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사교육영향평가 통해 2018 부터 가능성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부터 교과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 (논구술)를 실시한 대학에게 입학정원 10%까지 축소토록하는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고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논술/면접 고사를 실시한 대학에게 입학정원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모집 정지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지난해 실시된 2016학년 대학별 고사를 토대로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확인해 이르면 2018학년 정원의 최대 10% 범위에서 모집정지를 부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사교육영향평가가 처음으로 실시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모집정지 처분을 당하는 대학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모집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의 구성상 실제 행정제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낮고, 제재의 틀을 규정한 공교육정상화법의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권을 쥐고 있는 위원회의 구성상 대학에 대한 입학정원 10%제재가 쉽지않을 것으로 본다. 위원회는 대학 입학관계자, 교수, 교육당국 관계자들이 대다수이고 시민 교육단체가 일부 참여하는 구성이다.  현행 체제에선 시정/명령 이후 개선하지 않을 시에만 행정제재를 부여할 수 있지만 심사결과가 발표되는 시점에는 이미 합격자가 발표된 상황이다보니 시정/변경을 할 수 없어 교육부는 즉각적 행정제재가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추진중인 상태다.

교육부의 모집정지 부과 방안은 2014년9월 시행된 공교육정상화법에 근거한다. 공교육정상화법은 대학별 고사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났는지 여부를 교육과정평가원의 선행교육예방센터가 사전 심사하고,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는 제재의 주체를 담고 있다.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대학들은 지난해 3월까지 2015학년 대학별 고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를 홈페이지 등에 처음으로 탑재했다. 

처음으로 공개된 영향평가 보고서는 양식은 물론 분량이나 수준이 일정치 않으면서 많은 실망감을 안겨 준바 있다. 교육부는 선행교육예방센터를 중심으로 공개된 영향평가 보고서 이외에도 대학의 협조를 얻어 처음으로 심사를 진행했지만 모집정지의 제재가 내려진 대학은 없었다.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결국 최종권한을 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가 중대한 위반으로 판단한 대학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입학관계자, 각계 교수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제재가 부여되기 쉽지 않은 위원회구성과 함께 법의 공백 문제도 제재가 내려지지 않았던 이유로 보인다.

올해 주무 부처인 교육부와 사전심사 담당기관인 선행교육예방센터에 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은 지난해 통일되지 않은 형식과 공개범위 등으로 인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했던 사례를 개선하기 위해 영향평가보고서에 대한 보완책을 추진중이다. 지난해9월 1차 세미나를 거쳐 2월 2차 세미나를 통해 대학들에게 영향평가결과보고서의 작성범위와 기재방법을 안내함으로써 심사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각기 다른 형식 등으로 인해 보고서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수험생/학부모 등 교육수요자들의 접근성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수요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대학별고사의 교육과정내 출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가 여전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교육부와 대학관계자 위주의 위원회 구성부터 믿음이 가지 않는다. 과연 수요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해줄지 의문이다. 게다가 구성원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지만 지난해 교과서 안에 있느냐 없느냐라는 잣대를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주장해 편협한 잣대 적용이라 강하게 비판받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참여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행정제재의 실질적 효력을 담보하게 해 줄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인 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미 합격자를 발표한 경우 시정/변경명령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시정/변경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 곧바로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의 통과가 시급한 시점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학들이 기출문제를 교육부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부분 역시 통과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난해 처음 공개된 사교육영향평가서를 보면 실효성있는 제재방안이 얼마나 필수적 요건인지 알수 있다. 전체 문제를 공개한 대학은 극소수이고 일부 문제를 공개하는 방식과 수준도 대학마다 편차가 컸다. 실효성있는 제재방안이 나와야하고 밀실에서 이뤄지는 심사과정도 투명하게 수요자들의 입장에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 입학정원의 10% 모집정지 제재가 부여되는 대학은 과연 나올까? 교육부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고교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논술/면접 고사를 실시한 대학에게 입학정원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모집 정지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육과정 이탈여부 심사.. 정원 최대10% 모집정지 가능>
교육부는 올해 업무계획에 선행학습 사교육 수요 완화 취지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대학별 고사를 출제한 대학에 대해 위반 정도에 따라 입학정원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모집정지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위반사안이 중대하고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의 심사/의결 결과에 따른 시정/변경명령을 대학이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기간 내 이행하지 않은 경우 모집정지를 부과하겠다는 설명이다.

