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당일 영수 등급컷 100점 예측, 가채점후 꼬리내려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2016 수능이 ‘독극물 수능’, ‘뜨거운물 수능’ 등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6월 모평과 9월 모평에서 쉬운 수능 기조로 일관해오다 갑작스럽게 변별력이 있는 문제를 출제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다. 하지만 수능 당일 '영어 1등급컷 100점'등 일부 입시기관의 억측과 망발이 대세를 이루면서 전반적 분위기를 '오해'하게 한 측면이 강하다. 시험장을 나온 수험생 반응과 가채점이후 사태를 파악한 입시시관들이 상황을 바로잡기 시작한 것은 등급컷 발표부터다. 가채점이 일부 이뤄진 다음 오후 6시 이후부터 올라온 예상 등급컷은 하루내내 인터넷을 달구던 '여전한 물수능'을 뒤집는 '끓는 물 수능'의 반전이었다. 

빗나간 분석의 선두는 진학사와 종로학원하늘교육이다. 올해 예상 등급컷이나 체감난이도 면에서 가장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영수에서 1등급컷 100점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진학사는 낮시간동안 수학B형과 영어의 1등급 컷이 100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7시42분 최초 공시 등급컷을 기준으로 수학B형은 96점, 영어는 92점이 될 것이라고 꼬리를 내리며 이전 전망을 무색하게 했다. 수학B형의 경우 오후3시35분 뉴시스 보도에서는 진학사가 수학A형 98점, 수학B형 100점일 것이라 보도했다가 오후4시17분 머니투데이는 진학사가 수학A 96점, 수학B형 98점으로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오후 7시42분 진학사 홈페이지는 수학A와 수학B형 모두 96점이었다.

종로하늘은 분석도 억측이었지만 임성호 대표가 ‘종로학원 강사들의 의견은 수학B 100점이 대세’라는 표현을 써 비난을 샀다. 통상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 대표나 입시연구소 소장 격 인사가 멘트를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멘트에서 학원 강사들의 분석임을 명시한 점을 놓고 학원가에선 말이 많았다. 잘못된 분석인 경우 자신의 책임이 아닌 내부 구성원인 강사들에게로 떠넘기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이다. 수험생들에 대한 신뢰는 물론 내부 구성원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 일부 입시기관들의 과도한 언론 노출 욕심이 불러온 결과다. 6월 9월 모평은 교육청 감독 아래 재수학원에서 실시하면서 재수생들로부터 체감 난도를 즉각 파악할 수 있지만 수능은 다를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이 수험장을 철저히 감독하면서 외부와 철저히 차단하기 때문에 체감난도를 반영한 분석자료를 실시간으로 내기 어렵다.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빠져 나오고서야 체감 난도를 파악할 수 있어 입시기관의 분석과 학생들이 입력한 채점데이터 기반의 등급컷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거울 삼아 보다 입시기관은 실시간 분석의 경우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쪽박’ 진학사.. ‘부실하고 섣부른 분석’>
이미 모평 학평 등급컷에서 신뢰도를 떨어뜨려온 진학사는 수능을 계기로 신뢰도에 치명적 내상을 입은 듯하다. 입시기관마다 실시한 채점서비스부터 수험생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모의 지원 수험생을 기준으로 오후7시35분을 기준으로 스카이에듀 7만7923건, 이투스 7만4846건, 메가스터디 6만957건, EBS는 2만5665건 등으로 최소 2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채점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진학사는 3710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오후 8시 기준으로 스카이에듀 8만3434건, 이투스 8만756건, 메가스터디 6만5117건 등이었다. EBS는 7시35분과 동일한 2만5665건이다. 반면 진학사는 4214명에 그쳤다. 종로학원 하늘교육은 채점서비스 이용이 아닌 ‘조회수’라는 점이 소폭 차이를 보인다. 오후7시35분 기준 7만2103건, 오후 8시 기준 9만2108건이다.

수험생들의 외면은 6월 모평부터 쌓아온, ‘부실하고 섣부른 분석’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6월모평 당시 수학B형 1등급컷을 92점으로 내놓은 진학사는 '지난 수능 보다 쉬웠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관계자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들었다. 지난해 수능B형 1등급 컷은 100점. 수학시험 직후 진학사만  '나홀로' 수학이 쉬웠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등급컷추정에서 1등급컷을 92점으로 낮춰 잡으면서 '실수'를 바로잡은 듯하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학A형은 작년도 수능에 비해 쉽게 출제됐고, 교과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여 기본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한 문제들을 위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 수학B형은 작년도 수능보다는 다소 쉬웠다. 수학B형의 문제 유형이나 구성은 기존 수능이나 모의평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기본 개념과 원리를 기반으로 한 문제들을 위주로 평이하게 출제됐다"고 밝혔었다.

