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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의 본산 서울대, 현장 목소리를 모아 선제적 제언‘학생부, 대폭손질.. ‘학생중심’ 위해 규제철폐’
  • 신승희 기자
  • 승인 2016.02.22 23:23
  • 호수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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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타스알파=신승희 기자] 17일 진행됐던 서울대의 ‘2016년 서울대 학생부종합 우수성과 공유 컨퍼런스’는 대부분 교사 대상의 학생부종합 안내의 형식이지만, 사실은 최대 규모로 가장 오래 학생부종합을 운영해온 국내 최고 학부 서울대가 지난달 샤포럼을 토대로 교사들의 현장 목소리를 모은 끝에 ‘학생부 개선에 대한 전면개편 방안’ 보고서를 교육부를 겨냥해 내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가 김덕년 경기교육청 장학사, 김해용 서울교육청 장학사, 전동구 포항제철고 교사와 함께 낸 ‘학교생활기록부 정보의 재구조화 연구’ 보고는 컨퍼런스의 대미를 장식하며 향후 학생부종합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김경범 교수 등이 낸 결론은 “학생부는 현 학교중심에서 차후 학생중심으로 기재되도록 의식과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부의 틀에 변화를 기하고 기재요령을 현 규제중심에서 차후 권장중심으로 바꾸고 교사가 학생들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업무부담을 줄여야 하며, 학생부의 내용 즉 학생들의 고교생활이 가능하도록 수능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대학과 고교가 연계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활성화를 교육당국이 추동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점이다.

 

 

   
▲ 17일 진행됐던 서울대의 ‘2016년 서울대 학생부종합 우수성과 공유 컨퍼런스’는 최대 규모로 가장 오래 학생부종합을 운영해온 국내 최고 학부 서울대가 지난달 샤포럼을 토대로 교사들의 현장 목소리를 모은 끝에 ‘학생부 개선에 대한 전면개편 방안’ 보고서를 교육부를 겨냥해 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샤교육포럼 모습. /사진=대구교육청 제공

 

 

<법과 현실의 괴리.. 정부노력 부재>
학생부기록은 향후 대입에서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경범 교수 등(이하 연구진)은 “학생부를 활용한 선발방식, 즉 학생부종합은 우리사회가 경험했던 입학제도 가운데 학교 현장에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전형으로 의미 있다”며 “특히 2017학년 수능 한국사와 2018학년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등급제가 실시되고,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새로운 수능체제에서 절대평가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거나 변별력이 낮아질 경우, 학교교육의 탈수능화가 가속하면서 고교교육과 대학입시에서 학생부기록은 거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그간 변화를 거듭해왔다. 전형의 목적은 ‘학교교육을 통한 창의적 인재 육성’과 ‘서로 다른 능력과 적성에 따른 학생 선발의 다양성 확보’에 있다. 지난 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도입에 중점을 둬 학생선발에 대한 대학인식을 변화시키려 했고, 현 정부는 기존 입학사정관제가 학교 밖 스펙중심으로 운영된다는 문제점을 받아들여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개명, 학생부에 기록된 학교내 교육활동만을 갖고 학생을 평가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전형요소로써 학생부는 계속 바뀌어 왔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인 ‘학생부에 담길 학생 정보의 타당성과 신뢰성’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은 문제다. 대개 학교 폭력 등 사회적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학생부에 추가적인 의무 기재사항이나 금지사항만이 늘어나거나, 글자 수 제한 등의 제약이 생겨났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학생부종합이 대입의 가장 큰 흐름이 되고, 시험점수가 아니라 학생의 능력과 소질을 계발하는 교육이 고교 현장에 정착된다면 학교교육은 바람직하게 작동할 것이다. 학교교육이 잘 작동해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낸다면 사교육비는 자연스럽게 절감된다. 반면 사교육비 축소를 명분으로 학교교육을 규제하면 학생들의 자유로운 생각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 규제와 금지의 공간이 된 학교에서 창의성은 자라날 수 없다. 학생들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면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보다는 타인의 생각을 따라가는 편이 현명하다고 학습하게 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정부의 학생부기재요령은 학교 구성원을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한다”며 “때문에 학생부기록은 점점 획일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과 취지에 따라 학생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으며 원인은 교육당국의 노력부재에서 비롯한다. “교육과 대학입시는 같은 축에서 움직이는 두 바퀴와 같다. 학생부를 학생지도에 활용한다는 측면과 학생선발에 활용한다는 측면은 강조점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활용주체가 다를 뿐이며 이 역시도 동일한 정보를 기초로 한다. 교육부의 2015년 학교생활기록부기재요령도 학교생활을 통한 학생의 성장과정을 학생부에 기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과 규정에 따라 학생의 성장과정에 대한 정보가 담긴 학생부가 대학에 제공된다면 적어도 고교교육과 대학입시가 하나로 연결되어 창의적인 학생을 교육하고 선발하는 제도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법의 취지대로 학생부가 만들어진다면 전형자료로서의 학생부는 이상적인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법과 규칙과 지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법의 취지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학생부종합전형은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놓여있다.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정보의 노력 부재 혹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한 정책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획일화된 학생부.. 규제중심 기재요령이 문제>
규제중심의 학생부기재요령이 가장 큰 문제다. 학생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고 교사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된 자료지만, 규제에 무게를 둔 지침인 탓에 기록의 다양성이 상실되고 내용이 획일화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학생부를 평가요소로 하는 학생부종합에서, 대학은 학생 개인에 초점을 두지만, 실제 학생부는 학교의 교육활동이 기술되고 있다. 연구진은 “규제와 금지 위주의 학생부기재요령’이 권장사항 중심으로 개편되고, 일선 교육현장에 자율권이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진은 기재요령의 항목을 하나씩 거론하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지적한다.

