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대 의예과 현승원(수시 일반전형 서이초-서운중-외대부고)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현승원(20)군은 “1학년 때부터 서울대 의예과라는 목표를 확실히 잡고 그 목표를 위해 꿈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공부한 것이 합격의 가장 큰 이유”라고 밝혔다. 얘기처럼 현군의 고교 생활은 독서토론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다양한 활동이 눈길을 끈다. 자소서 1번에서 언급한 논문 작성, 자소서 2번의 의미 있는 3가지 활동 중 수학동아리 활동, 자소서 4번의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중 한 권이 독서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접한 책이 거론되는 때문이다. 현군은 자소서에 언급되지 않았으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 중 가장 도움을 받은 활동으로 독서를 꼽기도 했다. 독서활동 외에도 진로와 관련한 교내활동, 장기레이스인 수험생활의 스트레스를 이길 수 있는 축구부 활동을 통해 인격적인 성숙도 드러내 합격을 거머쥘 수 있었다.

<독서토론프로그램과 연계된 다양한 활동이 특징>
현승원군의 자소서에서 주목할 부분은 독서토론 프로그램에서 출발한 활동이 많다는 점이다. 팀을 자율적으로 조직해 독서를 하고 책에 관해 토론을 하거나 담당교사를 찾아 발표를 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 후 학기마다 활동집을 만드는 활동이다. 자소서 1번 문항부터 독서토론프로그램에서 접한 책에서 영감을 얻어 개미에 관해 실험한 내용이다. “논문을 쓴 계기가 독서토론프로그램에서 접한 ‘개미제국의 발견’(최재천)이다. 개미의 집단적/개인적 행동양식에 관한 연구였는데 페로몬에 대해 흥미가 생겨 페로몬의 지속시간에 대해 연구를 했다. 실제 개미를 통해 실험을 하기도 했지만 정보시간에 배웠던 ‘파이썬(Python)’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기도 했다. 페로몬 증발과정에서 개미는 페로몬을 따라가게 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지속시간을 추론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길이가 다른 두 갈래 길을 두면 처음에는 50%의 확률로 군집이 선택하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짧은 거리의 길의 페로몬 농도가 높아진다. 거리가 길면 농도가 낮아진다. 개미들이 짧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긴 거리는 선택하지 않으면 페로몬이 증발하고 없어진다. ‘파이썬’을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려 데이터를 뽑아두고 실험을 진행해 추론했다. 온도 습도 통제 등이 미흡했지만 아이디어를 실험으로 끝까지 진행해본 것에 의의가 있었다.”

독서활동을 쓰는 4번 문항에서도 독서토론프로그램에서 접한 책 한 권을 넣었다.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아툴 가완디)는 의사/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결정하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책이었다. 의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는 게 많았다. 이후 다른 책이나 다큐를 찾아보면서 꿈을 가지게 된 책이어서 3권의 책 중 가장 먼저 작성했다. 의미를 두고 했던 활동을 적는 자소서 2번 문항에서 수학동아리 활동 역시 독서 후 토론을 했던 활동을 넣었다. “부장으로 참여했던 수학동아리 활동은 독서 후 토론을 했던 활동을 가장 부각해서 썼다. 팀을 짜서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연구했던 내용과 활동 사례를 들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수학잡지도 만들었는데 한 학기 동안 했던 활동과 추가기고를 통해 잡지를 만든 후 교내 수학선생님과 각 반에 배치하기도 했다.”

