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지난 겨울, 입시현장은 유독 뜨거웠다. 핫이슈로 떠오른 ‘학생부 개선’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일로에 ‘불공정성’을 근거한 오해와 부정적 시각도 존재하지만, 대세가 학생부종합인 현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국내 최정상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을 중심가닥으로 입시를 개편하고 있는 과정은 학생부종합이 최선의 대안임을 입증한다. 서울대는 이미 10명 중 7명 이상은 학생부종합으로 꾸준히 선발해왔다. 2017학년에는 정원의 77%를 학생부종합으로 선발, 2016학년 정원의 75%에서 확대 선발한다. 고려대는 총장까지 나서서 수능중심의 정시를 축소하고 정원의 50%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2018학년 개편을 선언했다. 서강대 역시 정시를 크게 축소하고 학생부종합 중심 수시확대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지난해 입시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최상위권 대학들의 학생부종합 확대를 향한 갈망은 자연스럽게 고교현장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일부 사회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을 지지해온 서울대에 이어 2018년 수능영어 절대평가를 앞두고 고려대 서강대가 학생부종합으로 서울대 노선에 합류하면서 학생부종합의 기본 전형요소인 ‘학생부’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논의가 대학과 고교를 연계, 진정한 핫이슈로 부상한 것이다. 관건은 교육부의 ‘화답’이다.

 

 

▲ 지난 겨울 '학생부 개선'이라는 핫이슈로 유독 뜨거웠던 입시현장에서 가장 큰 관심은 서울대의 17일 컨퍼런스였다. 학생부종합의 선도대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서울대의 김경범 교수가 내놓은 '학생부 정보의 재구조화 연구'보고서는 '고교의 질문에 서울대가 응답'하는 모양새다. /사진=베리타스알파 DB

 

 

<머리 맞댄 대학과 고교>
2018학년 고교교육과정과 2021학년 대입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교육과 입시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문이과통합을 주요골자로 하는 2015개정교육과정과 내신성취평가제는 모두 2021학년 대입부터 적용, 교육과정으로는 현 중2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18학년 고1 교육과정부터 적용된다. 2018학년부터 교육과정이 획기적으로 변화하면서 2021학년 대입에서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학업성취는 물론 학업역량을 중요시하는 학생부종합이 확대일로라는 지점에서, 학생부기재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의 틀에선 문이과통합에 의한 학교별 교사수급의 문제와 수업운영, 성취평가제에 의한 세부 교과 학업역량에 대한 진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입시주체인 대학과 고교는 비상이 걸린 학생부기재와 관련, 문제해결의 단초를 찾는 데 지난 겨울을 보냈다. 표면적으로는 당장 학생부기재를 어떻게 하고 자소서와 추천서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적 문제를 거론하는 듯 보인다. 물론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고교현장의 고충과 오해를 참고해 학생부의 내용과 기재규정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지, 특히 서울대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도출해내는 과정의 하나였다.

1월에는 학생부종합을 둘러싼 대학과 고교 간 ‘소통’의 자리로 전국이 들썩였다. 서울대가 전국 5개 거점별 ‘샤 교육 포럼’을, 경희대 고려대 서울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의 8개대학이 부산에서 ‘공교육 대입정보 포럼’을 열며 고교현장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으로 어떻게 선발하는지 오해를 불식하며 학생부기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교의 이해를 구했고, 고교들은 대학들에 현실의 고충을 호소하는 동시에 학생부기재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힌트를 얻었다. 2월에는 대학들이 연계, 학생부종합의 표준화에 대한 논의가 집중조명됐다. 대학별 난립한 학생부종합의 명칭과 전형방법을 표준화, 통일시켜 교육수요자 이해를 돕자는 취지다. 건국대 경희대 서울여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의 6개대학과 가톨릭대 국민대 광운대 동국대 숭실대 아주대 인하대의 7개대학이 각 현장 목소리를 경청하고 표준화를 위한 간극 좁히기 시도로 호응을 얻었다.