▲유의사항 연구진은 “학생부 평가과정에 만나게 된 대부분의 학생부는 학생이 변화되어 가는 모습이 전체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충실히 기록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원인은 유의사항에서 출발한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핵심내용만 간략히’ 기재’하라”는 유의사항을 거론하며, “학생부 작성 현실에서는 유의사항의 문구들이 서로 충돌할 개연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현실을 쉬운 선택을 한다. 학생의 성장과정에 대한 정보보다는 실적만 나열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지적한다.

▲처리요령 해설 ‘학교 교육활동 결과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입력하되, 학생 개인의 특성이 잘 나타나도록’ 기술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으로 보일 만큼 어려운 일이다. 연구진은 “담임교사뿐 아니라 모든 교사의 역량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수업과 행정 부담 때문에 교사들은 불가능하다 말한다. 객관적 사실을 통해 학생 개인의 특성을 볼 수 있으려면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 정착 △교사의 관심 역량 시간여유 △모든 교사가 학생을 상시 관찰해 기록을 누적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세 가지 가운데 우리의 고등학교는 무엇을 갖추고 있나. 현실에서 실행하기 어려운 과제를 시행하도록 요구하려면 여건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상경력 수상경력에 대한 규제가 과도한 측면 역시 연구진은 지적한다. 현재 수상과 관련한 내용은 수상경력 칸 외에 다른 어느 칸에도 기재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단순히 수상결과만이 나열된다. 수상은 단순히 수상결과만 아니라 상을 받기까지, 혹은 상을 받지 못했더라도 학생이 노력한 과정이 성장의 기록의 학생부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이 정보가 대학에 제공되어야 학생의 노력이 평가 받는다. 준비과정을 매개로 학생의 학업능력과 발전가능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격증 및 인증 취득상황 학생부에 기재가능한 자격인증과 기재불가능한 자격인증에 대한 구분이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맹렬하다. 현재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자격인증으로 13개 부처청의 59개 종목이 있다. 문제는 외부수상과 구별되지 않는 것도 기재가능 영역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사의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경영이해력인증시험(매경TEST) 등이 기술관련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실용글쓰기검정 국어능력인증시험 KBS한국어능력시험도 마찬가지다. 교과목으로 구분하면 국어와 경제 교과는 교외 인증이 허용되고, 수학과 과학과 역사 등 다른 과목은 허용되지 않는다. 국제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는 기록할 수 없고 위의 인증은 기록된다면, 이 인증이 국제적 수준의 올림피아드보다 의미가 있다는 것인가.” 연구진은 “일관적인 논리가 없다”며 “공교육정상화나 창의적 인재 육성, 그리고 학생의 꿈과 끼보다 사교육비가 더 중요한 문제라면 인증 및 자격도 모두 인정하지 않아야 일관적”이라고 비난한다. 사교육비를 볼모로 한 규제에 대해 재고하라는 얘기다.

