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세계대학평가 논란.. '자화자찬' VS '논문위주'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고려대가 KUBS랭킹을 발표하며, 국내 대학 최초로 세계대학랭킹 발표에 나섰다. 경영학에 한정되긴 했으나, 국내 대학이 주도해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랭킹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대가 스스로를 국내 대학 최고 순위에 올려놓은 모습에 ‘자화자찬’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고대는 공정한 순위임을 주장하는 상황. 고대의 KUBS랭킹이 공신력 있는 랭킹으로 자리잡을지, 수많은 랭킹 중 하나에 머무를지는 다른 대학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순위를 고대가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대 경영대 경영학연구 분석센터는 KUBS(Korea University Business School) 세계 경영학 리서치 랭킹을 16일 발표했다. 김동원 고려대 학장은 “수동적인 평가대상이 되는 것을 넘어 현존하는 세계대학 랭킹을 주체적으로 보완하고 발전시키고자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랭킹 신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KUBS랭킹은 86개 경영학 저널을 출처로 최근 5년 사이에 간행한 4만여 개 경영학 논문을 활용해 ▲세계랭킹 ▲분야별 랭킹 ▲저널별 랭킹을 각기 나눠 발표한다. 분야별 랭킹은 △Accounting △Finance △Management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MIS) △Marketing △Operations Management & Management Science(OM/MS) △International Business(IB)&Strategy 등 7가지 분야로 분류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의 저널을 기반으로 한 올해 세계랭킹은 논문의 저자 수와 소속 학교 수를 반영한 환산점수의 총합을 기준으로 300위까지 발표됐다.

세계 1위는 미국의 펜실베니아대가 차지했다. 펜실베니아 경영대는 국내에는 와튼 스쿨로 널리 알려져 있다. 2위는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대다. 영미권 대학에 친숙한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대학이지만 경영학 분야에서는 뛰어난 연구 실적을 자랑하는 대학이다. 3위 미시건대, 4위 하버드대, 5위 MIT, 6위 펜실베니아 주립대, 7위 토론토대, 8위 홍콩시립대, 9위 스탠퍼드대, 10위 뉴욕대 순으로 톱 10을 형성했다. 다음으로 11위 홍콩폴리텍대, 12위 싱가포르 국립대, 13위 텍사스오스틴대, 14위 애리조나 주립대, 15위 메릴랜드대, 16위 노스웨스턴대, 18위 텍사스 A&M대, 19위 조지아텍, 20위 컬럼비아대 순이었다.

아시아권에서는 8위 홍콩시립대와 11위 홍콩폴리텍대, 12위 싱가포르국립대를 비롯해 27위 홍콩과기대, 47위 홍콩중문대, 52위 난양공대, 66위 타이완국립대, 68위 칭화대 등 12개 대학이 100위 안에 자리했다.

국내 대학은 4개 대학이 300위 내에 들었다. 75위 고려대, 171위 서울대, 175위 KAIST, 183위 연세대 순이다. 고려대가 서울대를 100위 가까이 앞서는 등 다른 국내 대학에 비해 높은 순위를 기록한 점 때문에 고려대의 ‘자화자찬’식 랭킹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평판도 등의 평가지표 반영여부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가 어렵긴 하나 세계대학랭킹 중 가장 널리 통용되는 QS랭킹 중 Accounting&Finance 분야 순위는 43위 서울대, 51위~100위 KAIST 고려대 연세대 순이란 점과 Business&Management 순위는 33위 서울대, 45위 고려대, 48위 연세대, 51~100위 KAIST 순이란 점도 고대의 집안잔치란 비판에 힘을 싣는다.

반면 고대 측은 평가의 공정성을 주장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도 “권위 있는 경영학 분야 저널의 모든 논문을 데이터베이스화 했기에 각종 국제 기관의 대학평가에 핵심지표로 사용 가능한 것은 물론 세계 경영대학의 경영학 연구 성과 평가를 선도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고대가 대학이 직접 나서 랭킹을 발표하는 첫 사례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선례가 존재한다. 네덜란드의 라이덴대학교가 주관/발표하는 라이덴 랭킹은 톰슨로이터의 DB를 활용해 학술분야에 집중된 랭킹을 발표하며, 중국의 상하이자오퉁대가 주관/발표하는 세계대학학술순위(ARWU)는 졸업생/교수의 노벨상 및 필즈상 수상실적과 연구자의 피인용빈도, 네이처/사이언스급 학술지에 논문게재 등을 활용해 랭킹을 발표한다. 미국의 UT댈러스대도 경영대 연구성과 순위인 UTD랭킹을 발표한다.

고대는 향후 연 2회 랭킹을 발표할 계획임을 밝혔다. 국내 타 대학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순위를 고대가 제시할 수 있는지 여부가 KUBS랭킹이 대학랭킹의 한 축으로 자리할지, 신뢰도가 담보되지 않는 여러 랭킹 중 하나에 머무를지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세계대학평가 관련 전문가는 “랭킹은 만드는 데 드는 노력도 크지만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도 만만찮다”며, “국내 대학들조차 납득하지 못하는 순위가 계속 발표되면 KUBS 랭킹은 자연스레 신뢰도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