심사대상이 되는 대학별고사의 범위는 논술고사와 면접고사, 그 중에서도 교과관련 내용으로 한정된다. 교과관련 내용이 아닌 경우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나머지 대학별 고사에 해당하는 신체검사/인성검사/실기고사 중 실기고사는 법령에서 제외대상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신체검사/인성검사 역시 교과관련 내용이 아니므로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따질 대상이 아니다. 

만약 올해 심사결과 모집정지 대상으로 결정되면 해당 모집정지는 2018학년 정원을 대상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은 별표를 통해 “모집정지 조치를 하는 학년도는 행정처분일이 속하는 학년도가 아닌 그 다음 학년도 반영“이라며 ”다만, 입학전형일정 등을 고려하여 그 다음다음 학년도에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위원회는 법령에 의해 독립설치된 기관“이라며 ”위원회에서 강력히 요구할 시에는 2017학년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권 제한을 의미하는 모집정지는 대학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조치다. 일정 규모라고는 하나 학생선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교수/교직원의 인건비 등 고정적인 지출이 있는 대학에 있어 신입생이 들어왔다면 얻을 수 있는 통상 4년간의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는 직접적인 타격이며,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의 궁극적 목표를 발현하는데 직접적 걸림돌인 때문이다. 교육부가 그만큼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수요 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대 10% 모집정지 부여는 2014년 9월12일 시행된 초/중/고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교육관련기관의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정상화법)에 근간을 둔다. 공교육정상화법은 제8조에서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유발행위를 금지를 규정하며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해 평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제11조에서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이하 교육과정위원회)를 두고 대학등의 선행학습 영향평가(이하 영향평가)에 관한 사항을 심사/의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제14조에서는 교육과정의 범위/수준을 벗어난 출제/평가를 실시한 경우 교육과정위원회에서 심의해 기간을 정해 대학에 시정/변경을 명령할 수 있으며,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기간 이행하지 않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 모집정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교육부공무원 3명과 각계 교수, 대학 입학 관계자, 학부모, 시민단체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위원회에서 전체 대학고사를 분석하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시행령 제2조에서는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를 운영해 선행교육 예방을 위해 필요한 연구업무를 수행하도록 해 교육과정위원회를 뒷받침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법령에 따라 산하에 선행교육예방연구실을 설치했다. 즉, 지난해 2015학년부터 대학들이 내놓는 영향평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연구실의 심사를 토대로 대학이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했다고 교육과정위원회가 판단하면 시정/변경을 명령하고 이행하지 않을 시 모집정지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된 셈이다.

<대입 3년 예고제의 예외? 상충되는 법규 해결은?>
현행 대입은 고등교육법시행령에 근거한 3년 예고제를 실시한다. 정부의 대입정책, 대교협의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대학의 대입전형시행계획-모집요강의 발표시기를 정함으로써 고교 입학 시점 이전 대학 입학전형을 확정해 고교 기간 동안 진학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주기 위해 실시되는 제도다.

