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전형 24명 모집.. '경쟁률 비공개'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국영재)가 2024학년 일반전형 모집요강을 공개했다. 8개 영재학교 중 마지막 순서다. 올해 변화가 많았던 장영실전형과 달리 일반전형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동사항이 없다. 다만 자소서 글자수가 소폭 축소됐다. 지난해엔 자소서에서 5개문항을 각 600자 이내로 작성해야 했지만, 올해에는 각 500자 이내로 제한된다. 문항 내용은 동일하다.

모집인원은 정원내 96명이다. 일종의 특기자전형인 장영실전형 24명과 정원외 선발인원 8명이내를 포함하면 총128명 내외로 지난해와 동일한 규모다. 한국영재는 다른 영재학교와 달리 지역인재를 별도로 선발하지 않는다. 2022학년부터 전국 8개 영재학교는 교육부의 '영재학교/과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에 따라 지역인재 정원외 10% 선발이 권장되고 있지만, 한국영재는 3년째 지역인재 선발인원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전부터 지역인재를 충분히 수용하고 있어 지역적인 혜택이나 차별을 두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집요강에서는 ‘선발 각 단계에서 미선발 지역 학생을 선정심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선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반전형 원서접수 기간은 6월1일부터 7일 오후5시까지다. 장영실전형은 지난 4월초 이미 원서접수를 마무리했고, 6월19일 1단계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장영실전형 지원자는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일반전형 1단계 합격자와 장영실전형 1단계 불합격자 중 최대 150명은 7월9일 2단계 지필평가를 치르게 된다. 3단계 영재성다면평가는 8월5일부터 6일까지다. 올해 타 7개 영재학교가 모두 캠프일정을 하루로 단축한 가운데 유일하게 1박2일 일정을 고수하는 모습이다. 

1991년 개교한 부산과고가 전신인 한국영재는 2003년 '국내 1호' 영재학교로 1기를 모집했다. 2023학년 대입에서 서울대 KAIST 포스텍 지스트 DGIST UNIST 6개 대학, 이른바 ‘설카포지디유’ 등록자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영재다. 특히 부설 특성상 KAIST로 진학하는 학생 수가 압도적이다. 서울대 28명, KAIST 59명, 포스텍 2명, 지스트 1명, DGIST 5명, UNIST 5명으로 총 100명이 설카포지디유에 진학했다. 한 해 졸업생이 130명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명 중 7명 이상이 이공계특성화대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재학교 효시’답게 이공계 진학의 설립 취지를 가장 바람직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한국영재)가 2024학년 일반전형 모집요강을 공개했다. 8개 영재학교 중 마지막 순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모집인원 정원내 120명.. 일반 96명/장영실 24명>
2023학년 모집인원은 정원내 120명, 정원외 7% 이내다. 정원내 모집인원을 전형별로 나누면 일반 96명(80%이내), 장영실 24명(20%이내)이다. 지난해와 동일한 규모다. 중3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과 검정고시, 중1/2학생, 외국유학생도 지원 가능하다. 정원외는 일반/장영실전형을 종합해 약 8명 이내 규모로 교육급여 수급자, 특수교육대상자 등을 선발한다. 타 영재학교와 달리 지역인재를 별도로 선발하지 않는다.

일반전형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수학 과학 분야의 영재성과 잠재성을 판별하기 위해 학생기록물평가, 창의적문제해결력평가, 영재성다면평가를 거쳐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담당관 중심 과학인재 전형이다. 지필고사 없이 학생기록물과 심층구술면접을 통해 선발하는 장영실전형과는 차이가 있다. 필요시 단계별 전형 외 전화 면담도 실시할 수 있다. 

1단계 전형은 학생기록물평가로 진행된다. 학생부Ⅱ, 자소서, 자소서 증빙자료, 추천서 2부를 토대로 평가한다. 학생부는 수학 과학 국어 영어 과목의 교과학습발달상황을 참고한다. 다만 다른 학생기록물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부 평가 비율이 산술적으로 정해져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2단계는 창의적문제해결력평가다.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그것을 분석, 종합, 평가하는 고차적 사고능력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평가한다. 훈련에 의한 성적 우수자가 아닌 수학과학 분야의 창의성이 탁월한 자를 선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한국영재는 “학생의 영재성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스펙을 쌓는다는 개념의 선행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지원자가 수학 또는 과학 분야에 특별히 영재성을 보이고, 본인의 더 높은 수준의 인지적 욕구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학습은 어떤 형태든 바람직하다. 다만 한국영재 입시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해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단계 평가에는 하나의 풀이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의 접근이 가능한 문제가 출제된다.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혹은 경시대회 수준으로 준비하지 않아도 중학교 수준의 내용을 철저히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면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월 공개된 2023학년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한국영재는 지난해 수학에서 4문항, 과학에서 6문항을 출제했다. 각 문항은 3~5개의 소문항으로 구성됐다. 전년인 2022학년 입시에서는 과학에서 총 8문항을 출제. 이 중 4문항을 선택하는 방식이었으나, 지난해엔 6문항이 출제되고 6문항 전체에 모두 답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3단계는 영재성 다면평가로 글로벌 과학자로서의 자질과 잠재성을 평가한다. 학생의 영재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을 말하며 평소의 창의융합적 사고, 인성과 잠재력 등을 평가하게 되므로 평가를 위한 별도의 준비는 필요하지 않다. 