가장 큰 관심은 서울대의 17일 컨퍼런스였다. 2008학년 입학사정관제 시범도입 이후 꾸준히 학생부종합을 확대, 2017학년의 경우 수시 정원의 77%를 학생부종합으로 선발하는 서울대는 학생부종합 선도대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기간 쌓은 선발 노하우는 고교현장에 ‘교육과정을 어떻게 갖추고 학생부를 어떻게 기재할 것인지’에 더해 ‘앞으로 학생부가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채워져야 할지’에 대해 정치적 요소를 배제, 가장 ‘이성적인’ 대안을 내놓을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한다. 서울대는 이날 컨퍼런스를 통해 학생부종합으로 어떻게 선발하는지, 학생부 기재를 어떻게 하고, 학생부가 자기소개서와 추천서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결과적으로 고교 교육과정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 긍부정 사례를 들어가며 구체적 조언을 했다.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순서였던 김경범 서울대 교수 등의 ‘학생부 정보의 재구조화 연구’ 보고서였다. 학생부의 개선지점을 담아 교육당국에 제언하는 내용이지만, 현 상황에서 학생부기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교의 질문에 서울대가 응답’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서울대 컨퍼런스의 자료는 3월 중 ‘아로리’에 탑재, 정보공유의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수능약화’ ‘공교육활성화’.. 종합전형 확대기조>
그 어떤 해보다 올해 학생부기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배경은 수능의 축소 내지는 무력화 가능성에서 기인한다. 당장 올해 2017 수능 한국사와 내년 2018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가 예고된 흐름은, 수능 변별력의 약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쉬운 수능’을 줄곧 강조해온 교육당국이 절대평가가 타 영역에까지 확대, 수능이 약화 또는 무력화한다면 대입은 결국 현재 확대일로인 학생부중심의 전형으로 초점이 모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2008학년 대입에 서울대가 입학사정관제로 시범운영, 출발한 학생부종합전형은 2010학년부터 본격화, 2015학년엔 정부지침으로 확대일로의 노선을 분명히 했다. 학생부종합은 전국적으로 2014학년 수시에서 4만6932명(12.4%), 2015학년 수시에서 5만9284명(15.7%), 2016학년 수시에선 6만7631명(18.5%)을 선발, 모집인원과 비율 모두 증가추세다. 2016학년의 경우 전국 198개 대학의 84%에 해당하는 167개 대학이 학생부종합을 실시했다.

상위 15개 대학의 2017 전형계획(정원내, 특성화고졸 제외) 기준, 대학별 학생부종합 선발인원 및 비중은 선발인원이 많은 순서로 ▲서울대 2407명(수시 정시 합산, 전체의 76.75%) ▲경희대 1560명(32.46%) ▲중앙대 1231명(28.16%) ▲성균관대 1162명(32.91%) ▲고려대 1140명(29.77%) ▲건국대 1038명(34.47%) ▲한양대 958명(33.56%) ▲한국외대 698명(20.67%) ▲이화여대 665명(20.11%) ▲서강대 601명(37.30%) ▲동국대 572명(21.19%) ▲서울시립대 470명(27.36%) ▲연세대 437명(12.82%) ▲숙명여대 356명(16.16%) ▲홍익대 289명(11.54%)이다. 서울대의 선발인원이 압도하는 가운데 경희대 중앙대 성균관대 고려대 건국대가 1000명을 넘긴 상태다.

프라임사업을 염두에 둔 학사구조개편 이후 결정될 2018학년 입시의 흐름 역시 ‘학생부종합의 확대일로’는 분명해 보인다. 서강대가 지난해 ‘2018 정시 폐지’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정시보다는 수시, 수능보다는 학생부종합이 부상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총장까지 나서 2018학년에 학생부종합을 정원의 50%(1900명 가량 추정)로 운영하겠다고 선언, 학생부종합의 확대를 확정 예고한 상태다. 학생부종합을 강조하는 대학들 역시 100%학생부종합이 아닌, 패자부활전(재수생 등)을 위한 수능중심 정시에도 약간의 여지를 두는 데 동조(서강대 포함)한다는 데서 합리성에도 고개가 끄덕인다.

무엇보다 학생부종합으로 인해 고교현장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 전형확대의 의미가 있다. 학생부가 평가요소로 자리하면서 교사들에게 학생부기재를 위한 학생관찰에 무게가 실리고, 학생부를 풍성하게 하기 위한 고교 차원에서의 교육과정 마련 역시 활력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하고, 교사는 학생관찰을 충실하게 하며, 고교는 교육과정을 풍성하게 한다는 데서 입시방법으로써의 학생부종합은 이미 고교현장을 긍정적으로 바꿔가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 되면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교육본질을 실현하는 단초로써, 학생부종합의 당위는 인정할만하다.

