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난새 서울예고 교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금난새(70) 서울예고 교장의 열정은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세계적 명성의 거장은 모교 서울예고에 2013년 10월부터 교장으로 자리하며 세계 무대에서 꽃피울 예비거장들의 예술혼에다 기쁨과 희망을 담는다. 금 교장이 그간 걸어온 소통 행보는 서울예고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교장실에 피아노를 갖추고 학생들을 불러 연주하게 하면서 힘을 북돋우고, 학생 중 일부는 금 교장 자신이 총감독이자 지휘자로 자리하고 있는 성남시립예술단의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린다. 유난히 높고 단단한 벽을 치고 있는 예고간 교류에도 첫 삽을 떴다. 대구 소재 경북예고 학생들과 서울예고 학생들의 협연을 금 교장의 주도로 예고하고 있다. 학사운영에 언제나 ‘을’의 입장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던 서울교육청엔 연주 ‘초청’을 받으며 순간 입장이 뒤바뀌기도 한다. ‘국가대표’ 예고인 서울예고는 금 교장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세계무대에 우뚝 선 듯하다.

거장의 이력은 나열하기 식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서울예고 서울대 졸업 후 베를린 음대에서 라벤슈타인 사사, 1977년 최고 명성의 카라얀 콩쿠르 입상 뒤 유러피안 마스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거쳐 모스크바 필하모닉, 독일 캄머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다. KBS교향악단 전임지휘자와 수원시향 경기필하모닉 인천시향 상임지휘자를 역임했다. 1998년부터는 ‘벤처 오케스트라’인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현 뉴월드 필하모닉)을 창단,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시민들을 위한 다채롭고 풍성한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이어진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는 금 교장의 소통행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회 전석 매진의 대기록을 세운 음악회로, 금 교장은 이후에도 ‘도서관 음악회’ ‘해설이 있는 오페라’ ‘포스코 로비 콘서트’ ‘캠퍼스 심포니 페스티벌’ ‘뮤직 인 잉글리쉬’ 등 청중의 눈높이에 맞춘 다채롭고 신선한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선보여왔다. 산업현장과 학교, 소년원, 군부대와 정부기관, 도서벽지 등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 꾸준히 소외지역 대한 문화향수의 기회를 제공해오고 있다.

기업과 예술의 성공적 만남을 이룬 공로로 2006년 한국 CEO 그랑프리 문화예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됐고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세종상 예술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2013년부터 모교인 서울예고 교장으로 취임, 현재 성남시립예술단의 총감독이자 지휘자, 한경 필하모닉의 초대 예술감독으로서도 ‘현장과 교육을 잇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금난새 서울예고 교장
- 모교 교장으로 자리한 소감과 포부는
“예술을 크게 교육분야와 연주분야로 나눈다면, 나는 그간 ‘시장’에서 연주 활동을 주력해오다 2013년 서울예고 교장으로 오면서는 교육에도 참여하게 된 것이다. 사실 교육만 되어서도, 시장만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조화를 이뤄가는 게 의미 있다. 일종의 산학협력 같은 것이다. 공대가 지식의 산실로만 자리해선 안 되고 실제 산업에 필요한 연구와 함께 할 때 의미가 있듯이 말이다. 서울예고는 교육 측면에서 서울대에 전국 고교유형 가운데 가장 많은 합격자를 낸다는 점에 있어서 학교로서의 역할을 굉장히 잘해왔다고 할 수 있다. 매우 자랑스러운 측면이지만, 서울대 진학 자체만을 가지고 만족해선 곤란하다. 우리나라 예술계를 생각하면, 우리가 또 눈을 떠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이왕 교장으로 자리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생각했다. 서울대 진학실적도 우수하지만, 우리나라에 필요한 예술인으로서 인간적인 덕목을 갖추고 창의성이 있으며 우리사회에 얼마나 공헌할 수 있는지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다. 예술은 능력을 평가하는 데 집중돼 있다. 콩쿠르에서 입상을 해야 한다든가 하는 건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물론 중요한 일이긴 하다. 다만, 교장으로서 갖는 생각은 예고에 다니면서 자신이 예술 분야를 개발하고, 자신의 역량이 우리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까지 교육과정에서 시각을 넓히는고 창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예술발전을 생각할 때 예고의 역할은 중요하다. 단순히 좋은 연주자가 생기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우리사회에 필요한, 사회와 호흡하는 예술가가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예고 다니는 젊을 때부터 하게 하고 싶고, 그런 학생을 키우고 싶다.”

- 주력하는 교육내용이라면
물론 대입엔 시험이 있는 것이니, 이에 부응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다만 예술이라는 건 수학과 다르기 때문에 욕심일 수는 있겠지만 그간의 교육활동은 그대로 추진하면서, 사회 속에 들어있는 예술에 대한 안내를 아이들에게 많이 하려 한다. 교내에서 벗어나 교육적으로 사회봉사하는 프로그램은 많다. 얼마 전 서울교육청에서 연주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종로구민을 위한 음악회 역시 800석 규모에 1000 여명이 찾아오는 등 호응이 좋았다. 계단에까지 앉아 자신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경청하는 청중들을 보며, 아이들이 ‘우리 사회가 우리의 음악을 필요로 한다’고 느낄 때 음악성은 더욱 커진다. 사회와 호흡하는 연주활동의 중요성도 체감한다. ‘내가 잘하는 걸 자랑하는 게 아니라 내 지식과 재능을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라고 느끼는 순간 변화가 일어난다. 교류도 필요하다. 대구 소재 경북예고 학생들과의 협연을 통해 소통문화를 키우고 싶다. 유럽이 정치적으로 경색되는 상황에서도 소통이 가능한 건 청소년들의 예술문화가 국경을 뛰어넘어 함께하고 있는 게 큰 힘이 되곤 한다. 소외지역을 찾아 연주활동을 하는 것, 예술을 하는 학생들끼리 교류하는 것 등이 자신이 잘하는 걸 혼자 알고 있거나 잘하는 걸 인정 받으려 하기보다는 함께 나눈다는 것의 즐거움, 그것이 곧 예술의 의미라는 걸 학생들이 현장에서 깨닫게 하는 게 교육장으로서 하고 싶은 것이다.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고 해외로 뻗어가게 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것은 균형이 있어야 한다. 교육현장과 무대, 사회가 함께 호흡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 예술교육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대 진학실적, 콩쿠르 입상실적이 뛰어나다고 우리사회가 갑자기 선진사회가 되는 건 아니다. 진학실적과 입상실적 역시 의미가 있지만, 자랑이나 자만에 빠지지 않고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예술활동을 우리아이들이 펼칠 수 있도록, 편견의 벽을 교육이 무너뜨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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