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성 세종 204명.. 전체 60% 수준 '심각'

[베리타스알파=김대식 기자] 이공계열 대학/학과 진학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과고/영재학교의 이공계열 진학비율이 90% 수준으로 큰 틀에서는 설립취지에 부합하지만 여전히 의학계열 진학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지역 과고/영재학교는 의학계열 지망자가 증가 추세인데다 전체의 60% 수준을 차지해 가장 심각한 학교로 보인다. 최근 재수생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과고의 경우 2014학년 졸업생까지 재수선택자가 없었지만 2015학년 19개교(2014학년 운영 시작한 대전동신과고 제외)에서 31명의 재수생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2015학년 의학계열 정원이 1573명에서 2299명으로 717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쉬운 수능 기조가 의학계열 합격 기대감을 높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고/영재학교의 의학계열 진학은 국감의 단골 지적사항이지만 마땅한 개선책은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과고/영재학교 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학부모의 선택권 ’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의무복무 기간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교육비를 반환해야 하는 경찰대학처럼 이공계열 인재 양성에 투입된 교육비를 실비로 상환토록 하는 등 실효성이 담보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학역시 수학/과학 특기자전형의 의학계열 선발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전문가들이 누누히 얘기해왔지만 일부대학의 이기심이 여전히 과고영재학교출신의 의대 진학채널을 열어둔 상태다. 의학계열을 선발하는 경우 교사추천서를 제출받도록 해 상담을 거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며, 교사추천서도 소속학교 교사가 작성하도록 대교협이 발표하는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명시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과고/영재학교가 설립취지에 따라 이공계열 진학비율이 90%에 달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의학계열 선호자가 높아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학계열 진학자 10명 중 6명은 한성과고, 세종과고, 서울과고 등 서울소재 과고/영재학교였다. /사진=베리타스알파 DB

<이공계진학 10명 중 9명.. 영재학교 의학계열 진학 상승세>
유기홍(새정치)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감자료로 발표한 ‘2010~2014 과학고 계열별 진학 현황’과 ‘2010~2014 영재고등학교 계열별 진학 현황’, ‘2011~2015 과학고 계열별 진학 현황’과 올해 9월 국감자료로 발표한 ‘2011~2015 영재학교 계열별 진학현황’, ‘2011~2015 과고 계열별 진학 현황’를 통해 2010학년부터 2015학년까지 6년간 영재학교는 1914명의 졸업생 중 88.92%인 1702명, 과고는 7976명의 졸업생 중 94.78%인 7560명이 이공계열로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이공계열 대학/학과 진학을 통해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을 목표로 하는 과고/영재학교의 설립취지에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의학계열 진학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영재학교는 의학계열 진학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었다. 2010학년 0.00%(0명), 2011학년 1.42%(2명), 2012학년 9.28%(22명), 2013학년 9.18%(36명), 2014학년 7.19%(36명), 2015학년 9.36%(47명)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었다. 서울과고가 2012학년, 경기과고 2013학년, 대구과고 2014학년 첫 실적을 낸 점을 고려해 퍼센트 비율로 고려해도 2015학년 비율은 크게 늘었다. 과학고는 2013학년 정점을 찍고 하락세다. 2010학년 2.29%(26명), 2011학년 3.48%(39명), 2012학년 1.99%(25명), 2013학년 3.05%(35명), 2014학년 2.31%(35명), 2015학년 1.87%(30명) 등이다.

