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국감] 교수사회 비정규직 가속화..신규임용 2명 중 1명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올 1학기 신규임용된 전임교원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며, 최근 5년간 비정규직 교수가 2배 이상 증가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김태년(새정치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4년제 사립대학 78개교의 '2011~2015년 대학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교수사회의 비정규직화에 따른 근무여건 악화와 안정적인 교육 및 연구 활동의 저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깊은 가운데 김 의원이 지적한 비정년트랙 임용증가 실태는 국가사업 수주를 위한 평가지표 악용의 한 사례로 지목된다. 자료는 전국 163개 사립대학 중 자료를 제출한 78개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것으로, 78개교의 33.3%인 26개교만이 수도권소재 대학이다. 지방소재 대학들을 중심으로 한 자료지만, 수도권소재 사립대학들의 실태 역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개교 중 8개교, 비정년트랙 운영.. 교원수 5년새 2배 증가>

자료를 제출한 4년제 사립대학 78개교의 자료분석 결과, 올 4월1일 기준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은 66개교(84.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교 중 8개교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2011년 대상대학 76개교(통폐합 및 일반대 전환 2개교 제외) 중 55개교(72.4%)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재직했던 데 비해 비정년트랙 제도 운영대학은 확산추세다. 김태년 의원 측은 "올해 분석자료는 '전담트랙' '특성화트랙' 등 명칭을 변경해 운영하는 대학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이들 대학까지 포함한다면 차별적 처우의 계약직 전임교원을 임용하는 대학은 사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4년제 국립대학 36개교 또한 '비정년트랙' 교원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해 분석에선 제외됐지만 '연구교수' '기금교수'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직 교원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78개교의 최근 5년간 비정년트랙 교원은 2배 이상 늘었다. 2011년 전임교원의 12.0%(2179명)를 차지했던 비정년트랙 교원은 2배 이상 늘어 2015년 비중이 20.6%(4379명)까지 확대됐다. 사립대학 전임교원이 2011년 대비 3167명 증가했지만 이중 2200명(69.5%)이 비정년트랙 교원이다.

<산학협력전담 가장 심각.. 5년새 6배 이상>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중 산학협력전담 교원의 증가가 가장 뚜렷하다. 2011년 107명에서 2015년 705명으로 6.6배 증가했다. 이어 강의전담 교원이 648명에서 1781명으로 2.7배 증가했다. 산학협력 및 학부교육 관련 평가가 강화됨에 따라 대학들이 산학협력전담(산학중점) 강의(교육)전담 교원을 중심으로 비정년트랙 채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에는 외국인교수 비중이 50.5%로 가장 높고 이어 강의전담(29.7%) 기타(14.8%) 산학협력전담(4.9%) 순이었으나, 2015년에는 강의전담교원이 40.9%로 가장 많고, 이어 외국인교수(28.5%) 산학협력전담(16.2%) 기타(14.4%) 순으로 강의전담 및 산학협력전담 교원의 비중이 높아졌다.

<65개교 중 12개교 100% 비정년임용.. 이중 절반 수도권>

전임교원 신규임용 현황을 보면, 사립대학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선호현상을 더욱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11년에는 사립대학 전임교원 신규임용 인원 중 45.7%가 비정년트랙이었으나 2012년부터 54.3%로 역전되기 시작, 2015년 1학기에는 그 비율이 56.6%에 달한다.

2015년은 1학기 인원인 관계로 2011년 대비 2014년 전임교원 신규임용 인원을 비교해보면, 정년트랙 신규임용은 81명(8.3%) 줄어든 반면, 비정년트랙 신규임용은 337명(41.0%) 증가, 역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선호현상을 증명하고 있다.

2015년 1학기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재직 중인 대학 65개교 가운데 28개교가 신규임용 전임교원의 80% 이상을 비정년트랙으로 임용했다. 28개교 가운데 서울소재 대학이 3개교, 경기소재 대학이 7개교다. 이중 12개교는 신규 100% 전원을 비정년트랙으로 임용했다. 12개교 가운데 1개교가 서울소재, 5개교가 경기소재 대학이다.

<비정년 급여, 정년의 40~60% 수준.. 국내박사교원 70% 비정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급여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 모두 동일직급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40~60% 수준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대학들이 비정년트랙 교원의 재임용(재계약) 횟수 제한 등 일부 불합리한 규정은 개정했지만, 급여는 여전히 동일직급 정년트랙 교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차별적 처우를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기준 정년트랙 전임교원은 국내박사 비율이 64.9%인데 비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국내박사 비율이 76.1%에 달했다. 최근 5년 동안 국내박사 전임교원(1904명, 21.2%)이 외국박사 전임교원(595명, 12.2%)보다 증가했지만, 이 중 3분의 2 가량(1270명)이 비정년트랙으로 임용된 결과다. 국내박사 임용이 해마다 증가하고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비정년트랙으로 임용되는 사례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평가지표 맞춘 무분별한 전임교원 확대.. '실태조사 전무'>

김 의원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교육부는 2004년 이후 제대로 실태조사 한 번 실시하지 않았다"며 "교육부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제시도 없이 각종 평가지표를 통해 대학의 전임교원 확대를 유도해나간다면 대학의 '저임금 불안정' 교원 임용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2011년 7월 고등교육법을 개정, 다양한 교육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학교가 교원 중 학문연구뿐만 아니라 교육/지도 또는 산학협력만을 전담할 수 있는 교원을 둘 수 있도록 했으나, 이 조치는 결과적으로 강의전담, 산학협력전담 등 비정년트랙의 합법적 증가를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며 "법 개정 이후 '다양한 교육수요 반영' 목적의 전담교원 제도가 비정년트랙의 합법적 양산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은 만큼 실태조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학알리미를 통해 비정년트랙 교원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비정년트랙이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2003년 연세대가 도입, 2004년부터 급격하게 확산된 교수계약제의 한 형태다. 도입 당시엔 1~3년 단기계약으로 임용한 뒤 재임용(재계약)을 1~3회로 제한, 임기가 만료되면 당연 퇴직하는 시한부 단기임용제도로, 정년을 보장하지 않고 승진도 없으며 급여 등 근무여건이 차별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2012년 4월 '사립학교법상 재임용심사절차 없이 내린 면직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2013년 대학정보공시부터 '재임용심사자격이 부여되지 않은 교원 및 재임용 횟수를 제한하는 교원'은 전임교원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재임용 횟수를 제한하는 형태는 거의 사라졌다.

이에 따라 최근엔 1~3년 단기계약으로 임용한 뒤 재임용 횟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으나 보통 정년트랙보다 재임용되는 임용기간이 짧고, 승진 또한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직급이 제한적이며 급여 등 근무여건이 차별되는 무기계약직 형태가 대부분이다.

일부 대학에는 명칭을 '전담트랙' 또는 '특성화트랙'으로 변경, 더 이상 '비정년트랙'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정년트랙과 구분되는 전임교원은 규정상 정년트랙교원으로 전환될 수 없고 직무구분을 이유로 동일직급 정년트랙 교원에 비해 현저히 낮은 급여를 받으면서 승진 또한 제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