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31호 餘滴 - 기자 방담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자리가 사람 만든다 하지요.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면, 웬만하면 역량도 그 급으로 늘어난다고요. 반면 자리가 위태로워지면 어떨까요? 부서가 작아지고, 허드렛일로 내몰리면서 구조조정대상이 된다면요. 두 부류로 갈릴 겁니다. 알아서 물러나든가 오히려 기회로 삼든가.

한 사교육업체의 ‘외고 몰락’ 운운에 이번 호 고교탐방으로 급 편성한 대원외고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주자 아닐까 합니다. 외고가 광역단위로 모집이 제한되고 구술면접에서 자소서 위주 사실확인 면접으로 선발이 위축되면서 받은, 예년 대비 학력저하가 뚜렷한 학생들을 데리고 전국1위의 서울대 실적을 냈으니까요. 당시만 해도 대원의 실적급감이 당연시되던 차였는데, 보기 좋게 반전을 선보였습니다. 실적은 수시 중심이었습니다. 서울대가 수시비중을 늘리고, 예전의 스펙 중심 특기자전형이 아닌 학교생활 중심의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해가는 변화를 포착, 학교체제 변화로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괄목실적을 낸 것이죠. 대원외고가 98년 즈음 내신대란(상위권대학들의 내신반영이 강해지자 내신불리를 이유로 상위권고교의 학생들이 대거 자퇴)을 겪은 후 국내대학에서 해외대학으로 시선을 돌려 고교체제 내에서의 견고한 유학프로그램을 만들던 기민함이, 외고 자기주도학습전형을 기점으로 또 다시 발휘된 셈입니다. 2018 영어절대평가와 맞물려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 서강대 등 상위권대학 위주로 학생부종합을 확대, 입시중심으로 두는 ‘학종 시대’를 앞두고 대원외고를 향한 기대는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다는 건, 성공한 소수의 얘기만은 아닐 거란 생각입니다. 의지만으로도 이미 스스로 자리를 바꿔 앉은 셈이 될 테니까요. 교육계 위기는 여전히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향후 2년간 13만명이나 줄어드는 중학생수에 영재학교로 출발한 2017 고입이 벌써 출렁이고, 사회요구를 반영한 학사구조개편 목표의 프라임사업으로 대학별 갈등상황이 심각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자질검증을 도외시한 전형구조 탓에 일부 의대들은 ‘성추행’ 오명을 뒤집어썼고, 교육부의 예산압박으로 상위권대학들은 입결공개 수위에 고민이 깊습니다. 지금 자리가 위태롭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자리가 사람 만든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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