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컨설팅 증가 '학종 대세로 주변부에 머물러'

[베리타스알파=이우희 기자] 서울시 학원들이 경영난에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외고전성시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영어학원은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 도입과 대입 특기자전형 폐지 등 입시정책의 영향으로 8년 새 337개나 폐업했다. 2018학년 영어절대평가 도입을 앞두고 있어 대형 어학원들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음악학원도 미대 비실기전형의 확대로 300여개 줄었고, 수능에만 매진하는 형태의 입시전략이 사라지면서 독서실도 200여 곳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이 사라진 자리는 소규모 진학컨설팅 업체들이 채우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교육의 주도권이 학원에서 학교로 넘어가는 현상으로 해석된다”며 “지금까지 대형화한 학원들이 입시를 좌지우지하며 우리교육의 주인행세를 해왔지만, 수능 문제풀이만 잘해서 대학에 가는 정시체제가 무너진 데다 학교 내 활동 이외에는 대입 자료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한 학종이 대입을 주도하면서 사교육업계가 학교교육의 보조 수단이라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교과교습학원은 총 1만2926개로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약 582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8년간 어학원은 337개, 예능학원 301개, 독서실 245개 줄고 보습/입시컨설팅이 365개 늘어났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외국어학원 가장 많이 줄어>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교과교습학원은 총 1만2926개로 2009년(1만3510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약 582개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년간 어학원 337개, 예능학원 301개, 독서실 245개 줄고 보습학원이나 입시컨설팅은 365개가 늘어난 결과다.

학원가에 따르면 중소형 규모의 학원은 물론 대형 학원들마저도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반적인 학령인구가 감소로 파이가 줄어 학원들 간 원생을 모으기 위한 출혈경쟁도 심각한 상태다. 입시정책의 변화도 학원으로 향하는 발길을 줄어들게 만들어 학원들은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속속 폐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난이 가장 심각한 것은 외국어학원. 외국어학원 수는 2009년 1213개에 달했지만 매년 줄어들어 2013년 세자릿 수(986개)로 내려왔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감소, 현재 876개가 운영 중이다.

영어학원이 주를 이루는 외국어학원의 지속적인 감소는 고입/대입 변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고 국제고 과고 등 특목고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 후반 사교육 시장은 대입은 물론 고입 수요로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당시 대입에선 주요 상위권 대학들이 어학인증시험이나 경시대회 실적 등을 자격조건으로 내건 특기자전형을 경쟁적으로 운영했다. 특목고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고입에서도 당시 외고들은 학원을 통한 선행학습이 없으면 합격하기 어려운 구조의 입시를 운영했다. 외고/국제고는 높은 수준의 어학인증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학원으로 중학생들이 몰렸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11학년부터 외고 입시에서 지필고사가 없어지고 내신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도록 한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됐다. 외고입시반과 경시대회준비반 등이 대거 사라지게 된 계기다. 대입에서도 교육부의 대입간소화 정책과 고교교육정상화 사업으로 인해 상위권 대학들의 특기자전형이 급속히 사라졌다. 사실상 외고 졸업생들의 수시관문이었던 어학특기자전형의 폐지는 어학원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2018학년부터 영어절대평가도 시행이 예정돼 있어 상황은 나아지기 힘들 전망이다. 한 입시전문가는 “영어 절대평가는 사실상 수능에서 영어영역을 자격시험화 하는 조치다. 대입에서 어학인증을 요구하는 전형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으로 어학인증점수나 외부 경시대회 실적은 자기소개서에 기재조차 할 수 없다”면서 “입시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상당수 외국어학원들은 생존을 위해 내신 위주 수업으로 전향하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비실기전형 확산, 정시축소까지>
미술과 음악 무용 학원을 가리키는 예능계열 학원 역시 2009년 2790개에서 2016년 2489개로 301개가 사라졌다. 다만 예능학원에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실용음악학원이나 댄스, 기악 관련 학원이 포함되지 않는다. 학원법은 실용음악과 댄스 등을 기예로 묶어 평생직업교육학원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다.

미술학원의 감소는 비실기전형의 확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홍대는 2013학년 비실기전형을 전체로 확대하고 현재까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홍대의 여파로 실기 위주의 미대입시 규모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독서실도 꾸준히 사라지고 있다. 2009년 1150개에 이르렀던 독서실은 8년 만에 245곳이 폐업, 현재 905개가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실은 학원교과와 관련된 곳을 뜻하며 고시원처럼 국가고시를 준비하거나 주거를 목적으로 한 독서실은 교습학원 범주에서 제외된다.

독서실은 공부만을 위한 공간으로 정시 수능중심 입시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입시의 축이 수시로 넘어오면서 설자리를 잃고 있다. 서울 주요대학은 대부분 정원의 70% 이상을 수시로 선발해왔고, 2018학년에는 전체 대학의 수시 비중이 73.7%에 이른다. 대학들은 수시에서도 수능최저학력기준과 같은 수능 요소를 배제하는 추세다.

<공교육의 보조로 돌아간 사교육>
다만, 어학원 미술학원 독서실 등이 꾸준히 줄어드는 데 반해 보통교과 보습학원과 진학지도 관련 컨설팅업체는 300여 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보습/진학계열 학원 증가는 교과학원들보다는 진학지도를 위한 입시컨설팅 업체가 대거 늘어났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강남 서초 등 교육특구를 중심으로 진학지도 컨설팅 학원이 대거 생겨나고 있다. 컨설팅 학원은 연 단위로 학생들의 학생부 관리를 책임지면서 내신은 물론 비교과활동 스케줄까지 챙긴다. 입시철에는 수시 자기소개서나 면접 지도에도 공을 들인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고액 입시컨설팅은 사회 문제가 되고 있어 지자체마다 단속에 나서고 있는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 다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대형화한 학원들이나 학교의 기능을 대체하는 학원들이 교육판을 주도하던 시절에 비하면, 입시컨설팅은 어디까지만 학교교육의 주변부에 불과하다. 수시체제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로 교육의 주도권은 공교육 안으로 완전히 넘어오는 분위기다. 최근 학종을 비판하는 세력의 뒤에는 사교육업체의 입김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사교육 호황기에 축적한 자본과 정보력를 바탕으로 대형 기업화한 사교육업체들이 복잡한 입시를 잘 모르는 언론과 여론에 집요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사교육의 영향력과 규모가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호황기에 몰려간 우수인력과 축적한 자본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교육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 학생을 상대로 한 사교육 강사와 재수학원 강사를 합쳐 학원 강사수는 약 50만여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년 전인 지난 2007년에 52만여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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