현군은 독서활동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도움이 된 활동이라고 말한다. “자소서에도 3권이 들어가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는 모든 독서활동이 들어간다. 2~3학년으로 갈 수록 독서시간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 1학년 때 최대한 많은 독서를 했다. 주제도 다양했다. 면접에서 자소서방에서 생기부에 기재된 책 2권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외에는 자소서에 ‘생물학명강’(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기획)과 ‘두 도시 이야기’(찰스 디킨스)를 담았다. ‘생물학명강’은 처음으로 책을 가지고 팀원들끼리 스터디 그룹을 진행해 의미가 있었다. 강의 내용을 담은 형태의 책을 보고 배운 것이 있었듯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강연이나 글로 전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서술했다. ‘두 도시 이야기’는 평소에 좋아했던 문학책이었고 책 속에 나온 사랑이나 용서 같은 가치를 평소 삶에서 실천하려 노력했기 때문에 선택했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독서토론프로그램이나 독서에서 파생되지 않은 활동도 많다. 자소서에는 의사라는 진로와 연관이 있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자소서 2번에서 첫 번째로 쓴 활동이 교내 프로그램 중 ‘통섭 특강’이었다. 여러 주제 중 ‘현대생명윤리의 이해’라는 강의를 적었다. 의료 윤리, 생명 윤리 쟁점에 관해 윤리적/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토론하는 수업이었다. 안락사, 낙태 등의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의사로서의 의미를 고민할 수 있었다. 이어 란셋(Lancet)이라는 의학동아리 활동도 언급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학술지에서 따온 이름이다. 다중미니면접에서 자소서 방에서 란셋의 의미를 물어보기도 했다. 학생의 눈 건강, 스포츠의학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글을 썼던 내용을 중심으로 썼다. 직접 의학에 관해 글을 쓰고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축구부 활동은 스트레스 관리와 자소서 3번에서 정한 핵심인성요소를 드러내는 데 좋은 활동이었다. “공부만 할 수 없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는데 수학여행, 체육대외와 함께 전국축구대회에 나가는 경험이 입시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즐겁게 임할 수 있도록 해준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1학년 때 2부리그로 나뉘어졌던 전국 특목고리그에서 2부리그 우승과 1부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학년 때는 1/2부 리그가 통합됐는데 2학년 1학기는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고 2학기에 토너먼트 8강을 치렀다. 자소서에는 11명 중 10명이 경기에 참여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지만 문제상황을 딛고 발전해 가면서 토너먼트에 진출했던 내용을 담았다. 공부나 다른 활동으로 인해 연습에서 많은 학생이 불참했지만 실전에서도 불참한 것이 문제였다. 개개인의 상황을 직접 들어보고 문제점을 찾아 도와주려는 노력을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됐고 더 끈끈한 하나의 팀이 됐다는 점이 의미가 있었다고 피력했다.”

<2016 서울대 의예과 다중미니면접>
현군은 “스타일이 굉장히 바뀌었다”고 운을 뗐다. “2014~2015학년 문항은 비슷했으나 2016학년 문항은 사교육으로 따라오지 못하도록 의식적으로 스타일을 바꾼 것 같다. 인성 측면보다는 문제해결력, 순발력 부분이 중점이 됐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순발력이 필요했던 방으로는 매년 매미소리가 커지는데 청소기 소리와 유사해지며 그 근거로 소음이 커져 매미가 짝짓기를 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소리를 키운다는 제시문을 보고 답하는 매미소리방이었다. “가설이 타당한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 타당성을 증명하려면 실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여러 후속 질문 중 하나가 실험 설계를 해보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잘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매미 소리가 커지는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3개 정도를 말했는데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때는 더 이상 없다고 마무리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환경이나 기후 변화로 인한 매미 개체수가 증가했거나 매미 서식지와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이 겹쳐지면서 소음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대답을 했던 것 같다.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가설에 대해서는 제시문의 가설을 꼽았는데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은 어떻게 답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검증방법에 관한 문제점에 대해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어 정신 없이 대답했던 것 같다.”

