인은 고교에서 기록할 여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영역별로 개별적인 특성이 드러나거나 활동내용이 우수한 사항(참여도, 활동의욕, 진보의 정도, 태도 변화 등)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입력’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적은 수의 교사가 많은 수의 학생을 일일이 살펴야 하는 문제에, 학생에 대해 누가기록한 자료(에듀팟 등)를 토대로 활동실적, 진보의 정도, 행동의 변화, 특기사항을 구체적으로 기록할 공간도 없다.

샤 포럼에서도 같은 의견이 나왔다. 김형길 교사(부산 예문여고)는 학종에서 중요시하는 ‘학생개별의 특성파악’이 불가능한 사례를 들며 교사업무의 과중함을 토로한 바 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500명의 학생부를 기록해야 하는, 무려 ‘500번 복사해서 붙여넣기도 힘든 상황’을 전한다. “학종에서 바라는 학생부 작성이 쉽지 않다. 최근의 입시는 교과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 대학처럼 학종에서 내신을 전혀 반영 안 한다 하더라도 ‘세부특기사항’을 본다. 세특에 교과별 내용을 써야 한다. 우리학교는 지구과학 교사가 한 명뿐이다. 한 명의 교사가 1학년 수업과 2학년 수업, 3학년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강의식 수업을 위해 3개 학년의 교재연구만 해도 바쁘지만 학교교육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 토론과 모둠발표, 과제연구, 프레젠테이션, 통합교과적인 주제별 수업, 창의적인 글쓰기 등 다양한 수업방식의 변화는 몸이 부서져도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 문제는 학생부기재다. 500명이 넘는 학생들의 관심을 헤아리기 어렵고, 개개인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더욱 힘들다. 수업 중 눈에 띄는 학생들의 경우나 질문하러 오는 학생, 성적이 우수한 학생 정도를 제외하면 학종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학생부를 작성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시로 관찰해 누가 기록’해주고 싶지만 과연 가능할까? 500번 복사해서 붙여넣기 해주기도 힘들다. 초등학교처럼 20여 명의 학생들과 모든 수업과 생활을 한다면 학습의 결과만 기록하지 않고 학생이 학습에 참여하게 된 동기와 학습과정, 학습 후의 변화된 태도 등에 대한 수시 기록이 가능할 것이다. 현행 교육체계에서 쉽지 않겠지만 교사의 업무를 줄여주는 것과 함께 관찰 가능하고 기록 가능한 숫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연구진은 학생부기재요령이 오히려 공교육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한다고 지적한다. “학생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록하라 요구, 오히려 상충되거나 학교현실과 유리되고 있다. 교사가 기록해야 할 학생에 대한 기록이 너무나 많을 뿐 아니라, 한 교사가 담임, 교과담당 교사, 창의적 체험활동 담당교사, 방과후 학교 담당교사로서 여러 가지 역할로 학생부를 작성해야 할 수도 있다. 규제와 금지 위주의 학생부기재요령은 창의적인 교육을 제약하고, 기재요령 예시도 구체성이 결여돼 획일적인 학생부를 만들고 있다. 금지와 통제 위주로는 공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으며, 오히려 활성화된 의욕조차 사라지게 한다.”

