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점 실익 미미’

[베리타스알파=신현지 기자] 서울대가 올해부터 과탐Ⅱ 과목 필수 응시 조건을 폐지하면서 최상위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간 서울대 진학을 위해 무리해서라도 Ⅱ과목을 선택해왔다면 올해부터 의무가 사라지자 Ⅰ과목 만점을 노리고 이탈하는 학생이 많아진 것이다. 서울대는 Ⅱ과목 응시 장려를 위해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지만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최상위권의 Ⅰ과목 선택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올해부터 수능 과탐Ⅱ 과목 필수 응시 조건을 폐지하고 과탐 Ⅰ+Ⅰ 조합도 허용한다. 기존엔 과탐 Ⅰ+Ⅱ와 Ⅱ+Ⅱ 조합만 허용, 수능 만점을 받더라도 응시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서울대에 원서조차 넣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수능 만점자 중 Ⅱ과목을 응시하지 않아서 서울대에 지원하지 못했던 수험생은 총 17명이다. 2023수능 1명, 2020수능 2명, 2019수능 2명, 2018수능 4명, 2017수능 1명, 2015수능 7명 등이다.

서울대는 Ⅱ과목 응시 장려를 위해, 과탐Ⅱ에 가산점을 도입했지만 실익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가산점은 Ⅱ과목 선택 수에 따라 1개(Ⅰ+Ⅱ 조합)는 3점, 2개(Ⅱ+Ⅱ)는 5점이 부여된다. 하지만 메가스터디가 2023수능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Ⅰ과목의 표준점수가 Ⅱ과목보다 높게 형성됐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그간 서울대 진학을 위해 학업적 부담 큰 Ⅱ과목을 응시해왔지만 이제는 그 의무가 사라졌으며 고득점을 받기에도 확실한 소득이 없는 상황이므로 Ⅱ과목을 응시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서울대의 Ⅱ과목 필수 응시 폐지로 최상위권의 Ⅰ과목 전환을 비롯해 여러 변화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휘문고 심재준 진학부장은 “실제로 Ⅱ과목을 응시하는 학생 수가 현저히 줄었다. 서울대가 가산점까지 제시했음에도 가산점을 받겠다고 Ⅱ과목을 택하는 학생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Ⅰ과목이 Ⅱ과목보다 무조건적으로 유리하다는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시험마다 표점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며 2023수능 분석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 전문가들 역시 유불리 특정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유불리 특정과 예측은 불가능하다. 시험마다 점수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성학원 김원중 입시전략실장은 “2023수능에선 과탐Ⅱ의 표점이 낮았지만 올해 5월학평에선 과탐Ⅱ의 표점이 현저히 높았다. 5월학평 성적분석까지 이뤄지면 최상위권이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했다.

서울대의 과탐Ⅱ 폐지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미 현장에서는 과탐Ⅱ 대신 Ⅰ을 택하는 학생이 늘어났다고 한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의 과탐Ⅱ 폐지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미 현장에서는 과탐Ⅱ 대신 Ⅰ을 택하는 학생이 늘어났다고 한다. /사진=서울대 제공

<‘만점자의 문턱’ 서울대 과탐 Ⅱ과목 필수 응시 폐지.. 가산점 실익 ‘미미’>
서울대는 올해 수능 과탐Ⅱ 과목 필수 응시 조건을 폐지하고, Ⅰ+Ⅰ 응시자의 지원을 허용한다. 기존처럼 Ⅰ+Ⅱ 조합으로 응시할 경우 서로 다른 분야의 과목으로 응시해야 하는 조건은 계속 유지한다. 다만 Ⅱ과목 응시를 장려하기 위해 응시 조합 유형에 따른 조정점수 즉, 가산점을 부여한다. Ⅱ과목 선택 수에 따라 1개 과목은 3점, 2개 과목은 5점의 가산점을 부여한다.

