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대 의예과 김진하(수시 일반전형 월촌초-월촌중-하나고)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의 좁은 문을 뚫고 당당히 의예과에 합격한 김진하(20)군은 노벨상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를 자신의 롤 모델로 꼽는다.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의 길에 매진하다 마주한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단을 찾기 위해 연구자의 길로 돌아서 노벨상까지 수상한 야마나카 교수의 삶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군 역시 야마나카 교수와 같은 길을 꿈꾼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최일선에서 많은 환자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를 찾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성당에서 초등부 교사를 맡는 등 아이들을 좋아하는 김군은 소아정형외과 내지는 소아과 의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직 입학식도 치르지 않은 풋내기 의학도지만 김군의 야무진 꿈과 인성이 현대 의학이 해결할 수 없는 아픔을 앓는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울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롤 모델의 뒤를 쫓는 소아정형외과 의사의 꿈>
김군은 의사라는 꿈을 꾸게 된 순간보다 어떠한 의사가 되고 싶은지를 굳힌 순간을 자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분기점으로 기억한다. 의사에 대한 꿈은 중학교 시절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김군의 생각에 이미 자리잡았었다. 김군이 어떤 의사가 될 것인지에 대해 꿈을 굳힌 것은 롤 모델로 꼽는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가능성의 발견'이란 책을 읽으면서다. 정형외과 의사로서 임상의 길을 걷던 야마나카 교수가 중증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린 여성 환자의 전신 관절이 변형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중증 환자를 구하는 수단을 연구하기 위해 연구자의 길로 접어든 모습은 강한 인상을 주었고 어떠한 의사가 될 것 인지를 고민하던 시절 미래를 결정짓기에 충분한 계기였다.

'가능성의 발견'은 서울대 자소서의 특징으로 꼽히는 독서활동 문항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롤 모델의 저서는 자신의 꿈을 표현해내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소재인데다 서울대가 요구하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기도 했다. “환자를 치료해주다 영감을 받아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 삶이 인상 깊었다. 나 역시 임상의로 환자들의 진료/치료에 매진하다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에 부딪혀 연구해야 할 영역을 확정 지으면 연구자의 삶을 살고 싶다.” 의학계에서 임상과 연구의 배분 문제는 의사들의 숙명과도 같은 일로 받아들여진다. 최일선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일과 학문 자체에 대한 연구의 비중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는 모든 의사가 고민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모든 의사들이 가지게 되는 고민을 김군은 꿈을 굳힘과 동시에 해결한 셈이 됐다.

김군의 꿈은 굳건하고 상세하다. 김군은 소아과나 소아정형외과 의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하나고 재학시절 봉사동아리인 ‘인터랙트’에서 소외계층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 직접 공부를 가르쳐주는 활동에 열의를 보이던 김군은 성당에서 초등부 교사를 하며 아이들을 위한 삶을 꿈꾸게 됐다.

아직 입학식도 치르지 않은 풋내기 의학도지만 향후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의사의 길을 걷다 현대 의학이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을 만나 연구자의 삶으로 돌아서는 김군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사진=신승희 기자 pablo@veritas-a.com

<하나고 시스템 안에서 자연스레 구축된 스펙 강점>
서울대 의예과 수시 일반전형의 좁은 문을 뚫어낸 김군은 자신의 합격 비결을 ‘고교시절의 다양한 활동’이라 얘기한다. 같은 학과에 지원한 학교 친구보다 내신은 낮았으나 다양한 교내 활동과 비교과 부분에서는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군은 세간의 오해와 달리 자신은 고교시절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었다고 얘기한다.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 합격을 위해 스펙 준비에만 매진하는 고교생활을 보내지 않았다는 얘기다.

스펙을 쌓기 위해 몸부림치는 교육 수요자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지점. 이를 가능케 만든 것은 특출 난 하나고의 시스템이다. 김군은 하나고의 교육 환경을 “입시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라 표현하며 “‘시간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뭐든지 하자’라는 분위기 속에서 오케스트라 활동, 수학동아리, 방송반, 연구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하나고 시스템의 우수함은 “고3 자기소개서 작성을 앞두고 학생부와 자신의 고교 1,2학년 생활을 뒤돌아보면서 처음 다가왔다”고 김군은 회상했다. 스펙이라고 인식해본 적 없이 즐겁게 수행한 학교생활들이 자소서에 전부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풍족해 흘러 넘쳤던 순간이다. 김군은 “수행 당시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던 활동들이 진학에 직면한 순간 스펙으로 든든하게 나를 뒷받침했다”며 “하나고 재학 자체가 행운”이라고 밝혔다. 김군은 하나고의 생활이 하고 싶은 활동을 매진했을 뿐 입시와 오히려 동떨어진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다른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일반고의 경우 오히려 입시에 속박된 고교생활을 보내는 경우가 잦은 것 같다. 하나고는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내가 하고 싶은 활동에 매진했을 뿐 오히려 입시와는 동떨어진 시절을 보냈다.”