▲창의적 체험활동 창의적 체험활동엔 ‘대량 복사’가 많다. 동일한 내용을 많은 학생들에 그대로 기재, 학생 개별 특성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얘기다. 대량 복사의 원인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영역별로 개별적인 특성이 드러나거나 활동내용이 우수한 사항(참여도, 활동의욕, 진보의 정도, 태도 변화 등)을 구체적인 문장으로 입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생에 대해 ‘누가기록한 자료(에듀팟 등)를 토대로 활동실적, 진보의 정도, 행동의 변화, 특기사항’을 구체적으로 기록할 공간도 없다. 연구진은 “무엇을 기록하지 말라는 규제는 구체적이고 분명하지만, 무엇을 기록하라는 규정은 애매하고 포괄적”이라 지적하며 “기록의 책임과 권한의 측면에서도 창체의 각 영역은 동아리를 제외하곤 담임교사가 맡고 있으므로 학급 수 학생 수 등의 이유로 모든 학생을 관찰해 평가하기 어렵다. 창체에 기록할 학생의 특기사항을 무슨 활동을 통해 어떻게 관찰할 수 있는지 교육부 또는 교육청의 적극적인 연구와 홍보 연수가 필요하다. 영역별로 제한된 기록 분량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 교사의 학생부기록 분량에 따라 학생부종합에서 유불리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지만, 무엇을 기록할지 분명히 한다면 분량은 큰 의미 없다”고 제언한다.

▲교과학습발달상황 ‘특기사항’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으로 구별해 기재해야 하는 교과학습발달상황은 기재요령에 의하면 ‘성취수준의 특성, 실기능력, 교과적성, 학습활동 참여도 및 태도, 직무능력 등을 ‘간략하게’ 문장으로 입력’해야 한다. 간략하게 써야 하는 탓에 성취수준의 특성을 기록하는 사례가 기록되기 어렵고 ‘우수’ ‘탁월’ ‘열심’ ‘성실’ 등으로 기록된다. ‘특기할만한 사항이 있는 과목 및 학생에 한해’ 기록하도록 했지만 ‘교육적인 차원에서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력’하도록 권장하는 통에 실질적으론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이 아닌 교사의 교육내용이 기록된다. 평가자료로 무의미하다. 문구의 오류에 더해 자의적 기준 역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공인인증시험 관련 방과후학교 교육활동은 입력할 수 없지만,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방과후 교육활동은 입력 가능하다. 발명교실을 수료한 학생은 교육실적을 관련 교과의 ‘세특’에 쓸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발명특허를 받았다면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다. 고교-대학연계 심화과정(UP)도 입력 가능하지만, 그 과정이 고교교육과정 범위 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고, 범위 밖이라면 선행학습금지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며 학생부에도 기재할 수 없다. 연구진은 “자격증 및 인증과 더불어 입력사항에 대한 기준이 자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또 다른 사례로, 입력 기준이 모호하니 교사들은 예시를 따라가는 것이 감사에 걸리지 않는 안전한 길이라고 여긴다”며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무엇을 기록할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과 새로운 예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교육과정 본연의 의미로 수업이 회귀해야 한다. 수능대비 문제풀이라는 현실 탓에 학생에 대한 정보가 생성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학생에 대해 기록할 내용이 만들어지려면 수업부터 바뀌어야 한다. 연구진은 “당국은 교육과정에 근거해 교과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하는 표준화된 틀을 만들어 학교간 차이를 최소화해야 하며, 일반고 살리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과목별 성취기준에 따른 성취수준의 특성, 실기능력, 교과적성, 학습활동 참여도 및 태도, 직무능력 등을 기준으로 개별적으로 예시하고 교사가 이를 기초해 학생부의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기록하게 하면 학교간 차이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교육과정에 근거해 무엇을 쓸지를 분명히 하자는 것이다. 대학은 정량적 평가지표보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서술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취평가제는 고교 학생부정보와 대학의 평가기준이 일치됐을 때 가능하다.”

