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의 요소' 개입 비판론도 제기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올해 수능 원서 접수 결과 제2외국어/한문 영역 수험생이 가장 많이 선택한 과목은 아랍어였다. 전체 접수인원의 절반 이상인 51.6%의 수험생이 선택했다. 아랍어는 2013학년부터 지난해 베트남어에 1위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도대체 중국어 일어도 아닌 아랍어가 제2외국어 선택에서 1위를 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2외국어/ 한문 과목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선택한다. 서울 상위대학 다수가 사탐을 대체 가능하도록 해두었고 서울대의 경우  인문계열에서 제2외국어/한문을 필수로 반영하다. 서울대 정시에선 제2외국어는 1~2등급은 만점, 이후 1점씩 차감해 8~9등급은 최대6점을 감점한다. 상위권 입장에선 혹시 낮아질지 모르는 사탐에 대한 보험성격, 일반전형을 제외한 서울대 지원자에게는 필수과목인 셈이다.

제2외국어/한문과목을 택하는 수험생들 사이에 아랍어는 ‘로또 과목’으로 통한다. 지난해 수능의 아랍어 1등급 원점수 컷은 23점. 시험문제가 어렵기 보다는 울산외고를 제외하면 아랍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을 찾기 어려워 모든 학생들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때문이다. 베트남어가 영어 알파벳과 비슷한데다 한자문화권이라는 점으로 인해 아랍어보다 접근성이 좋아 지난해 제2외국어 선택 1위였다. 지난해 수능 베트남어 1등급 원점수 컷은 48점으로 예상외로 높았다.

아랍어 문제는 수험생들 사이에서 운에 따른 점수 반영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사탐의 경우 과목 선택에 따라 2점짜리를 실수로 틀리더라도 시험이 쉽게 출제돼 2등급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지만 ‘잘 찍어서’ 아랍어에서 1등급을 받고 사탐보다 높은 표준점수나 백분위를 받는 경우 1과목 대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등 대부분의 외고가 운영하는 제2외국어를 선택한 학생들의 경우 외고 학생은 물론 일반고 학생들도 실력에 의해 점수를 얻는다는 점에서 아랍어 선택자보다 불리해질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 다수가 제2외국어를 사탐으로 대체하며, 서울대는 인문계열에서 제2외국어를 필수로 반영한다. 서울대 정시의 경우 제2외국어는 1~2등급을 만점, 이후 1점씩 차감해 8~9등급은 최대 6점을 감점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4일 발표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별 지원자 현황에 따르면 제2외국어/한문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9만752명 중 절반이 넘는 4만6822명(51.6%)이 아랍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기초베트남어가 1만6752명(18.5%), 일본어 8260명(9.1%) 한문 5732명(6.3%) 중국어 5626명(6.2%) 스페인어 2143명(2.4%) 프랑스어 2110명(2.3%) 독일어 1971명(2.2%) 순이었다. 러시아어는 1336명(1.5%)으로 가장 적은 수험생이 선택한 과목이었다.

 

지난 3년간의 평균 응시율을 볼 때 올해는 접수인원 9만752명 중 6만8천여 명이 응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수능에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응시율이 79.9%로 다소 높았던 점을 제외하면, 지난 3년간 수능 제2외국어/한문 영역의 접수인원 대비 응시율은 2013학년도 75.1%(응시 6만7782명/접수 9만277명) 2014학년도 75.7%(응시 6만209명/접수 7만9533명) 2015학년도 75.2%(응시 6만3225명/접수 8만4042명)로 평균 75.3%를 기록했다.

아랍어는 2005학년도 수능에 도입된 이후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얻기 쉽다는 수험생들의 전략적인 판단 아래 2009학년도부터 2013학년도까지 제2외국어/한문영역에서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과목으로 자리매김했으나, 기초 베트남어가 2014학년 수능에 도입된 이후 기초 베트남어에 수험생이 몰리며 2014~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응시인원 수 2위를 기록했다. 올해 다시금 아랍어에 수험생이 몰리며 2013학년도 이후 3년만에 가장 많은 수험생이 선택한 과목 자리를 되찾았다.

기초 베트남어 도입 이전 아랍어에 수험생이 몰렸던 현상은 아랍어가 다른 과목에 비해 2등급 이상의 성적을 얻기 쉬운 과목이었기 때문이다. 수능최저학력기준에서 제2외국어/한문 영역이 사탐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대학들이 있으므로 2등급 이상의 성적이 의미를 가진다.