향후 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정부의 대입정책은 중3 11월말(3년3개월 전), 대교협의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은 고1 8월말(2년6개월 전)까지, 대학별 대입전형시행계획은 고2 4월말(1년10개월 전), 모집요강은 고3 4월말(10개월 전)까지 발표하도록 각각 규제한다. 대입 3년 예고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수험생은 고교 입학 이전 대입정책의 큰 틀을 알게되고, 고1 여름에는 대략적인 입시구도를 알게 되며, 고2 봄에는 대학별 전형에 대해 알게 되는 방식으로 고2~고3 시절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입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3년 예고제에 따라 발표된 내용 중 특히 대학별 전형이 공개되는 대입전형시행계획의 경우  수험생/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 한다는 취지를 지키기 위해 원칙적으로 수정 불가능하지만 예외적 단서조항을 두었다. 즉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폐지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학과개편 및 정원조정 ▲대교협이 발표하는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의 변경 ▲시정명령/변경명령을 받아 학생정원감축, 학과폐지, 학생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 ▲다른 법령에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한 경우 등이 발생하면 대교협의 심의/승인을 거쳐 수정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선행학습 출제 여부에 따른 정원 최대10% 모집정지는 대입 3년 예고제와 상충되는 요소지만,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폐지에 해당해 예외적인 수정가능 사안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왜 모집정지 대학 없었을까?>
모집정지조치를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후 교육부는 지난해 3월 공교육정상화 추진 분과위원장에 김재춘 당시 교육부차관을 임명하고, 대학 영향평가를 바탕으로 5월까지 결과를 분석해 6월 중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 심사결과를 발표해 10%의 모집정지를 부과할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 모집정지가 부과된 대학은 없었다.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결국 위원회에서 중대한 위반을 저지른 대학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위원회의 구성상 당연한 일이라고 교육계는 입을 모은다. 교육부 공무원 3명을 제외한 기타 12명의 위원들 중 교수, 대학 입학관계자 등이 대다수 포함돼 심사 첫 해부터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공교육정상화법 제11조가 대학 입학전형 등 관련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을 위원으로 임명/위촉할 수 있도록 두고 있고, 그에 따라 입학 관계자와 교수 등이 위원회에 포함된 이상 첫 해부터 모집정지라는 강력한 제재를 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의 공백 역시 실제 행정제재로 이어지는데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교육정상화법이 교육과정의 범위/수준을 벗어난 출제/평가를 실시한 경우 교육과정위원회에서 심의해 기간을 정해 대학에 시정/변경을 명령할 수 있으며, 정당한 사유없이 지정된 기간 시정/변경을 이행하지 않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 모집정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방대한 대학들의 기출문제를 심사해야 하는 탓에 결과발표는 이미 신입생들이 대학에 재학중인 상황에서 이뤄지는 시기상의 문제가 존재하는 구조 때문이다. 신입생들의 합격 여부를 시정/변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모집정지 조치의 선결조건인 내려진 시정/변경이 불가능한 경우 모집정지를 부과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올해 심사 어떻게 진행될까.. 교육부와 예방연구실의 물밑 노력>
지난해 첫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가 공개된 후 교육현장에서는 비판이 이어졌다. 대학별로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의 분량부터 공개범위까지 '제 멋대로' 였기 때문이다. 150여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통해 기출문제를 전부 공개하고 출제범위/출제의도/평가기준을 공개한데 더해 예시답안과 후년도 대입전형 반영계획, 외부위원 및 교사 자문단의 검토 내용 등을 충실히 담은 영향평가보고서의 우수사례로 평가되는 대학이 있는 반면, 경북대처럼 기출문제에 대한 아무런 공개 없이 2페이지로 보고서를 끝낸 대학도 존재했으며 기출문제를 공개하긴 했으나 전년도 기출문제를 공개하고, 문제 대신 해설만 공개해 문제가 공교육의 영역 내인지 밖인지를 판별할 수 없게 하는 등 대학들의 보고서 작성에 대한 편차는 매우 크게 나타났다.

대학마다 제각각인 보고서 때문에 사전심사를 맡은 예방연구실이 제대로 심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비관론도 나왔다. 예방연구실은 각 대학 홈페이지를 방문해 공개된 기출문제를 수집하고 공개되지 않은 부분은 교육부를 통해 대학에 요청하는 등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통해 대학들의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심사해냈다. 전 대학의 모든 기출문제를 분석하는 과정을 수행해 낸 셈이다.

교육부와 예방연구실은 지난해 중구난방격이던 보고서로 인해 겪은 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대학들을 상대로 세미나(워크숍)을 개최했다. 보고서에 담길 통일 항목들을 정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대학들이 난색을 표현한 지점들은 일부 수정되기도 했다. 항목을 전달받은 대학들이 보고서 작성방법 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유로 교육부와 예방연구실은 내달 2차 세미나를 준비 중이다. 실제 사례를 들어 보고서 작성을 돕고 작성방법을 안내하는 과정을 통해 지난해와 같은 전철을 피하려는 노력이다.

