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희 광운대 입학처장 인터뷰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부경희(56) 광운대 입학처장(미디어영상학부 교수)은 심리학 박사로서 마케팅 강단에 선 1호 교수다. 스스로 시대변화에 부응하고 혁신을 거듭해온 인물답게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르다. 시대부응의 가치로서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일로에 동참하면서도 자칫 ‘붕어빵 찍어대듯’ 인재를 선발하고 양성하는 데 반기를 든다. 코 앞에 닥친 입시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매몰되지 않고 밖으로 나가 현장을 경험하면서 ‘꿈’을 스스로 만들어내라 조언한다. 이화여대 학사, 코넬대 박사를 거쳐 제일기획 등에서 연구원을 지내다 99년부터 강단에 섰다. 광운대엔 2003년 연을 맺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입학처장을 지낸 바 있다. 지난해 입학처로 컴백했다. 삼성 현대 SK텔레콤 KT&G 등 굵직한 대기업의 강의를 거쳐 SK그룹 KB금융 신세계 LG패션 롯데 동원 웅진 빙그레 BMW 서강대 성균관대 등에서 MBA 및 CEO프로그램 강단에 서고 있다.

▲ 부경희 광운대 입학처장
- IT 강소대학 광운대의 미래는
“광운대는 IT중심학교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IT강국이 될지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았던 당시 광운대가 IT를 특화하게 된 게 운이 좋다 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세월을 이길 수 없다. 그간의 노하우 때문이다. 단과대학인 전자정보대학은 전국에서 가장 클 것이다. 교수가 100명이 넘고 학생수는 3600명 정도다.

소위 말하는 ‘융합’이 잘 진행되고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있다. 우리가 제일 잘하는 걸 갖고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학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광운대도 잘하는 분야를 정했다. 가장 강한 분야는 로봇 분야다. 광운대 로봇학부는 학부로선 우리나라 최초로 개설됐다. 현재 더 말할 것도 없는 로봇 시대인데, 광운대는 ‘안전하고 따뜻한 기술’을 추구한다. 전쟁을 위한 ‘킬러 로봇’은 만들지 말자,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하겠다는 가치관이다. 가상현실 3D 분야도 강하다. 광운대가 올 가을에 ‘세계 가상현실 3D 홀로그램 대회’를 연다. 고교생들이 한 달 동안 모여 교수들과 함께 홀로그램 분야를 연구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고교연계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융합을 위한 하드웨어 구축을 진행 중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래지향적인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인데, 책걸상 없는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이공계생뿐 아니라 상품을 만들어내는 마케팅분야 학생들, 상품구매를 유도하는 심리학과 학생들 등 인문계 두뇌가 많이 필요하다. 공간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양복 빼 입던 직장인들이 예비군복 입으면 다리 떠는 식이다. 나 역시 치마를 입으면 손이 모아지고 청바지를 입으면 손이 허리로 간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환경이나 행동의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작은 데서 영향을 받는다. 갑론을박하는 공간이 한 개만 있어도 융합은 저절로 일어난다. 융합이 화두지만, 실제로 융합을 이뤄내는 곳은 많지 않다. 제대로 된 융합교육을 위해 광운대가 짓고 있는 건물은 역대 최대 규모인 4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잡혀 있다. 신축 기숙사까지 고려하면 꽤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셈이다. 향후 신축할 체육관에도 레이저 하나로 공간을 변화시키는 등 아이디어가 많다.”

- 추구하는 학생상이라면
“다양성을 중시한다. 교수하면서 눈에 띄는 학생들이 있어 공을 들였는데 사회에 나가서 그렇게 잘하진 않는 걸 봤다. 어떤 학생들은 팀 구성을 안 하고 혼자 하고 싶어하기도 하는데, 똑똑하긴 해도 결과가 그리 좋진 않았다. 반면 팀 내 구성원이 다양하면 결과물도 굉장히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광운대 입학처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잘 되겠구나’ 생각했다. 미국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미국 대학의 경우 동문을 교수로 뽑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결혼 적령기 남녀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보게 되어 있다. 종의 진화를 봐도 그렇고 사회도 교육도 마찬가지라 본다.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싶은 이유다.

전자정보대학에선 매년 900명 가량의 졸업생이 나오는데, 800명 정도가 취업에 성공한다. 모두 삼성 혹은 LG다. 물론 외부에선 취업의 비율과 질에 높은 점수를 매길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꿈을 삼성 LG 등 대기업에만 둔다면, 이건 교육기관이 아니다. 대기업 취업에 올인하는 게 아닌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게 광운대의 가치관이다.

교육이라는 건 제2 제3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기관은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잠깐 비틀거렸던 아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 광운대와 같은 학교는 기회를 주는 학교다. 입학설명회에서도 ‘아무나 보내달라’고 말한다. 제대로 키울 자신이 있다. 중요한 건 ‘너는 누구인가’다. 네가 가진 장단점을 가지고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묻는 것이다. 어차피 사회구성원을 키우는 게 교육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이들이 입시를 통해 방향을 잡게 하는 것이다. 종합전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되고 싶은가’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에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제한된 분량에 자신을 녹여내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자기진화적인 과정을 입시에서 경험하게 된다고 본다.”

- 현장에서 안타까운 점이라면
“마케팅 컨설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시장을 보면, 엄마들이 너무 고정직업에 매몰돼 있다. 5년만 미래를 보셨으면 한다. 사회는 어떻게 될지, 어떤 직업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것 같은지... 아이들한테 ‘미래를 가져라’ ‘꿈을 가져라’라고 백 번 말해봤자 소용 없다. 코 앞에 닥친 입시에 매몰되지 말고 직접 느끼고 깨닫게 해야 한다. 나 역시 학생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브랜드 파티에 데리고 갔다 오면 학생들 사이에 브랜드 매니저라는 꿈이 생긴다. 수업 첫 시간에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학생들이 휴대전화 없이 일주일 살게 하면 소소하지만 다양한 삶의 즐거움을 알고 아이디어가 나온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학생들은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본 만큼 알게 되고 알게 되면 꿈이 생긴다. 뭔가에는 홀려야 한다. 벌떡 일어나서 혼자서 안 가 본 데 가보고 안 해 본 것 해보게 하라. 몸의 시대이고, 체험의 시대이고, IT의 시대다. 잘 엮으면 미래 기회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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