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 223호 餘滴 - 기자 방담

간혹 ‘오늘의 운세’를 찍어봅니다. 얘네는 언제나 ‘아버지는 남자다’라 외칩니다. 해선 안 될 것 하지 말라 하고, 하면 좋을 것 하라 합니다. 그런데도 가끔은 열어보게 되는 건 ‘얼추 맞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재미 삼아, 혹은 ‘기본’을 다짐하기 위해 들러 봅니다. 저의 이달 운세는 “당신이 노력한 만큼 보답 받게 되는 한 달”입니다. “최선을 다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으며,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한 달”이라 합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 통하지 않는 게 어쩌면 입시인지도 모릅니다. 지난 한 주, 대입 정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탐구 유불리 현상은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 진리를 저버리는 현실이었습니다. 올해 수능은 과탐에 특히 유불리 현상이 심해 각 대학 변환표준점수가 뒤늦게 공개되고, 변표를 적용하지 않은 입시기관별 배치표가 돌아다니면서 더욱 큰 현장혼란이 초래된 특징도 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쉬운 수능’ ‘학습부담 완화’의 목소리가 커져 가지만, 이 구호들은 거짓말 아닐까. 사회에 나와 본 어른들은 압니다. 대가 없는 보상은 없다는 걸. 최선을 다해도 인정 받지 못하는 결과 역시 많다는 걸. 적어도 우리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다’는 믿음을 안겨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대수준을 잔뜩 높여놓고 쉽게 공부해도 된다는 앞뒤 안 맞는 얘길 하는 대신, 열매를 얻으려면 온 힘을 다해 꽃을 피우고 떨궈내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팩트’를 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영재 아니면 영재학교 엄두도 못 내게 하고, 공부에 소질이 없다면 자신이 잘하는 뭔가를 찾아 직업교육으로 전환하도록 입시를 아주 어렵게(복잡하게 말고 어렵게) 하자면, 톱100의 ‘고교 서열화’ 걱정 공격보다 더한 공격을 받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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