재수생이 늘어나는 추세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진학자는 과고의 경우 2011~2014학년 단 한 명도 없다가 2015학년 31명(1.93%)이 나타났다. 영재학교의 경우 2010학년 0.00%(0명), 2011학년 1.42%(2명), 2012학년 0.85%(2명), 2013학년 2.55%(10명), 2014학년 4.19%(21명), 2015학년 4.78%(24명)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의학계열 정원 증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설명한다. 한 전문가는 “2013학년부터 시작된 의대 정원의 단계적 상승과 비례하는 측면이 있다. 2015학년의 경우 2014학년 27개 의대 1573명에서 2015학년 38개 의대 2299명으로 717명의 정원이 늘어나 합격가능성이 커지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수능도 쉬워져 실수만 줄인다면 만점까지 노려볼 만한 상황에서 의대 지원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기타계열은 과고와 영재학교가 기준이 다르다. 과고는 인문/사회계열 진학자와 기타가 합해진 수이며, 영재학교는 인문/사회계열과 기타계열이 분리돼 있다. 지난해 자료를 냈던 유기홍 의원실 관계자는 과고 기타계열에 대해 “인문/사회계열이 포함된 수”라고 밝힌 바 있다.

과고 기타계열은 2010학년 2.65%(30명), 2011학년 1.52%(17명), 2012학년 1.11%(14명), 2013학년 2.68%(36명), 2014학년 4.22%(64명), 2015학년 1.74%(28명) 등으로 일정한 경향이 없다. 영재학교는 2011학년 1명, 2015학년 3명이 전부다. 영재학교 인문/사회계열 진학은 2012학년 1명, 2013학년 3명, 2015학년 2명 등이며 2012학년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과고에서 나왔다.

유기홍 의원은 “특목고가 동일계열로 진학하기 보다는 명문대 진학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특목고가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과고/영재학교 의학계열 진학, 재수비율 높아>
서울지역 과고/영재학교는 타지역보다 의학계열 진학비율이 높다. 영재학교인 서울과고의 경우 의학계열 진학비율이 19.40%(91명)에 달한다. 2012학년 21.43%(21명), 2013학년 22.50%(27명), 2014학년 14.75%(18명), 2015학년 19.38%(25명) 등이다.

서울소재 한성과고와 세종과고도 과고 의학계열 진학자 비율로 각각 1위와 3위다. 세종과고가 7.48%(70명), 한성과고가 4.84%(43명)이다. 차이가 있다면 세종과고는 2010학년부터 2013학년까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 2013학년 10.24%(17명)로 최고 기록을 세운 후 2014학년 7.24%(11명), 2015학년 5.68%(10명)로 하향세지만 한성과고는 2010학년부터 줄곧 증가세이며 2015학년 7.97%(11명)으로 정점을 찍은 상태다.

의학계열 진학 뿐만 아니라 재수를 선택하는 미진학 비율도 서울지역이 높다. 서울과고의 경우 6년간 졸업자의 5.54%(26명)가 재수를 선택했다. 2012학년 1.02%(1명), 2013학년 4.17%(5명), 2014학년 6.56%(8명), 2015학년 9.30%)로 매년 증가세다.

과고의 경우 한성과고는 1명(0.11%)에 불과했지만 세종과고는 9명(0.96%)로 19개 과고 중 가장 많았따. 비율로 따지는 경우 부산일과고 1.78%(4명)에 이은 2위다.