경직된 학생부기재요령의 대안은 “기재해야 할 사항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학생부 관련 지침을 바꾸고 학생부기재요령에 반영해 현실을 추동해가지 않으면 다른 수단이 없다”며 △규제보다 권장 △모호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문구의 전면 수정 △학교보다 학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 △자의적 기준 배제 △확인 불가능한 항목 재검토 등을 거론했다. 특히 항목별 글자 수 제한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역별 글자수를 없애고 △총 글자 수만 정하거나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과 다른 항목이라는 두 범주로 구분해 두 범주의 글자 수를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연구진은 덧붙여 “교사의 업무부담의 축소가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침과 기재요령을 바꾼다 한들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해져 취지대로 구현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재예시대로 쓰다간 낭패.. 서울대 제안 주시하라>
형식에 치중한 탓이긴 하겠지만, 교육부의 기재요령에 명시된 ‘기재예시’는 의미가 없다 봐도 무방하다.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 내용은 무시된 탓이다. 학종에서 강조되는 세특의 경우 대입현장이 요구하는 ‘학생의 성장’이 아닌, ‘교사의 수업’ 즉 교사의 얘기로 요약된다. 기재예시로 든 실용영어Ⅰ의 경우 ‘영어 듣기, 말하기 능력이 매우 탁월하며 영어 구문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고, 빠른 속도로 직독, 직해가 가능하며, 어휘 면에 있어서 성취도가 높음. 방과후학교 원어민 영어회화반(40시간)을 수강함’, 상업경제의 경우 ‘생산, 분배, 지출의 경제 순환 및 소득 재분배 과정과 경제주체들의 합리적인 경제적 의사결정이 자유시장 경제에 미치는 영향, 환율 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국제수지 분류 등의 어려운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함’ 식으로 학생보다는 교사가 어떤 수업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부를 통해 학생을 이해하기 힘들어지면서 있으나마나 한 기재로 남게 된다. 제시된 사회과목도 마찬가지다. 분량은 많지만 대부분 ‘어떤 수업내용이었다’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학생의 역량은 ‘자료수집을 찬반 입장을 고르게 잘 하였고 발표를 잘해 친구들의 박수를 받았고 역할놀이에서 위원장역할을 맡아 문제점을 잘 지적해냈고 시사문제에 균형있는 태도를 지녔다’ 정도로 학종 평가에 있어선 평가할 게 없는 내용이다. 서울대가 강조하는 ‘학업역량 못지 않게 파악하고자 하는 항목은 학생 스스로의 경험과 노력이다. 평가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학생부에 지원자의 노력과 학업특징, 학업소양을 어떻게 어떠한 학습과정에서 보여왔는지,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 등도 담겨야 한다’ ‘학생부 기록과정에서 현장이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학생 개인에 대한 내용이 아닌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창체 독서활동까지 기록한다는 점이다. 공통적인 사항은 학교소개자료에 기록해 달라. 학생부에는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 경험, 노력 등이 나타나야 특성을 파악해 평가하는데 도움이 된다’ 등 학종시대가 요구하는 학생부 내용에는 역행하는 셈이다.

현장에선 교육부의 기재요령은 ‘제한사항’에 초점을 둬 피해갈 부분에 대한 지침으로 삼되 서울대의 제안을 통해 학생부내실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중하위권으로는 학종에 대한 연구와 운영 인식이 미흡한 상황으로 ‘가짜학종’ 논란의 빌미가 되고 있지만 수능영향력 약화가 예견되고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학종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흐름에 고교현장에선 서울대 학종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2000년부터 학종에 대한 연구를 시작, 2005년부터 학생부 추천서 자기소개서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서류평가체제를 마련한 서울대는 2007학년 정원외전형부터 입학사정관제를 시범적으로 실시, 점차 선발인원을 확대해 2012학년부터 수시모집 전체에 학종을 적용하고 있다. 2014~2015학년부터 철저히 학교내 생활을 평가함으로써 학종을 선도하고 있다 볼 수 있다. 적어도 학종과 관련해선 교육부보다 서울대가 한 발 앞선 모습으로, 다양한 자료를 통해 고교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데서 서울대 입학본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탑재된 ‘2017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 책자’,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의 전형안내 코너 ‘자기소개서 및 추천서’ ‘오해와 진실’과 자료창고 코너 ‘2016 학생부종합전형 우수성과공유 컨퍼런스 자료집’ ‘입학본부 연구보고서-학교생활기록부 정보의 재구조화’, 참여마당 코너 ‘나도 입학사정관’ ‘우리교실 이렇게’는 고교일선에 교육과정의 설계를 겸한 학생부기재의 질적함량 끌어올리기에 실질적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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