가장 힘겨웠던 방으로 고정관념방을 꼽았다. “고정관념과 관련한 5개 문장을 보고 들어가 고정관념인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에 5개 모두 고정관념인 것 같다고 답했다. 고정관념의 범위를 넓게 잡았다. 이어 면접관이 스케치북을 들었는데 ‘한국인은 외국에 나가서 냄비근성을 표출한다’는 문장을 고정관념이 아닌 문장으로 고치라는 질문이 있었다. 고정관념의 틀을 넓게 잡아 답변이 어려웠다. 당황해서 냄비근성에 대해 뜻을 설명해달라고 여쭈어보기도 했고 생각이 막혀 조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해 정적이 오고 가기도 했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아무렇게나 답했던 것 같다. 한국인이 감정이 쉽게 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취지였던 것 같다. 이 방에서 시간을 끌었지만 시간이 남았다. 면접 주제와 관련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해도 된다고 해서 꼭 합격하고 싶다는 내용을 말하려 했는데 면접시간이 끝나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나왔다.”

지각에 관한 방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철수와 영희가 20번 중 각각 5번을 지각했다는 내용만 나와 있어 상황면접일 것이라 생각했다. 지각하는 친구들을 어떻게 대해줘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면접실을 들어갔는데 확률에 대해 물어봐 당황했다. 하지만 여러 면접실 중 가장 답변을 잘한 방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정보만으로는 확률을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었다. 그래도 주어진 정보만 기준으로 한다면 확률이 얼마일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아 20번 중 5번이니 25%라고 답했다. 이후 철수와 영희의 지각날짜와 발표하는 날에 대한 표를 받고 다시 확률을 물어보셨다. 철수는 발표하는 날 지각하는 경향이 있었고 영희는 지각일정이 몰려 있어 사정이 있는 것 같아 철수는 발표하는 날이 아니어서 지각하지 않을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했다. 영희는 최근 5일 동안 4번을 지각해 80% 정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조금 남아 추가적으로 할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상황면접처럼 생각하고 준비했던 답변을 했다. 왜 지각을 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지각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지각에 관한 벌금제도 운영과 베이비박스에 관한 제시문을 읽고 주어진 종이와 연필로 요약한 후 질문에 답하는 방도 당황했던 방으로 떠올렸다. “제시문1과 제시문2를 요약하라는 질문 다음으로 신문을 쓴다면 어떤 제목을 붙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예상밖이어서 당황해 상투적인 답을 한 것 같다. 제시문1과 제시문2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서는 취지는 좋았으나 문제점이 부있어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답했다. 이어 제시문별로 답변을 했다. 제시문1의 경우 선생님이 학급회의를 진행하다 잘 진행된다고 판단해 선생님이 도중에 회의에서 나가고 학생들 끼리 의사결정으로 벌금제가 도입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벌금제 도입 과정에서 불만이 있거나 동의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제시문2는 베이비 박스라는 일회성 이벤트 보다는 사회적 관심이나 제도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열악한 보호센터 환경 개선, 사회관심을 위한 캠페인 등의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방으로는 기술발달과 인간소외를 다룬 방을 꼽았다. “제시문을 보고 면접실에 들어가기술이 편리함을 제공해서 유용하다는 쪽과 인간소외가 더욱 문제라는 쪽 중 어느 의견에 동의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인간 소외가 문제이긴 하지만 인간소외로 인한 기술발전을 중단시킬 수는 없으며 인간 소외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 더 긍정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기술과 인간소외에 관한 예시를 들어보라고 추가 질문이 들어왔는데 제시문에서 스마트폰이라는 단어를 본 것 같아 스마트폰을 활용해 답변했다. 스마트폰 보다는 의료기술에 관한 실제 사례가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현군은 면접의 기본적인 사항과 자기페이스 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어떻게 출제될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을 준비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면접실에 들어갈 때 기억했던 세 가지는 웃으면서, 자신있게, 공손하게 세 가지였는데 세 가지 기본을 지키면 좋은 인상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2016학년 면접이 문제해결력이나 순발력이 중요했기 때문에 평소 생각을 많이 해보고 부모님이나 친구 앞에서 표현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떨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면접실이 6개인 만큼 잘하는 방이 있을 수 있고 못하는 방이 있을 수 있다. 못하는 방이 있더라도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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