아랍어는 2012~2013수능에서 러시아어와 더불어 원점수 2등급 컷(추정치)이 20점대를 기록, 상대적으로 2등급 이상의 성적을 획득하기 쉬움을 드러냈다. 동일하게 낮은 등급컷을 보였던 러시아어보다 아랍어가 선호도가 높은 이유로 러시아어는 학과를 개설한 외고가 다수 있는 반면 아랍어는 2011년 울산외고에 학과가 개설된 것이 처음이므로 대부분의 수험생이 동일한 환경이라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초 베트남어 과목이 2014학년 도입되면서 수험생들은 아랍어에서 기초 베트남어로 발길을 돌렸다. 2014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기초 베트남어가 2등급 이상을 받기 쉽다는 점이 수험생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2014 수능에서 수험생들이 몰린 베트남어는 2015 수능에서도 가장 많은 수험생이 선택하는 과목 자리를 지켜왔으나 수능 결과로 인해 아랍어에게 2016 수능에서 자리를 내줬다. 아랍어가 1등급 컷 23점 2등급 컷 18점을 기록한 반면 베트남어는 2015 수능에서 원점수 기준 1등급 컷 48점, 2등급 컷 39점을 기록, 아랍어가 베트남어보다 2등급 이상의 성적을 얻기 쉬운 과목임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2016 수능에서 수험생들이 다시금 아랍어에 몰려든 이유다.

전국에서 아랍어과를 배울 수 있는 고교가 울산외고를 제외하면 찾기 힘들고, 나머지 학교들도 위탁교육 정도에 그치는 상황에서 아랍어가 수능 과목으로 편성돼 있는 것들 반대하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학생들이 정규교과과정이 아닌 과외/독학을 통해 수능 과목에 응시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국제정세 하에서 아랍어 과목이 있음으로 인해 학생들이 중동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찬성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2012~2015 수능 제2외국어/한문 영역 선택인원
구분 2016학년도 2015학년도 2014학년도 2013학년도 2012학년도
접수인원 비율 응시인원 비율 응시인원 비율 응시인원 비율 응시인원 비율
독일어Ⅰ 1971 2.2% 1628 2.6% 1734 2.9% 2310 3.4% 2476 2.9%
프랑스어Ⅰ 2110 2.3% 1697 2.7% 2007 3.3% 2701 4.0% 3121 3.6%
스페인어Ⅰ 2143 2.4% 1710 2.7% 1894 3.1% 2839 4.2% 3231 3.7%
중국어Ⅰ 5626 6.2% 4952 7.8% 5782 9.6% 7169 10.6% 7873 9.1%
일본어Ⅰ 8260 9.1% 7174 11.3% 7884 13.1% 1만1661 17.2% 1만4720 17.0%
러시아어Ⅰ 1336 1.5% 978 1.5% 1745 2.9% 3875 5.7% 3612 4.2%
아랍어Ⅰ 4만6822 51.6% 1만2356 19.5% 9969 16.6% 2만7844 41.1% 3만9678 45.8%
기초 베트남어 1만6752 18.5% 2만7509 43.5% 2만2865 38.0% - - - -
한문Ⅰ 5732 6.3% 5221 8.3% 6329 10.5% 9383 13.8% 1만1866 13.7%
9만752 100% 6만3225 100% 6만209 100% 6만7782 100% 8만6577 100%
*2012~2015학년도=응시인원 / 2016학년도=접수인원

 

 

 

2012~2015 수능 제2외국어/한문 영역 원점수 등급컷(추정)
구분 2015 2014 2013 2012
1등급 2등급 1등급 2등급 1등급 2등급 1등급 2등급
독일어Ⅰ 46 44 47 45 44 43 47 44
프랑스어Ⅰ 46 45 46 42 47 44 47 45
스페인어Ⅰ 46 44 48 46 49 46 46 43
중국어Ⅰ 47 43 45 42 47 46 49 46
일본어Ⅰ 47 45 49 45 46 43 47 42
러시아어Ⅰ 47 42 48 42 40 21 45 21
아랍어Ⅰ 23 18 44 21 48 26 47 23
기초 베트남어 48 39 43 21 - - - -
한문Ⅰ 48 45 48 44 47 42 48 43
*원점수 등급컷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비공개하므로 추정치

 

 

2014 6월, 9월, 수능 제2외국어/한문 원점수 등급컷(추정)
구분 2014 수능 2014 9월 2014 6월
1등급 2등급 1등급 2등급 1등급 2등급
독일어Ⅰ 47 45 49 45 48 44
프랑스어Ⅰ 46 42 48 45 47 44
스페인어Ⅰ 48 46 47 44 48 47
중국어Ⅰ 45 42 46 43 46 43
일본어Ⅰ 49 45 48 46 46 41
러시아어Ⅰ 48 42 49 46 47 44
아랍어Ⅰ 44 21 46 40 36 23
기초 베트남어 43 21 44 35 31 24
한문Ⅰ 48 44 48 46 47 42
*원점수 등급컷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비공개하므로 추정치

 

 

2012~2015 수능 제2외국어/한문 영역 응시율
2015 2014
응시율 응시 접수 응시율 응시 접수
75.2% 6만3225 8만4042 75.7% 6만209 7만9533
2013 2012
응시율 응시 접수 응시율 응시 접수
75.1% 6만7782 9만277 79.9% 8만6577 10만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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