교육부와 예방연구실의 노력 덕에 올해 교육 수요자들은 사교육영향평가 보고서에 대한 접근이 보다 쉬워질 전망이다. 지난해 대학마다 다른 형식 탓에 교육수요자들은 실질적인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한 전문가는 “2015년 3월 첫 발표된 선행학습영향평가결과 보고서는 형식이 대학마다 달라 일반적인 수험생/학부모가 접근해 정보를 캐내기에는 부적절했다”며 “기재 내용 등이 통일되면 희망하는 대학의 보고서 내용 중 전형 반영계획, 출제의도 등 진학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를 상당부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대학현장에서는 구술고사와 논술고사를 분리해서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출제된 문제라는 결과물만 놓고 판단하기 보다 논구술의 속성을 구분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 서울대 구술문제의 경우 대학수학에 나온 문제라는 이유로 교과과정 밖이라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논술고사였다면 당연히 비판받을 수있지만 구술고사의 경우 대학수학의 풀이과정대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면접교수가 교과과정내부의 개념들을 이어서 접근가능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치뤄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예방연구실은 총론업무에 2명, 각 영역별 2명의 인원을 배치하고, 대학별 고사 문항당 6명~10명에 달하는 전문가들을 위촉해 면밀한 심사를 수행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각 위촉 심사위원들이 판단한 부분이지만, 한 문항을 두고 다각적으로 분석해 이탈 여부를 심사한 만큼 대학들의 걱정은 상당부분 씻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 지난해 '교과서 안에 있느냐 없느냐'라는 혐의의 잣대를 기준으로 교육과정 이탈 여부를 주장해 교육현장으로부터 편협한 잣대 적용이라 강하게 비판받은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성원이  대학정원의 모집정지 여부를 결정하는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에 참여하는 점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사진=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풀어야 할 우선 과제.. 위원회 구성 이대로 괜찮은가>
대학별 고사가 공교육의 범주를 뛰어넘었는지를 사전심사하는 예방연구실이 있긴 하나 결국 최종 결정은 교육과정위원회가 내린다. 예방연구실은 대학별 고사를 연구한 결과를 위원회에 전달할 뿐 중대한 위반인지 여부 등에 대해 그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 교육부 역시 독립 기구인 교육과정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교육부장관이 교육부/시도교육청 소속 관계 공무원, 교육과정/학습이론/대입전형 관련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 학부모, 학부모단체 소속 회원,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15명 이내를 임명/위촉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교육과정위원회가 대학들의 선발권을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구조인 셈이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개개 위원의 신상내역은 개인정보 문제로 공개돼있지 않으나 교육부 공무원 3명과 대학교수, 대학입학 관계자, 고교 교사 등에 더해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학부모단체 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 회원 등이 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해 교과서 안에 있느냐 없느냐라는 혐의의 잣대를 기준으로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주장해 현장으로부터 편협한 잣대 적용이라 강하게 비판받은 사교육걱정 구성원이 심의위원으로 편성돼 있는 부분이다. 교육부 장관이 더욱 신중하게 임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한 고교 교사는 "사교육걱정의 취지에 일부 공감하지만 지난해 명확한 근거없이 상위권 대학 대부분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출제를 실시했다고 매도한 단체의 구성원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며, 한 대학 관계자는 "위원회가 전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구조에서 15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특정 성향을 드러낸 단체 회원의 위원회 참여는 위원회 결정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여지가 있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해 6월 사교육걱정은 서울시내 13개 상위 대학의 자연계열 논술전형 분석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고 논술문항 301개 중 21.3%인 64개가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화여대 (52.9%), 연세대(47.8%), 홍익대(45.5%)는 절반 가량의 문제가 교육과정을 이탈했으며, 성균관대(29.3%), 한양대(22.2%), 중앙대(18.2%), 서강대(12.5%), 고려대(6.8%), 경희대(2.1%)도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를 출제하는 등 선행교육 규제법을 위반한 대학이 9개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사교육걱정은 2개월간 관련 분야에서 박사과정까지 전공한 전문가와 현직교사 등 74명을 참여시켜 대학당 평균 7.5명, 최대 10명의 인원이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한 결과라고도 밝혔다.

