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삭' 해프닝 종결.. 논술 첨삭 서비스 2배 확대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EBS가 내달부터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둔 8월까지 ‘자기소개서 무료 상담 서비스’를 실시한다. 상담서비스의 신설이 알려지면서 현장에 논란도 일었으나, ‘첨삭’이 아닌 ‘상담’이라는 점이 공지되면서 해프닝으로 종결된 상태다.

상담 서비스는 학생들이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온라인으로 보내면, EBS 현직교사단이 조언해주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학생부와 긴밀하게 연계돼야 하는 자소서의 특성상 첨삭은 실시되지 않으며, 내용과 구성방법 등을 조언해주는 방식이다. 2018학년 대입이 ‘학종시대’로 불릴만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확대추세며, 올해 치러질 상위권 대학의 2017 수시에서도 학종이 상당부분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소서 관련 사교육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이다. 

EBS는 자소서 상담서비스의 신설 뿐만 아니라 논술전형 대비 목적의 현직 교사 첨삭지도 서비스도 지난해보다 2배 가량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논술 답안을 게시하면 교사들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수정해주기 때문에 올해 30개 대학, 내년 31개 대학에서 실시될 논술전형에 대비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BS는 그밖에도 지역별 순회 또는 고교방문 입시설명회를 지난해보다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EBS는 140회에 걸쳐 설명회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는 약 190회에 달하는 설명회가 실시될 예정이다. 또한, 수험생/학부모의 불안심리를 틈타 기승을 부리는 사교육 컨설팅을 방지하기 위한 컨실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EBS의 확대되는 사업영역을 반영해 지난달말 ‘2016년 EBS 특별교부금 사업계획’을 확정짓고 지난해보다 30억원 늘어난 241억60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예산증액의 이유를 “수험생의 불안심리를 틈타 사교육이 자기소개서, 논술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EBS의 공교육 지원 가능을 더욱 강화해 사교육으로 인한 가계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EBS가 내달부터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둔 8월까지 ‘자기소개서 무료 상담 서비스’를 실시한다. 최초 상담서비스의 신설이 알려지면서 현장에 논란도 일었으나, ‘첨삭’이 아닌 ‘상담’이라는 점이 공지되면서 해프닝으로 종결된 상태다. 사진은 EBS가 자소서 상담서비스 관련 게시한 해명문/사진=EBSi 홈페이지 캡처

<EBS 자소서 무료 상담 서비스 ‘해프닝’.. 첨삭과 상담의 차이 탓>
EBS가 올해 학종의 선발에 맞춰 자소서 상담 서비스를 개시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EBS와 교육부를 비판하는 현장 목소리가 높았다. EBS의 서비스 신설사실은 지난달 말 교육부가 특별교부금 내역을 확정지으면서 알려졌지만, 이후 전파 과정에서 EBS의 자소서 ‘상담’ 서비스가 ‘첨삭’서비스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모 언론이 EBS의 자소서 상담 서비스를 두고 “학생이 자소서를 작성해 온라인으로 보내면 교사들이 대입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수정해 학생에게 회신한다”고 말한 것은 의구심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EBS가 시도하려는 자소서 상담 서비스는 학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사교육의 자소서 첨삭 서비스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자소서는 서울대 입시 기준 서류평가 시 바탕이 되는 4개 서류(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학교소개자료)에 해당한다. 각 서류별 배점은 없지만 학생부가 중심축이 되며, 학생의 개인특성 등을 알기 위해 자소서 추천서가 뒤따르며, 학교소개자료는 참고사항으로 기능한다. 추천서의 경우 대학에 따라 요구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하지만, 학생부와 자소서는 서울대 뿐만 아니라 여타 대학의 학종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평가 대상이다.