올해 수능 역시 섣부른 분석을 내기는 마찬가지였다. 수험생들이 수험장을 빠져나오기 전 발표한 자료는 ‘쉽다’는 분석 일색이었지만 수험생이 입력한 채점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시한 등급컷은 수험생이 시험장에 있을 시각에 발표한 점수보다 하향됐다.

진학사의 가장 충격적인 분석은 100점을 예상한 영어영역. 조선에듀는 오후5시50분 입력한 기사에서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이 점치는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추정 컷은 100점(원점수 기준)”이라고 평가했다. 오후7시42분 최초 등급컷은 92점으로 무려 8점이나 낮춰 공개했다.

수학영역은 실시간으로 점수를 낮췄다. 뉴시스는 오후3시35분 보도에서 수학영역 1등급 컷에 대해 “진학사 A형 98점/B형 100점”이라고 보도했다. 오후4시17분 머니투데이는 진학사 분석자료 전문을 공개하면서 예상점수가 낮아졌다. 수학A형이 96점, B형 98점이라고 적시돼 있다. 오후7시42분 진학사가 공개한 최초 등급컷은 수학B와 수학A 모두 96점으로 뉴시스가 3시35분 보도한 내용보다 A형 2점, B형 4점이 낮아진 경과다.

<눈살 찌푸리게 한 임성호 대표>
종로학원하늘도 실시간 분석에서 구체적인 점수로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국어영역의 경우 파이낸셜 뉴스가 오후1시31분 보도한 기사에서 “국어A형 96점, 국어B형 95점을 제시했다”고 밝혔고 뉴시스가 오후3시35분에 보도한 기사에서 “수학은 A형 96점/B형 100점”이 1등급 컷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오후 7시5분 발표한 종로학원하늘교육의 공식 최초 등급컷은 국어A 96점, 국어B 96점, 수학A 93점, 수학B 96점으로 국어A를 제외하고 모두 수험생이 시험장을 빠져나오기 전과 차이를 보였다. 국어B는 1점, 수학A는 3점, 수학B는 4점의 차이가 났다.

게다가 임성호 대표는 회사 대표로서 져야할 책임을 회피하는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임 대표는 수학영역에 대해 “A형은 전년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1등급 커트라인이 전년 96점과 동일한 96점을 유지할 정도로 예상한다. B형은 전년 수능과 비슷할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1등급 커트라인이 100점일 정도로 쉽게 출제됐다. 그러나 B형 30번이 변별력의 핵심 문제로 대두된다. ‘현재까지 종로학원 강사들은 1등급 컷은 100점이 지배적’이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멘트는 수험생 신뢰를 져버린 것은 물론 내부구성원인 강사의 신뢰까지 져버리며 책임을 떠넘겼다는 점에서 학원가에서 뒷말이 무성했다. 섣부른 분석에 대한 책임을 회사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물을 수는 있어도 대외적으로 강사의 분석임을 명시하며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일부 입시기관들의 과도한 언론 노출 욕심이 불러온 것이 근본 원인이다. 사설 학원에서도 교육청 감독아래 시험을 실시하는 6월, 9월 모평과 달리 수능은 교육당국이 수험장을 통제해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재수학원에서 수험생들의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환경과 다르기 때문에 부실하고 섣부른 분석이 학생들의 체감 난도에 기반한 등급컷과 입시기관의 분석과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쉬운 수능’d이 강조된 만큼 쉽게 출제되리란 예상이 깔린데다 아이들이 시험장에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예측자료를 내는 바람에 분석에 오류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서로들 연락하면서 ‘등급컷을 섣불리 분석자료라 하면서 내지 않은 게 어떤가’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6월모평과 9월 모평까지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하다 갑작스레 변별력이 있는 문항이 출제되면서 학생들이 실제 난도 보다 높은 체감 난도를 느낀 것도 원인이다. 이영덕 소장은 “작년부터 ‘쉬운 수능’ 기조인데다 올해 6월모평 9월모평이 매우 쉽게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이 작년 수능 수준은 모르는 상태에서 올해 모평수준만 감안, 체감난도가 실제난도보다 높은 측면이 있다”며 “6월 모평과 9월 모평이 매우 쉬웠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어렵게 출제된 것이 맞고 변별력도 확보했다. ‘불수능’까지는 아니지만 수험생들은 분명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대성은 한 개 영역이 끝날 때마다 낸 보도자료에서 구체적인 점수를 제시하며 분석자료를 내지 않았다. 구체적인 점수 없이 ▲출제경향분석 ▲난이도 ▲학습대책을 제시하는데 그쳤을 뿐이다.