전교생 기숙사 체제에서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자립심이 생겨나고, 누구도 공부를 강요하지 않고 하고 싶은 활동을 찾아서 얼마든지 하라고 권장하는 시스템 속에서 자립심이 더욱 커진 점은 하나고 시스템의 부수적인 효과였다. “오늘 교과공부를 조금 소홀히 하고 운동을 하거나 연구활동을 하는 등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했다면, 다음날 교과공부에 시간을 조금 더 할애하는 방식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웠다.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자기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워 시행하다 보니 자연스레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졌다.”

김군이 학교생활 중 가장 즐거움을 느껴 자소서에 중요하게 다룬 활동은 한국청소년 물리 토너먼트를 준비/출전했던 순간들이다. 정확성과 논리성에 따라 움직이며 자신의 무한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물리에 매료돼 물리II 공부를 스스로 계획해 진행하기도 했던 김군은 교내 선발전에서 당당히 학교 대표로 선발됐다. 자신의 공부성과를 인정받은 기쁨은 잠시 이후 힘든 시간들이 계속됐지만 하고 싶은 일에서 오는 성취감은 피로를 깨끗이 씻어냈다. “실험을 설계하고 원어 논문을 읽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하루 두세 시간 쪽잠을 자는 힘겨운 상황에서 포기의 유혹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석 달 간 선행연구 등을 조사하고 해를 넘겨 2월 물리토너먼트에 참가해 홀로그램으로 IYPT라는 글자를 만드는 등 준비한 결과물들을 마음껏 선보였을 때의 쾌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군의 경험은 자소서에 그대로 녹아 들었다. 내신과 더 깊은 공부에서의 선택 과정은 “만약 내신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에 바빴다면 심화된 공부에 한 발짝 더 나갈 수 없었을 것”이라는 깨달음을 준데다 “내신 공부와 물리토너먼트의 줄다리기 속에서 고민도 많았지만 장기적인 공부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해 실험과 발표자료 준비를 이어나가자고 결정했던 정신은 앞으로 학과 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김군은 학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수학 과목에서의 강점을 확보했다. 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하나고 시스템 속에서 김군은 ‘고급수학’을 선택해 다른 학생들보다 높은 수학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하나고의 고급수학 과목은 김홍종 서울대 교수가 쓴 미적분학I 교재를 바탕으로 1년간 진행되는 과정이다. 김군은 “기저, 좌표, 복면좌표계 등 원론적인 이론들을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고 고급수학에 대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군은 친구들과 스터디를 결성해 대학 수준의 해석학을 공부하고 ‘기하와 벡터’를 공부하다 생긴 의문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이차곡선의 정수점-펠 방정식’이라는 연구로 수학주제발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론 수학과 실제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찾은 ‘미분방정식’은 Boyce&Diprima의 미분방정식 교재를 구입해 자습하는 과정을 통해 김군의 수학실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했다.

<면접 준비의 실질적 팁. 질문을 생각하고, 자소서 첫 문단/문장은 대비하라>
김군은 자신이 면접에서 강점을 보이는 학생은 아니라고 말한다. 6개의 방을 순차적으로 돌아야 하는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에서 모의면접과 실전면접 모두 2개 방에서는 자신 있게 답변했으나 2개 방에선 평범한 답변을, 2개 방에선 다소 실망스러웠다고 자평한다. 그럼에도 김군이 서울대 수시 일반전형의 면접에서 합격한 데는 학교가 준비한 모의면접 외에도 친구들이 모여 서로 자소서를 검토하며 질문을 던지는 시간들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교내 의예과 1차 합격생과 치의예과 1차 합격생 총 4명이 모여 면접을 준비했다. 다중미니면접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서로 문제를 내본 후 토론하는 과정을 거쳤으며, 서로의 자소서를 검토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특히 자소서를 보고 친구들끼리 면접장에서 나옴직한 질문을 찾아준 부분들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의 6개 방 중 자소서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1번 방에서 친구가 했던 질문 중 2개가 그대로 나왔기 때문이다. 김군은 자소서방 대비를 위해 원론적인 자아성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내 장단점이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 같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질문부터 의사가 되고 싶은 동기는 무엇인지, 인생 목표는 무엇인지 등 심화된 질문까지 깊이 생각해보고, 면접장에서 나올 것이라 예상되는 질문들을 리스트화해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김군은 자소서 문항별 첫 문단, 나아가 첫 문장에서 던져질 수 있는 질문을 중점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본인의 면접 경험에 비춰볼 때 첫 문장을 기반으로 나오는 질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군은 “4개 문항별로 첫 문단에서 많은 질문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교수님들이 면접 직전 다시 자소서를 읽을 때 첫 머리가 기억에 남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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