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고3 학생’ 6.7%.. ‘N수 수도권 양극화 심화’

[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최근 4년간 의대 정시에서 최초 합격한 인원 중 N수생이 77.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3 학생의 비중은 21.3%에 불과하다. 수능 점수로 선발하는 정시가 ‘N수생을 위한 전형’이라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정부가 정시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이상 의대 정시에서 N수생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진학을 위해 최상위권 고교 졸업생의 N수 도전은 물론 이공계열 대학 재학생의 중도이탈 확대까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의대 정시가 심각한 지역 격차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강득구 의원실(더불어민주당)과 현직 교사로 구성된 정책연구단체 ‘교육LAB 공공장(이하 공공장)’이 23일 발표한 ‘2020~2023학년 정시모집 의대 합격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매해 합격자는 서울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최근 4년간 서울 소재 고교 출신 합격 비율은 평균 36.7%로 가장 높다. 2위인 경기 19.1%, 3위인 대구 8.1%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은 규모다. 올해 기준 전국 대비 서울의 고3 학생 비율이 16.7%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도 2배 이상 많은 셈이다. 사교육의 영향과 재수 이상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우월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최근 4년간 의대 정시 합격생 중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N수생의 비율은 42.6%로 가장 많은 반면, 지방 고3 학생의 비율은 6.7%에 불과하다. 2023학년 지역인재 선발 비율이 의무적으로 확대되면서 지방권 고3 학생의 의대 정시 문호가 트이긴 했으나, 여전히 9.2%로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강득구 의원은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모집이 과연 공정한지, 정시40% 비율을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지역 간 격차,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격차를 방치하면서 정부가 어떻게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해당 자료를 분석한 공공장의 윤종호 순심고 교사 역시 “지방 학생은 정시로 의대에 진학하는 경로가 사실상 막혀 있다. 서울 학부모는 고가의 사교육에 투자해 수능 성적을 올리지만, 지방 일반고 학생은 아무런 방법이 없다. 이게 공정한 선발인지 의문이다. 지방 학생을 배려하는 새로운 정시를 만들어야 지방 일반고 학생에게도 기회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최근 4년간 의대 정시에서 최초 합격한 인원 중 N수생이 77.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강득구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제공
최근 4년간 의대 정시에서 최초 합격한 인원 중 N수생이 77.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강득구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제공

<최근 4년간 의대 정시 합격자 중 N수생 비율 77.4%.. 재수생 42.2% ‘최다’>
강득구 의원실과 공공장이 23일 발표한 ‘2020~2023학년 정시모집 의대 합격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의대에 최초 합격한 인원 5144명 중 N수생은 3984명으로 77.4%나 된다. 재수생이 2171명(42.2%)으로 가장 많고, 3수생이 1123명(21.8%), 4수 이상이 690명(13.4%)이다. 고3 학생은 1096명으로 21.3%에 불과하다.

N수생 비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0학년엔 재수 45.5%(586명), 3수 22.1%(285명), 4수 이상 10.7%(138명)로 합산 78.4%(1009명)다. 이어 2021학년엔 재수 43.1%(561명), 3수 23.7%(309명), 4수 이상 13.6%(177명) 등 합산 80.4%(1047명)로 최대치다. 2022학년엔 재수 36.6%(471명), 3수 23.5%(303명), 4수 이상 18.1%(233명)로 합산 78.2%(1007명)다. 2022학년에는 통합형 수능이 실시되면서 수학이 선택과목으로 변경, 학습량이 감소하면서 3수 이상의 비율이 확대된 특징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2022학년 4수 이상 인원이 4.5% 늘었다. 실제 2021학년 서울대 275명, 고려대 653명, 연세대 493명의 자연계 대학생이 중도이탈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상당수가 2022학년 수능에 응시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장 최근인 2023학년엔 재수 43.6%(533명), 3수 17.8%(226명), 4수 이상 142명(11.2%)으로 합산 72.7%(921명)다. 3수생이 5.7%p, 4수 이상이 6.9%p 줄면서 전체적인 N수 비율은 줄었으나 재수생은 전년보다 7%p 늘었다. 지역인재 선발이 의무화된 영향으로 고3 학생의 비율이 전년 20.4%에서 26%로 확대됐다.

<서울 출신 합격자 36.7% ‘최다’.. ‘지방 재학생’ 6.7%>
합격자의 출신 고교 소재지를 분석해 보면 서울이 매해 단연 압도적이다. 2020학년부터 2023학년까지 최근 4년간 전체 의대 합격자 중 서울 소재 고교 출신의 비율은 평균 36.7%다. 2위인 경기가 19.7%보다도 두 배가량 많은 규모다. 이어 대구 8.1%, 전북 6.8%, 부산 5.7%, 광주 3.6% 순으로 많다. 

2023학년 대입 역시 서울의 강세는 이어졌다. 2023학년 정시에서 서울 소재 고교에서는 460명(36.3%)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서울에 이어 경기 242명(19.1%), 전북 92명(7.3%), 부산 89명(7%), 대구 88명(6.9%), 대전 45명(3.6%), 광주 44명(3.5%), 경남 43명(3.4%), 충남 41명(3.2%), 울산 34명(2.7%), 경북 전남 각 16명(각 1.3%), 인천 13명(1%), 충북 12명(0.9%), 제주 9명, 강원 7명, 세종 4명 순이다.

전국 고3 학생 수 대비 지역별 고3 인원을 살펴보면 서울의 의대 쏠림 현상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기준 전국 고3 학생 중 서울의 고3 비율은 16.7%에 불과한데, 2023학년 정시 합격 비율은 36.3%다. 2.2배가 더 많은 셈이다. 전국 학생 수 대비 비율보다 더 높은 비율의 합격자를 배출한 지역은 서울(2.2배) 전북(1.74배) 대구(1.68배) 울산(1.17배) 광주(1.09배) 부산(1.01배) 등이다. 이 중 서울과 대구는 강남과 수성 등 대표적인 교육특구가 포함된 지역으로 사교육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곳이다. 사교육이 완비된 우수한 학군이 밀집된 대도시에서 매년 많은 의대 합격자가 나오는 모습이다. 울산과 전북은 이공계열에 강세를 보이는 전국단위 자사고 현대청운고 상산고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출신, N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와 반대되는 ‘지방 고3 학생’의 합격 비율은 저조하다. 최근 4년간 의대 정시 합격자 중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출신의 고3 학생은 6.7%에 불과하다. 수도권 N수생 비율이 42.6%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 재학생이 14.5%인 것과 비교해도 절반 이상 적은 규모다. 정시 수능전형에서 재학생과 졸업생 간 격차,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지역별 격차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2023학년 지역인재 선발이 의무화되면서 지방 소재 재학생의 합격자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학년 대비 2023학년 지방 합격자의 증가폭은 2.7%에 그쳤다.

<교육계 “정시40% 선발 비율 조정 필요해”>
정시에서의 의대 선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수생을 비롯한 N수생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교육계는 정시 선발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서울과 경기에서 다수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고, 지방의 경우 사교육이 발달한 지역에서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강 의원과 공장장은 “지역 간 격차, 부모의 경제력에 의한 격차를 방치하면 미래사회를 위한 교육개혁을 추진할 수 없다”며 “수능으로 한 줄 세우기를 멈추고 학생부를 반영하는 새로운 선발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인재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과 의대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한 전문가는 “의대 쏠림과 N수 확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원인인 정시 확대부터 손봐야 한다. 만약 정시가 20%뿐이었다면 재수로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나서는 인원 역시 줄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시 문호가 절반가량 열려 있어 부담 없이 의대에 재도전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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