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에 맞선 6개대학 공동대응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2018 대입의 향배가 현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재 고1이 치르는 2018대입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미 2017대입까지는 기본사항과 대학별 전형계획이 확정됐고 내년 4월까지 교육당국이 제시한 기본 틀과 바뀌는 변수에 맞춰 대학별 전형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유동적 상황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이미 대입 간소화지침으로 학생부종합확대, 논술/특기자/정시 축소의 대입 기본 방향을 제시했고, 쉬운 수능의 기조에다 2018 영어 절대평가를 더해 수능의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대학들은 고교교육정상화지원사업과 대학 구조개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당국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선에서 2018 전형계획을 통해 실익을 극대화할 묘수풀이에 나서야 한다. 통상 대학별 전형계획의 향배는 위에서 아래로 정리되는 메커니즘상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 대학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된다.

현장에선 서울대의 논술확대 등 소문과 관심이 파다한 가운데 2018 대입에 대해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힌 대학은 고대였다. 정시축소, 논술폐지라는 파격적 입시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연대 성대등 6개대학이 ‘현상유지’방침으로 대응했다. 이제 2018 전형의 판도를 가늠할 시금석은 서울대와 서강대 경희대의 움직임이다. 고교현장에 학생부종합 확대를 선도해온 서울대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이고 올해초 정시 폐지의 가능성을 언급했던 서강대는 정시 폐지까진 아니더라도 수시 정시 모두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는 입학처장 모임에 참석했다가 공동대응에서 한 발을 빼 배경을 놓고 학생부종합의 확대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는 상황이다.

결국 서울대 고대가 만든 학생부 종합의 대세에 반사이익을 노린 연대와 성대가 정시와 논술 특기자를 고수하면서 맞서고 일부 상위대학들은 현재 수준으로 학생부종합 논술 정시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학생부종합 확대, 수능영향력 축소의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2018 대입의 향배가 현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장에선 서울대의 논술확대 등 소문과 관심이 파다한 가운데 2018 대입에 대해 가장 먼저 입장을 밝힌 대학은 고대였다. 정시축소, 논술폐지라는 파격적 입시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연대 성대등 6개대학이 ‘현상유지’방침으로 대응했다. 이제 2018 전형의 판도를 가늠할 시금석은 서울대와 서강대 경희대의 움직임이다./사진=베리타스알파DB

<6개 대학의 ‘현상유지’ 입장.. ‘공동대응?, 다른 속내’ >
서울 6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논술을 유지하고, 급격한 학생부종합의 확대/정시의 축소를 지양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18 대입에 대한 입장을 24일 공동발표했다. 현재의 대입기조를 유지한다는 얘기다.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서울 6개 대학 입학처장은 “대입전형의 파격적 변화를 지양하고 현행 대입전형의 틀을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상위권 대학 입학처장들의 공동 대응은 2013년 선택형 수능시험 도입 당시 실시유보를 주장한 이후로 처음이다.

6개 대학 입학처장은 의견서를 통해 △수시 학생부/논술/특기자전형 인원 적정선 유지 △정시 인원 적정선 유지 △수능의 적절한 활용 △면접 전형의 적절한 활용을 2018학년 대입전형 설계의 방향으로 제시하며, "각 대학 사정에 따라 점진적 증감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면 폐지나 대폭 확대 또는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입학처장들은 공동발표의 배경으로 “2018학년도 논술 폐지, 학생부종합 증원, 면접구술고사 강화, 특기자전형 축소/폐지 등에 대한 때이른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섣부른 예단과 근거없는 소문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 발표 예정인 2018학년 입학전형 기본계획에 앞서 의견을 밝힌 데 대해서는 "대입전형 설계의 전반적 방향을 미리 알리는 것이 수험생, 학부모, 고교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준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입학처장들은 “대입전형이 아무리 좋은 변화일지라도 폭과 속도를 적절히 조율해야 수험생, 학부모, 고교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며, “현재 학생부/수능/논술/특기자의 4가지 틀이 존재이유를 확보하고 교육적인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고, 학생부 중심교육과 논술교육은 불가분의 관계로 양립 없이 고교교육 선진화 실현은 어렵다는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6개 대학 입학처장단의 의견발표는 지난달 발표된 고려대의 2018 입시개편안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서울대가 이미 논술을 폐지하고 학생부종합 중심 수시체제를 선도하는 상황에서 고대가 같은 노선에 합류함으로써 연대 이하 대학들에게 입장표명을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6개 대학은 일단 2018 대입에서 ‘현상유지’에 동참하는 대응책을 내세웠다. 현상유지의 명분은 급격하게 전형을 흔들지 않음으로써 수요자에게 안정성을 부여하는 것이었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6개 대학의 현재 전형운영이 확연히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공개된 6개 대학의 2017 전형계획을 뜯어보면 대학별 지향점은 금세 드러난다. 수시비중은 외대(58%)를 제외하고 70% 안팎으로 비슷하지만 수시의 무게중심과 비율은 차이가 있다. 한양대와 중앙대는 각각 학생부종합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52.4%(1073명) 43.8%(1361명)를 선발해 학생부종합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연세대는 40.7%(978명)를 선발하는 특기자에 성균관대는 41.2%(1021명)를 선발하는 논술에 각각 무게를 싣고 있다. 비슷한 전형구조의 한양대 중앙대도 특기자의 폐지여부로 엇갈린다. 어학특기자를 공통적으로 운영하는 한국외대와 이화여대는 학생부교과/종합 논술 전형을 전부 운영한다. 결국 정시폐지 학생부종합확대의 고대 방식에 동의하지 않을 뿐 6개 대학역시 학생부종합과 특기자전형에 대한 입장에서 메울 수 없는 간극을 지닌 셈이다. 