사교육걱정이 수학 교과과정에 대한 연구를 장기간 진행하고, 현직교사의 참여를 늘리는 등 신뢰도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교육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일선 고교/대학에서는 ‘편협한 잣대의 적용’이라는 평가가 우세한 가운데 교과과정 이탈에 대한 입장차이를 뛰어넘어 ‘논술을 보지 말자는 시각에서 접근한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교육걱정이 고교 교육과정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모 대학의 논술 영향평가 위원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교사마다 교육과정 이탈 여부에 대한 견해는 엇갈릴 수 있으므로 인적 구성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사교육걱정이 발표한 첨부자료를 보면 ‘교과서에 있느냐 없느냐’ 만을 기준으로 세워 좁게 접근했다”며 “고교 과정에서 배운 수학/과학적 도구를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기준으로 따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고교 과정 범위 출제, 없으면 고교 과정 외 출제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사는 중앙대 자연계열 논술문제 3-(1)과 3-(2)를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주장함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차곡선에서 타원을 매개변수로 이용해 나타내고 있는 점이 고교 과정을 벗어난다고 주장하지만, 2차 곡선을 평면에서 매개변수 Θ로 나타내는 것은 EBS에서도 설명하는 내용이며 고교 수업시간에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실제 교육현장에서 삼각함수를 배우는 과정 중 좌표를 나타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음을 설명한다.” 사교육걱정이 카발리에리의 원리를 쓸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카발리에리 원리가 활용되는 문제는 1차변환을 배웠다면 닮음 변환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설사 카발리에리 원리가 뭔지 모른다 해도 중점 내용은 중학교 수준에서 배울 수 있는 간단한 원리다. 삼각형의 밑변이 같고 높이가 같으면 삼각형이 움직여도 넓이는 똑같다는 원리가 카발리에리 원리다. 넓이나 부피에도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일정 비율로 늘리거나 줄이면 그 비율만큼은 보전이 된다는 원리로 이해되는 간단한 원리다. 교육과정 밖이라고 지적한다면 중학교 교육과정이어서 고교 교육과정 외의 출제라고 지적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밖에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등 교육과정 이탈이라 지적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교육현장은 사교육걱정이 무리한 주장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세대 1-(2) 문제에 대해 사교육걱정은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점화 관계를 만드는 것까지는 다룬다고 볼 수 있지만 일반항을 구하거나 점화식을 푸는 것은 고교 과정을 벗어난다”며 “1-(3)은 1-(2) 문제와 이어지기 때문에 고교 교육과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연세대 영향평가에 참가한 교사위원들은 명확한 근거를 들어 교육과정을 이탈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교사위원들은 “제시문 1의 논제는 원과 쌍곡선 사이의 위치관계를 이해하고 원과 쌍곡선의 접점의 x좌표와 원추 중심의 x좌표가 모두 자연수임을 보일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기하와 벡터의 쌍곡선이 나오지만 함수, 도형의 그래프, 이차방정식, 수의 성질, 수학적 귀납법, 원의 성질, 수열, 수열의 귀납적 정의 등 수학Ⅰ영역을 다루고 있다. 평가행동 영역으로는 주로 ‘이해’ 영역을 평가하고 있으나 논제 [1-2]에서 rn+1, rn, rn-1의 관계식을 구하는 과정은 ‘내적 문제해결’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문항의 난이도 수준은 중 또는 상 수준이며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됐다”고 밝혔으며, 사교육걱정이 2-(1)~(3)에 대해 “제시문에 나온 R에서 R×R로의 대응이나 R³에서 R로의 대응은 고교과정을 벗어난다. 따라서 문제 2-1, 2-2, 2-3에 접근할 수 없다. 또한 제시문에서는 공간에서 원뿔 모양을 생각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고교과정을 벗어난다”고 주장한 것과 반대되는 “주요 내용은 기하와 벡터의 내적에 관한 문제지만 좌표공간에서의 문제이고, 풀이 과정에서 원의 성질, 삼각함수의 성질, 경우의 수(분할)을 이용하는 부분이 있으며, 논제 2-3에서는 수학Ⅱ의 음함수의 미분법, 매개변수로 나타내어진 함수의 미분법, 초월함수의 미분법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고등학교 수학과 교육과정에서 출제된 문항이다”라는 답변을 보고서에 수록했다.

홍익대 문항 분석에서도 사교육걱정은 무리한 주장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사교육걱정은 홍익대의 1-(1)~(4) 문항에 대해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정수의 성질을 이용하는 내용이 없으므로 대학의 정수론에 해당하는 문제”라 주장했으며 2-(1) 문제에 대해서는 “소수의 이진법 표현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며 대학의 정수론 과정이다. 중학교 과정에서 이진법을 다루기는 하지만 소수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논술고사 자문교사로 참여한 한 교사는 “이진법에서 소수를 중학교에서 다루지 않는다고 하나 이진법의 소수부분은 2분의 1, 2의 제곱분의 1등으로 표현한다는 사실은 중학교 과정에서 확장을 하면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이런 확장을 하면서 대학의 정수론 교재를 사서 보는 것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1더하기 1도 대학 정수론 과정에서 출제했다고 해야 할 판”이라고 사교육걱정의 무리한 주장을 비판했다.

<또 하나의 과제..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 통과>
행정제재의 실질적 효력을 담보하게 해 줄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인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미 합격자를 발표한 경우 시정/변경명령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에서 시정/변경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 곧바로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의 통과가 시급한 시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교육정상화법 제14조에 법률 위반시 위반행위의 성질 상 시정/변경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한 경우 시정/변경 명령 없이도 대학(기관)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 행정처분 등이 가능해지도록 규정돼 법의 공백으로 인해 실질적인 제재가 불가능한 구조가 사라질 전망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학들이 기출문제를 교육부에 제출하도록 강제되는 부분 역시 개정안의 통과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는 공교육정상화법이 대학에서 정한 학교규칙에 따라 입학전형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와 다음 연도 반영계획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평가결과와 입학전형 반영계획 등을 교육부에도 제출하도록 강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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