이투스는 2014학년 6월모평 9월모평 수능부터 2016학년 6월모평 9월모평까지 8차례의 평가원 주관 시험의 1등급 컷을 첨부하면서 난이도 비교를 실시했지만 구체적으로 “몇 점이 1등급 컷이 될 것”이라는 분석자료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입시기관들이 수학B 100점, 영어100점 등의 자극적인 분석을 내는 동안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9월모평보다 어려운 수능이 될 가능성이 높아 의외로 물수능의 논란이 잠잠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냈다. 이종서 소장은 “오늘 출제위원장의 발표 내용은 수능 난이도에 상당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발표된 내용을 기반으로 살펴보면 6월모평 9월모평 수준으로 출제할 것이라 해 '물수능'을 예고하는 듯하지만, 영역별 정답률이 20~30% 선으로, 영역별 2~3개 혹은 4~5개 문항을 고난도 문제로 출제, 변별력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9월모평 분석결과 수학A형과 수학B형을 제외하곤 정답률 20~30% 영역은 없다. 국어 영어는 모든 문항에서 20~30%의 정답률 문항이 단 한 문항도 없다. 이럴 경우 영역별 1등급 커트라인은 92~94점이 될 가능성이 많아 2015수능보다 다소 어려운 수능, 9월모평보다 어려운 수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2016 수능 입시기관별 1등급 추정컷(각 기관 최초발표 기준)
구분 국A 국B 수A 수B
대성 95 94 94 96 94
메가 96 94 92 96 94
비상 97 96 96 100 97
비타 95 93 93 97 95
스카이 96 92 92 96 93
유웨이 96 94 96 96 97
이투스 95 92 96 96 92
종로하늘 96 96 93 96 94
진학사 95 93 96 96 92
EBS 96 94 92 96 93
평균 95.70 93.80 94.00 96.50 94.10
* 대성 : 18시57분, 메가 : 18시29분, 비타 : 18시12분, 비상 : 18시52분 
  스카이 : 18시40분, 유웨이 : 19시2분, 이투스 : 18시10분, 
  종로하늘 : 19시5분, 진학사 : 19시42분, EBSi : 19시5분
* 국어, 수학, 영어영역이 모두 최초 공시된 시점을 기준

 

▲ 에듀동아 보도를 살펴보면 임성호 대표는 수학B형 분석에 대해 강사의 의견이라는 점을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수학B형 100점이 대세라는 내용이다./사진=에듀동아 보도 캡처

 

▲ 파이낸셜 보도에 따르면 국어영역은 종로하늘이 국어A 96, 국어B 94점을 예상했고 진학사는 국어A 95점, 국어B 94점을 전망했다./사진=파이낸셜뉴스 보도 캡처
▲ 조선에듀 보도를 살펴보면 조선에듀에 제공한 진학사 자료는 영어 1등급 컷도 100점인 것으로 보인다./사진=조선에듀 보도 캡처

 

 

▲ 오후 7시35분 기준 메가스터디 채점서비스 이용자 6만957명/사진=메가스터디 홈페이지 캡처

 

 

▲ 오후 7시 35분 기준 스카이에듀 채점 서비스 이용자 7만7923명/사진=스카이에듀 홈페이지 캡처

 

 

▲ 오후 7시 35분 기준 이투스 채점 서비스 이용자 7만4846명/사진=이투스 홈페이지 캡처

 

 

▲ 오후 7시 35분 기준 진학사 채점 서비스 이용자 3710명/사진=진학사 홈페이지 캡처

 

 

▲ 메가스터디 오후8시 기준 채점서비스 이용자 수 6만5117명/사진=메가스터디 홈페이지 캡처

 

 

▲ 스카이에듀 오후8시 기준 채점서비스 이용자 수 8만3434명/사진=스카이에듀 홈페이지 캡처

 

 

▲ 이투스 오후8시 기준 채점서비스 이용자 수 8만756명/사진=이투스홈페이지 캡처

 

 

▲ 진학사 오후8시 기준 채점서비스 이용자 수 4214명/사진=진학사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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