<서강대 경희대의 선택은>
6개 대학의 움직임에서 한발 뺀 서강대와 경희대의 입장은 무엇일까. 입학처장 모임은 함께 한 상황이지만 2개 대학은 최종의견 발표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를 제외한 상위 9개 사립 대학 입학처장은 그동안 모임을 통해 대입현안에 대한 조율과 공동대응으로 보조를 맞춰왔다. 선택형수능시험 도입, 내신반영비율 조정 등 대입현안에 대해서 공동의견을 낸 바 있다.

일단 2개 대학은 ‘현상유지’방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서강대는 이미 정시폐지 등 파격적 입시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상태여서 전형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임경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5월말 “정시폐지와 수시 수능최저 폐지를 위한 방안마련에 착수했다. 종단 연구의 툴을 탄탄히 갖춰 분석을 제대로 해왔다. 학업능력은 수능과 학생부성적 1등급과 2등급 사이의 차이가 없다고 본다. 대학에 들어와서 따라올 정도의 탄탄한 학습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충분히 선발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본지에 밝힌 바 있다. 이미 종단연구 등을 통해 자격고사화 돼가는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쪽으로 입시개편을 추진해온 셈이다. 다만 올해 수능이 의외로 변별력을 지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내부에서 정시의 폐지 보다는 수시 정시에서 모두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수정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시축소, 수시 수능최저 폐지정도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희대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내년3월 입시계획안 발표가 계획된 상황에서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고려대의 입시개편안 발표 이후 전형방법 변경에 대해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6개 대학의 논술 유지 등 기본 기조에는 동의하나 전형계획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가 진행되는 중이기 때문에 의견발표에 동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부에서는 사정관제에 대한 체제가 비교적 탄탄하다는 점에서 학생부종합의 확대 쪽으로 가닥잡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태다.

<정시축소와 학생부종합확대의 대세, 서울대 고대>
고려대는 10월말 2018 대입개편안을 통해 논술을 폐지하고 정시를 15%로 축소하며, 기존 학교장추천전형이던 고교추천전형을 모집인원의 50%까지 확대해 학생부종합을 강화하는 등 파격적인 입시개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미 논술을 폐지하고 모집인원의 75%를 학생부종합으로 선발하는 서울대의 뒤를 이어 고대가 같은 노선을 선택한 셈이다.

고대의 ‘2018입학전형 방향’은 2018 수능 영어 절대평가와 쉬운 수능 기조에 대한 대학의 공식적인 첫 반응이었다. 고려대는 2017학년 모집인원의 25.9%(983명/3799명)를 차지하는 정시전형을 2018학년 15% 내외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라 수능의 변별력이 약화되는 상황에 대처하고 수능점수에 따라 단편적 평가를 행하던 기존의 평가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다”고 설명했다. 아예 김재욱 고려대 입학처장은 정시 폐지까지 언급했다. 김 처장은 “수능이라는 제도가 지금처럼 변별력이 없다면 수능 점수로 학생을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정시를 줄여나가되 정시를 폐지할지는 수능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전형에 대해 일부 전형은 최저 폐지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처장은 “현재 수시 모든 전형에서 활용하고 있는 최저학력기준도 일부 전형에 대해서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전형계획을 1월쯤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서울대는 학생부종합중심의 현상유지가 유력하다. 다만 정시의 축소 가능성은 유동적이다. 고대의 정시 범위가 15%인데다 서울대역시 2014학년 17%까지 내렸다는 전례에 비추어 보다 공격적 수시확대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수시 확대에 따른 정시의 축소 범위는 어떻게 될까. 이미 상위권 대학 중 정시를 폐지한 학교가 있고 정시 비중을 20% 미만으로 크게 축소한 대학도 존재한다. 포스텍은 정시 선발없이 수시로만 100% 신입생을 선발한다. KAIST는 2009학년부터 2013학년까지 5년간 정시 없이 수시로만 학생들을 선발해오다 2014학년부터 30명 내외를 정시에서 선발하고 있다. 

남은 문제는 없을까. 사실 학생부종합 확대와 정시 축소는 시대의 흐름과 맞물린 사안이다. 정량 평가의 잣대였던 수능이 퇴조하고 정성 평가를 통한 시대적 흐름은 학생부종합이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교육당국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쉬운 수능 기조를 내세웠고 영어 절대평가를 통해 수능을 자격고사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제는 시간으로 보인다. 학생부종합의 확대와 정시축소의 시대흐름을 거부하는 전문가는 없다. 다만 입시에서 수요자들이 받을 충격을 감안하면 학생부종합의 여건을 숙성시키는 시간만큼 정시축소의 움직임도 서서히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부분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학생부종합을 확대할 만큼 대학들의 여건이 탄탄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재수생을 포함해 뒤늦게 철든 학생들의 패자 부활전의 여지도 남겨두어야 한다. 양쪽이 서로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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