<원서접수 6월1일부터 7일까지.. 전국 영재학교 중 가장 늦어>
원서접수와 자소서/추천서 입력은 6월1일부터 7일 오후5시까지다. 교사추천서 입력기간과 서류 우편 제출기간도 동일하게 6월1일부터 7일까지다. 우편제출은 7일 우체국 소인까지 유효하다. 1단계 합격자는 7월3일 발표된다. 

2단계 창의적문제해결력검사 일정은 전국 8개 영재학교와 동일하게 7월9일이다. 일반전형 1단계 합격자뿐 아니라 장영실전형 1단계 불합격자 중 최대 150명까지도 2단계 전형에 합류할 수 있다. 검사는 서울과 부산에서 실시하며 세부사항은 추후 안내될 예정이다. 2단계합격자 발표일은 8월3일이다. 

3단계 영재성 다면평가는 8월5일부터 6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한다. 합격대상자는 8월18일에 발표된다. 최종합격대상자 발표 후 그 결과를 소속 학교로 공문 통지하며, 합격증은 입학 전 집중교육시 수여할 예정이다. 입학전교육 관련 사항은 별도로 공지하며 합격대상자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입학전교육 적용 결과 교육과정 운영상 학업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최종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 

<서류제출.. 자소서 증빙자료 ‘선택사항’>
먼저 원서접수를 진행한 뒤 공통으로 자소서, 추천서(A/B)를 입력해야한다. 추천서A는 수학/과학 지도교사가, B는 담임교사가 작성 가능하다. 수학/과학 지도교사가 담임일 경우 추천서 A와 B를 동일인이 작성할 수 있다. 지원자가 중학교 1학년 혹은 검정고시 출신일 경우 초등학교 교사가 작성할 수 있다. 휴직 퇴직 전근교사, 기간제로 퇴직한 교사, 대학 영재원 교수, 과거 담임교사도 추천서 작성이 가능하다. 다만 학원관계자 과외교사 한국영재교직원 본인 가족 친척은 추천인에서 제외된다. 

자소서는 올해 2월 과기부가 발표한 과학영재발국육성전략에 따라 영재교육 경험을 포함할 수 있다. 다만 수료나 수상실적 등 결과의 나열이 아니라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지원자가 보여준 탐구역량, 열정, 끈기 등 구체적인 내용이 더욱 의미있게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생부에 기재된 교내 수상에 대해서도 언급할 수 있다. 

자소서 문항은 ‘왜 본인을 선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기술하시오’, ‘현재의 나를 소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가정환경, 학교, 지역환경 등에 관한 사항을 기술하시오’, ‘수학과학적 재능과 관련해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나 경험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수학 또는 과학 분야 이외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이나 경험이 있다면 기술하시오’ ‘교내외 친구 관계, 자신과 선생님과의 관계에 대해 기술하고, 스스로 행한 봉사활동 중 특별히 의미있는 활동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 5개 문항이다. 각 500자 이내로 작성하면 된다. 6번 본인과 관련해 추가로 언급할 사항이 있는 경우 기술하라는 문항은 선택사항이다. 1~5번 항목에서 묻는 내용에 답할 수 없었던 내용이 있으면 간단하게 추가적으로 기술하면 되고, 추가적으로 기술할 내용이 없을 경우 기술하지 않아도 된다. 

자소서 증빙자료는 자소서에 기술한 내용에 대해 증빙을 원하는 지원자만 제출하면 된다. 3건 이내로 각 건당 추천인의 성명과 친필서명 또는 인장 후 스캔한 이미지 파일을 온라인에 업로드할 수 있다. 우편 제출은 불가하다. 교외수상실적(상장), 영재교육원 수료증, 각종 인증/능력시험 점수 등은 제출할 수 없다. 