학생부와 추천서 학교소개자료 등은 학교가 주체가 돼 실시되기 때문에 사교육과 연관이 멀지만, 자소서는 지원자인 개별 학생이 작성의 주체가 되기 때문에 사교육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틈타 검증되지 않은 값비싼 자기소개서 컨설팅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대는 “타인의 자소서를 참고하다보면 지원자의 생각이나 독창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경고하며, “교사나 학부모의 조언을 받을 수는 있겠으나, 지원자만의 생각/어투로 개성을 나타내길 바란다. 좋은 문장을 위해 여러 사람이 첨삭한 자소서는 학생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기 어렵다”고 올해 발간한 ‘2017학년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 안내’를 통해 밝히며, 사교육을 통한 자소서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EBS의 자소서 ‘상담’이 ‘첨삭’으로 알려지자 교육현장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논술처럼 답을 구해야 하는 전형에서는 첨삭이 가능할 수 있지만, 학생부를 보완하는 자소서는 첨삭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소서 작성방법에 대한 강의나, 학생부가 포함된 자소서 상담은 가능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자소서 첨삭은 흔히 말하는 ‘자소설’을 권장하겠다는 이야기와 동일한 맥락으로 취급된다. 한 고교 교사는 “고교별 학종에 대한 대비 정도가 다르고, 자소서 작성방법에 대한 지도 수준도 차이가 나며, 아직까지 정시에 목을 매는 고교가 존재하기 때문에 공교육 차원에서 자소서 상담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첨삭으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온라인/서면 등을 통한 자소서 ‘첨삭’은 오히려 사교육의 자소서 첨삭을 당연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 소지도 있다. 자소서는 고교 교사를 통해 면대면으로 지도돼야 하며, 자소서에 담길 소재의 선택, 효율적인 내용전달을 위한 문장구조 등을 지도하면 족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우려와 비판은 교육부로도 쏟아졌다. 그간 일어난 학종논란에 대해 뒷짐 진 태도로 방관해온 교육부가 학종에 대한 오해를 촉발시킨다고 판단된 때문이다. EBS의 상담서비스가 첨삭서비스로 판명나는 경우 교육 수요자들의 오해촉발 뿐만 아니라 사교육의 기승까지도 점쳐졌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자소서 첨삭이 교육부 지시였다면 교육부 스스로 학종과 사정관제를 구분못하고 있음을 자인한 꼴이 됨다. 개인의 역량에 무게를 두는 사정관제에서 가장 중요한 서류가 자소서인 반면 학종에선 가장 중요한 서류가 학생부다. 자소서 자체의 완결성 보다는 학생부와의 연계, 그리고 학생부의 보완자료 성격으로 중요도가 떨어진 상태다. 자소서 첨삭을 하겠다는 얘긴 여전히 사정관제로 받아들이는 사교육 컨설팅과 유사한 발상을 한다는 얘기가 된다. 사교육컨설팅이 학종에서 힘을 쓰지 못한는 것은 여전히 학생부와의 연계에 무게를 두지않고 사정관제와 마찬가지로 미화된 자소서에 무게를 싣기 때문”이라고 현장 비판의 배경을 설명했다. 

EBS는 논란이 가열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자소서 첨삭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자소서 작성방법을 상담해주려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마치 자소서를 모두 고쳐주는 것으로 해석돼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자소서 상담 서비스로 명칭을 바로 잡는다. 자소서 상담 서비스는 논술 첨삭서비스처럼 문구를 수정하고 작성하는 것이 아닌 내용 구성방법 등을 조언해주는 서비스다. 오해 없길 바란다”고 해명에 나섰다. EBS의 해명에는 현장의 교사/장학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장을 달궜던 EBS의 자소서 서비스는 ‘첨삭’이 아닌 ‘상담’이란 점이 밝혀지며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를 중심축으로 자소서/추천서 등 제출서류를 평가하고, 면접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학생의 학업능력 뿐만 아니라 환경/학업동기/의지/열정/노력 등과 같은 다양한 능력까지 평가의 대상으로 포섭한 전형이다. 기계적인 수치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정량평가를 탈피해 창의적 인재 육성에 부흥하기 위해 실시됐다. 점수 위주 선발 방식은 대학 입장에서 간단하고 편한 선발 방법이지만 학업능력에만 초점이 맞춰진 탓에 학생 개개인의 적성/발전가능성 등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학년 서울 상위권 대학들이 학종의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바야흐로 대입에서 ‘학종시대’가 도래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학종은 종종 입학사정관전형과 혼동되는 일이 잦다. 학종과 입학사정관전형 모두 입학사정관이 평가의 주체로 참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학종은 교과부(교육과학기술부, 현 교육부)가 2010년 7월 훈령 제187호를 통해 “학생부를 제출하는 경우 교외상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취득상황, 교과학습발달상황 등을 제외해 출력/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시작된 전형으로 해당 훈령이 적용된 학생들이 치른 2014입시에서 처음 시작됐다. 다만, 교육부가 학종에 대한 정의와 설명에 나서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는 탓에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학종에 대한 오해 때문에 학종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1년 후인 2015입시로 보는 것이 통상이다. 학종은 평가의 중심을 교과, 교내활동에 두고 있기 때문에 교외활동과 비교과 중심의 입학사정관전형과 구분된다.

일각에서는 학종을 두고 ‘금수저’전형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기존 수능위주 전형이 더욱 ‘금수저’를 위한 전형이었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에 불과하다. 현장 교사들은 학종을 두고 ‘학교현장을 바꾼 최초의 대입전형’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수능 중심 대입체제에서는 학교 현장이 ‘붕괴’란 표현이 사용될만큼 효용성이 적었으며 사교육업체들이 성행했으나, 학종의 도입 이래 공교육이 학교를 중심으로 바로세워지고 있는 때문이다. 물론, 올해 치러질 2017학년에서야 3년차를 맞이한 전형으로 아직 역사가 짧기 때문에 개선점도 존재하지만, 축소/폐지보다는 보완을 통해 확대/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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