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차이 심한 과탐이 원인.. 선택과목 조합도 변수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연세대 의예과의 합격선이 서울대 의예과 점수보다 높아져야 할까. 진학지도 교사들과 입시기관들 사이에서 서울대 의예과와 연세대 의예과의 점수 배치를 놓고 고민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과학탐구 Ⅰ과목과 Ⅱ과목 사이에서 난이도 차이가 심해 변환표준점수의 기반이 되는 백분위에서 점수차가 나기 때문이다. 물리Ⅰ은 2점짜리, 생명과학Ⅰ은 2~3점짜리 1개를 틀려도 백분위가 100점인 반면 생명과학Ⅱ는 2점짜리 1개를 틀리면 백분위 96, 3점짜리 1개를 틀리면 백분위가 93까지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서울대가 서로 다른 과목의 Ⅰ+Ⅱ 또는 Ⅱ+Ⅱ 조합을 선택해야 하는 반면 연세대는 서로 다른 과목이기만 하면 Ⅰ+Ⅰ도 지원이 가능해 Ⅱ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서울대 지원자들의 성적이 Ⅰ과목 2개를 선택한 연세대 지원자 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이투스는 입시기관 중 연세대 의예과 배치점수를 서울대 의예과보다 표준점수 기준 5점을 높게 잡은 상태다.

일선 고교 현장의 진학지도교사 중 일부는 연세대 의예과와 치의예과 점수가 높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탐이 3과목 반영되던 시절 Ⅱ과목에서 변별이 발생했으나 2과목 반영이으로 줄어들면서 선택자가 Ⅱ과목 선택자가 크게 줄어들고 서울대를 염두에 두지 않고 애초에 의대 진학만을 목표로 Ⅰ+Ⅰ 조합을 선택하는 학생이 상당수 있다는 점이 근거다. 서울시내 고교 교사들은 8개 지구에서 수합한 자료를 바탕으로 Ⅰ+Ⅰ 조합에서 527점이 넘는 학생이 4명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Ⅰ+Ⅰ 조합자 중 고득점자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는 데이터도 제시했다.

서울대 의예과가 높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군 서울대 의예과 지원자가 대부분 나군에서 연세대 의예과를 지원한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한다. 강남대성의 지난해 서울대 의예과와 연세대 의예과 합격자들의 점수 자료와 올해 강남대성 서울대 의예과 지망생 점수 자료를 살펴보면 화학Ⅰ+생명과학Ⅱ 조합자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라는 자료가 제시됐다. Ⅰ과목 만점자가 많으나 의학계열 지망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생명과학Ⅰ은 전국 14만2978명 중 53명에 불과하고 고득점자도 많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작용한다.

▲ 2016 수능 과탐 과목의 난이도 차이 탓에 서울대 의예과와 연세대 의예과 배치점수를 두고 진학교사들과 입시기관 사이에서 고민이 깊다./사진=베리타스알파 DB

<서울대 의대 vs 연세대 의대.. 과탐 과목 난도차가 근본 원인>
2016 수능에서 자연계열 최고 모집단위를 두고 서울대 의대가 될 것인지 연세대 의대가 될 것인 것 교육계에서 논란이 많다. 배치표 상으로도 차이가 매우 근소하거나 연세대 의예과를 서울대 의예과보다 높게 잡은 입시기관도 존재한다. 이투스는 서울대 의예과를 표준점수 기준 526점, 연세대를 531점으로 합격선을 전망했다. 대성은 서울대 의예과 526점, 연세대 의예과 525점을 합격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비상과 유웨이는 서울대 의예과 528점, 연세대 의예과 527점이다.

2016 정시 의예과 합격선 비교
기관 서울대 연세대
이투스 526 531
비상 528 527
유웨이 528 527
대성 526 525

논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탐 난이도 차다. 상위권 대학이 주로 반영하는 백분위 기반 변환표준점수에서 기준이 되는 백분위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물리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화학Ⅱ는 만점자의 백분위가 100점이지만 화학Ⅰ과 생명과학Ⅱ는 99점, 지구과학Ⅱ는 96, 물리Ⅱ는 94점이다.