▲독서활동상황 연구진은 “학생부기재요령의 문제는 교사가 잘 모르는 사항을 기록해야 한다는 데 있다”며 대표적으로 독서활동상황을 꼽았다. 독서기록장이나 독서포트폴리오 등 증빙자료는 학생 개인이 보관, 교사가 관찰해 기록하기 어렵다. 학생과의 상담이 필수적이지만, 입력시기가 학기 말이라 상담도 학기 말에 이뤄진다. 학생이 독서기록을 작성해 교사에 제출하면, 교사는 이를 기초로 상담해 입력할 수밖에 없다. 진짜 이뤄진 활동인지 알기 어렵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기재요령에 의하면 ‘학생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잠재력, 인성, 인지적 특성,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창의성, 예체능활동 등을 종합적이고 구체적으로 입력’되어야 한다. 연구진은 “제대로만 입력된다면 별도의 추천서는 받을 필요가 없다. 단지 기재요령대로 기재하고 항목이 비공개로 관리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하면 된다”면서도 “다만 ‘인성교육진흥법’ 제정에 따라 핵심인성요소에 ‘배려 나눔 협력 타인존중 갈등관리 관계지향성 규칙준수’ 외에 ‘예절 효 정직 책임 소통’이 추가돼 이를 기재하다 보면 기재요량대로 입력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입력된 내용도 전형적인 상장 문구이며, 수시로 관찰해 누가기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행특’에 기록되는 내용들은 다른 항목의 기록과 중첩된다”고도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연구진은 학생부기재요령이 오히려 공교육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작동한다고도 지적한다. “학생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록하라 요구, 오히려 상충되거나 학교현실과 유리되고 있다. 교사가 기록해야 할 학생에 대한 기록이 너무나 많을 뿐 아니라, 한 교사가 담임, 교과담당 교사, 창의적 체험활동 담당교사, 방과후 학교 담당교사로서 여러 가지 역할로 학생부를 작성해야 할 수도 있다. 규제와 금지 위주의 학생부기재요령은 창의적인 교육을 제약하고, 기재요령 예시도 구체성이 결여돼 획일적인 학생부를 만들고 있다. 금지와 통제 위주로는 공교육이 활성화되지 않으며, 오히려 활성화된 의욕조차 사라지게 한다.”

경직된 학생부기재요령의 대안은 “기재해야 할 사항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정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학생부 관련 지침을 바꾸고 학생부기재요령에 반영해 현실을 추동해가지 않으면 다른 수단이 없다”며 △규제보다 권장 △모호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문구의 전면 수정 △학교보다 학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 △자의적 기준 배제 △확인 불가능한 항목 재검토 등을 거론했다. 특히 항목별 글자 수 제한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역별 글자수를 없애고 △총 글자 수만 정하거나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과 다른 항목이라는 두 범주로 구분해 두 범주의 글자 수를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연구진은 덧붙여 “교사의 업무부담의 축소가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침과 기재요령을 바꾼다 한들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해져 취지대로 구현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능의 영향력 약화 혹은 자격고사화>
“수능 영향력의 약화 혹은 자격고사화”는 연구진이 ‘제언1’을 통해 가장 먼저 촉구한 사항이다. 학생부종합에 대한 여론이 온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지만, 학생부종합의 운영의 기본이 학생부이고 학생부가 학교생활이라는 데서 수능의 약화를 통해 학교교육의 내실을 기할 수 있다는 게 운영진의 생각이다.

연구진은 서울대가 1월부터 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전국 5개 권역을 돌며 현장 교사들과 소통을 꾀한 자리였던 ‘고교-대학 연계 ‘샤’교육 포럼’에서의 교사 의견을 들며 수능 약화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갖는 의미, 문제점, 개선방안에 대해 고교와 대학이 매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학생부의 기록 개선을 위해서는 수업방법의 질적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샤 포럼’ 토론문 중 오상고 배태식 선생님의 제언은 연구진의 제언과 다르지 않다. ‘암주주법(암기식, 주입식, 주요과목)인 학교 수업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오늘의 주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대학입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압주주법 수업 대신에 학생이 만들어가는 수업(협력학습과 토론학습, 프로젝트학습, 실험실습, 토론과 모둠 발표, 과제연구, 프레젠테이션, 통합교과적인 주제별 수업, 창의적인 글쓰기 능력을 계발하는 수업, 융합적 사고력,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도덕적 판단력, 협동심, 타인에 대한 배려심, 설득력을 기르는 수업)으로 바꾸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학교의 교육과정이 재구성되고 이에 따라 수업이 바뀌면 다양한 형태의 수업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특징이나 변화 등이 특기사항에 기록되고 시험성적과 마찬가지로 평가대상으로 해야 합니다. 앞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의 발전방향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학생중심의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설계하여 학교교육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기를 기대합니다.’”