<2023 한국영재 경쟁률.. 일반 6.51대1, ‘신설’ 장영실 9.29대1>
지난해 한국영재의 경쟁률은 정원내 기준 7.07대1로 나타났다. 모집인원 120명에 848명이 지원한 결과다. 세부적으로는 일반 6.51대1(모집인원96명/지원인원625명), 장영실 9.29대1(24명/223명)이다. 2022학년 경쟁률은 비공개 방침을 밝혀 전년과의 비교는 어렵지만, 2021학년 전체 경쟁률 11.95대1(120명/1434명)보다는 하락한 모습이다. 2022학년부터 시행된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설된 장영실전형의 경쟁률이 일반전형보다 높게 형성돼 많은 관심이 쏠린 양상이었다. 장영실전형은 일종의 특기자로, 지원시 탐구활동 증빙자료를 필수로 제출해야 했다. 정원외 경쟁률은 6.5대1(8명/52명)을 기록했다. 

4월 원서접수가 끝난 올해 장영실전형의 경쟁률은 비공개됐다. 올해 갑작스럽게 학교장추천전형으로 바꾼 데다 원서접수 일정까지 대폭 앞당겼으면서 접수 이후 전형의 추이를 가늠할 수 없는 기본적인 정보인 경쟁률마저 공개하지 않은 셈이다. 한국영재 관계자는 “장영실과 같은 특기자전형의 경우 특기 유형별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일부 정원은 일반전형 2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단순 경쟁률은 의미가 없다. 해당 경쟁률이 오히려 수요자를 헷갈리게 할 수 있어 비공개했다”고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유형별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면 오히려 수요자들에게 의미 있는 자료는 전체 지원자 수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특기자전형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쟁률 자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수요자를 무시하는 행보다. 장영실전형 지원자는 한국영재를 포함해 다른 영재학교에 중복지원할 수 없는 구조인데, 경쟁률조차 확인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영재가 경쟁률을 비공개하며 수요자 무시행보를 보인 것은 올해가 처음도 아니다. 재작년인 2022입시에서도 이미 경쟁률 비공개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과기부 관료 출신 최종배 교장이 부임한 뒤로부터 ‘깜깜이 입시’의 양상은 심화됐다. 2022학년은 영재학교 간 중복지원 금지, 지역인재 선발, 의대 진학 제재방안 강화 등의 조치가 처음 시행돼 ‘실질 성적표’인 경쟁률 공개를 두고 부담이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영재를 제외한 7개교는 이와 같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경쟁률을 공개했지만, 한국영재만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비공개 방침을 전했다. 당시 2022입시를 치르는 수요자는 물론 이후 입시를 치를 수요자를 무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종로학원이 ‘상위1%까페’ 출처 자료를 통해 접수자 기준, 한국영재 경쟁률을 추정한 결과 정원내 120명 모집에 1080명이 지원해 9대1을 기록했을 것이란 비공식 자료만 있을 뿐이다.

<의약계열 진학 제재 방안 명시.. 이공계열 진학 확약서 제출해야 지원 가능>
한국영재는 2024모집요강에서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의약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명시했다. 원서접수 시 의약학계열 진학 제재에 대한 동의서와 서약서를 작성한 뒤 제출해야 한다. 이공계 분야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과학영재학교 특성상 의약계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에겐 불이익을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공개된 제재 방안은 징계 및 졸업 유예 조치, 진로 진학 지도 미실시, 교육비 및 장학금 환수 등이다. 

영재학교 8개교는 2022학년부터 의약계열 진학 제재 방안을 강화했고, 지난해와 올해 역시 동일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선행되고 있던 제재 방안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영재학교 8개교 모두 이전부터 장학금 회수 및 추천서 작성 금지 등의 조치를 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재학교 학생의 의약계열 진학률은 갈수록 증가했기 때문이다. 기숙사 및 독서실 사용 금지, 일반고 전출 등의 방안 역시 재학생에게만 해당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 교육과정과 상이한 영재학교 교육 특성상, 영재학교 출신 학생은 대부분 재수를 통해 의대 진학을 꾀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전국 영재학교/과학고 2022 정시 의약학계열 지원자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 의예 정원 30명 중 8명이 영재학교 출신이다. 결국 고교의 해결방안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의대가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높은 방법인 셈이다. 기본적으로 영재학교는 내신경쟁이 어렵고, 정시를 준비하는 교육과정이 아니어서 현재 의대로 진학하는 수시의 학종이나 교과전형, 정시의 수능전형 등과는 맞지 않다. 의대 진학이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지원을 강행하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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