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열의 교육 돋보기]

2018부터 본격적인 학생부종합 시대가 열립니다. 꾸준히 학종의 흐름을 선도해온 서울대에 고대와 서강대가 절반이상 학종을 확대하는 파격적 입시안으로 합류했고 학종의 대척점에 있던 연대 성대 이대까지 학종을 전형의 무게중심으로 수용한 모습입니다. 서울대와 이공계 특성화대학 중심의 학종이 이제 상위대학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한 셈입니다.

본격적인 학생부종합 시대가 주는 숙제도 간단치 않습니다. 대학은 안정적 시스템 확립과 수요자 인식 전환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고교 역시 학종 중심의 수시체제 마련에 힘써야 합니다. 가장 큰 숙제는 수요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봅니다. 여전히 학종에 대한 현장의 오해는 두텁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학생부의 배반’이니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난부터 학교유형 가운데 약자로 몰려온 일반고에게 불리한 전형이라는 오해까지 받고 있습니다. 일반고 입장에서 정시가 가장 유리하다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태입니다.

학종에 대한 오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현재의 학종은 10년 동안 변모해왔고 단계별 변화의 과정과 변화지점이 수요자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봅니다.

처음 시작은 사정관제였지만 고교교육정상화라는 정책적 목표가 덧씌워지면서 학생부종합으로 바뀌었습니다. 학생부종합은 학생부 교과에 축을 두고 비교과와 자소서의 연관을 통해 학생의 잠재력을 파악합니다. 교과의 세부특기사항이 중심이 됩니다. 사정관제의 경우 자소서를 중심으로 학생부 비교과, 추천서의 연관성에 비중이 많은 전형입니다. 미국에서 도입된 사정관제의 정신에 고교교육정상화의 의미를 덧입힌 것이 학생부종합인 셈입니다. 결국 학생부종합은 학교의 프로그램이 많고 적음에서 판가름 나는 것이 아니라 교과를 중심으로 학생이 주도적으로 비교과와 생활을 개척해 나간 과정에서 평가가 이뤄집니다. 교사의 객관적 관찰자 시점을 중시하는 탓에 교사들의 참여와 이해도가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종의 대표주자 서울대의 전형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정관제에서 출발해 학종으로 변모하면서 두 차례의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변화의 방향은 정시체제라면 선발효과로 독식이 심했던 특목고 와 자사고를 누르고 상대적 약자인 일반고 출신들의 문호를 넓히는 정책적 배려였다고 봅니다. 사정관제로 운영되어오던 특기자전형을 일반전형으로 바꾼 2013학년부터 일반고를 위한 정책적인 배려가 시작됐다고 봅니다. 특기자전형은 당시 특목고 출신들이 독식하는 전형이어서 아예 일반고 출신의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2013학년의 일반전형은 비특목고를 향한 문호개방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어 고교교육다양화 정책으로 일반고 가운데 상위 학교들 상당부분이 자사고로 빠져나가면서 벌어졌습니다. 원년을 맞은 자사고들이 실적을 내면서 일반고는 특목고에 이어 자사고에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어 도입된 학생부종합은 학생부라는 달라진 툴을 통해 일반고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습니다.

‘일반고에게 학종이 불리하다’는 비난이나 오해는 그 반증으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학종을 통해 탁월한 실적을 만드는 수시체제 일반고들의 등장입니다. 같은 울타리 내 특목고이면서 상위외고였던 한영외고보다 많은 수시실적을 내면서 교육계에 충격을 던졌던 한영고, 공립이면서 교육특구의 한계를 넘어 수시 11명 합격자를 냈던 서울고가 ‘일반고도 할 수 있음’을 실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여기에 한두 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낸 지방 일반고의 대부분은 수시 합격자였다는 사실이 힘을 보탭니다. 아마 정시위주 전형이었다면 실적이 미미했을 학교들이 대부분입니다.

오해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사실은 ‘학종’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점입니다. 정량평가가 많은 문제를 노출하면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은 대부분 동의합니다. 정성평가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상당히 들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사정관제를 안착시킨 미국만 해도 수십 년의 시간과 노하우가 필요했습니다. 10년 안팎의 짧은 세월을 감안하고 학생부중심으로 평가틀을 바꾼 상황까지 포함하면 학종은 현장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전형인 셈입니다. 최근 서울대의 노력은 고무적입니다. 입학본부장의 도서벽지 설명회를 필두로 현장성을 높이던 서울대는 올해 초 전국 수천 명 교사들이 참여한 ‘샤 포럼’을 통해 학종의 현재를 공유했습니다. 이제 수요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도 시작되어야겠지요. 2018 학종 시대를 맞아 학종을 전형의 중심으로 받아들인 상위대학들의 분발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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