연구진은 “수업방식이 이 모든 긍정적 변화의 출발점이라면 수업방식의 개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주관하는 수능”이라고 지적한다. “수능점수가 공정하다는 우리 모두의 인식이 한 몫을 하고 있고, 기존의 일방적 강의식 수업 방식을 고수하려는 교육현장의 안일함도 일조한다”고 덧붙인다.
연구진에 의하면 현재의 대입구조는 ‘학교현장을 황폐화하고 사교육을 유발하지만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수능’과 ‘공교육 활성화에 기여하고 학생중심으로 바람직한 교실수업을 가져오지만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대립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우리의 학교여건이 수능과 학생부, 그리고 논술을 모두 준비할 수 있다면 현재의 입시체계가 바람직하지만, 이 모두를 준비해줄 수 있는 학교는 드물고 대부분의 학교는 학생부와 수능을 감당하는 데도 버거워한다. 두 가지 모두를 준비하도록 요구하면 한 가지도 잘 준비할 수 없게 된다. 학교가 잘 수행할 수 없는 정책을 만들면 사교육을 조장한다. 대학입시의 흐름을 수능중심으로 가져갈지 아니면 학생부로 가져갈지는 2017년에 정부가 결정한다”며 수능보다는 학생부에 방점을 찍을 것을 촉구한다.

연구진은 수능점수가 공정하다는 인식에 제동을 건다. 사실상 절대적 공정성은 없으며 단지 수능점수에 공정성을 맡기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수능성적이 경제적 환경에 영향을 받는 문제와 별개로, 수능점수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하고 있어서 수능 역시 공정하지 않다. 다만 그 차이가 대입에서의 합불 결정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모집단위마다 그리고 연도마다 달라서 실감하지 못할 뿐이다. 영어가 2018학년에 절대평가화하면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하면서 선택과목에 따른 불공정성도 가시화할 것이다. 수능의 불공정성은 선택과목 없이 모두가 동일한 시험을 치르거나, 수능점수로 합불이 갈라지지 않게 해야 해소된다.”

<불신, 대학-고교간 시각차.. 소통에 정부노력 필요>
2017 수능 한국사와 2018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 도입과 맞물려 수능의 변별력 약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연구진은 대안을 학생부종합에서 찾고 있다. 다만 학생부종합은 고교와 대학 간 시각차가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다. 연구진은 “학생부종합은 고교와 대학이 생각하는 불공정성의 원인이 서로에게 있으므로 고교와 대학 공동의 노력으로 불공정성을 해소시켜나갈 수 있다”며 “정부와 교육청이 고교와 대학 간 소통에 좀 더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

연구진은 우선 고교와 대학 공동의 노력을 연중 상설화하기 위한 장치로 각 교육청이 주관하는 ‘고교교육과 대학입시 연계 포럼’의 운영을 제안한다. “포럼의 운영 목적은 대입전형의 공정성 확보”라며 “포럼을 통해 서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학생부종합전형이 유지된다”고 설명한다. 현재도 대학은 개별적으로 또는 연합해 소통하고 있지만, 이를 정부가 적극 주도해간다면 간극은 훨씬 빨리 좁혀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물론 소통의 내용은 현재보다 훨씬 실직적이어야 한다. 연구진은 “고교가 바라보는 대학의 불공정성은 소통의 내용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평가결과를 고교에 제공하라” 제언한다. 입학사정관제 초기와 달리 지금 많은 대학은 선발하려는 인재의 모습을 밝히고 있고 어떤 평가 항목을 갖고 있는지도 공개한다. 다만 대학의 평가 항목과 고교가 만들고 있는 학생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선 대학이 알려주지 않는다. 당연히 고교는 모른다. 고교는 대학이 평가한다는 학생이 학업 역량이 자신이 만든 학생부를 통해 어떻게 평가되는지 모른다. 대학이 알려주는 정보와 고교가 알고 싶은 정보 사이의 정보 불일치로 인해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잉태된다. 그래서 고교는 대학이 내신 순으로 선발하면서 특목고와 자사고에 유리하도록 만들기 위해 종합평가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도 한다. “고교의 시각에서 대학이 불공정해 보이는 첫 번째 이류로는 바로 이러한 정보의 불일치에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대학은 대학의 평가항목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학생부에 담긴 정보가 어떻게 해석되는지 고교에 알려줘야 한다. 대학이 불공정해 보이는 두 번째 이유는 평가결과에 대한 설명을 고교에 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결과를 설명하지 않으니 또 다른 불신이 싹트게 된다. 고교는 학생이 왜 떨어졌는지, 상대적으로 무엇이 부족했는지 궁금하고, 그 이유를 알아야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평가결과에 대한 모든 사례를 설명하기 어렵고, 미국의 경우에도 그런 대학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아무 것도 설명하지 않는다면 고교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분만 아니라 원하는 학생이 고교교육을 통해 육성되지도 못하게 된다. 대학은 선발결과를 설명하면서 원하는 인재의 육성방안에 대해 고교와 소통해야 한다.”