그간 필수로 적용해왔던 Ⅱ과목 응시 조건으로 인해 수능에서 만점을 받더라도 서울대에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했다. 최근 10년간 수능 만점자 중 과탐Ⅱ 과목을 응시하지 않아서 서울대에 지원하지 못했던 수험생은 총 17명이다. 2023수능 최수혁(포항제철고, 물리Ⅰ+지구과학Ⅰ), 2020수능 남정환(공주사대부고, 화학Ⅰ+생명과학Ⅰ), 정○재(배재고, 화Ⅰ+생Ⅰ), 2019수능 김수성(서원고, 물Ⅰ+화Ⅰ), 이정수(백영고, 물Ⅰ+지Ⅰ), 2018수능 최○○(세마고, 생Ⅰ+지Ⅰ), 김○○(완산고, 화Ⅰ+생Ⅰ), 김△△(민사고, 물Ⅰ+생Ⅰ), 최△△(경북고, 화Ⅰ+지Ⅰ), 2017수능 김□□(반포고, 물리Ⅰ+지Ⅰ), 2015수능 정재훈(분당중앙고, 물Ⅰ+화Ⅰ), 김현지(은광여고, 물Ⅰ+화Ⅰ), 박준성(경기북과고, 화Ⅰ+생Ⅰ), 양성윤(분당중앙고, 화Ⅰ+생Ⅰ), 최희원(은광여고, 화Ⅰ+생Ⅰ), 김정훈(대구 경신고, 화Ⅰ+생Ⅰ), 정대승(순천매산고, 물Ⅰ+지Ⅰ) 등이다.

