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전과 보유자, 법적 제재방안 마련 촉구

[베리타스알파=김하연 기자] 성균관대 의대/의전원 학생회가 최근 불거진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의 입학 논란을 두고 입장 표명에 나섰다. 학생들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환자의 생명을 다루며,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인 의사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의대생 선발에는 성적 이외의 가치들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범죄 이력이 있는 자가 의사가 되는 데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성추행 사건 가해자 입학은 수시/정시 모두 면접을 통해야만 의대 입학이 가능한 서울대 등 소수의 의대를 제외하면, 성적만을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현 의대 입시구조상 비단 성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대 전반으로 논의가 확산될 조짐이다. 의대 입시에 관한 변화의 조짐도 관측되고 있으며, 성추행 가해자의 전적대학인 고려대를 주축으로 서울대 순천향대 연세대(원주) 등을 비롯한 타 대학 의대들도 성명 발표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 성균관대 의대/의전원 학생회가 최근 불거진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의 입학 논란을 두고 입장 표명에 나섰다. 학생들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환자의 생명을 다루며, 책임을 져야 하는 직업인 의사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의대생 선발에는 성적 이외의 가치들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범죄 이력이 있는 자가 의사가 되는 데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는 것은 문제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성균관대 의과대학(의대)/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학생회는 최근 의대 홈페이지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가 성균관대 의대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학생회는 “중한 성범죄 전과를 보유한 학생의 의과대학 재학 사실을 4월1일 인지했고 6일 긴급총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며, “의대/의전원 학생 일동은 의사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직업 윤리에 대해 논의해 성명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성대 의대/의전원 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대생의 선발에 고려돼야 할 가치는 성적만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다. 학생회는 “의대는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이며 의사로서 갖춰야 할 윤리관과 가치관을 교육하는 곳”이라고 정의하며, “성적만이 학생의 객관적 지표로 대변되는 현 사회에서 성적 외의 다른 가치들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모든 의대는 지향하는 인재상에 걸맞는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역할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한, 학생회는 ▲성범죄 전과 보유자가 의사가 되는 데 있어 법적 제재가 없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현 의사 국가고시 결격 사유에 성범죄는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회는 “현재 의사고시 결격 사유에는 정신질환자, 마약 대마 향정신성 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 한정치산자만이 해당된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이미 법적 처벌을 받은 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사회참여 권리는 보장돼야 하나 의사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자격을 부여받고 동시에 책임을 지는 직업이라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며, “의사의 직업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성범죄 전과자에게도) 적절한 제약이 필요함을 주장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성대 의대/의전원 학생회는 “우리 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나가기 위해 의료인, 의료인이 되고자 공부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성명서를 마쳤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성추행 사건 가해자 입학 사건이 비단 성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수시에서는 다중미니면접 또는 서류기반면접, 정시에서는 인성/적성면접 등을 실시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서울대와 같은 사례를 제외하면 의대 입시 전반이 성적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시에서는 학생의 이력에 대한 검증을 전혀 할 수 없어 ‘깜깜이’상태로 입시가 진행되는 수능100% 또는 수능+학생부 구조의 성적중심 전형방법이 만연해 있으며, 수시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을 제외하면 학생부교과/논술 등 정량평가에 의한 선발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이번 성대 사태의 원인은 성적 중심의 의대 선발방식에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중미니면접 또는 인성면접의 도입, 나아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축으로 의대 선발방식의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성추행 가해자의 입학과 같은 불상사는 재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타 대학 의대들도 성대의 의견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해자의 전적대학인 고려대 의대/의전원 학생회는 의사 양성 과정에서 윤리의식 수준을 평가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며, 서울대, 순천향대, 연세대(원주) 등도 고려대와 함께 성명발표에 나설 의사를 밝혔다. 여타 의대 학생회들도 성명 동참 관련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다.

의대 학생회들의 성명 뿐만 아니라 의대 입시 전반에 대한 변화의 조짐도 관측되고 있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어느 학과/단과대 입시나 마찬가지긴 하나 특히 의대는 교수들의 입김이 세게 작용해 학생부종합 확대와 같은 변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잦았다. 이번 사건이 그간 안일하게 실시되던 의대 입시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사건의 파장 때문에 의대 입시 변화 방안을 두고 대학 입학처들도 의대 입시에 면접 도입 등 변경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은?>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은 의대 본과4학년 재학중인 남학생 3명이 동기 여학생인 A양을 집단으로 성추행해 물의를 빚은 사건이다. 2011년 5월 박씨 배씨 한씨 등이 A양과 함께 간 여행에서 술에 취해 잠든 A양을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건이 시작됐다. 가해자들은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고려대는 2011년 9월5일 가해자 전원에게 출교 처분을 내렸다. 출교는 재입학이 허용되지 않는 대학이 내릴 수 있는 최고 징계다. 통상 대학의 징계로 활용되는 퇴학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단과대학장/총장 등의 허가를 얻어 다시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2011년 9월15일 검찰은 수사내용을 토대로 가해자들을 준강제추행죄로 기소하며 각 징역1년6개월을 구형했다. 법원은 같은달 30일 열린 1심재판을 통해 박씨에게는 디지털 카메라로 성추행 장면을 촬영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2년6개월, 한씨와 배씨에게는 각 징역1년6개월을 선고했다. 박씨는 성균관대 재학 중인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가해자들은 즉각 항소했으나 2013년 2월 열린 2심도 1심의 판단과 다르지 않았다. 이후 한씨는 상고를 포기해 징역1년6개월이 확정됐으나, 배씨와 박씨는 재차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게 됐다. 2013년6월 대법원이 상고한 배씨와 박씨에 대해 1심/2심이 내린 징역 1년6개월, 2년6개월형을 확정하면서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은 종결됐다. 당시 사회적으로 의료인 결격사유에 성범죄를 추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으나,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성범죄 이력 보유자가 의사가 되는 데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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