대학이 바라보는 고교 학생부 기록의 불공정성은 학교와 교사에 따라 학생부 기록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학교간 차이와 학교내 교사간 차이가 모두 불공정성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학교간 차이는 고교등급제로 오인될 수 있다. 연구진은 “학교간 차이가 없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입학하는 학생들의 학력이 서로 다르고, 가르치는 교사들의 역량도 다르며, 학교유형에 따라서는 교육과정도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간 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부와 교육청의 노력이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도 확신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간 차이는 학교 교육프로그램과 좋은 수업방법의 적극적인 공유를 통해 줄어들 수 있으며, 대학의 평가에서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다면 대입결과로 나타나는 학교간 차이도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교육청이 교육프로그램 운영과 학생부기재에 대해 고교를 도와주는 학교컨설팅 강화”를 제안한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학교간 차이가 줄어들 수 있다. 학생부종합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과 고교의 노력이 실행하기 어렵지 않아서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는 상호간의 공정성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고교교육과 학교문화, 포괄적 변화 필요>
연구진은 ‘수능의 영향력 약화 또는 자격고사화’를 제언하지만, 보고서를 통해 사실상 수능의 약화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021학년 수능 변별력 저하라는 새로운 대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고교교육과 대학입시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데 연구의 출발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는 학생부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연구진은 “학교중심의 학생부를 학생중심의 학생부로 전환하자는 게 연구의 요점”이라며 방법론을 제시한다. “학생중심 학생부란 ‘학교가 무엇을 가르쳤는가’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학생이 주어로 기술된 학생부, 즉 ‘학생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성장했는가에 대한 개별화된 기록’을 말한다. 결과만이 아니라 배움의 동기, 과정, 결과를 기록한 학생부가 학생중심의 학생부다. 이렇게 바뀌려면 정부의 학생부기재요령도 달라져야 한다. 수상실적의 경우 현재 대회명, 일시, 수상등급을 기록할 게 아니라 수상실적이 학생에 대한 성장의 기록이 되도록 개별 교과학습 내용에 대한 문제풀이식 평가에 의한 수상이 아니라 한 학기에 걸친 논술, 토론, 교과융합활동의 평가로 전환하고, 여기에 학생의 준비과정, 학생의 참여 정도, 평가기준과 방법, 결과, 학생의 후속활동을 기록해야 한다. 학생중심 학생부로 바뀌려면 서로 절연되어 있는 학생부 각 항목의 정보가 학생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학교내 교육화 활동 프로그램 운영방식, 교사간 관계 및 교사-학생간 관계에 대한 학교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특히 교과와 비교과로 분리된 기존 학생부를 교과를 중심으로 각 항목의 융합 혹은 여러 항목이 융합된 학생부로 전환한다면, 학교교육을 통해 학생개인이 성장하는 모습을 담을 수 있다. 획일적 학교교육과 자율권 없는 고교라는 우리의 현실에서 현재 학생부 각 항목에 대입전형에서 활용될 학생에 대한 정보를 만들려면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학생부기재요령과 예시에 대한 총체적 개편, 학생에 대한 상시관찰기록을 누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 수행평가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 지원대책과 교실수업의 질적인 변화, 정규수업과 학내활동의 연계 등 고교교육과 학교문화에 대한 포괄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특히 내신 성취평가제 도입을 앞두고 수행평가의 활성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성취평가제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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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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