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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변혁을 이끄는 선 굵은 유기풍 서강대 총장.. ‘올 코트 프레싱’[입시분석] 유기풍 서강대 총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유기풍(64) 서강대 총장은 선이 굵다. 두둑한 배포와 거침 없는 화술 역시 단단하다. 다소 보수적인 대학의 풍토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수백편의 논문에 수백억원 수준의 개인연구비를 따낸, 제자들과 밤 새워 논문을 써가며 ‘제자 잘 키우는 교수’의 입지가 분명하면서도, 학연 등 ‘떼거리’에 휘말리지 않고 객관적 시각으로 학교를 이끌어가는, ‘할 말 다 하는’ 총장. 공대 엔지니어 출신으로 실용을 추구하는 유 총장의 존재는 조용한 변혁으로 대학가를 선도하는 최근 서강대 행보를 상징한다. 유 총장이 꿈꾸는 서강의 미래는 어쩌면 구조조정으로 길을 잃은 대학판에서 새로운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에 의존하지 않는 대학의 재정 자립”을 강조하는 유 총장은 교수들에 ‘실용 연구력’을 강도 높게 밀어붙인다. 일종의 ‘권위’를 상징하는 관용차 ‘에쿠스’를 매각, 지난해 1월부터 ‘카니발’로 갈아탄 데서부터 철학의 한 단면이 보인다. ‘서강고’라 불릴 정도로 강도 높은 서강대의 교육에 대해 유 총장은 ‘서강고 2.0’을 강조한다.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인 1.0에서 서강대는 양방향의 2.0으로 나아간다. 모든 걸 가르치기보다 동기를 부여하고 학생 자발적으로 가게 하는 것”이다. 서강의 3.0은 서강의 모든 구성원들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발현될 것이란 기대다.

유 총장은 52년생 경기양주 출신이다.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거쳐 국비유학으로 미국 코네티컷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와는 유학 직후 84년부터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로 인연을 맺었다. 화공생명공학과장 학생처장 기획처장 공과대학장 산학부총장 등의 보직을 거쳐 2013년 2월부터 서강대 총장으로 자리한다. 대외적으로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 통일준비위원회 통일교육자문위원, 한국국비유학한림원 정회원, 한국공학한림원(NAEK) 정회원, 한국 A.V. Humboldt-Stiftung Club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아시아초임계유체학회 초대회장, 한국초임계유체학회 초대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올 3월부터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으로서 공학교육과 관련한 교내외 강연도 이어가고 있다. 수많은 수상기록 중 ‘2014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인재경영부문)’와 ‘한국화학공학회 학술지 게재논문 해외 최다인용 논문상(1998)’이 돋보인다.

   
▲ 유기풍 서강대 총장

- 서강대는 만 6년 간 등록금을 동결했다. 재정확충은 어떻게
“21세기형 대학은 ‘돈’이 필요하다. 서강대뿐 아니라 모든 대학의 구성원, 즉 교수뿐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의 눈높이는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우수교원을 충원하고 장학금을 확대하고 설비를 확충하는 등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기존처럼 등록금에 의존하는 재정수입구조로는 대학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제도적 장벽까지 더해 사회동문 중심의 기부금 확충 역시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길은 ‘자생’이다. 교수들의 연구결과와 산학협력 라이센스로 충당하는 것이다. 스탠포드대학의 경우 등록금 의존도가 21% 정도, 사회적 기부금이 30~40% 정도다. 나머지 40% 가량을 대학이 갖고 있는 연구역량을 실용화할 수 있는 분야들을 유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창출해낸다. 훌륭한 기술에 특허를 내고 산학협력을 하거나 창업과 스타트업을 통해 발생하는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내는 셈이다.

서강대 역시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고 대학 연구역량,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 즉각 써먹을 수 있는 교수연구역량을 키워내도록 독려하고 있다. 마침 나 자신이 화공 엔지니어 출신이다. 산학협력 연구를 30여 년 했던 경력, 벤처 창업으로 영광을 얻고 폐업으로 좌절을 겪으면서 배운 경험이 있다. 게다가 서강대에는 일반에 알려진 것보다 더 우수한 최고수준의 연구를 하는 교수집단이 있다. 논문 수에 급급하기보다 사회에 즉각 기여할 수 있는 ‘실사구시’ 연구를 독려한 결과 최근 수많은 연구성과들이 대외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서강대의 연구비 수주액은 최근 2년간 14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엔 하버드대학과의 공동연구 등 대형 연구과제를 통해 많은 결실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8월엔 하버드 연구진과의 협업을 위한 ‘서강-하버드 질병 바이오물리 공동연구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콩글리쉬이긴 한데, ‘펀드메이킹’을 주장한다. 펀드레이징뿐 아니라 메이킹을 하자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대학이 하나의 롤 모델이 되겠다는 각오다. 다행한 건 서강대는 강소대학이기 때문에 변신에 유연성이 있다. 다음 세대에 서강대가 자생적 재원을 마련한 첫 발을 뗀 인물로 남길 기대하며 죽기살기로 노력하고 있다.”

- 산학협력 및 창업에 힘을 발휘하신다 들었다
“저성장,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직면하면서 창업은 매우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창업의 성격에 따라서는 매우 우수한 교수들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지만, 학생들에 의해서도 이뤄질 수 있다. 나만 해도 가난한 농사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노력만 하면 길이 있었다.