하지만 올해 Ⅱ과목 필수 응시가 폐지되면서 최상위권에서 Ⅰ+Ⅰ을 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간 표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울대 진학을 위한 필수 코스로서 Ⅱ과목을 응시해왔지만 이젠 그 의무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표점과 가산점을 비교해 봐도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 가산점 영향력 ‘국어 수학 1문제 차이’.. 상위권 합격선 연쇄 영향
메가스터디가 2023수능을 바탕으로 과탐Ⅱ의 영향력을 분석해 본 결과 가산점의 영향력이 국어 수학 1문제 점수 차이 정도라는 주장이다. 2023학년 수능 기준으로 과탐 과목별 표점을 원점수 50~45점 구간대로 한정해 살펴보면, 최고점이 Ⅰ과목은 70~75점, Ⅱ과목은 67~73점으로 Ⅰ과목의 점수가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실제 서울대 과탐 산출식을 적용해 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가산점의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다. 서울대 지원자들의 과탐 성적을 원점수 45~50점 구간이라고 가정했을 때, 표점이 가장 낮은 조합인 Ⅰ과목(물Ⅰ+생Ⅰ)은 113.6점, Ⅱ과목(생Ⅱ+지Ⅱ)은 115.4점으로 1.8점의 차이가 발생했다. 원점수 45점일 때도 차이는 1.8점이다. 메가스터디는 과탐 1.8점은 서울대 상대 반영비율이 100인 국어의 약 2점, 상대 반영비율이 120인 수학의 약 1.7점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과탐Ⅱ의 가산점은 국어와 수학 1문제 점수 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Ⅰ+Ⅰ 조합이 Ⅰ+Ⅱ 또는 Ⅱ+Ⅱ보다 표점이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과목의 Ⅰ+Ⅰ Ⅰ+Ⅱ 조합인 생Ⅰ+지Ⅰ와 생Ⅱ+지Ⅰ을 비교해보면 원점수 50점인 경우와 45점인 경우 모두 Ⅰ+Ⅱ 조합이 2.2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Ⅱ와 생Ⅰ의 표점 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과탐Ⅰ를 1과목 선택한 경우가 2과목을 선택한 것보다 오히려 더 유리해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가산점이 3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2.2점이라는 점수 차는 가산점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조합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뿐 아니라 Ⅱ과목 선택이 반드시 유리한 결과로만 이어지진 않는다는 분석이다. Ⅰ Ⅱ 과목별로 원점수 50점, 45점에 해당하는 누적 인원을 보게 되면 Ⅱ과목에서 고득점을 받는 인원이 Ⅰ과목보다 훨씬 적다. 때문에 가산점을 받기 위해 Ⅱ과목에 응시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고득점을 받기에도 상당히 불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학업적 부담 역시 크다. Ⅱ과목은 Ⅰ과목보다 공부해야 할 범위와 양도 상당히 많고 심화된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부담이 크고 실익도 없는 Ⅱ과목 대신 Ⅰ과목 만점 전략을 택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가스터디 남윤곤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근 몇 년간 과탐에서 Ⅱ과목 응시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었는데 서울대마저 과탐Ⅱ 필수 응시를 폐지하면서 최상위권 수험생의 과탐Ⅱ 이탈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Ⅱ과목 선택에도 확실한 소득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Ⅰ과목 만점 전략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메가스터디는 더 나아가 서울대의 과탐Ⅱ 과목 필수 응시 폐지가 최상위권 자연계 정시 합격선에 연쇄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과탐Ⅱ 제한으로 인해 서울대를 지원하지 못하고 고려대 연세대만 지원하던 학생들이 올해부터 서울대에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연고대와 서울대의 중복합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이로 인해 연고대에서 이탈하는 학생이 늘어나면 연쇄반응으로 나군 서강대와 성균관대 한양대 등에서도 연고대로 이탈하는 학생이 늘어나게 된다. 결국 SKY 이하 대학은 연쇄적으로 최종 합격선의 하락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 ‘예상 어려워’.. 5월학평 표점 Ⅱ과목이 우위
메가스터디의 분석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 역시 ‘Ⅱ과목보단 Ⅰ과목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시험 난이도 등에 따라 Ⅰ과목이 무조건적으로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고 전한다. 실제로 5월학평의 경우 Ⅱ과목의 표점이 Ⅰ과목 보다 높았다는 분석이다. 대성학원 김원중 입시전략실장은 “그간 서울대에 진학하려면 Ⅱ과목을 응시해야 해서 과감히 Ⅱ과목을 택해왔는데 현재 자사고 등 현장에서는 Ⅱ과목 선택자가 많이 줄었다”면서도 “하지만 5월학평에서는 Ⅱ과목 응시 재학생이 크게 줄어들진 않았다. 5월학평 성적 분석이 나오면 최상위권에서 전략을 수정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Ⅱ과목에서 상위권이 다 빠진 것을 확인하고 되려 Ⅱ과목을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휘문고 심 부장 역시 “서울대가 가산점을 내걸었음에도 실제로 가산점을 받겠다고 Ⅱ과목을 택하는 학생은 없다. 그간 Ⅱ과목 응시생이 2000~3000명 정도였다면 올해 수능에서는 100명에서 200명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5월학평 결과 Ⅱ과목의 표점이 크게 상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심 부장은 “5월학평을 보면 화Ⅱ 생Ⅱ 지Ⅱ 모두 만점자 표점이 100점에 달한다. 통상 표점 만점자가 70점, 75점 내외에서 형성되는데 이번 학평 결과는 역사상 최초인 정도다”고 전했다. 포항제철고 최도식 진학연구부장 역시 “가산점을 통해 학생 선택을 유도한다지만 사실상 유의미한 수치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과탐Ⅱ 선택자는 현저히 줄고 Ⅰ과목 응시가 월등히 유리할 것이라 판단된다”고 전했다.

특히 Ⅱ과목 최상위권이 크게 이탈하면서 되려 표점 우위를 노리는 하위권 학생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휘문 심 부장은 “과탐Ⅱ가 옛날 아랍어와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다같이 어려운 과목이다 보니 표점이 생각보다 높게 나오고 이를 노리는 학생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결국 수능에서 하위권이 Ⅰ과목으로 다 빠져나가고 Ⅱ과목에 상위권만 남는다면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생각보다 Ⅱ과목 응시가 하위권에서는 나쁜 결과는 아닌 셈”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23수능과 올해 5월학평만 보더라도 시험마다 차이가 있어 확신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종로 임 대표는 “유불리 특정이 어렵고 예측 또한 불가능하다. 시험마다 과목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휘문 심 부장 역시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6월모평을 치르고 나면 조금 정리될 수 있다. 하지만 6월모평과 9월모평에서도 과목을 바꾸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유불리는 아무도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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