<한계.. 여전한 오해와 의대광풍에 기재제한>
물론 한계가 있다. 학생부종합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적 합의의 부재다. 본고사와 학력고사에 익숙한 기성세대는 학생부종합에 의문을 갖는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부종합의 기본 평가요소인 학생부는 학교에 따라 교사에 따라 품질의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이다. 교내 프로그램이 풍성하고 교과와 비교과를 아우르는 다양한 활동을 권장하며 학생부기재에 대해 특별한 노하우를 가진 운영하기 용이한 전국단위 자사고와 특목고들에 유리한 전형이기 때문에 일반고, 특히 지방 일반고로선 엄두도 못 낼 전형이라는 걱정이 가장 앞선다. 학교소개자료는 고교를 서열화, 출신고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지적 역시 함께한다. 자기소개서는 사교육 컨설팅에 기반한 평가요소로 고소득층에 유리하며, 추천서는 교사가 아닌 학생이 써 낸다는 점에서 입시파행을 야기한다는 비판도 있다. 학교에 따라 학생부를 조작, 부풀리기 문제가 발생한다는 비난도 있다. 일부 사교육업체를 중심으로 정보의 왜곡을 통한 여론몰이까지 가세한다. 대세인 학생부종합이 아닌, 축소기조의 수능중심으로 기운 분석자료를 통해 수능확대를 통한 수익창출의 희망을 담은, 혹은 기초자료 입수 가능한 수능을 중심으로 홍보성이 진한 언론플레이로 여론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비난과 공격의 맹렬한 화살은 대부분 학생부종합을 주도하고 있는 서울대가 맞고 있다.

교사들의 불만 내지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서울대의 ‘샤 포럼’에선 업무과중의 현실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담임업무에 행정업무까지 과중한 상황에서 탐구영역 교사들의 경우 한 명의 교사가 1천여 명 전교생에 대한 ‘세부특기사항(세특)’을 기재해야 하는 현실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고교일수록 ‘왜 떨어지고 왜 붙는지’ 정보취득의 격차로 인한 어려움을 크게 호소했고, 취약한 교육인프라로 소논문이나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불리하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고교가 전형이해의 부족과 당국의 행정지원 미흡으로 아직 학생부종합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도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학생부종합이 확대되다 보니, 생존을 위해 화려하고 기민할 수밖에 없는 일부 사교육업체가 보내온 정확한지도 모를 내용을 학생부에 받아쓰는 수모까지 겪으며 학생부로 인한 교권강화가 아닌 농락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다.

교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서울대가 아닌 교육당국을 향했다. 학생부기재요령에 제한규정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불만이긴 하지만 ‘귀찮다’가 아니라, ‘제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헌신하겠다’는 논조로 매우 긍정적 발상이다. 교사들은 사교육유발요소를 없애고 교사들의 업무를 줄인다는 의도에서 출발한 기재요령이 오히려 공교육 파행을 불러왔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사교육유발요소를 없애기 위한 ‘기재금지’에 집중, 금지사항을 남발하면서 학생부종합의 변화 속도에 맞춰 학생부의 세부적 요소들에 변화를 주는 걸 놓쳤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자수제한은 오히려 족쇄로 작동하고 있다. 학생의 경쟁력을 충분히 반영해 평가요소로서의 학생부를 작성하는 데 자수제한이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토로한다. 기록하는 교사나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이나 모두 불만족한 결과를 낳는 데 ‘제한’에만 몰두한 학생부기재요령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성토다.

수능중심의 정시체제가 여전히 교육현장에 설득력을 갖는 데는 일부 고교현장의 안일한 대응에 최근의 ‘의대광풍’도 주요원인으로 자리한다. 의전원 치전원 한전원이 의대 치대 한의대로 학부전환을 본격화하면서 이과 최상위권을 중심으로 의학계열이라는 타의적 잣대를 맹목적으로 좇고 있는 현실이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일부 의학계열이 다중미니면접의 방식을 취하면서 학생부종합과 비슷한 면모를 갖춰가고는 있지만, 의학계열의 입시는 대부분 수능중심의 정시에 매몰돼 있고, 특히 지역거점대의 경우 지역전형 상당인원을 정시로 이월시키면서 이과 최상위권은 정시 중심으로 노선을 굳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능 문제풀이 훈련으로 단 한 문제도 잃지 않겠다는 이과 최상위권을 향해 대학과 고교가 아무리 학생부종합의 당위와 개인의 미래를 설득해본들 주입된 ‘의대 열망’을 사그라뜨리긴 역부족인 현실이다.

<대안.. 고교-대학에 교육당국의 3자구도>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학생부종합에 대한 몰이해로 고교는 대학을 의심하고, 대학은 고교에 정보가 없다며 투덜대던 입시현장’은 이제 과거의 모습으로 보인다. 평가주체인 대학과 고교가 학생부종합을 향해 머리를 맞대는 열정으로 한계를 돌파할 여력이 다분해 보인다. “학생부종합평가라는 새로운 선발방식의 도입과 더불어 고교교육의 혁신이 같이 논의되고 실행되었어야 했다”는 성토가 고교와 대학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를 통해 지난 겨울 수천 명이 함께한 대학-고교연계 포럼의 구체적 내용, 일선의 열정을 전한다. 관건은 교육당국의 행보에 달려 있다. 이제 학생부종합을 통해 고교교육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대학과 고교의 외침에 교육당국이 2017년 어떤 정책적 대안으로 화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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