지금은 엄청나게 열심히 노력해도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서 환영하는 인재로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때도 창업하라 독려한다. 서강대는 우리나라 최초로 창업관련 전공을 개설해 아주 잘 되고 있다. 창업연계전공(Start-Up)을 활발히 운영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을 지원할 환경을 교내외를 망라해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벤처붐이 일다가 95% 정도 실패하고 보니, 벤처투자가 경직된 측면이 있다. 위험부담을 안는 젊은이들의 진입창업기술에 서강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규모를 키운 서강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창업 성공률은 대단히 낮은 측면도 있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사업화 아이디어는 있지만 기술이나 사업화 전략 등에 있어 아직까지 충분한 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경우가 있다. 서강대는 이를 지원해 성공으로 이끄는 서강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사다리 Lab’을 운영한다. 교육부와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의 일환으로 중소/중견기업의 신사업 사업화타당성을 검토하고 창업연계전공(Start-Up)과 연계해 현장교육을 실시하는 단계다. ‘사다리 Lab’을 통해 사업화타당성이 통과되면 실제 사업화를 준비하는 ‘불펜’ 단계로 올리고 사업화를 개시한다. 기업은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 사업화하는 데 성공하고, 학부생과 대학원생에는 현장교육을 강화하며, 대학도 수익을 얻어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

사례로 ‘픽셀플러스’라는 코스닥 등록기업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서강대와 함께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사다리 Lab’에 입주, 사업화 타당성을 검토했다. 이후 큐디플러스라는 법인을 신설하면서 불펜에서 사업화를 시작했으며, 기술사업화 기금으로 서강대에 1억원을 기부했다. 2년 안에 코스닥 상장 목표로 가는 첨단 LED 조명기업 블루카이트(Blue Kite) 등의 기업들이 있고, 이들 기업의 상장 이후 상당부분의 이익이 대학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출발인 ‘사다리 Lab’을 서강대는 ‘인간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다다르기 위한 계단이자 길’을 의미하는 ‘야곱의 사다리’라 부른다. ‘야곱의 사다리’엔 현재 16개 창업연계전공(Start-Up)이 있는데, 목표는 임기 전에 50개 정도 만드는 것이다.

산학협력은 국내에 머물지 않고 국제간 협력으로 길을 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실리콘밸리에 ‘서강실리콘밸리이노베이션센터’를 개설했다. 여기서 창업기술과 관련 미국에 알려 펀딩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정상 한국에서 창업하는 게 좋다면 브릿지 역할도 할 수 있다.

소위 농구경기를 할 때 ‘올 코트 프레싱’이라 한다. 바로 서강대가 ‘올 코트 프레싱’으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서강대는 인문사회계열 역시 ‘실사구시’에 관심을 갖도록 독려해가며 공학계열 역시 SCI논문 수에 연연하지 않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연구를 독려하면서 긍정적 신호가 보인다. 서강대가 다른 대학의 롤 모델로 자리할 것이라 본다.”

- 남양주 캠퍼스 이전은 얼마나 진척되고 있나
“서강대는 미국의 ‘리버럴 아트 컬리지’를 벤치마킹해 세워진 학교다. 정원 2000명이 넘지 않은 작은 인문 중심 대학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데 이후 정부주도로 학생규모가 커지면서 교육공간이 과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좁아진 것이 현실이다. 교육 하드웨어를 확충하는 것은 서강대 입장에선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노력의 결과로 남양주 역세권 8만평 정도의 부지 위에 캠퍼스를 세우는 과정을 남양주시와 밟고 있다. 남양주시와 2010년 캠퍼스 건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지난해 12월 국토부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남양주도시공사가 51% 이상의 지분을 갖고 진행되는 SPC를 설립하는 단계다. 원컨대 늦어도 2020년 정도면 일부 교육, 연구, 산학협력 기능이 남양주의 ‘다산 캠퍼스’로 이전되리라 본다. 도심기숙형 서강대라는 ‘한 지붕 두 가족’ 마스터플랜이 계속 개선되고 있다. 기업친화적인 연구를 하는 등 대학이 스스로의 재원을 창출할 수 있는 연구기능을 일부 ‘다산 캠퍼스’로 이전하려 열심히 뛰고 있다. 성공을 위한 첫 발자국을 떼고 임기를 마치려 한다.”

- 향후 운영계획은
“산업화 시대에는 훈련 받은 졸업생이 필요했다. 소위 추격형, 패스트 팔로우할 때는 그게 맞았다. 전반적으로 다 잘해서 교수 공급자 주도형으로 흘렀다. 서강대도 마찬가지였다. 21세기엔 맞지 않다. IT혁명 이후 전 세계에 경계는 사라졌다. 무크(MOOC)를 보라. 시간강사가 가르치는 ‘정의란 무엇인가’와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정의란 무엇인가’ 둘 중 어떤 강의가 잘 팔리겠는가. 소셜 미디어를 보라. 정보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쉽게 열어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교육은 공급자 중심의 정형화된 교육에서 멘토-멘티 튜터-튜티의 양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교수가 ‘원맨쇼’ 하면 안 되고 학생에 동기를 부여하고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서강대는 선제적으로 나아가려 한다. 기존의 교육이 공급자 중심의 단일방향 ‘1.0’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걸 다 가르치기보다 동기를 부여하고 학생 자발적으로 가게 하는 양방향 ‘2.0’으로 가게 하겠다. 문이과가 고교시절 나뉘어 학생들이 대학 진학 이후 학업에 힘든 측면이 있어 이 역시 선제적으로 개선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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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기자  inca@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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