Ⅰ과목과 Ⅱ과목에서 1개를 틀리는 경우에 따른 백분위 차가 커진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물리Ⅰ은 2점짜리를 틀려도 백분위 100, 생명과학Ⅰ은 2점짜리나 3점짜리 1개를 틀려도 백분위 100을 받는다. 반면 생명과학은 2점짜리 1개를 틀리면 백분위가 99점에서 96점으로 3점이나 깎인다. 3점짜리 1개를 틀리면 93점까지 떨어진다. 물리Ⅱ는 만점이 백분위 94, 지구과학Ⅱ는 만점이 96이라는 점에서 1개 문제를 틀리면 백분위를 낮게 받아 변표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과목 선택으로 인한 유불리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서울대와 연세대에 지원가능 한 과탐 조합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서울대 의대와 연세대 의대의 배치점수를 놓고 논란이 빚어진다. 서울대는 서로 다른 Ⅰ+Ⅱ 또는 Ⅱ+Ⅱ 조합으로 Ⅱ과목이 필수인 반면 연세대는 서로 다른 과목이기만 하면 Ⅰ+Ⅰ 조합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에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다.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대교협 정시박람회에서 배포된 연세대 변환표준점수와 공식을 활용해보면 화학Ⅰ+물리Ⅱ를 선택해 만점을 받은 정민건 군을 앞서는 케이스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정군은 연세대식으로 591.84점을 받게 된다. 정군이 받은 화학Ⅰ 백분위 99, 물리Ⅱ 백분위 94를 활용해 탐구 변표 67.24, 64.16점을 구한 후 연세대 반영공식에 따라 국어A 표준점수 134점, 수학B 표준점수 127점, 영어 표준점수 136점을 활용해 국어A, 영어는 표준점수 그대로 더하고 수학B 표준점수와 과탐 2과목 변표의 합에 각각 1.5를 곱해 더한 값을 900으로 곱하고 다시 1000으로 나누면 591.840점이 나온다.

정군의 연세대식 점수는 대구 경신고에서 국어A 수학B 영어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선택해 국어A, 영어, 생명과학Ⅰ에서 틀린문제가 나온 학생에게 밀린다. 대구 경신고에서 국어A 130, 수학B 127점, 영어 133점, 생명과학Ⅰ 74점(백분위 100), 지구과학Ⅰ 72점(백분위 100)을 받아 536점을 받은 학생은 연세대식 환산점수로 592.776점이다. 화학Ⅰ+물리Ⅱ를 선택해 만점을 받은 학생보다 0.936점이 높다.

<연세대가 높다는 측의 견해.. 서울대 고려 없이 의대를 위한 Ⅰ+Ⅰ 조합자 상당>
연세대 의대가 높다고 보는 측의 견해는 백분위 점수에서 Ⅱ과목대비 유리한 Ⅰ과목만 2개를 선택한 학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기반한다. 서울시내 한 고교의 진학담당 A교사는 “예전에는 Ⅱ과목에서 항상 변별력이 나면서 서울대 의예과에 가는 학생들이 연세대 의예과도 지원해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울대를 목표로 하지 않고 의대만 진학하겠다고 해서 화학Ⅰ+생명과학Ⅰ 같이 Ⅰ과목 2개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상당하다. 4개영역 표준점수 합으로 527점을 넘는 학생들이 도수상으로 많다. 가군에서 Ⅰ+Ⅰ조합으로 인해 서울대 의대 지원이 불가능해 경희대 의대를 쓴다 하더라도 나군에서 연세대 의대를 안 쓸 이유가 없는 학생이다”고 말했다.