<구호에만 그친 의대 진학 문제.. 대책 실효성 확보 필요>
이공계열 대학/학과 진학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인재양성을 목표로 하는 영재학교의 의학계열 진학문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되는 ‘단골’ 지적 사항 중 하나지만 늘 지적만 있었을 뿐 마땅한 개선책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영재학교의 경우 특별법에 의해 운영된다는 근거로 교육부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올해 실시됐던 외고, 국제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에 대한 5년단위 운영평가도 영재학교의 경우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로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과학영재학교는 영재교육진흥법의 적용을 받아 운영평가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영재학교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설립취지와는 달리 의대로 진학하는 학생들에 대한 강제성이 있는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전국 과고와 영재학교는 의대진학이 목표가 아님을 입학설명회, 모집요강에서부터 주지하고 있지만 의대 진학의 루트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 강제력 있는 제재가 없는데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 존중’이라는 문제로 적극적으로 의대 진학을 만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 측이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서울과고 관계자는 “입시설명회에서 시작-중간-마무리 등 적어도 세 차례에 걸쳐 의대 진학을 반기지 않고 있으며 의대 진학시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모집요강에서 부터 의학계열 진학 희망자는 지원이 부적합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학과 선택을 위한 서너 차례의 집중 상담에는 학부모까지 함께 자리해 이해를 돕고 이공계열 진학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이공계열에 보험 격으로 지원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추천서를 써주지 않음은 물론 이공계열 원서를 쓰지 못하도록 한다. 외부대회 출전 시에도 의학계열로 진학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으며,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경우 졸업 시상에서 배제함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열 지원자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열 진학자가 나오는 만큼 영재학교 입학부터 졸업까지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위해 지원했던 지원금을 모두 환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대학처럼 졸업 후 사법시험준비나 로스쿨 진학으로 인해 의무복무기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실비로 교육비를 반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교육계 한 전문가는 “경찰대학의 경우 매년 2월 경찰청장이 ‘경찰대학 졸업생 상환경비 고시’를 통해 졸업생의 교육에 실제로 쓰인 학비, 기숙사비, 수당, 급식비, 교재비, 용품비 등 비용을 일체 상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대학처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나 교육부 장관이 과고/영재학교 학생들의 교육에 사용된 액수를 조사하고 상환 경비를 고시해 의학계열 진학시  반환토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도 노력 필요.. 의학계열 특기자전형 지양과 추천서 규정 정비>
규정 미비도 문제지만 대학의 노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고/영재학교 학생들의 의학계열 흡수를 위한 특기자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2016학년 수학/과학 특기자전형을 운영하는 학교 중 의학계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6개교이며 선발인원은 59명이다. 연세대 과학공학인재전형이 20명으로 가장 많으며, 고려대 과학인재전형 14명, 인제대 과학영재전형 9명, 이화여대 특기자전형 8명, 성균관대 과학인재전형 5명, 연세대 원주캠 특기인재전형 3명 등이다.

1차적으로 추천서를 제출하는지 여부에 따라 대학 전형의 악의성이 나온다고 말한다. 한 영재학교 진학지도 교사는 “추천서가 있는 경우라면 담임교사를 찾아와 상담을 해야하기 때문에 의학계열 진학희망자를 거를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며 “6개 학교 중 인제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3개교는 모집요강상 교사추천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 없어 학생 독단으로 지원하는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추천서를 제출한다 하더라도 규정이 허술해 문제라고 덧붙였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우 추천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추천인이 꼭 소속학교 지도교사가 아니어도 된다. 사실상 학생 독단으로 판단이 가능한 셈이다. 연세대는 추천인 항목 중 기타를 선택하면 누구든 추천이 가능하며 고려대는 추천서가 공통양식과 비슷하지만 반드시 소속학교 교사가 작성해야 한다는 안내가 없다. 소속 고교 지도교사의 추천을 받도록 추천서 작성요령에 대한 세부사항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교협이 발표하는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추천서 작성에 관한 세부사항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전문가는 “서울시립대의 경우 교사추천서를 지원자를 6개월 이상 지도한 소속 고교의 교사가 직접 작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교사추천서가 교육부와 대교협이 큰 틀에서 지향하는 전형간소화와는 부딪히는 측면이 있지만 학생의 진로진학 지도에 도움이 되고 과고/영재학교의 경우 의학계열 진학 차단의 효과도 있는 만큼 추천서 제출을 원칙으로 정하고 추천서 작성 자격에 대한 세밀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천서 규정 정비 이전에 대학이 수학/과학 특기자를 의학계열이 아닌 과고/영재학교 설립취지에 따라 이공계열에 국한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전문가는 “의학이라는 학문이 생명과 관계됐다는 점에서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의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보다는 다른 직업군 대비 소득 수준이 높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의학계열을 선택하는 측면이 크다. 일부 대학은 의학계열 선호 세태와 과고/영재학교 출신 학생의 우수성을 염두에 두고 특기자전형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고/영재학교의 설립취지를 고려해 의학계열을 제외한 이공계열 모집단위에 국한해 특기자전형을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만일 과고/영재학교 학생이 대학 진학 후 진로가 바뀌는 경우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5개 의과대학의 석사과정으로 진학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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