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와 기대 엇갈려

[베리타스알파=박형민 기자] 교육부가 학생 성적에 따라 지원 가능 대학과 지원가능점수를 제공하는 ‘공교육 배치표’ 격인 대학진학정보포털을 구축해 올해 3월 오픈한다. 진학상담의 수요를 사교육에서 공교육으로 끌어와 수험생/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의 부담을 덜어내고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는 대입 문화를 개선하며 실질적인 정보제공을 통해 대입지원전략 수립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간 사교육이 제공해오던 배치표와 컨설팅기능을 공교육 범주로 끌어오는 모습은 긍정적이지만, 교육현장의 반응에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서열화 문제와 데이터분석 문제, 고입정보포털이라는 전례 등이 우려의 배경인 반면, 상대적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해 다소 선호도가 낮은 대학들의 지원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다.

▲ 교육부가 학생 성적에 따라 지원 가능 대학과 지원가능점수를 제공하는 ‘공교육 배치표’ 격인 대학 진학정보 포털을 올해 3월 구축한다. 그간 사교육이 제공해오던 배치표와 컨설팅 기능을 공교육 범주로 끌어오는 모습은 일견 긍정적이지만, 교육현장의 반응은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사진은 대학진학정보포털 시스템 구축 개념. /사진=교육부 제공

교육부는 올해 3월 ‘대학진학정보포털’(이하 포털)을 열겠다는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27일 발표했다. 포털은 교육부와 대교협의 공동 주관으로 52억여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3월 개소를 목표로 시스템 개발 중이다. 포털의 개설 목표는 학생 스스로 적성에 맞는 학과/대학을 탐색하고 대학별 전형정보를 비교/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사교육의 도움 없이 공교육 내에서 진학상담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취지다.

포털은 배치표와 유사한 형태로 기능할 예정이다. 학력평가/모의고사/수능성적 등을 입력하면, 전년도 입시결과를 토대로 지원가능점수를 제공하고, 지원가능여부를 판가름해주는 방식이다. 대학별로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가중치, 필수응시영역 등이 상이한 점에 착안해 입력된 성적을 토대로 지원하기 유리한 대학이 제시되며, 대학의 전년도 입학성적이 제공된다. 성적 기반 지원가능점수 등을 바탕으로 상담에 임하면 보다 상세한 상담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가능점수를 안내하는 배치표와 유사한 특성 탓에 수시에 비해 정시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서울대가 전체 수시 전형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제반서류가 주된 평가요소로 성적 이외에도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는 특성상 정성적인 정보공개로는 정보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전년도 내신성적을 제공하는 형태로 정보가 제공될 예정이다. 대교협은 학생부성적을 입력해 환산점수와 합격 가능성을 예측하는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포털 내 정보는 학교 내 진학상담에 주로 활용될 예정이며, 대교협에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추천받아 위촉/운영하는 전국단위 대입상담교사단이 포탈에 상주해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도 기능한다. 대교협은 전문대교협과 협의해 각 대학이 전형자료와 전형결과 등을 포털에 반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들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학 전형정보 비교/검색 기능을 운영해 희망 대학/학과의 전형정보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유리한 전형을 제공할 예정이다. 비교/검색 가능 대학은 4년제대학, 전문대를 통틀어 340개교가 될 전망이다.

포털은 3월말 열릴 예정이다. 2016학년 전형이 종료되는 2월말 이후 2017학년 모집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진 일정이다. 다만, 개설 이후인 4월말 사회수요에 맞춰 학과조정이 이뤄지는 프라임사업의 선정대학이 결정되며, 선정되지 않는 대학의 경우 조정안 이전의 학과체제로 회귀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기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입시의 시작에 맞춰야 하는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재혁 대교협 대학교육정보실장은 “대학/학과 정보를 한눈에 확인 가능하므로 스스로 입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지원 가능한 대학을 안내하고 1500개 고교에서 모은 합/불 사례를 토대로 심층상담도 한다”며 “그간 입시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수험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진학정보포털을 보는 상반된 시각.. 우려와 기대>
공교육의 새로운 시도인 포털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사교육이 제공해오던 배치표와 컨설팅 기능을 공교육 범주로 끌어오는 모습은 일견 긍정적이지만, 교육현장의 반응은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대학서열화가 공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사교육정보보다 실질적인 정보가 제공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야심차게 고입정보를 제공하겠다며 개설했으나 제 역할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고입정보포털 등의 존재도 포털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한다. 반면, 사교육이 쉽사리 손대지 못하는 다소 선호도가 떨어지는 일명 ‘중위권’ ‘중하위권’ 대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표출되고 있으며, 그동안 정보를 얻기 상대적으로 어려웠던 지방 거주 수험생들에게 유용한 정보제공의 루트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교육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학서열화 문제다. 우리나라 교육을 주관하는 교육부와 대입관련 업무를 주관하는 대교협이 주도한 포털은 공신력을 띄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학별 점수가 한 자리에 공개되면 대학마다 점수를 기반으로 상/하가 나눠지고 사실상 ‘대학 줄세우기’를 공교육에서 나서서 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학간의 줄세우기는 사교육 배치표에서도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사교육기관들의 공신력이 담보되지 않은데다 기관들간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명확한 줄세우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그간 대학 서열화 문제로 사교육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우던 교육부와 대교협이 스스로 나서 대학들의 줄세우기를 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대학서열화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교육부는 대학서열화를 막기 위해 대학들이 입시결과를 공개할 때의 기준점을 통제하지 않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현재 대학들이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입시결과의 기준점이 서로 다른 상황을 통해 서열화를 막겠다는 심산이다. 대학들은 입시결과 공개 시 기준점을 대학마다 천차만별로 두고 있다. 합격자를 기준으로 하는 대학이 있는 반면 등록자를 기준으로 하는 대학이 있고, 전체 합격자/등록자 중 입시결과 공개기준점의 비율도 상이하며, 입시에서는 표준점수를 반영하지만 백분위를 공개하거나 반대의 사례가 있기도 하며 지난해 대학별 환산점수를 기준으로 입시결과를 공개하는 등 서로 다른 기준으로 입시결과를 공개한다. 예를 들어 ‘합격자 상위 70%‘ ’합격자 상위 80%’의 경우도 동일선상에서 비교가 힘든 상황에서 ‘합격자 상위 70%’ ‘등록자 상위 75%’ 등 기준점이 완전히 어긋난 경우, 교육 수요자들은 공개된 점수를 해석할 수 없다는 맹점이 존재했다.