이어 A교사는 “서울시내 8개 지구에서 수합한 자료에 따르면 Ⅰ+Ⅰ 조합으로 527점 이상인 학생이 4명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수시에서 합격하느냐가 변수가 되겠지만 될 가능성이 낮다. 재학생인데 Ⅰ+Ⅰ을 선택했다는 것은 서울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대를 생각해서 Ⅰ+Ⅱ를 선택했다면 학생부종합을 준비했을 테지만 Ⅰ+Ⅰ을 선택했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에 대한 대비를 했을 가능성이 낮다. 이런 케이스들이 상당하다고 본다면 연세대 의예과는 확실히 영향권에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고교의 진학담당 B교사는 “의외로 수능에서 서울대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 연세대 의예과가 충분히 높을 수 있다. 지난해 통계와 올해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대 지원 가능한 Ⅰ+Ⅱ 조합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비교하면 Ⅰ+Ⅰ 조합의 학생이 많다. 복잡한 입시에 적응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연고대 중심으로 지원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교의 C교사는 “Ⅱ과목 응시자가 급감한 결과다. 과거 과탐을 3과목 반영할 때에 비해 응시자 수가 1/4 수준으로 줄었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최저학력기준이 3개영역 2등급 이내로 올라가면서 서울대 지원하지 않겠다는 학생도 생기면서 Ⅱ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Ⅰ+Ⅰ 조합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D교사는 범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면 배치표 점수를 연세대 의예과를 서울대 의예과보다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범위가 문제인데 연세대 의예과나 치의예과 정도를 높게 잡으면 큰 문제가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서울대 의예과 지원자가 연세대 지원.. 영향이 적다는 반론>
서울대 의예과가 더 높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가군 서울대 의예과 지원자와 나군 연세대 의예과 지원자 상당수가 겹친다는 것이 근거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연세대 의예과 18명 중 2명만 Ⅰ+Ⅰ 조합이고 나머지는 모두 화학Ⅰ+생명과학Ⅱ로 나타난다. 이론적으로 Ⅰ+Ⅰ 조합자가 많다 하더라도 연세대 의예과 지원자가 서울대 의예과 지원자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지 않겠냐는 것이 입시기관들의 예측 이유다. 이투스가 연세대 의예과를 서울대 의예과보다 높게 잡은 상황이다. 고민을 깊이 했지만 커트라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원자 데이터와 올해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도 서울대 의예과와 연세대 의예과 추이가 비슷하다는 것도 근거가 된다. 지난해와 비슷하게 화학Ⅰ+생명과학Ⅱ 조합자가 많으며 강남대성에서 N수생 데이터 상 상위 12등 정도까지가 서울대 의예과 합격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만기 이사는 “대성에서 서울대 의예과 지망학생을 조사했는데 30명 정도가 지원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상위 17명 중 화학Ⅰ+생명과학Ⅱ 선택자가 1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대성 14등까지가 4개영역 표준점수 합으로 527점이며 그 중 생명과학Ⅱ에서 1개를 틀려 527점을 받은 학생이 4명이다. 영어 3점짜리를 틀려 526점을 받은 학생이 3명이다. 강남대성에서는 지난해의 경우를 비추어 봐 영어 3점짜리 1개를 틀려 526점을 받은 학생을 커트라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영덕 소장은 매년 강대 12등 정도가 서울대 의예과에 붙는다고 분석하는데, 올해 지난해 기준 변표로 적용하면 영어 3점짜리 1개를 틀려 526점을 받은 학생이 생명과학Ⅱ 3점짜리 1개를 틀려 527점을 받은 학생보다 점수가 높다고 한다. 동점자 처리기준인 학생부에 의해 결판이 나지 않겠냐고 전했다”고 밝혔다.

Ⅰ과목에서 백분위 점수를 높게 받는 경우가 있지만 Ⅰ과목에서 모든 문제를 맞힌 학생이 적다는 점도 근거다. 의예과 지망생들이 Ⅰ+Ⅰ 조합에서 많이 선택하는 생명과학Ⅰ이 14만2978명의 응시자 중 만점자가 5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대청운고 박상현 학생처럼 생명과학Ⅰ+화학Ⅱ에서 화학Ⅱ 2점짜리 1개만 틀리고 나머지 문항을 다 맞힌 사례가 매우 드물고 특별한 케이스로 불리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2015 정시 강남대성 N수학생 서울대 의예과 합격 여부
연번 조합 틀린문항 성적표상 서울대 연세대 합격
표준점수 변환점수 변환점수
1 화Ⅰ생Ⅱ 없음 533 526.4 596.025 합격
2 화Ⅰ생Ⅱ 없음 533 526.4 596.025 합격
3 화Ⅰ생Ⅱ 없음 533 526.4 596.025 합격
4 물Ⅰ지Ⅱ 없음 532 525.8 594.6345 합격
5 화Ⅰ생Ⅱ 생Ⅱ 3점 531 525.8 594.6345 합격
6 화Ⅰ생Ⅱ 생Ⅱ 3점 531 525.8 594.6345 합격
7 화Ⅰ생Ⅱ 생Ⅱ 3점 531 525.8 594.6345 합격
8 물Ⅰ생Ⅱ 생Ⅱ 2점, 3점 530 525.06 594.6345 합격
9 화Ⅰ생Ⅱ 생Ⅱ 2점, 3점 529 525.06 594.6345 합격
10 화Ⅰ생Ⅱ 생Ⅱ 2점, 3점 529 525.06 594.6345 합격
11 화Ⅰ생Ⅱ 생Ⅱ 3점 2개 528 524.69 593.0955 합격
12 화Ⅰ생Ⅱ 생Ⅱ 3점 2개 528 524.69 593.0955 불합격
13 화Ⅰ생Ⅱ 생Ⅱ 3점 2개 528 524.69 593.0955 불합격
* 12, 13번 학생 : 동점자 처리기준인 학생부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추정

2016 수능 영역별 백분위-표준점수 표
백분위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100 72   76 72   68    
70 74    
73    
99 69 67 72 70   66 65  
71    
98 68   70 69        
67   69        
97   65 68 68   65    
96 66   67 67     64 64
95 65 64   66        
94 64   66   63 64    
93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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