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우리 한의원에 한 번 오시게. 간암 때문에 생긴 복수는 쉽게 뺄 수 있어.” “알았어. 전화 줘서 고맙고. 그런데 복수 때문에 오늘 병원에 입원하기로 해서 바로 가긴 그렇고 퇴원해서 들를게.”

서울대 같은 과 동기였고, 한의사가 되기 전 다니던 신문사 동료이기도 했던 친구와 나눴던 마지막 대화였다. 그 친구가 간암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듣고 전화를 했는데 정확히 한 달 후에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말기 간암이어서 복수가 찼고, 이뇨제로 복수가 빠지지 않으니 병원에 입원해 주사기로 복수를 빼는 시술을 받은 후 병석을 일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양방에선 간암으로 인한 복수가 생기는 기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암세포가 크게 되면 주변의 혈관을 눌러 혈액이 원활하게 통과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혈관에 압력이 높아지면 혈액 속의 액체성분이 복강으로 빠져나가 복수를 만든다. 이럴 때 쓰는 방법이 바로 이뇨제이다. 초기에는 이뇨제가 잘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며 이뇨제로도 복수를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복수가 심해지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단순히 배가 불러오고 답답한 정도이지만 복수가 많아지면, 주변의 장기들이 눌려 문제가 발생한다. 소화기를 눌러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되니 소화력이 떨어진다. 호흡할 때 횡경막이 아래로 내려가 주어야 하는데 복수 때문에 장애를 받으니 호흡이 불편해진다. 복수가 아주 심해져 폐까지 누르는 상황이면 견딜 수 없게 된다. 복수로 인해 복압이 높아져 탈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정도가 되면 주사기로 복수를 빼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간경화로 인해 간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남자 환자가 진료를 받고 갔다. B형간염이 진행되어 생긴 간경화이고 숨 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처음 내원했을 때의 몸무게는 59.7kg. 평소 체중이 53kg 정도였으니 복수가 7리터 정도 생겼다고 볼 수 있었다. 한 달여 치료를 받은 오늘 현재 몸무게는 52.8kg. 환자가 거꾸로 체중이 너무 주는 것을 걱정할 정도다. 심한 간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겪는 식욕부진, 소화불량, 피로감 등도 없다. 그렇다고 이 환자가 완전히 치료가 된 것은 아니다. 지금도 간세포가 손상될 때 나오는 간효소 수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정상치의 3배 수준이다. 본인이야 현재의 치료에 만족하지만 과연 간수치를 정상범위까지 떨어뜨릴 수 있느냐가 치료의 관건인 셈이다.

▲ 한뜸한의원 황치혁 원장
간암이나 간경화에서만 복수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위암 등 복부의 다른 암들도 복수를 만들기도 한다. 폐암도 폐에 폐수를 생기게 한다. 폐암 말기의 환자가 밤낮으로 심하게 기침을 해서 내원했다. 폐에 염증으로 기침이 나오기도 하지만 폐수가 찼다는 병원의 진단이 있었다고 환자가 말했다. 치료결과 3일 이후엔 거의 기침을 하지 않았다. 폐에 찬 물의 양이 그리 많지 않아서 빨리 치료된 환자였다.

한의학으로 어떻게 양방에서 손을 대지 못하는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고 의심하는 분도 있지만 치료가 되는 것을 보면 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약도 아니고 침과 뜸으로 치료하기 때문에 간혹 의사분들의 가족도 복수치료를 위해 내원하기도 한다.

치료의 원리는 양방과 다르다. 양방의 기준으로 보면 암 덩어리가 혈관을 누르는 압력을 줄이든지 아니면 이뇨제를 쓰는 방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의학은 몸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 오행(五行)와 육기(六氣)가 바로 그것이다.

언젠가 의사분들이 신문에 한의사들은 21세기에도 음양오행을 신봉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이라고 폄하하는 광고를 본적이 있다. 그분들은 음양오행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암으로 인한 복수의 치료방법은 모두 음양오행을 이용한 치료방법이다. 오행은 다섯 개의 오장(五臟)이 움직이는 기본원리이다.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은 결코 혼자서 움직이는 완전히 독립된 장기가 아니고 오행의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심장은 간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비장은 심장의 협조를 받아야 하고, 폐는 비장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게 바로 상생의 원리이다.

상극은 지나치게 기능이 과항진되지 않도록 견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화불량 환자에게 하루에도 최소 다섯 번 이상 쓰는 침법이 있다. 위정격이란 침법인데 스트레스로 인해 위장의 운동이 잘 되지 않는 환자들에게 쓰는 침법이다. 이 침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상극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담(膽)의 기운이 치성해져서 위장을 억누르기 때문에 담의 기운을 빼고, 부차적으로 위를 도와주는 소장의 기운을 올리는 방식이다. 맥으로 정확히 파악해 위정격이 필요한 환자라고 판단하면 예외 없이 좋아진다. 침을 놓으면 명치와 배꼽 중간에 있는 중완이란 혈자리의 통증이 즉시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환자들도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오행의 상생과 상극원리는 현대어로 바꾸면 견제와 균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한의사는 음양오행만 가지고 치료를 하진 않는다. 육기(六氣)룰 이용하는 치료도 한다. 복수를 치료할 때는 오행과 육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복수의 경우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의 육기에서 습기를 빼고 조기를 늘리는 방법을 쓰거나 풍을 이용하기도 한다./한뜸 한의원 원장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