교육부의 방침은 대학들이 현행처럼 자율적으로 입시결과를 제공하도록 해 기준점을 모호하게 흩트려 대학간의 상하를 명확히 알 수 없게 만들겠다는 의도지만, 교육부의 방침이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으며, 동일선상에서의 점수공개가 아닌 탓에 정확한 비교가 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다만, 정확한 정보공개시 대학서열화가 우려되고, 모호한 정보공개시 정확한 비교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대학서열화 방지와 정확한 점수비교가 서로 상충되는 탓에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는 불가능하므로 향후 대학들의 점수공개 방식을 조정해나가는 방식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음으로 우려되는 부분은 실질적인 정보제공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다년간의 경력을 자랑하는 사교육기관들도 정확한 지원점수를 제공하는 일에는 혀를 내두르기 마련이다. 대학의 지원가능점수는 합격자 표본을 바탕으로 최상위권부터 성립되는 방식을 통해 추정되며 선호도가 떨어지는 대학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추정이 어려운 구조다. 입시 공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경력을 지닌 전문가들도 지원가능점수 추정은 쉽사리 분석할 수 없는 영역으로 꼽는다. 사교육기관 자체가 최상위권 또는 상위권을 타겟으로 하고 표본 보유도 상위권 이상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문제도 있으나, 중위권 또는 중하위권 대학의 입시분석이 수입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사교육기관들이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육부/대교협의 데이터가 방대한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사교육기관만한 데이터 해석 능력을 지녔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지원가능점수를 제대로 제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반면, 진학관련 전문가를 이번 포털 신설을 계기로 양성해 데이터 분석능력을 키워 향후 선호도가 다소 떨어지는 중위권, 중하위권 입시에까지 이정표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1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고교별 입시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개설한 ‘고입정보포털’의 선례도 이번 포털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교과부는 고입정보포털을 개설하면서 고교 유형별 특징과 입학전형 방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겠다며, 자기주도 학습전형과 학습 방법에 대한 설명자료, 시도별 고입전형의 절차, 방법, 일정 등 기본정보와 고교진학 통계, 관련 사이트 정보, 교과부와 교육청, 일선학교 입학 담당자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 등을 제공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현 정부 출범 이후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개점휴업 상태로 1년을 보내고 2013년에는 3개월간 잠정중단하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를 노출해왔다. 2013년 10월 재오픈 후에도 모집요강 2건만 업데이트하고, 2014년 6월 전면개편에 나섰으나 요강 탑재 시기 지연 등으로 정보의 신속성과 정확성에서 여전히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 고입정보포털은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자율형 공립고 요강을 자율형 사립고로 분류해 탑재하고, 모집요강을 누락, 중복등록하는 등 고교유형분류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유명무실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한편, 교육부는 교육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학교를 중심축으로 하는 공교육 진학상담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체 고교에 대입상담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교원연수를 연 2회 2만명 규모로 강화하며, 시/도교육청과 연계해 시기별 대입상담센터 상담교사단을 지난해 240명에서 올해 340명으로 확충해 운영한다.

교육부는 그밖에 대입전형 간소화정책이 현장에서 피부로 와닿을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노력을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각 대학마다 중구난방격이던 전형 명칭과 모집요강의 양식의 표준성을 강화하고, 교육청과 대학이 공동으로 열던 대입발전포럼을 정례화시켜 전형간소화, 대학간 공동전형, 학생부활용 내실화 등 자율적인 중/장기 대입발전방안을 모색/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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